내가 대통령이라면 용산 참사 현장에 가서 유가족 앞에 아무 말 없이 무릎을 꿇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의 손을 잡고 진심으로 위로하고 사죄할 것이다. 대통령으로서 그 아픔, 그 고통을 미처 느끼지 못했다는 것을. 그리고 사죄를 하러 너무 늦게 온 것을. 나아가 앞으로는 철거민 사태가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모든 국민이 나름의 삶의 공간을 알콩달콩 꾸미고 살 수 있도록 모든 방책을 강구할 것이다.
내가 대통령이라면 쌍용차 현장을 직접 방문할 것이다. 전 직원을 정규직화하고 노동시간 단축과 일자리 나누기를 실시할 것이다. 중·장기적으로 자동차 생산을 줄이고 자전거를 생산할 것이다. 이것이 성공적이라면 이 모델을 모든 기업으로 확산할 것이다.
볼 일이 있어 집 근처 전자제품 매장에 갔다가 정말 우연히 고등학교 친구를 만났다. 나는 알아보지 못했는데 친구가 먼저 알아보고는,
"아무래도 동기 같은데 OO초등학교 다니니 않았어요?" 하는 것이었다.
"아닌데요..."
"그럼, OO중학교?"
"아닌데요..."
아닌가? 하면서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혹시 OO 고등학교?"
그제야 얼굴을 유심히 살펴보고 가슴에 달린 이름표를 보니 낯익은 이름이었다.
고등학교 2학년때 같은 반을 했었다. 반갑다 친구야~
매장에 근무하는 친구는 근무시간이 거의 12시간이나 된다고 했다. 벌써 10년째란다.
고등학교 다니는 큰딸이 아파서 이제 그만둘 거란다.
어디가 아프냐고 물었더니, 엄마가 일하느라 제대로 신경을 쓰지 못해 마음이 아프단다. 더이상 묻지 않았다.
친구는 전자제품 살 일 있으면 제일 싸게 살 수 있는 곳을 알아봐주겠다고, 연락하라고 명함을 쥐어주었다.
내가 대통령이라면 비정규직 제도 자체를 없앨 것이다. 모든 사람이 정규직으로서 조금씩 일해도 먹고사는 데 지장이 없는 사회경제 시스템을 구축할 것이다. 사람이 일에 얽매여 귀중한 인생을 헛사는 오류를 반복하지 않도록, 그리하여 날마다 삶의 여유와 기쁨을 누리며 살 수 있도록 완전히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할 것이다
열심히 일하고 건강해 보이는 친구의 모습이 보기 좋았다. 그런데 너무나도 긴 근무시간과 제대로 돌봐주지 못해서 마음이 아프다는 딸아이의 소식에는 짠한 마음이 들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렇게 열심히 일하는데, 그러면서도 삶의 여유와 기쁨을 누리는 방법은 없는 걸까?
강수돌 교수의 "만일 내가 대한민국 대통령이라면..."을 읽고는 친구의 처지가 생각났다. 일하는 사람들이 행복한 세상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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