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이야기'에 해당되는 글 28건

  1. 2010.03.10 3월에 내린 부산의 첫눈 (1)
  2. 2009.11.18 40계단 콘서트 (4)
  3. 2009.07.16 사람냄새나는 구포장날 (2)

아침에 일어나보니 온세상이 하얬습니다.
몇년만에 눈구경인지 모르겠네요.
장마철도 아닌데 부산엔 몇일째 비만 계속 내렸거든요.

눈구경은 좋았으나 예상했던 대로
밤새 쌓인 눈이 군데군데 얼어 미끄러웠고
도로엔 차들이 거의 없었습니다.

정류소엔 출근길 버스 기다리는 사람들로 가득차고
6개나 되는 노선버스들이 30분동안 한대도 안오더군요.
같이 기다리던 한 아저씨는 결국 버스를 포기하고
택시를 잡기 시작했는데, 행선지를 말하자 택시들이 승차를 거부하는 듯 보였습니다. 아저씨의 목적지는
이미 빙판이 되어 있을 산복도로 어디쯤이었나 봅니다.

전국 초,중,고등학교는 휴교령이 내려졌다고 합니다.
부랴부랴 사무실에 도착해 보니 사장님만 출근해 계시고
눈 덕분에 오늘은 모두들 지각입니다.

눈내린 뒷산 숲길 풍경



Posted by 산지니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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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풀소리 2010.03.10 13:3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이들은 학교도 안 가고, 들떠 좋아하더구만요.

40계단 콘서트

부산 이야기 2009. 11. 18. 08:00

토요일 오후, 동광동 40계단에서 열린 인문학콘서트에 다녀왔습니다. 백년어서원에서 주최한 <40계단, 기억을 더듬다> 라는 콘서트였습니다. 계단과 도로는 객석이 되고 도로 앞 광장은 무대가 되었습니다. 추운 날씨에도 야외객석은 사람들로 꽉 차 앉을 자리가 없을 정도였습니다. 할 수 없이 계단에 앉아 구경했는데 나중엔 엉덩이가 얼얼해 방석 생각이 간절하더군요.

부산 중구 동광동 40계단 주변은 인쇄 골목으로도 유명합니다. 계단 위아래로 소규모 인쇄관련 업체들이 옥닥옥닥 모여 있습니다.


시와 음악, 퍼포먼스 등 다양한 내용으로 꾸며진 무대는 최원준 시인의 '40계단' 시 낭송을 시작으로, 1950년 평안북도에서 18살에 부산에 피난온 문윤서 할아버지(77)와 영주동에서 태어난 열 살짜리 김기영군의 이야기로 이어졌습니다.

40계단은 6.25 동란 시절 남으로 남으로 쫓겨 내려온 피란민들의 애환이 서린 곳입니다. 계단 중간쯤에는 1953년 지어져 1955년 음반으로 발표된 <경상도 아가씨> 노래비가 서있는데, 그시절 삶의 고단함이 가사에 절절하게 나옵니다.

1절
사십계단 층층대에 앉아 우는 나그네
울지 말고 속 시원히 말 좀 하세요
피난살이 처량스러 동정하는 판잣집에
경상도 아가씨가 애처로워 묻는구나
그래도 대답 없이 슬피 우는 이북고향 언제 가려나

- 손로원 작사, 이재호 작곡, 박재홍 노래


20대 아코디언연주가 조미영씨


"아코디언은 대부분 소리에 반해 시작해요. 중간 음색이 없어요. 애절하거나 밝거나 뚜렷한 음색이 장점이죠.”
“여자 애가 연주를 하니까 다들 호기심에 찬 눈으로 바라보세요. 전국으로 연주하러 다녀요. 할아버지, 할머니에겐 제일 인기가 좋은 악기죠." (관련내용:탈북자 출신 아코디언 연주자 조미영)

2001년 10월 북에서 가족들과 내려와 아코디언연주가로 활동하고있는 조미영씨가 <타향살이> <굳세어라 금순아> 등 흥겨운 트로트 메들리를 연주했습니다. 아코디언은 국내에서는 보기 힘든 악기가 되어버렸지만 북한에서는 어렸을때부터 많이들 배운다고 하네요. 비록 엄마에게 회초리로 맞아 가면서 배운 아코디언이지만, 이제는 그걸로 꿈을 펼치고 있는 26살 젊은 모습이 보기 좋았습니다. 뭣보다 라이브로 처음 들어보는 아코디언 음색이 정말 색달랐습니다. 흥겨우면서도 구슬프고... 




박태룡씨의 학춤


계단 중간쯤에 갑자기 흰 날개를 펄럭거리며 학 한마리가 날아왔습니다. 학은 계단을 내려와 무대 앞을 두어번 왔다갔다 하더니 훌쩍 무대 위로 날아올랐습니다. 몸짓이 어찌나 가벼운지 정말 한 마리의 학을 보는 것 같았습니다.

김지혜 씨의 판소리 공연


고수의 북장단에 맞춰 김지혜 씨가 판소리 <춘향가> 중 한대목인 '사랑가'를 불렀습니다. 흥에 겨웠는지 아저씨 한분이 나오셔서 사랑가 가사에 맞게 즉석 퍼포먼스를 펼쳤습니다. 다음 곡인 <진도아리랑>이 끝날때까지 아저씨도 함께 공연했습니다.

비보이 퍼포먼스팀의 힙합 공연


동광동 인쇄골목의 인쇄기 돌아가는 소리를 배경음악으로 비보이들의 춤 공연이 이어졌습니다. 5분 남짓한 짧은 공연. 보는 사람은 그저 흥겨워하면 되지만 무대에 서는 이들은 무척 긴장했을 겁니다. 자신들 차례가 오기 전까지 무대 뒤 차가운 보도블록에서 순서를 맞춰보고 계속 연습을 하더군요. 그런 마음이 전달되었는지 관중들은 박수도 치고 많이 호응해주었습니다.

첼리스트와 아코디언의 협연


첼로와 아코디언의 협연이 이어졌습니다. 첼로나 아코디언 연주를 라이브로 듣는 것은 처음이었는데 참 좋았습니다. 남남북녀 연주자들의 호흡이 잘 맞았습니다. 사람에 치이는 대규모 콘서트나 격식있는 음악회가 아니어서 더 좋았던 것 같습니다. 쉴 새 없이 불어오는 바닷바람과 차가운 돌계단에 엉덩이는 시려웠지만, 주최측에서 준비한 따뜻한 식혜 한사발로 언 몸을 녹이며 내년을 기약했습니다.


Posted by 산지니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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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풀잎 2009.11.17 16:0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공중에 떠 있는 학춤 사진이 인상적입니다. 잘 보고 갑니다.

  2. 윤은선 2009.11.18 11:4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산지니북님 제가 방명록에 몇가지 인터뷰를 요청했어요. 응해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손문상이 그린 구포장날의 풍경


얼마 전에 구포시장을 지날 길이 있어 잠깐 들러 저녁 찬거리를 샀다. 마침 장날이라 시끌벅적 발 디딜 틈 없이 인산인해였다. 구포시장은 3,8장이라 3일과 8일에 장이 열린다. 장날에는 난전도 서니 볼거리도 많고 물건도 풍성하고 가격도 싼 것 같다.

장날 구경을 하는 것을 좋아해 천천히 이것저것 구경도 하고 장도 한 아름 보고 싶었지만 사정상(나를 모셔갈 차가 대기 중^^) 다음으로 미루고 급한 저녁 찬거리만 샀다. 고등어 두 마리 3,000원, 고추 한 무더기 1,000원, 초고추장에 찍어 먹을 한치 5,000원어치, 감자가 싱싱해 보여 한 바구니 2,000원, 장날에는 과일도 싸니 이왕 장보는 거 참외 3,000원어치.

들고 갈 힘만 있으면 이것저것 더 사고 싶어진다. 하지만 이 이상은 나의 팔에 무리다. 다음을 기약하며 총총...

아지매! 아지매! 이거, 다섯 마리 삼천 원, 삼천 원! 
자, 자, 골라가고 들어가고 집어가고··· 오천 원! 오천 원!
천 원! 선풍기 싸개 천 원, 거기 좀 가~입시다.
아이고~ 아저씨! 아~따! 아지매··· 자, 갈치에~고등어!
시금치 천 원! 어차피~떠나야 할 사람이라면~
펑~!! 아이고! 놀래라, 커피 아지매~! 여도 한 잔
자, 자, 고르고 골라, 오천 원짜리가 삼천 원!
아~따! 보고 가이소! 자, 지금부터 들어가~압니다.
사~랑은 아~무나 하나 세일! 세일! 세일!
아지매~ 말랑말랑한 거 옥수수 네 개 이천 원
자, 두 포기 떨이! 세 개! 세 개! 아이고, 네 개! 네 개!
이천 원, 그냥 천 원! 이제 그만팔고 집에 갈란다. 
아~따! 장사도 안 되고···
- 손문상, 「구포장날 사람들」, 『브라보 내 인생』, 산지니.

시장 통의 시끌벅적함이 눈에 보이는 듯 아주 사실적으로 잘 묘사되어 있다. 마치 내가 지금 장터 한복판에 있는 듯한 느낌이다. 따끈따끈한 옥수수라도 한 개 사서 먹어야 될 것 같고 뻥튀기 기계에 고막이 얼얼한 것도 같다.

이 글은 시사만화가 손문상브라보 내 인생이란 산문집에 나오는 내용인데 『브라보 내 인생』은 우리 주변에서 살아가는 이웃들의 모습을 따뜻한 시선으로 담아내고 있는 화첩산문집이다.

손문상



농민과 노동자, 대안학교 학생, 대학생, 입양인 등 우리 주변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평범한 이웃들의 이야기를 작가 특유의 화풍과 함께 간결한 글로 담아내고 있는 책이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뉴스밸류가 있는 잘난 사람들이나, 또는 독특하고 특이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주변의 평범한 이웃들의 이야기라서 나의 가족, 친구, 동네 사람들의 삶을 들여다보는 것 같다.


“만평은 신랄하지만, 다른 그림은 되게 따뜻해요.”
“사람에 대해 정말 순진할 정도로 민감한 사람”
“그림만이 아니다. 그는 문장력도 뛰어나다. 촌철살인의 경구들이 번득인다.”

손문상에 대한 주변 사람들의 평이다.

『브라보 내 인생』의 저자 손문상은 다 알다시피 만평가다. 그의 만평을 보면 사회에 대해 아주 신랄하고 예리하다. 만평은 시사(時事), 특히 정치적 사안을 소재로 거물 정치인을 비꼬고, 찌르고, 때로 추켜세워 주기도 하는, 많은 경우 캐리커처적인 터치로 인물을 희화화시키는 작업이다. 이런 작업을 하는 만평가 손문상이 사진보다 몇 배의 노력이 든다는 그림으로 일일이 그리고, 인터뷰하여 그들의 인생을 한 편의 시처럼 잘 요약하여 담아내고 있다.

잘난 사람(?)만 관심과 대접을 받을 자격이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 좀 더 귀하게 대접받아야 함을 말하고 싶은 것이 아닐까?!


브라보 내 인생 - 10점
손문상 지음/산지니


Posted by 비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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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지나가다 2009.07.17 10:1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예전에 구포시장 옆을 지나다가 마침 가는 날이 장날이어서 재밌게 구경한 기억이 있습니다. 근데 삼팔장의 '3'과 '8'이란 숫자에 어떤 특별한 의미가 있나요? 화투에서도 삼과 팔을 높이 쳐주잖아요. 삼팔장과 삼팔광땡의 '3'과 '8'이란 숫자는 어떤 관련이 있는 걸까요?

  2. BlogIcon 마루니 2009.07.17 16:2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글쎄요? 3,8장은 끝자리가 3일날과 8일날에 장이 선다는 말인데요, 그러니까 5일마다 구포장날이 서는 거지요.특별한 의미는 아마 없을 것 같고 임의로 정한 날 아닐가요.
    저희 집 앞에도 5일마다 장이 서는데 편의상 끝자리가 '0'이나 '5' 일 때 선답니다. 임의로 그렇게 정해서 장이 서더라구요. 아주 작은 난전이 서지만 나름 도움이 된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