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번에는 가덕도 선창에서 시작해 눌차만을 끼고 도는 둘레길을 소개했었는데요(육지가 된 섬, 가덕도) 이번에는 가덕도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인 연대봉 등산에 도전했습니다.

차로 마을 안까지 좀 더 들어갈 수도 있지만, 어차피 오늘 하루는 걷기로 작정하고 왔으므로 일찌감치 가덕도 입구에 주차해 놓고 걷기 시작했어요. 입구 선창 마을을 지나 눌차만을 따라 30분쯤 걷다 보면 제법 큰 마을 천가동이 나옵니다.

천가동 어귀에 있는 놀이터.


지붕 위에 이런 놀이터를 만들어 놓았네요. 녹이 붉게 슨 미끄럼틀과 시멘트 바닥을 뚫고 듬성듬성 돋아난 잡초들이 놀이터의 주인이 없음을 말해주는 것 같습니다. 예전엔 아이들 웃음 소리로 가득했을텐데요.

천가동 골목


담벼락바다 흐드러지게 핀 붉은 장미와 담배꽁초 한 개비 찾아보기 힘든 말끔한 골목길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한여름에 왠 장미냐구요? 사실 6월 초에 갔었는데 이제야 정리해서 올리고 있네요^^;

등산로 안내판


가덕도를 찾는 등산객이 많다보니 천가동 주민센터 앞에는 이렇게 커다란 안내판이 서있습니다. 지도를 보니 오늘 걸은 길이 까마득하네요. 등산로중 3코스(선창출발-천가동주민센터-천성고개-연대봉 정상-대항고개-천성)를 걸었습니다. 예상 시간이 3시간 30분이라고 나와 있는데 저희는 놀며 쉬며 걷느라 5시간 정도 걸린 것 같아요. 섬의 동쪽 끝 선창에서 서쪽 끄트머리 대항까지 걸었으니 종주를 한 셈이네요.

천가초등학교에 있는 은행나무 두 그루. 왼쪽이 암나무 오른쪽이 수나무. 은행나무는 이렇게 암수나무가 같이 있어야 은행 열매가 열린다고 하네요.


주민센터를 지나자마자 천가초등학교가 나옵니다. 교문을 들어서면 커다란 은행나무 두 그루가 사람들을 반깁니다.  젊은 사람들이 촌을 떠나면서 아이들 수가 줄어, 가덕도에 몇 안남은 초등학교 중 하나입니다. 눌차에 있는 분교도 머지않아 폐교가 된다고 합니다.

천가초등학교 운동장. 정말 넓습니다.


이제 마을은 끝나고 시멘트로 닦아 놓은 임도가 한동안 이어집니다.

완만한 오르막의 임도


6월 초라 모판에 연둣빛 모가 한창 자라고 있었어요.
이미 모내기를 마친 논도 많았구요.
지금쯤이면 노란 벼이삭이 주렁주렁 매달려 고개를 푹 숙이고 있을테지요.

눌차만과 죽도


한참 가다 뒤를 돌아보니 천가동 전경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눌차만 한가운데 자리잡은 죽도가 그림같습니다.

소양보육원


시멘트 오르막길을 한참 걷다보면 왼편에 펜션같은 예쁜집이 나오는데  바로 소양보육원입니다. 주말에는 외지에서 봉사활동하러 많이들 온다고 합니다.

거가대교 공사현장과 선창, 눌차만, 천가동 전경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드디어 국군용사충혼탑이 있는 곳에 도착해서 한숨 고르고 난뒤 어음포 고개를 향해 출발.

어음포고개 가는 길.


국군용사충혼탑에서 어음포고개로 가는 길은 2가지가 있습니다. 매봉쪽으로 가면 힘겨운 오르막길의 연속이고, 평평한 산책길 분위기의 둘러 가는 길도 있습니다. 체력이 안따라주는 저희는 당근 둘러 가는 길로.^^;

어음포 고개부터는 엄청난 오르막길이 계속 펼쳐집니다. 같이 가는 일행이 있더라도 여기서부터는 질문이나 말을 삼가해야 합니다. 질문은 너무 무례한 행동입니다. 대답하려면 짜증나거든요. 걷기도 힘든데 말이죠^^ 등산은 원래 자신과의 싸움입니다.

전망대


드디어 첫번째 전망대에 도착.
좀 뿌옇긴 하지만 파란 바다가 끝없이 펼쳐져 있습니다. 왼쪽 위에 히끔히끔 보이는 것은 명지에 조성된 대규모 아파트단지이고 오른쪽 위는 다대포 같은데...

이제 거의 다 왔겠거니 생각하고 안간힘을 냈습니다. 갑자기 앞이 훤해지면서 '추억의 아이스께끼' 통이 보였습니다. 그리고 더 높은 봉우리가 앞에 짠~하고 또 나타났습니다. 울고 싶었지만 아이스께끼를 먹으면서 참았어요. '이제 좀만 더 가면 정상'이라는 할아버지의 격려 덕분에요. 우리가 마지막 손님이었다네요. 다 팔지는 못했지만 예상보다 많이 팔렸다고 기뻐하시며 사진도 찍어주셨어요. 돌아가는 할아버지의 발걸음이 가뿐해 보였습니다.

아이스께끼 통은 20kg이 훌쩍 넘는다고 하네요.



저 앞에 뾰족 솟은 봉우리가 정상이랍니다.


헥헥. 드디어 연대봉(해발 395m)에 도착.
기대하지 못했는데, 정상엔 너른 평지가 펼쳐져 있습니다. 

아래로 내려다 보니 절경이 따로 없네요.

연대봉 정상.


정상에서 대항쪽으로 바라본 풍경


봉수대


봉수대가 있는걸 보면 가덕도가 역사에서
군사적 요충지였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토지 측량의 기준이 되는 삼각점.(부산광역시 강서구 천성동 산 6-1번지)


또 다른 연대봉


정상석이 서 있는 곳과 사람이 근접할 수 없는 위 뾰족봉 둘 중에 어느 곳이 연대봉이냐는 의견이 분분하다고 하네요. 높이는 뾰족봉이 높지만
천길 절벽으로 되어 사람이 갈 수 없으므로 정상석은 이쪽에 세운 것이 아닐까요.

하산길


해는 뉘엿뉘엿.
왔던 길을 되돌아갈 생각하니 너무 까마득해 하산길은 우리가 왔던 곳과 반대방향인 천성쪽으로 잡았습니다. 천성은 가덕도의 서쪽 끝머리이고 출발점인 선창까지 마을버스가 2시간 간격으로 다닌다고 하네요.

천성

천수말. 거가대교 해저터널 연결 지점이라 온통 파헤쳐져 있습니다.


마을버스 막차시간에 맞추려고 뛰다시피 산길을 내려오는데 마을버스가 돌아나가는 것이 보였습니다. 시계를 보니 6시쯤 되었는데요. 불길한 예감이... 제발 막차가 아니길 기도하며 마을에 도착하니 막차가 떠났다네요. TT;  섬 입구선창까지는 걸어서 2~3시간 길. 체력도 바닥나고. 다리는 후덜덜.
남편이 엄지손가락을 번쩍들어 히치하이킹을 시도했으나 다들 외면.
요즘 세상이 워낙 무서우니... 이해는 하지만 앞이 깜깜했는데,
다행히 맘씨좋은 중년부부의 차를 얻어타고 무사히 선창에 도착. 차 못얻어 탔으면 정말 기억에 남을 연대봉 산행이 될뻔 했지요.^^

이 장소를 Daum지도에서 확인해보세요.
부산광역시 강서구 천가동 | 연대봉
도움말 Daum 지도
Posted by 산지니북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BlogIcon 이윤기 2010.09.07 09:5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가덕도 연대봉, 땡기는데요.... 저도 한 번 가보고 싶네요.


거가대교의 시작지점으로만 기억하고 있던 가덕도.
녹산공단 근처 어디쯤에 있다고만 알고 있던 가덕도에 가게된 계기는 경남도민일보 이일균 기자가 쓴 <걷고 싶은 길>을 보고서다. 책은 '경남 부산의 숨은 산책길' 44군데를 산길, 물길, 산사가는길, 마을길로 나누어 소개하는데 가덕도는 2부 물길편에 있다.

가덕도를 가기 위해 낙동강 하구의 을숙도대교 쪽으로 길을 잡았다.
주말이라 그런지 다리는 한산했다. 왕복 6차선에 총길이 5km가 넘고 착공부터 개통까지 말도 많았던 을숙도대교를 거금 1400원을 내고 지났다. 낙동강 하구는 세계적인 철새도래지로 수만마리의 철새가 매년 찾아오는데, 제발 철새들이 눈을 크게 뜨고 날아다니길. 그래서 다리 난간에 부딪혀 사망하는 일은 없기를...

이어진 녹산대로를 한참 달려 어마어마한 규모의 부산신항 끝머리에 이제는 육지가 되어버린 가덕도에 도착했다. 가덕도의 행정명은 부산 강서구 천가동. 한때는 창원군에 속했으나 1989년 부산시로 편입되었다. 육로와 연결된 지금도 진해 용원이나 녹산선착장에 가면 가덕도로 향하는 배를 탈 수 있다고 한다.

가덕도는 공사중

가덕도 입구는 공사로 어수선했다. 올 연말 개통을 앞두고 있는 부산∼거제간 연결도로(일명 거가대교) 공사인것 같았다. 입구의 선창에서 다리를 건너 눌차마을로 들어서니 한적한 어촌 풍경과 함께 공사장 소음도 희미해지고 비로소 섬에 온 기분이 들었다.

가덕도 입구 선창에서 눌차로 들어가는 다리 위에서 바라본 풍경.
섬 안쪽 바다 '눌차만'은 개안이다. 무물이 빠지면 이곳은 갯벌이 드러난다.

산처럼 쌓여 있는 굴껍데기. 섬 안쪽 연안은 굴양식을 많이 한다고 한다.


눌차 마을. 여느 시골 마을처럼 이곳도 젊은이들은 많이 보이지 않는다.

헉. 이런 글귀가 아직 담벼락에 남아 있다니! 마치 오래된 영화의 한장면 같다.


내눌과 외눌, 눌차의 두 마을 안은 마치 영화 세트장 같다. 촬영이 끝난 섬마을의 섬집이 연상된다. 돌담에 낮은 지붕, 사람이 많이 없다. 문 닫은 국밥집에는 창턱 위에 먼지가 소복하고, 사람이 사는지 없는지, 지붕은 회색빛 슬레트로 내 눈높이다. 녹산에서 배를 타기 전에 보았던 대단위 신항만 조성지와는 지극히 대조적이다. 사람들은 그 길에 '눌차희망길'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만나는 사람들 대부분은 등산객들로, 주민들 모습이 보고싶은 호기심이 들 정도다. -『걷고 싶은 길』본문 중에서


가덕도는 대부분 산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해안가 평지 마을엔 보리, 콩, 마늘, 양파 농사도 짓고 벼농사도 많이 한다.

섬의 역사만큼이나 오래된 것 같은 교회

마을길

이용원이라는 간판이 아직 남아 있다.

가덕도의 덕문중고등학교.


도시에서 이곳 덕문고등학교로 유학들을 많이 온단다. 공기 좋고 경치 좋은 곳이니 '산촌유학'같은 걸 오나보다 내심 생각했는데, 내신때문이란다.

눌차만을 한바퀴 둘러 가덕도 입구의 선창까지 다시 오는데 꼬박 2시간이 걸렸다. 한낮에 출발했는데 벌써 해가 뉘엿뉘엿. 돌아오는 길엔 등산객들이 많이 보였다. 섬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 연대봉의 절경은 다음 기회에 도전해봐야겠다.

관련글
가덕도 연대봉에서 먹은 '추억의 아이스케키' (링크)


걷고 싶은 길 - 10점
이일균 지음/산지니
이 장소를 Daum지도에서 확인해보세요.
부산광역시 강서구 천가동 | 가덕도
도움말 Daum 지도
Posted by 산지니북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BlogIcon 성심원 2010.06.20 11:1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글 속에서도 은근히 책소개이시네요 ㅎㅎㅎ.

시드니의 하버브리지, 샌프란시스코의 금문교, 부산의 광안대교.
도시와 그 도시를 상징하는 다리들입니다.

2008년 9월 광안대교에서 열린 '세계 1000만 명 걷기대회' 모습. (국제신문)

광안대교는 부산 수영구 남천동과 해운대구 우동의 센텀시티를 잇는 왕복 8차로의 다리로 2층 복층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처음 광안대교가 생길때는 바다전망을 가린다거나 예산낭비라는 등 이런저런 이유로 반대도 많았는데, 어쨌건 다리는 떠억하니 생겼고 이제 부산을 소개하는 관광책자에 빠지지 않는 부산의 상징물이 되었습니다. 광안대교를 홍보하는 홈페이지가 따로 있다는 걸 알고 좀 놀랐습니다. http://www.gwanganbridge.or.kr/ 

금문교는 못가봤지만 하버브리지와 광안대교는 몇번 가봤습니다. 광안대교는 아쉽게도 사람 다니는 길이 없어 걸어보지는 못했고 차로 갔는데 바다 위에 둥~ 떠서 달리는 기분이었습니다. 빠질까봐 좀 무섭기도 하더군요. 특별한 날엔 차량을 통제해 시민들이 걸어볼 수도 있습니다. 새해 첫날 해돋이 구경이나 마라톤 대회 등이 열릴 때 말이지요.

마침 오는 5월 2일(일)에  ‘다이아몬드브리지'를 걸어볼 기회가 생겼습니다. 광안대교 걷기축제가 열린다고 하네요. 아침 8시에 벡스코에 모여 시작한다니 아침형 인간들은 한번 도전해볼만 하겠군요.

광안대교 전경 (부산일보)



산지니출판사는 부산에 있다 보니 지역을 소재로 한 책들이 그간 많이 출간되었는데요, 그중에서 광안대교가 나오는 글들을 모아봤습니다. 소설, 수필, 평론 등 다양한 문학작품들 속에 주연으로 때론 조연으로 등장한 광안대교의 풍경입니다.


초가을 오후, 나는 광안대교가 정면으로 바라보이는 모래사장에 앉아 있었다. 해변을 따라 길게 늘어서 있는 건물들의 그림자가 뚜렷한 현존처럼 무게감을 더해 갈 때, 그것은 눈앞에 일렁이고 있는 바다의 색과 차츰 닮아 가고 있었다. 만곡선으로 이어진 해안은 마치 팽팽하게 당겨진 활시위처럼 공간의 광활함을 끌어모아 먼 수평선을 향해 무한히 열어 놓은 것처럼 보였다. 어디선가 깔깔대는 웃음소리와 감미로운 노랫소리가 들리는가 싶더니 그것은 이내 파도소리에 밀려 모래사장 위로 흩어져 버렸다. -『부산을 쓴다』, 173~174p

 

7900억 원을 들여 지어진 광안대교. 부산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축물로 꼽힌다. 대다수 시민들은 광안대교를 바라보고 그저 그런 평범한 다리로 느끼지 않는다. 밤이면 조명을 설치해 더욱 아름답다. 광안리 해변에 들어선 건물과 상가들은 광안대교 덕을 톡톡히 본다. 광안리 해수욕장에는 멋진 다리 모습을 보면서 커피를 마시고 저녁을 먹는 나들이객에서부터 일부러 구경나온 외지 관광객들로 북적인다. 자동차로 다리를 건너면 몸과 마음이 상쾌해지고 광안리 바다에 푹 빠져 든다. 햇볕이 내려 쪼여도 좋고 비가 오면 더욱 운치가 난다. 이제 광안대교는 각종 홍보물에 빠지지 않는 단골 메뉴이자 부산을 대표하는 건축물이 되었다. -『부자도시로 가는 길』, 173~174p


 

해운대 백사장에 모래를 만들어주던 춘천(春川)의 모래톱이 쌓여 육지와 연결된, 최치원의 발자취가 남겨진 동백섬은 태평양을 사이에 두고 있는 국가 정상들의 회담장소로 정해져서 공사와 단장이 한창이다. 일주도로에 차가 다니지 않고부터 뛰거나 걷는 사람들의 천국이 되었다. 주말이면 마라톤 동호회 옷을 입은 사람들이 굉장히 빠른 속도로 몇 바퀴씩 뛰는 걸 볼 수 있다. 태풍 ‘매미’가 불었을 때 광안대교가 보이는 방향의 이곳은 아주 좋은 구경장소였다. 러시아에서 구입한 선박호텔이 넘어져 야단을 피웠고, 그 앞의 해안도로를 덮친 광풍과 해일이 주차해 있던 컨테이너들을 100미터 넘게 옮겨 놓아버렸다. -『이야기를 걷다』, 114p


 

오륙도 관광을 마친 유람선은 광안대교를 보며 물살을 가른다. 물거품이 유람선 꽁무니를 좇아간다. 떼 지어 좇아가는 돌고래 같다. 제 낚싯대만 응시하던 낚시꾼 시선이 한 낚싯대로 모인다. 대물이 물린 모양이다. 고래라도 물렸는지 낚싯대가 수면에 닿을 정도로 휘어진다. 야호다.-『길에게 묻다』, 101p


광안대교 위에서 펼쳐지는 부산불꽃축제는 해마다 10월이면 전국으로부터 쇄도하는 예약 전쟁으로 홍역을 치른다. 전국 최대 규모인 이 불꽃축제를 좋은 자리에서 편하게 관람하기 위한 이른바 ‘명당 예약 전쟁’이 갈수록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2008년에도 광안리 해변의 음식점이나 술집의 좌석, 호텔 객실 등이 일찌감치 동이 나 불꽃축제에 쏟아지는 관심이 어느 정도인지를 보여줬다. -『미학, 부산을 거닐다』, 64p


광안대교 위에서 펼쳐지는 저 화려한 불꽃놀이가 산복도로에 빼곡히 들어차 있는 다세대 주택과 겹쳐지니 마치 슬럼가로 쏟아지는 폭격처럼 보인다. 수직 삼분할 된 영상 위에 슬럼가들이 단층을 이루고 그 위로 ‘BUSAN’이라는 로고가 겹쳐지는 장면(사진②)에서 우리는 부산이라는 도시의 정체성이라는 것이 도시 이미지 구축 사업으로 추진되고 있는 각종 축제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 동안 적층되어온 산복도로를 따라 가득 메운 저 ‘슬럼가’에 의한 것임을 알아차릴 수 있게 된다. 아니 어쩌면 불꽃축제와 슬럼가의 겹침, 매끄럽게 다듬어지지 않은 저 이질적인 것들의 불협화음이야말로 ‘부산적인 것’이라고 부를 수 있는 유일한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지역이라는 아포리아』, 266p


이 장소를 Daum지도에서 확인해보세요.
부산광역시 수영구 광안제2동 | 광안대교
도움말 Daum 지도
Posted by 산지니북

댓글을 달아 주세요


말로만 듣던 서운암, 처음 가보았습니다.
100인닷컴 블로그에서 들꽃축제를 한다는 소식을 듣고 바로 갔습니다.
요즘 봄날씨 같지 않은 봄날씨가 연일 계속되곤 했는데, 지난 토요일은 반짝 해가 비치더군요.
오전 근무를 끝내고 오후에 밀린 원고를 볼까 자리에 앉았다가 햇빛에 이끌려 길을 나섰습니다.

부산에서 통도사는 정말 금방입니다.
통도사도 오랜만입니다. 그동안 톨게이트 위치도 바뀌었네요. 울산 쪽으로 조금 더 옮긴 듯합니다.
둘이서 입장료 3000원씩 6000원, 주차비 2000원 더해서 8000원 주고 들어갔습니다.
계곡 따라 올라가는 길이 시원합니다.

서운암 올라가는 길


산빛은 완연한 봄빛을 띠고 있습니다.
연한 새순이 올라오는 연초록에 분홍, 노랑 꽃빛까지.
이것만 봐도 오늘 나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차에서 내려 걸어가기로 했습니다.
사람들이 많네요.
여기저기 쑥 캐는 아낙들이 보입니다.

사진으로만 보던 서운암 장독대. 저도 한 번 찍어보았습니다.


장독대 옆으로 사진 전시회를 하고 있습니다.
모두 이곳에서 찍은 들꽃 사진들입니다.
무거운 카메라를 메고 지나가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사진하는 사람들이 이 기회를 놓치기 싫은 모양입니다.
사진에 문외한인 저도 저절로 카메라에 손이 가던걸요.

조금 위쪽에는 들꽃을 말려서 만든 그림 작품을 전시하고 있었습니다.
작은 들꽃과 들풀들이 하나의 예술작품으로 탄생되었네요.
신기하기도 해서 감탄이 나오더군요. 한 번 볼 만합니다.


장독대를 배경삼아 수줍게 서있는 할미꽃과 금낭화입니다.
서운함 하면 뭐니뭐니해도 금낭화 밭이라더니, 정말 동산 하나를 금낭화 밭으로 꾸며놓았더군요.
이렇게 많은 금낭화 처음 봅니다.
봄나들이는 이래서 좋은가 봅니다.

99가지 야생화 꽃밭은 아직 피지 않은 꽃이 많더군요. 수선화만 겨우 피어 있는 정도...
조금 더 있다가 그 야생화 활짝 피거든 아이 손잡고 한 번 더 가야겠어요.




Posted by 아니카

댓글을 달아 주세요


열심히 일한 자 떠나라. 어디로? 산과 들로~ 아님 바다로.
지난 주말 꽃놀이 많이들 다녀오셨죠. 요즘 이곳저곳 봄맞이 축제가 한창이네요.
저는 가능한 주말에는 밖으로 나가자는 주의인데요. 평일 하루 종일 컴퓨터와 책이랑 씨름했는데 주말까지 그러기엔 어쩐지 인생이 불쌍하잖아요.


마음 같아서는 주말 FULL로 놀고 싶은데 제 사회적 위치가 위치인 만큼 내 뜻대로만 할 수는 없죠. 밀린 집안일도 해야 하고 항상 불쌍한 우리집 식탁을 위해 부식거리나 기타 생활용품도 사러 가야 하고 도서관도 한 번 가줘야 하고...

그래서 항상 시간은 빠듯하답니다. 그러나 이런 자질구레한 일만(물론 그렇다고 안 할 수는 없죠) 하다 주말을 다 보내면 일주일이 시들하답니다. 그래서 천재지변이 일어나지 않는 한 전 무조건 밖으로 나갑니다.

당연히 멀리 갈 시간은 안 되죠. 한 번씩은 기분 내키는 대로 쬐게 멀리 가지만 보통은 가까운 곳에서 놉니다. 그래서 주로 가는 곳이 집 근처에 있는 삼락강변공원인데요. 워낙 넓어 오늘은 이곳 다음에는 저곳 해도 아직도 다 못 본 것 같습니다.


삼락강변공원은 낙동대교 아래의 낙동강 둔치 좌우측으로 펼쳐진 아주 넓은(면적이 472만 2,000㎡) 강변공원인데요. 축구, 야구, 농구 등 여러 운동을 즐길 수 있는 체육시설을 비롯하여 인라인스케이트나 자전거를 즐길 수 있는 코스 등 아주 다양하게 구비되어 있죠. 더구나 도시에서는 보기 드문 잔디광장이나 야생화단지, 자연초지와 습지 등을 볼 수 있답니다. 집 가까이에 이런 곳이 있다는 것이 참 행복하게 하는 것 같아요.

지난 주말은 벚꽃축제 기간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평소보다 더 많더군요. 저는 벚꽃은 멀리서 일별하고 쑥 뜯으러 갔습니다. 지난주에 갔을 때 여기저기 쑥이 많이 보여서 오늘은 마음먹고 칼 들고 봉다리 하나 들고 본격적인 작업에 들어갔습니다.


우리 아들놈은 연 날리고 우리 공주는 그림 그린다고 바쁘고 저는 쑥 뜯었습니다. 쑥 뜯다 한 번씩 고개를 들어보면 아~ 말이 필요 없습니다. 도심에서 이런 시골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곳이 흔한 건 아니잖아요.

봄의 정기를 머금고 이제 막 돋아나오는 연초록의 잎들과 노란 유채꽃이 어울려 마냥 길 따라 걷고 싶어집니다. 지난주에 왔을 때는 유채꽃이 발밑에 있었는데 한 주 새에 엄청 컸더군요. 다음 주에는 아마~ 상상이 됩니다*^^*


행복한 오후 한나절을 보내고 뜯어 온 쑥으로 달래쑥전을 부쳐 맛있게 먹었습니다. 맛있겠지요.^^


 

Posted by 비회원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바람 2010.04.07 09:5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삼락공원이면 저희 집에서도 멀지 않은데
    쑥 캐러 한번 가야겠어요.


3월부터 토요일 근무가 시작되었다. TT;
퇴근 시간은 오후 1시. 점심 먹고 못한 일 마저 끝내고 나니 오후 4시. 환한 대낮에 귀가를 하려니 차마 발길이 안떨어졌다. 
친구에게 전화를 해보니 주말인데 일 속에 파묻혀 숨도 못쉬고 있었다.
 
"바쁠수록 마음의 여유가 더 필요하다.
좀 쉬었다 해야 능률이 더 오른다.
열심히 일한 우리, 떠나자!" 

슬슬 꼬드겼더니 당장 넘어오는 친구.
어디서 만나 뭘 할까 고민하다가 
'시네마테크부산'에 가서 영화 한 편 떼고 스트레스를 풀기로 했다.

'시네마테크부산'은 예술영화와 월드시네마를 언제나 볼 수 있는 곳. 매주 월요일은 휴관. 하루에 3~4회 상영하고  매주 목요일은 독립영화를 정기적으로 상영한다. 1층 자료실에는 부산국제영화제에 출품된 모든 작품과 영화제 관련도서가 빠짐없이 구비되어 있다. 또 영화와 관련된 거의 모든 도서와 잡지, 비디오 등을 실컷 볼 수 있다.

네이버 형님에게 물어 지도를 한장 출력해 들고(네비게이션이 없다. 앞으로도 안사고 버틸 것이다) 해운대 요트경기장으로 향했다. 요트경기장의 너른 공터에서 운전연수를 받던 기억이 엊그제 같은데... 이미 15년 전 이야기다. 해운대는 참 많이도 변했다. 그시절 해운대는 부산의 변두리였지만 최근 해운대구는 '신흥주거지와 휴양지로 각광을 받고 있다.'

미분양 아파트 물량이 쏟아지고 부산 전역의 집값이 내렸지만 해운대구만은 아파트값이 올랐다더니. 그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수십층 높이의 고층아파트들이 꽉 들어차있는 해운대의 풍경은 참 위압적으로 보였다. 특히 해안선을 병풍처럼 두른  OO팰리스, OO타워 등 이국적인 이름이 붙은 아파트들은 경쟁적으로 하늘을 찌르고 있었고, 그 옆엔 공사중인 또 다른 아파트들이 제 키를 키우고 있었다.

바다 풍경을 기대하고 해변로로 길을 들었는데 아차싶었다. 길은 주차장이었고 차들은 움직이지 않았다. 아시아 최대 규모의 백화점이라고 개장 전부터 떠들썩했던 신세계센텀시티백화점으로 들어가는 차들때문이었다. 너무 혼잡해 무슨 난리가 난 줄 알았다. 몇백 미터 빠져나가는데 한참을 허비했다.

'시네마테크부산'은 생각보다 아담했다. 1층 매점에서 새우탕 한사발과 고소미 한팩을 순식간에 헤치우고 7시 30분에 상영하는 '리틀 애쉬'라는 영화를 보았다. 천재 화가 '달리'의 파란만장한 젊은 시절 이야기였다.

소극장 규모의 좌석과 아담한 스크린.
예매 안하고 무작정 찾아갔는데도 영화를 바로 볼 수 있었다.
무엇보다 좋은 건 자리에 앉고 1분쯤 지나면 불이 꺼지고 영화가 바로 시작한다는 점. 광고, 예고편, 비상시 대피요령 같은 것 모두 생략. 그리고 영화가 끝난후 음악이 흐르고 마지막 자막이 올라갈 때까지 불을 켜주지 않는다. 영화를 보면서 흥분된 마음을 가라앉힐 시간을 주는 것이다. 영화의 여운을 좀 더 느낄 수 있어 좋았다. 영화비도 참 착하다.(일반 5천원, 회원 3천원) 이렇게 좋은 곳을 왜 진작 몰랐을까. 북적이는 영화관과 헐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에 식상해진 영화팬이라면 한번쯤 들러볼만한 곳이다.

Posted by 산지니북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풀소리 2010.03.19 21:1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좋네요. 저도 꼭 한번 가보아야겠어요.

    • BlogIcon 산지니 2010.03.19 22:08  댓글주소  수정/삭제

      꼭 한번 가보시기 바래요. 예술영화라면 지겹고 어렵다고 생각하는데 미리 겁먹을 필욘 없구요, 관람 가이드를 보면 초보입문자, 영화학도, 골수영화팬 등을 위한 단계별 추천 영화 목록도 있으니 참고하시면 좋을거예요. 하지만 헐리우드 액션영화를 즐기시는 분들은 좀 힘겨울 지도 몰라요.


정선아리랑의 고향인 강원도 정선군 여량읍 아우라지를 찾아가는 길은 만만치 않았다. 우선 고속도로를 타고 쉬지 않고 운전해 달려도 5시간 넘게 걸리는 긴 거리. 중앙고속도로 단양 나들목에서 내려 정선 쪽으로 방향을 잡았는데 고갯길은 왜 그리도 많은지. 180도로 휙휙 돌아가는 꼬불꼬불한 산길에다가 귀가 먹먹해지는해발 4~500미터 높이의 고개와 터널을 몇개나 지났는지. 이것이 바로 '강원도의 힘'인가 싶었다. 외지인의 접근을 쉬이 허락하지 않는 그 무엇. 그러나 막상 발을 들이면 그 시원스런 풍광에 절로 나오는 감탄.


아우라지 지장구 아저씨 나 좀 건네주오
싸리골 올동백이 다 떨어진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주게



정선아리랑의 한 구절이다.
가사중 지장구 아저씨의 본명은 지유성으로 1960년대까지 살았던 실존 인물이다. 지씨 아저씨는 20세에서 63세까지 40여년간 아우라지에서 뱃사공을 하였는데 장구도 잘치고 정선아리랑도 잘 부르는 명창이었다고 한다.

흔히 우리나라엔 3대 아리랑이 있다고 하는데 강원도의 정선아리랑, 호남의 진도아리랑, 영남의 밀양아리랑 등이다. '밀양아리랑은 씩씩하고, 진도아리랑은 구성지고, 정선아리랑은 유장하다. 그런 중 가장 충실한 민요적 음악언어를 갖고 있는 것은 정선아리랑이라는 점에는 모두가 동의하여 팔도아리랑 중 오직 정선아리랑만이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다'고 한다.

송천과 골지천이 만나 어우러지는 곳, 정선 '아우라지'

아우라지는 정선아리랑 700수 중 위 애정편의 주 무대가 된 곳이다. 평창 발왕산에서 발원하여 흐르는 송천과 중봉산에서 발원하여 흐르는 골지천이 합류하여 어우러진다 해서 아우라지로 불리고 있다. 예부터 송천을 양수, 골지천을 음수라 부르며 여름 장마시 양수가 많으면 대홍수가 나고, 음수가 많으면 장마가 끊긴다는 전설도 있다고 한다.


나는 뗏목은 못 타봤지만 나무껍질 벗겨서 뗏줄을 해서 팔아는 봤지요. 떼는 아무나 타능가요. 당신들 떼돈 번다가 뭔지 아시요. 옛날에 군수 월급이 20원일 때 떼 한번 타고 영월 가서 팔면 30원 받는 것이래요. 그게 떼돈이래요.
- 133쪽,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목숨 걸고 번 돈. 그래서 그만큼 많은 돈이 떼돈이다.
아우라지가 뗏목터로 유명한건 조선시대부터였는데 남한강 1천리 물길 따라 목재를 서울로 운반하곤 했다. 조선말 대원군의 경복궁 중수시 사용된 많은 목제를 떼로 엮어 한양으로 보냈는데 이때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뗏꾼들의 아리랑 소리가 끊이지 않았던 숱한 애환과 정한을 간직한 곳이 바로 여기. 매년 8월초에 아우라지 뗏목축제가 열린다고 한다.

아우라지를 찾는 관광객들을 위해 만들어놓은 섶다리



강을 잇는 다리가 군데군데 있어 궂이 섶다리가 필요없지만 아우라지를 찾는 관광객들을 배려해서 만들어 놓은 것 같았다. 섶다리의 ‘섶’은 솔나무 가지를 말한다. 굵은 나무로 기둥을 세운 뒤 소나무와 솔가지로 상판을 만들고 흙을 덮어 만든다. 다리 길이가 100미터는 넘어 보였는데 사람 손으로 만든 다리지만 참 짱짱해 보였다. 섶다리의 수명은 1년. 매년 추수를 마친 10월 말에 세웠다가 이듬해 5월 장마가 시작되기 전에 거두어들인다고 한다. 일부러 거두지 않아도 장마철 불어난 강물에 저절로 떠내려갈 것이다. 걸음을 뗄 때마다 흔들흔들거려 좀 무서웠지만 자연을 거스르지 않으면서도 사람들에게 편리함을 주는 참 착한 다리였다.

Posted by 산지니북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풀소리 2010.03.04 11:2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 섶다리 정말 한 번 건너보고 싶어요.

    • BlogIcon 산지니북 2011.08.30 21:4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섶다리 가운데 서서 바라본 강물은 바다처럼 넓어 보였습니다. 물살도 세구요. 풀소리님. 기회되면 꼭 한번 건너보세요. 아주 스릴있습니다.

지리산길의 첫 마을인 매동마을에서 민박을 하기로 했다. 매동마을엔 민박하는 집이 30여 가구쯤 되는데 그중 한 집을 소개받았다. 마을회관 앞에 도착하니 민박집 할아버지가 경운기를 몰고 마중나와 계셨다.  경운기를 타고 굽이굽이 산길을 넘어 민박집에 도착했다.

매동마을 가는 길


할아버지 민박집 이름은 '대밭 아랫집'. 이름이 너무 정감 있게 들려 "할아버지, 집 이름이 대밭 아랫집이네요"하면서 웃었더니 할아버지도 "대밭 아래 있으니께 대밭 아랫집이재" 하시며 허허 웃으셨다. 그러고 보니 집 뒷켠으로 대숲이 무성했다. 마을의 다른 집들은 어떤 이름을 가지고 있을까 궁금했다. '마을 어귀 첫집'  '파란대문집' 이런 이름들일까.

이 마을도 여느 농촌처럼 젊은 사람이 별로 안보였다. 할아버지네도 1남4년데 다 출가해 도시에서 살고 있다고 한다. 농사짓기 힘들지 않냐고 여쭤보니 요즘은 기계화가 많이 이루어져 농사도 예전만큼 힘들지 않다고 하신다. 그러고 보니 앞마당에 이앙기, 탈곡기, 도정기, 우리가 타고온 경운기 등 농기계들이 그득했다.

매동마을엔 70% 정도가 우렁이 생태 농법으로 벼농사를 짓고 농촌생태체험도 할 수 있다. 마을사람들은 농사도 짓고 민박 수입도 얻고 일석이조인 것 같다. 아랫집엔 상추 비닐하우스를 하는데 요즘 수확철이라 하루에 몇십상자를 내는데 왠만한 도시 월급쟁이보다 낫다고 하신다. 농사가 만만한 일은 아니지만 늘어나는 도시 빈민이나 일없는 도시 실업자들에게 농촌이 대안이 될 순 없을까 생각해본다. 

대밭 아랫집(왼쪽)과 장정식 할아버지


우렁이 농법에 쓰는 우렁이는 외래종인데 우렁이만 키워 파는 농가도 따로 있다고 한다. 모내기를 하고 나서 모가 좀 자란 후에 우렁이를 풀어 놓으면 이 기특한 놈들이 잡초를 싹 먹어치우는데 먹는 양이 엄청나서 잡초가 자랄 새가 없다고 한다.

"벼도 풀인데 어찌 벼는 안먹고 잡초만 골라 먹어요?"
"우렁이는 논바닥에 기어다니니께 벼를 못먹재. 벼는 키가 크잖여. 지가 점프 안하믄 못먹재."
"해마다 우렁이를 사서 풀려면 우렁이 값도 만만치 않겠는데요?"
"그래도 제초제 농약 값보다 싸게 쳐. 농약은 또 사람이 뿌리야 되재. 우렁이가 훨씬 낫당께. 지가 댕기믄서 풀 다 먹어뿐게"
"그래도 우렁이 쌀이 농약치는 것 보다는 수확이 적지 않나요?"
"그라재. 쪼매 적게 나오긴 한데, 그래도 친환경쌀이라 그냥쌀보다 훨 비싸게 나가니까 괜찮애"

일반쌀이 가마당 17만원 정도면 우렁이쌀은 가마당 24~5만원은 받는다고. 장정식 할아버지는 우렁이 칭찬으로 입에 침이 마르셨다.

Posted by 산지니북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토비 2009.07.08 00:3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말 좋은 곳 다녀오셨네요. 나도 떠나고 싶어라~

금요일 하루 휴가를 내어 그동안 그리던 지리산 둘레길에 다녀왔다. 시작 지점은 지리산길 안내소가 있는 전북 남원시 인월면 월평마을. 평일인데도 안내소 앞 주차장에는 차들이 제법 주차해 있었다. 안내소에서 물 한모금 마시며 숨을 돌리고 있자니 노년의 부부, 아이 둘을 데리고 온 젊은 부부 등 가족단위의 여행객이 끊이지 않고 안내소를 찾았다.

전라북도 남원시 인월면 월평마을


지리산길은 소외된 지역의 마을에 활기를 불어넣는 길...

지리산길은 지리산 둘레 3개도(전북, 전남, 경남), 5개시군(남원, 구례, 하동, 산청, 함양) 16개읍면 80여개 마을을 잇는 300여km의 장거리 도보길이다.

‘지리산생명연대(www.myjirisan.org)’가 2007년부터 지리산 자락 마을과 마을을 이어주던 옛길의 흔적을 되살려 지리산에 인접해 있는 5개시군(남원, 함양, 산청, 하동, 구례)의 28개 마을의 삶을 연결하며 지금까지 약 70km의 둘레길이 이어져 있다.

앞으로 2011년까지 각종 자원 조사와 정비를 통해 지리산 곳곳에 걸쳐 있는 옛길, 고갯길, 숲길, 강변길, 논둑길, 농로길, 마을길 등을 환(環)형으로 연결하여 길을 완성할 예정이라고 한다.

우리가 첫날 걷기로 한 구간은 전라북도 남원시 인월면 인월리와 경상남도 함양군 마천면 의탄리를 잇는 19km의 지리산길이다. 정확히 19.3km. 해떨어지기 전에 도착하려면 부지런히 걸어야 할거라는 안내소 직원의 걱정을 뒤로 하고 길을 나섰다.

1시간쯤 걸었을까. 우리는 약속이나 한듯이 '목표는 목표일뿐이다... 결과가 뭐 그리 중요하냐 과정이 중요하지...오늘은 첫날이니 무리하면 안된다' 등등 궁색한 변명을 주절거리며 오늘 목표의 반만 걷기로 합의했다. 쉬엄쉬엄 걷다가 해가 지면 가장 빨리 나오는 마을에 숙소를 구하기로 말이다.

길 주변에는 다랭이논과 고사리밭, 두릅나무, 뽕나무 등 농민들이 키우고 가꾸는 밭이 많았는데 ‘지리산길 주변의 농작물과 열매는 마을 주민들의 소중한 재산이므로 손대지 말아주세요’라는 안내문이 자주 보였다. 안내문은 커다란 현수막부터 자그마한 표지판까지 종류도 다양했고 그 수도 많아 충격이었다.

지리산길이 처음 만들어질땐 아마 이런 표지판은 없었을 텐데 인적 없던 길이 유명해지고 점차 오가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여행자들이 양심 없는 짓을 많이 했나보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리산 자락 농민들의 주 수입원중 하나인 고사리

어떤 마을에는 단체도보 여행객이 떼로 지나가면서 밭에 들어가 주민들이 애써 키운 농작물을 따대고 밭을 망쳐놓았다고 한다. 밭에서 일하시던 할머니 두 분이 달려와 그만하라고 외쳤지만 그 인간들은 하던 일을 멈추지 않고 행패를 계속 부렸다고...  그 마을이 지나는 지리산길 구간은 이제 폐쇄되었다고 한다. 도보 여행객들은 오던 길을 다시 돌아  멀리 둘러가야 한다. 버스를 타고 가든지 차가 쌩쌩 다니는 찻길을 걸어 가든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서 말이다.

- 다음에 계속


Posted by 산지니북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BlogIcon delicio 2009.07.20 14:3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번 여름 휴가때 지리산길을 가보려고 합니다. 잘 보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