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운동 100주년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이하여

한국도서관협회에서 독립운동 서적을 정리하여 발표하였습니다.

 

총 4가지의 기준으로 목록이 정해졌다고 합니다.

 

_독립운동가가 직접 저술한 서적
    _독립운동 관련 저명 서적
    _독립운동가 평전
    _여성독립운동가 관련 서적

 

*도서 목록은 한국도서관협회 홈페이지에서 다운로드가 가능합니다. >>>바로가기

 

이 목록 중 독립운동 관련 참고도서 목록에

가네코 후미코의 옥중수기를 담은 <나는 나>가 올라있네요.

 

 

 

내가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나지 않고,

가는 곳마다 모든 환경 속에서 학대받을 만큼 학대받은 나의 운명에 감사한다.

운명적으로 불운한 탓에 '나는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_<나는 나> 中

영화 <박열> 중 가네코 후미코

 

 

<나는 나>의 주인공 가네코 후미코의 정치적 동지이자,

남편이었던 아나키스트 독립운동가 박열의 책도 목록에 있습니다.

 

 

 

이번 목록에 아쉽게 오르지 못했지만,

산지니에서는 3.1 운동 100주년을 맞이하여

<파리의 독립운동가 서영해>가 출간되었습니다.

 

부산 출생으로, 임시정부의 유럽 외교관으로 활동했지만 오랫동안 역사에 묻혀있었던 서영해 선생의 일대기를 다룬 책입니다.

 

 

 

이번에 발표된 목록을 보니, 독립운동과 관련된 책이

많이 출간되었다는 것을 새삼 느낍니다.

여기에는 낯선 이름도 많이 보이는데요.

그만큼, 아직도 우리에게 알려지지 않은 독립운동가가 많다는 이야기겠지요.

 

3.1절과 임시정부 수립일이 지나고,

독립운동가를 돌아보는 열기가 한풀 꺾인 듯합니다.

한때의 행사로 그치지 않도록,

독립운동가들을 기억하는 노력이 계속되어야 겠습니다.

 

참고로, 부산박물관에서 진행 중인 서영해 선생님 전시

 "서영해_파리의 꼬레앙, 유럽을 깨우다"가 6월 9일까지 열리네요.

아직 안 가보신 분들은 남은 기간 중에 꼭 가보시길 추천합니다.

>>산지니 인턴의 서영해 전시 관람 후기_클릭!

 

나는 나 - 10점
가네코 후미코 지음, 조정민 옮김/산지니

 

 

파리의 독립운동가 서영해 - 10점
정상천 지음/산지니
Posted by 에디터날개

 

 

최재목의 무덤기행 '가네코 후미코의 무덤을 찾다'에 산지니 펴낸 『나는 나』의 내용이 인용되었습니다. 이 책은 조선의 독립운동가 박열의 아내이자 일본의 젊은 아나키스트 가네코 후미코(1903~1926)가 이치가야 형무소에서 쓴 수기입니다. 그녀는 일본과 조선에서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내다 사회주의 사상에 심취하여 조선인 무정부주의자 박열과 같이 생활하고 옥중에서 결혼하였으며, 천황과 황태자의 암살을 시도했다는 이유로 사형선고를 받아 수감되어 있던 중 23살의 나이로 우쓰노미야 형무소에서 목을 매어 자살하였습니다.

 

박열과 가네코의 다정했던 한 때.

 자주와 자치…모든 사람이 주인이 되는 사회

최근 오슬로 대학에서 온 박노자 교수를 만났다. 마침 영화 ‘박열’이야기가 나왔을 때, 그는 “나는 일본인을 미워하지 않는다. 일본 제국을 미워한다.”는 박열의 대사 한 토막을 기억해냈다.

가네코의『옥중수기』를 보면, 박열을 만나 서로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를 나누는 대목이 나온다. 가네코가 “저기…. 난 일본인이에요. 그러나 조선에 특별한 편견을 가지고 있지는 않아요. 그런데 당신은 나에게 반감을 가지고 있나요?”라고 물었다. 가네코는 “조선인이 일본인을 대할 때 가지는 감정을 대략 알고 있었기 때문”에, “무엇보다도 그것을 확인할 필요”에서였다. 그러자 박열은 이렇게 대답했다. “아니오. 내가 반감을 가지고 있는 것은 일본의 권력계급이오. 일반 민중은 아니오. 특히나 당시과 같이 편견이 없는 사람에 대해서는 오히려 친근감마저 가지고 있소.” 다시 가네코가 박열에게 말한다: “당신은 민족운동가인가요? 사실 난 조선에 오랫동안 살았던 적이 있어요. 그 때문인지 민족운동을 하는 사람들의 기분을 어렴풋하게나마 알 것 같은 기분도 드는데, 그렇다 하더라도 나는 조선인이 아니라서 그들처럼 일본으로부터 억압받은 일이 없으니, 조선인들과 함께 조선을 위한 독립운동을 할 마음은 좀처럼 생기지 않는군요. 그러니까 당신이 만약 독립운동가라면 유감스럽지만 당신과 함께할 수 없어요.”

(조정민 옮김, 『나는 나』, 337쪽).

최재목 영남대 철학과 교수 editor@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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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네코 후미코가 살았던 부강리 집의 현재 모습.

학대와 불운에서 ‘나 자신’을 찾다

가네코는 학대와 불운에서 ‘나 자신’을 확립한다. 그렇게 ‘나 자신’이란 인간을 찾을 수 있게 한 모든 불행한 운명, 학대에 대해, 그녀는 감사한다. 조선에서 일본으로 돌아간 뒤, 도쿄에서 새로운 생활을 시작하며 그녀는 이렇게 말한다.


“나의 불행은 태어나면서부터 시작되었다. 요코하마에서, 야마나시에서, 조선에서, 하마마쓰에서, 나는 줄곧 학대당했다. 나는 ‘자신’이라는 것을 가질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 나는 모든 과거에 감사한다. 나의 아버지에게도, 어머니에게도, 외할머니, 외할아버지에게도, 외삼촌에게도, 이모에게도. 아니, 내가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나지 않고, 가는 곳마다 모든 환경 속에서 학대받을 만큼 학대받은 나의 운명에 감사한다. 왜냐하면 만약 내가 나의 아버지나 외할머니 외할아버지 집에서 부족함을 모르고 자랐다면, 아마 나는 내가 그토록 혐오하고 경멸하는 사람들의 생각과 성격, 생활을 그대로 받아들여 결국에는 나 자신을 발견하지 못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운명적으로 불운한 탓에 나는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조정민 옮김, 『나는 나: 가네코 후미코 옥중수기』, 238쪽) 

 

‘부강’ 체험①: ‘개’에게로 연결된 ‘동포’ 의식

가네코가 조선의 부강에서 체험한 것은 여러 가지가 있다. 여기서는 우선 주요한 것만 언급해두기로 한다.

먼저 그녀의 ‘부강’ 체험에서 눈에 띄는 것은, ‘개’에게서 느낀 ‘동포’ 의식이다.

부강을 떠나 일본의 야마나시에 있는 외가로 다시 갔을 때, 외삼촌이 키우는 개를 데리고 주변을 산책하면서 그녀는 이런 회상을 한다.


“문득 조선의 고모네가 기르던 개가 떠올랐다. 그 춥고 추운 조선의 겨울밤에, 멍석 하나 없이 밖에서 잠자던 개가 생각났다. 내가 배곯고 집 밖으로 쫓겨났을 때, 마치 나의 고통과 슬픔을 알기라도 하는 듯 꼬리를 흔들거나 고개를 떨어뜨리고 콧소리를 내며 나에게 다가오던 개가 떠올랐다. 그때 내가 개의 목을 꼭 붙들고 껴안으며 혼자 소리 죽여 울던 것도, 그리고 밤에 몰래 나가 개에게 멍석을 깔아주었던 일도 또 어릴 적, 아버지에게 찔려 죽은 가여운 개의 죽음도./조선에 있었을 때 나는 나와 개를 항상 연결 지어 생각했다. 우리 둘 모두 학대당하고 괴롭힘을 당하는 가장 딱한 동포라는 생각까지 했다.”(조정민 옮김, 같은 책, 183쪽)


가네코의 『옥중수기』에는, 부강 시절 할머니에게 쫓겨나서 어린 그녀가 “만주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눈과 모래가 섞여 가차 없이 얼굴과 다리를 때리는” 춥고 추운 조선의 겨울밤을 지새우는 장면이 나온다(조정민 옮김, 같은 책, 104쪽). 쫓겨난 그녀와 함께 밤을 지새운 따스한 개. 그 개보다 못한 차디 찬 ‘할머니=일본인’이 그녀의 트라우마로 남아있다.

 

‘가난-반감-반항심-동정심’에서 ‘사회주의사상’으로  

조선에서 체험한 것은 위의 ①∼③ 외에도 고리대금업 등 주변에서 일어나는 많은 것들이 있다. 이런 것들을 목도하면서 가네코는 조선인들이 불쌍하게 ‘억압당하고, 고통받고, 착취당하는’ 것에 한없이 동정심을 갖는다. 그리고 ‘지금까지 겪어오면서 느낀 감정들이 정당하다는 것을 이론적으로 뒷받침해줄’ ‘사회주의/사상’에 접하면서 ‘불이 붙는다’.


“사회주의는 나에게 특별히 새로운 것을 제공하지는 않았다. 지금까지 겪어오면서 느낀 감정들이 정당하다는 것을 이론적으로 뒷받침해줄 뿐이었다. 나는 가난했고 지금도 가난하다. 그 때문에 나는 돈을 가진 자로부터 혹사당하고 괴롭힘을 받았으며 들볶였고 억압당했다. 또한 자유를 빼앗겼으며 착취당하고 지배당했다. 이런 나는 힘을 가진 자들에 대해 항상 마음속 깊이 반감을 가지고 있었다. 동시에 나와 같은 처지의 사람들을 진심으로 동정했다. 조선의 할머니 집 하인 고씨를 동정했던 것도, 불쌍한 개마저 동지처럼 느꼈던 것도 그 외에 이 수기에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할머니 주위에서 일어난 많은 일에서 억압당하고 고통받고 착취당하는 불쌍한 조선인에 대해 한없이 동정했던 것도 이러한 마음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내 마음속에 타오르고 있던 반항심과 동정심은 순식간에 사회주의 사상에 의해 불이 붙어버렸다./아아, (중략) 우리와 같은 불쌍한 계급을 위해, 나의 모든 목숨을 희생해서라도 투쟁하고 싶다.//그렇지만 여전히 나는 어떻게 이러한 정신을 살려갈 수 있는지 알지 못했다. 나는 무력했다. 무언가를 하고 싶어도, 그에 대한 준비도 단서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 나는 그저 불평, 불만, 반항심만 가득한 일개 반항아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다.”(조정민 옮김, 앞의 책, 300쪽)


가네코는 ‘가난→반감→반항심→동정심→사회주의사상’의 경로를 밟으며 이곳까지 왔다. ‘불평, 불만, 반항심만 가득한 일개 반항아’가 사회주의/사상에 이론화되어 투쟁심을 기른다. 그런데 그녀는 과연 사회주의에 대해 어떤 ‘믿음’과 ‘거리’를 갖고 있었을까. 일본인에 대한 ‘반항심’과 조선인에 대한 ‘동정심’이 국가・권력에 대한 ‘회의’를 거쳐, ‘위안 없는 사유’ 아나키즘으로 나아가는 길목이 사뭇 궁금해진다. 


최재목 영남대 철학과 교수 editor@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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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네코 후미코에게 나라와 민족의 구분은 중요한 일이 아니었습니다. 착취하는 계급과 착취당하는 계급, 억압하는 계급과 억압받는 계급만이 유의미한 차이였습니다. 그렇기에 그녀가 돕고자 노력한 대상은 일본인에 의해 고통받는 조선인뿐 아니라, 세계의 고통받고 있는 모든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녀의 삶은, 조선인이든 일본인이든 상관없이 자유를 빼앗기고 혹사당한 모든 이들을 위한 투쟁이었습니다.  이데올로기와 민족을 넘어서 '사람과 삶' '인류와 인권'을 말하는 그녀의 목소리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우리의 마음을 울리고 있습니다.

 

 

 

 

 

 

나는 나 - 10점
가네코 후미코 지음, 조정민 옮김/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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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비회원

안녕하세요 인턴 '미기후' 입니다.

오늘은 뜻깊은 행사를 알려드리는 시간을 가질려고 합니다.

 

 

바로, '레지스탕스 영화제'인데요. 아마 많은 분들이 생소하실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올해가 1회이기 때문입니다. '서울극장'에서 9월 6일부터 9월 10일까지 총 5일간 진행됩니다.

 

축제 명칭인 '레지스탕스''저항'을 뜻하는 프랑스어인데요.

 

거기에 맞춰서'저항의 기억, 저항의 영화'라는 슬로건으로 영화제가 진행된다고 합니다. 내년이 3·1운동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되는 해를 기념하는 영화제인 만큼 개막작 '알제리 전투'를 시작으로 반제국주의, 독립, 해방운동 이렇게 3가지 키워드로 묵일 수 있는 14개국 출신 작품 18 작품을 선별하고 관객들에게 상영한다고 합니다.

 

 

 

 

 

영화제 포스터 인데요.

어디서 많이 본 듯한 배우가 포스터에 있습니다.

바로 영화 '박열' '동주'에서 열연을 한 최희서 배우입니다.

 

영화 '박열'에서 '가네코 후미코'의 역할을 잘 표현해서 많은 호평을 받았었는데요. 그녀가 이번 영화제 포스터에 참여하게 된 이유 역시 '박열'에서 절대 권력에 저항했던 청년들 이야기의 연장선으로 이 영화제를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가네코 후미코'의 삶은

산지니에서 출간한 『나는 나』 도서에서도 자세하게 나와있는데요.

 

 “나는 나 자신을 위한 진정한 일을 하고 싶었다. 그렇게 함으로써 우리의 생활은 곧 우리와 일치된다. 먼 저편에 이상적인 목표를 두는 것과는 다른 것이다." 

<나는 나> p.329

 

 책 속의 저 한 구절처럼.

가네코 후미코의 삶은 그 자체로 저항이었으며,

국가와 가부장의 이데올리기를 저항한

진정한 아나키스트였습니다.

 

이번 제 1회 '레지스탕스 영화제'를 통해서

『나는 나』에 가네코 후미코의 '저항의 삶'과 진정한 아나키스트의 면모를

알아보는 것은 어떨까요?

 

여기까지 인턴 '미기후'의 마지막 포스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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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 - 10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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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비회원

 

 선택은 어렵습니다. 무엇을 고르는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어떤 것들을 놓게 됩니다.

[2017 산지니 올해의 책] 의 주제는 '책과 이동'입니다.

산지니 멤버들 모두 짧은 에세이 속에 [올해의 책] 을 한 권씩 담아주셨습니다.

한 번의 선택으로 책을 만드는 수고로움과 기쁨 전부를 담을 수는 없겠지만, 골라주신 올해의 책을 통해 함께 여러 곳으로 뻗어나가고 싶었습니다.

'책과 영화', '책과 시위', '책과 역사', '책과 삶', '책과 의무', '책과 노래' 속으로 초대합니다.  

 *

 첫 책은 <나는 나>(가네코 후미코, 2012) 입니다.

몇 해 전 출간된 책이지만 '올해의 기사회생' 책으로 특별하게 다가오는 수기집.

병아리 편집자의 소개로 시작합니다!

 

 

 

 

책과 영화

『나는 나』(가네코 후미코 지음 | 조정민 옮김) <박열>(2017)

 

 조금씩 더위가 찾아오던 지난 6, 영화 <박열>을 통해 그 여자를 처음 만났다.

가네코 후미코, 식민제국 시기의 일본인이었지만 본인의 조국에 비판적으로 맞섰던 여인.

일본인 판관 앞에서 천황제의 모순을 꼬집고 본인의 주장을 펼치던 당당한 모습에 시선을 완전히 빼앗겼던 기억이 난다. 영화에는 나오지 않은 가네코 후미코의 인생을 더 알고 싶어 펼친 책, 『나는 나』. 평생 자신을 둘러싼 부조리와 사회의 족쇄로부터 벗어나려 했던, 자기 자신의 주체적인 삶을 살고자 했던 한 여인의 모습이 여기에 담겨 있었다.

책의 말미에, 가네코 후미코는 박열을 만난다. 서로 마음도 잘 맞았던 두 사람은 동지로서 함께하기로 약속한다. 평생 혼자였던 가네코 후미코는, 그를 만나고 비로소 이렇게 말한다.

"죽는다면 함께 죽읍시다. 우리, 함께 살고 함께 죽어요."

병아리 편집자

 

 

『나는 나』

 

 

 

<폭식광대> 권리 소설집

 

 한겨레문학상을 받으며 등단한 권리 선생님의 첫 소설집입니다.

네 편의 단편소설들은 모두 현실과 환상의 경계가 불분명하지요. 페이크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쓰인 작품들은 기묘한 분위기 속에서 사회 비판적 메시지를 전합니다.

가볍지만 무겁고, 이상하지만 외로운 이야기들. 독특한 권리의 문학을 만날 수 있는 작품입니다.

 

#영화<지구를지켜라> #독특한상상력 #괴짜가전하는한국사회의이면

#영화 #뮤지컬 # #<혐오스런마스코의일생> #멀리서보면희극가까이서보면비극 #잔혹동화

단디sj 편집자

 

 

『폭식광대』

폭식 광대 - 10점
권리 지음/산지니

 

 

 

 

 

 

 

책 소개 : 괴기한 시대의 이상하고 괴로운 네 편의 이야기들 『폭식광대』  

관련 기사 : 단편소설에 담은 사회비판과 저항-김사과․권리 소설집  

 

 

 

 

               책과 시위/책과 영화 

                <거리 민주주의 : 시위와 조롱의 힘> 스티브 크로셔 지음 | 문혜림 옮김

                       

 

 1

 선인세. 번역료. 에이전시 중개 수수료. 게다가 올컬러 인쇄에 하드커버 제본까지. 원가가 높으니 책값도 올라갈 수밖에 없다. 너무 비싸다고 독자들이 외면하면 어쩌지. 그래도 세계의 다양한 거리 시위 현장을 소개한 이런 멋진 책이 국내에 없으니 한번 해보자. 이후 영어판 <Street Spirit>은 한국어판 <거리 민주주의>로 탄생했다. 홍보대행사를 통해 언론사에 책과 보도자료를 보내자 연합뉴스를 시작으로 국내 주요 일간지에서 문의 전화가 쇄도했다. 홍보는 대성공이었고 예상대로 불티나게 팔리지는 않지만 조금씩 꾸준히 나가는 산지니의 스테디셀러가 되었다. 세계사에 길이 남을 만한 촛불 시위를 경험하며 서면 대로를 밤새 걷던 기억이 아직 생생하다. 부당한 권위에 맞서야 할 때가 다시 온다면 <거리 민주주의>가 소개하는 세계 민중들의 유쾌하고 기발한 아이디어에서 영감을 얻어도 좋을 것이다.

 

권디자이너

 

2

 2016년부터 넘어온 겨울은 참으로 지난했습니다. 끝나지 않을 것 같았던 겨울을 거둬낸 것은 촛불의 불씨였지요. 이 책은 세계 각국의 이색적인 시위를 다루고 있습니다. 부당한 권력에 맞서는 사람들의 움직임을 마주하며, 익살과 유머, 웃음으로 빚어낸 변화의 순간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영화<스톤월> #성적소수자인권드라마 #평등을위한운동

#영화<토니에드만> #어떤순간에도웃음을잊지마 #가족드라마 #책과소재는달라요 #웃픈이야기

 단디sj 편집자

 

 

『거리 민주주의』

거리 민주주의 - 10점
스티브 크로셔 지음, 문혜림 옮김/산지니

 

 

 

 

 

 

책 소개 : 전 세계의 생생한 시위 현장을 가다 - 『거리 민주주의: 시위와 조롱의 힘』

관련기사 : 독재자에게 박수갈채·인형시위, 한 전세계 시위방법들 (연합뉴스)

북 트레일러 : 『거리 민주주의: 시위와 조롱의 힘』

 

 

 

 

 

책과 의무

 <저항의 도시 타이베이를 걷다> 왕즈훙 외 지음 | 곽규환 외 옮김

 

 목적 없이 걷듯이 읽게 되는 책이 있습니다. 자주 두리번거리고 뒤돌아보고 사진을 찍게 되는 건 새롭기 때문만은 아니겠지요. 새롭다는 것과 낯설다는 것에 대해 생각합니다. 단순한 비유가 아니라 <저항의 도시 타이베이를 걷다>는 제게 일상 속에서 길을 잃는 낯선 순간들을 가져다주었습니다. 올해의 책을 고르며 '샤오싱 공동체', '캉러리 마을', '화광 공동체', '융춘 마을'을 찾아 이리저리 페이지를 옮겨 다녔습니다. 낯선 이름들이 가져다준 이곳의 삶. 등을 맞대고 앉은 편집자님께 쪼르르 달려가 김동원 감독의 다큐멘터리 <행당동 사람들>(1994)에 대해 말씀드렸더니, '만덕.' 여기도 그런 곳이 있어요, 하고 대답해주십니다. 오래 전부터 이 책을 읽어야만 했던 것 같습니다. 12월에 이렇게 부산으로 오게 된 것처럼요.

 

 막내 편집자

 

 

 

『저항의 도시 타이베이를 걷다』

저항의 도시, 타이베이를 걷다 - 10점
왕즈홍 외 지음, 곽규환 외 옮김/산지니

 

책 소개 : 타이베이의 도시사를 따라가는 다크 투어리즘 『저항의 도시 타이베이를 걷다』

관련 기사 : 화려한 관광지? 저항의 역사를 담은 현장! 『저항의 도시 타이베이를 걷다』

산지니북투어

                타이베이 어둠 여행단 모집  

 

 

 

 

 

책과 역사

<유마도> 강남주 장편소설

 

 학교에선 임진왜란을 굉장히 자극적이게 가르칩니다. 어떻게 침략했다, 어떻게 죽였다, 이렇게 잔인하게 죽였다, 이런 식으로요. 하지만 임진왜란 이후로 이어지는 '조선통신사'는 스쳐 지나가듯 언급합니다. 솔직히 저도 대학교에 들어와서 한 선배의 졸업작품을 보고 그런 게 있었지 참, 하고 기억해냈으니 말입니다. (저도 졸업한 지 쪼오끔 지났으니 요즘은 어떤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그런 전쟁 이후에 어떻게 국가 간에 신의를 통하는 사절이라는 뜻의 통신사가 오가게 되었는지, 또 그런 사절단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했는지, 소설 <유마도>는 스쳐 지나갔던 '조선통신사'의 행렬을 뒤쫓을 수 있게 해줍니다. 이렇게 말하니 공부를 열심히 했던 사람 같지만… 뒤에서 3등 했던 사람도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작품입니다.

좀비 디자이너

 

 

 

『유마도』

유마도 - 10점
강남주 지음/산지니

 

책 소개 : 관련 기사 : 조선통신사 변박, 버드나무 아래 말을 그리다 - 소설 『유마도』

관련 기사 : 254년 전 조선통신사의 모습은 어땠을까요?

조선통신사 기록물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었네요!

 

 

 

책과 삶

『당당한 안녕』(이기숙 지음)과 아버지

 

 죽음을 준비하고 잘 맞이해야 한다는 것을 이론적으로 알고는 있었다.

실제 나의 문제로 와닿게 된 건 올해 초. 설날 갑자기 쓰러지신 아버지가 지금도 요양원에 누워계시기에, 이 책을 읽으면서 아버지도 미리 준비를 했더라면 지금 괴로운 시간이 아닐텐데 하는 생각이 많이 든다. 삶을 잘 마무리하는 것도 내 생을 위한 중요한 과정이라는 것을 책을 보고 잘 정리하게 됐다. 남은 사람들을 위해서도 '당당한 안녕'을 할 것이다.

 

산그늘 편집자

 

 

 

『당당한 안녕』

 

 

 

 

 

책과 노래 

『해운대 바다상점』(화덕헌 지음, 해피북미디어) 들어와요~ 바다상점♬

 

 “우와! 바다다~” 해운대 바다에 관광객의 눈길이 쏠린다. 빼앗긴 눈길에 장사가 힘든 바다상점. 주인장은 바다와 경쟁하기보다 바다를 껴안기로 마음먹었다. 바다쓰레기의 위대한 재탄생. 그 이야기를 책에 담았다. 이곳에서 가장 잘 나가는 상품은 새우깡. 갈매기의 먹이다. “부산 갈매기~ 부산 갈매기~♪”. 롯데 야구팬의 응원가로 유명한 주인공 ‘부산 갈매기’는 해운대 바닷가에서 끼룩끼룩 새우깡을 받아먹고 있다. 누군가 먹이를 던져주듯 책도 그럴 수는 없나? 책의 운명은 바다에 누운 듯하다. 아직은. “나 하나의 모습으로 태어나~ 바다에 누워~♬” 해 저문 노을을 베개 삼아 저 바다에 눕고만 싶다. 물살의 깊은 속을 항구는 알까? “돌아와요~ 부산항에~♪”. ‘꽃 피는 동백섬, 오륙도 연락선, 해운대 백사장’. 항도 부산, 부산의 정체성과 깨끗한 바다를 위한 노력이 『해운대 바다상점』에 담겨 있다.

 

 

흰소 기획자

                                                                                  

 

 

『해운대 바다상점

해운대 바다상점 - 10점
화덕헌 지음/해피북미디어

 

 

 

 

 

 

책 소개 : 바다쓰레기, 폐파라솔의 새로운 탄생에 얽힌 이야기들 : 『해운대 바다상점

저자와의 만남 : [출판도시 인문학당] 바다쓰레기, 다시 태어나다 :: 화덕헌 작가님 강연

 

                                                                           

 [2017 산지니 올해의 책]  에서 선택된 책들을 통해 산지니의 또 다른 책들로, 혹은 책상 위에 쌓여 있거나 책방 서가에 꽂힌 닮은 책들과 만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다가오는 2018년에도 산지니에서는 '멀리 보고, 높이 날고, 오래 버티는' 좋은 책들을 준비 중입니다. 이 책들이 좋은 친구가 되어줄 수 있기를, 자주 곁에두고 읽어주시기를!

 

 

 

 

덧붙이며,

그저께 사무실에 도착한 따끈따끈한 신간을 소개해드릴게요.

아시아 총서 25권으로 출간된 <중국 근대불교학의 탄생>입니다. 

 

 

 

 

중국 근대불교학의 탄생 - 10점
김영진 지음/산지니

                    

 

 

 

 

격동과 혼란의 시기에 피어난 중국의 근대불교학
문헌학, 역사학, 철학으로 그 거대한 흐름을 들여다보다! 

 동국대학교 경주캠퍼스 불교학부에 재직 중인 저자 김영진 교수가 십 수 년 간 학술사와 사상사 맥락에서 중국 근대불교학의 형성을 추적한 결과물이다.
 본서에는 불교를 혁명 종교로 각색한 장타이옌(章太炎), 불교에 계몽의 옷을 입힌 량치차오(梁啓超), 백화문 연구에서 선종 연구에 도달한 후스(胡適) 등 중국의 여러 사상가와 학자들이 등장한다. 저자는 이들의 노력으로 탄생한 중국의 근대불교학에서 동아시아 전통 종교와 학술이 ‘근대’라는 시공을 맞아 기꺼이 감내한 자기 변혁과 동서(東西) 학술의 교차가 빚은 창조성을 확인하고자 했다. 본서는 이 분야를 다룬 국내 최초의 학술서라고 할 수 있다. 『중국 근대불교학의 탄생』은 서양의 방법론이 도입되는 혼란 속에서 중국 근대불교학이 어떻게 발생하고 성장하는지 추적한다. 저자 김영진은 문헌학, 역사학, 철학이라는 세 갈래 길을 따라 근대불교학의 잉태와 탄생을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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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여러분!

병아리 편집자입니다^^

 

산지니 둥지의 앞마당이나 다름없는 영화의 전당에서

부산국제영화제가 무사히 막을 내리고

어제는 대종상영화제가 있었답니다ㅎㅎ

 

여러분 모두 산지니의 책 『나는 나』에 대해 기억하시나요?

『나는 나』! 가네코 후미코가 감옥에서 쓴 수기로,

영화 <박열>에서 다루지 못한 가네코 후미코의 이야기를 모두 보여주는 책이랍니다.

 

오랫동안 잠들어 있던 『나는 나』를 깨워준

 

영화 <박열>과 가네코 후미코를 연기한 배우 최희서 씨의 대종상 수상 소식입니다!!

 

***

 

 

영화 '박열', 대종상영화제 5개 부문서 기염 (뉴데일리)

 

마이더스 이준익 감독이 연출한 영화 '박열'이 제54회 대종상영화제에서 5관왕을 달성했다.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배우 신현준과 스테파니 리의 사회로 진행된 제54회 대종상영화제에서 '박열'감독상과 더불어 여우주연상(최희서), 신인여우상(최희서), 의상상(심현섭), 미술상(이재성) 등을 휩쓸며 최다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역사 속에 가려진 인물 '박열'의 파란만장한 삶을 담아낸 영화 '박열'은 이준익 감독의 뛰어난 연출력과 배우들의 호연이 조화를 이루면서 개봉 당시 평단과 관객으로부터 높은 호응을 받았던 작품이다.

 

 

(하략)


기사 전문 읽기 (뉴데일리 조광형 기자)

 

***

 

무려 5관왕이라니...!!

『나는 나』를 세상 밖으로 꺼내준 작품이라 그런지

영화 <박열>에 더 애착이 갔는데ㅎㅎㅎ

최다 수상을 축하합니다!!^^

 

대종상영화제의 결과를 확인하셨나요?^^

수상 결과만 확인하고 끝내기엔

아쉽지 않으신가요?ㅎㅎㅎ

 

여우주연상까지 받은 배우 최희서 씨가

가네코 후미코를 연기하기 위해서 읽었다는

산지니의 『나는 나』를 빼놓을 수 없겠죠?

 

 

종이책은 물론 전자책도 있으니까 뭐든지 골라서 읽어보세요!^^

영화에서 풀리지 않았던 가네코 후미코의 이야기가

모두 담겨 있는 책이랍니다^^

 

나는 나 - 10점
가네코 후미코 지음, 조정민 옮김/산지니

 

 

Posted by 비회원

시사IN에 가네코 후미코 관련 기사가 나왔네요~

내용이 꽤 길어서 기사 전문은 따로 링크를 했습니다.

하단의 기사 전문 읽기를 누르시면 시사IN 창으로 이동합니다~^^

 

***

 

여기 한 명의 여성이 있다. 일본 이름 가네코 후미코(金子文子). 한국 이름 박문자. 영화 <박열>에서 주인공의 동지이자 아내로 등장하면서 비로소 인구에 회자되기 시작한 인물이다. 제국주의 본진인 도쿄 한복판에서 일왕제(천황제)의 부조리함을 고발하다 감옥에서 스물세 해의 짧은 생을 마쳤다.

가네코 후미코는 우리가 익히 아는 여성 혁명가들과는 달랐다. 그녀는 불세출의 혁명가가 아니었다. 매혹적이라는 수식어로 포장되는 근대 여성도 아니었다. 배움도 배경도 없는 동아시아의 ‘흙수저’ 그 자체였다. 그녀의 삶은 다만 처절하고 치열했으며, 그러므로 혁명적이었다.

 

(중략)

 

 

가네코는 무정부주의자(아나키스트)가 되는 길을 택했다. 아나키스트와 공산주의자로 구성된 ‘흑도회’를 구성하고 그 기관지인 <흑도>를 간행한다. <흑도>에는 이런 ‘선언’이 실려 있다. “우리에게는 어떠한 고정된 주의(主義)도 없다. 마르크스나 레닌이 뭐라고 지껄이든 말든, 검은 개(우익)가 짖든 말든 우리들에게는 우리들만의 소중한 체험과 재능과 방침이 있다. 그리고 뜨겁게 약동하는 피가 있다.”

그녀는 여성으로서 사회적 정체성을 직시했다. 피억압 민중 가운데에서도 가장 약자인 여성으로서 비참한 유년을 견뎠던 기억이 그녀를 기존 체제와 권력을 부정하게끔 이끌었다. 영화 <박열>에서 인상적으로 묘사되는 그녀와 박열의 동거 서약(‘동지로서 동거한다. 운동 활동에서는 가네코 후미코가 여성이라는 생각을 갖지 않는다. 한쪽의 사상이 타락해서 권력자와 손잡는 일이 생길 경우 공동생활을 그만둔다’)은 그녀가 제안한 것이었다.

 

 

가네코가 맞서려는 세계의 끝에는 일왕제가 있었다. 그녀에게 장자 상속 원칙을 따르는 일왕제는 국가권력과 가부장의 화신이었다. 그녀가 박열과 함께 왕세자에게 폭탄 테러를 가하려 한 ‘대역죄’로 사형선고를 받았을 때 전향하라는 일왕 측의 요구를 끝내 거부한 건 이런 이유였다. 당시 판사는 그녀를 일컬어 “반항적이고 열광적이며 눈물이 많고, 때로 무서울 정도로 히스테릭하다”라고 기술했지만, 오히려 이는 그녀의 결연한 태도를 보여주는 대목인지도 모른다.

 

(하략)

 

시사IN 이오성 기자

 

기사 전문 읽기 (시사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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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박열]의 가네코 후미코를 읽다

정선재 (산지니 편집자)

 

 

“너답지 않게 왜 이래?” “나다운 게 뭔데! 어흑흑흑….”

뻔한 드라마의 뻔한 대사다. 그런데 이 말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생각보다 삶의 깊은 물음에 도달한다. 진짜 나다운 건 뭘까? 나다운 삶으로 가는 길은 어디에 있을까? 웬 ‘중2병’ 같은 고민이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삶의 방향을 어찌 열다섯 살에만 고민할 수 있겠는가. 나답게 사는 것, 아마 이것은 평생을 풀어야 할 숙제 같은 게 아닐까.

 

 

여기 국가와 가부장의 이데올로기에서 벗어나 철저히 나만을 위해 산 사람이 있다. 신념 가득한 눈으로 당차게 일본 제국주의를 조롱하던 아나키스트 가네코 후미코. 영화 <박열>을 통해 그녀를 만났다면 누구나 궁금해할 것이다. 무엇이 가네코 후미코를 이렇게 만들었는가?(이 책의 원제는 ‘무엇이 나를 이렇게 만들었는가’다)


가난과 폭력은 가네코 후미코의 어린 시절 대부분을 차지한다. 호적에 오르지 못해 학교를 다닐 수 없었고, 일본인이었지만 조선에서의 생활은 노예나 진배없었다. 그녀는 자신의 불행이 태어나면서부터 시작됐다고 말한다. 하지만 후미코는 그 불행 앞에 고개 숙이지 않는다. 제국주의의 허상을 꿰뚫고,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모두가 평등한 인간임을 깨닫는다. 거대한 이데올로기를 향해 거침없이 침을 뱉는다.  

가네코 후미코는 23년이라는 짧은 생을 살았다(자살이라 알려져 있지만 타살 의혹이 있다). 서럽고 고된 삶이었지만, 빛이 난다. 나를 위한 삶, 더 나은 세상을 위한 노력이 그녀의 청춘을 가득 채우고 있기 때문이다. 진흙 속에서 연꽃이 피듯, 어둠과 절망의 시대 속에서 자신만의 삶을 피워낸 가네코 후미코. 그녀의 삶을 껴안으며 그녀가 사랑한 모든 것에 축복이 있길 바라본다. 후미코의 수기는 “내가 사랑하는 모든 것에 축복이 있기를!”이라는 문장으로 끝난다.

 

기사 원문 (시사IN)

나는 나 - 10점
가네코 후미코 지음, 조정민 옮김/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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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여러분~ 병아리 편집자입니다^^

상쾌한 목요일입니다! 하고 인사를 하면 좋겠지만

현실은 덥고 습한 목요일이네요...ㅎㅎㅎ (ㅠ.ㅠ)

 

하지만 이런 날씨도 이겨낼 수 있는 반가운 소식을 하나 가져왔습니다!

바로 <나는 나> 재조명에 큰 보탬이 되었던 영화 <박열>에 대한 소식인데요.

영등위(영상물등급위원회)에서 <박열>을 '청소년을 위한 좋은 영화'로 선정했다고 합니다!!

 

이로써 영화가 다시 주목을 받으면~ 등장인물에 대한 관심도 높아질 거고요~

다시 <나는 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지 않을까~ 작은 기대를 가져봅니다ㅎㅎㅎ

 

그럼 자세한 내용을 담은 기사를 보여드릴게요^^

전체 내용을 보시려면 기사 전문 읽기를 누르시면 됩니다~

 

***

 

‘박열’ 관객수 230만 돌파… 영등위, 청소년을 위한 좋은 영화 선정

 

 

[글로벌이코노믹 백승재 기자]

 

영화 ‘박열’이 관객수 230만 명을 돌파하며 손익분기점을 가볍게 넘겼다. 영상물등급위원회는 '박열'을 청소년을 위한 좋은 영화로 선정했다.

3일 전주 메가박스에서 ‘박열’의 사실상 마지막 영화관 상영이 예정돼있다. 지난 6월 28일 개봉한 영화는 2일 235만 5631명의 누적관객수를 기록하며 150만 명인 손익분기점을 훌쩍 넘겼다.

 

(하략)

 

기사 전문 읽기 (글로벌이코노믹)

 

***

 

참! 또 하나의 소식이 있습니다^^

8월 3일부터 <박열>을 IPTV와 VOD 서비스로 만날 수 있다는 소식!

이제는 안방에서 동시상영으로 <박열>을 즐기실 수 있답니다~

 

가네코 후미코의 옥중 수기 <나는 나>에도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Posted by 비회원

가네코 후미코 91주기 추도식.

7월23일 일요일 오전, 경북 문경의 하늘은 눈물을 쏟아냈습니다.

박열의사기념관 옆 가네코 후미코의 묘지.

거센 빗줄기 속에서도 추모객은 입추의 여지가 없었습니다.

문경시장을 비롯한 지역관계자분들, 후손들, 부강초 동창생들,

아나키스트를 비롯한 독립운동가들.

그 한켠에 산지니 출판사도 조용히 자리를 지켰습니다.


 

준비해 간 가네코 후미코 옥중수기 <나는 나>

2쇄본 5권을 검은 리본에 묶고 비닐봉지에 담아 묘소 앞에 모셨습니다.

가네코 후미코, 당신이 감옥에서 담담하게 써내려간 처연한 생의 기록.

2012년 발간 후에도 오랜 세월 지하창고에서 빛을 보지 못했던 책 <나는 나>

 

나는 더 많은 세상의 부모들이 이 수기를 읽어주었으면 한다.

아니, 부모들뿐만 아니라 더 좋은 사회를 만들고자 하는 교육가, 정치가,

사회사상가 모두가 읽어주었으면 한다.“ -옥중수기 머리말 중

 

 

당신의 바람처럼 이제야 우리 독자들께 당신의 삶을 널리 알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불꽃같은 23년을 살다 간 가네코 후미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당신을 찾아뵐 최소한의 면목이 생긴 것은 배우 최희서 덕분입니다.

영화 박열을 통해 가네코 후미코의 삶과 사상이 관심사로 떠올랐습니다.

배우 최희서의 열연과 영화 준비과정에서의 열정은 가네코 후미코를 돌아보게 했습니다.

 

 

이 날도 배우 최희서는 그의 블로그 꼭지명처럼 생각하는 想者를 열었습니다.

전사로 불렸던 시인 김남주의 <고목>을 헌시로

가네코 후미코 <최후의 변론>도 추모사로 소개했습니다.

 

배우 최희서는 가네코 후미코 묘소 방문이 벌써 4번째랍니다.

한 영화인의 진정성이 엿보입니다.

영화사측은 다음 스토리펀딩 모금액 5,643,650원을 박열의사기념관 측에 기부했습니다.

 

 

아래는 시집 《조국은 하나다》에 실려 있는 <고목> 전문입니다.

 

고목 - 김남주


대지에 뿌리를 내리고

해를 향해 사방팔방으로

팔을 뻗고 있는 저 나무를 보라

주름살투성이 얼굴과

상처 자국으로 벌집이 된

몸의 이곳 저곳을 보라

 

나도 저러고 싶다 한 오백년

쉽게 살고 싶지는 않다

저 나무처럼 길손의 그늘이라도

되어주고 싶다.


갖은 풍상에 주름지고 상처받았어도
오랜 세월 살아 남아
큰 그늘 만들어 쉼을 허락하는 나무.
그 나무가 되고 싶다는 시인의 목소리를
가네코 후미코의 마음으로 승화시킵니다.
배우 최희서의 헌시를 고른 안목이 대단합니다.


아래 사진은 배우 최희서 님이 산지니 출판사를 위해 <나는 나> 책에 사인해 준 겁니다.

문자=후미코의 한자명입니다.


 

 

나는 나 - 10점
가네코 후미코 지음, 조정민 옮김/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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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밤~!

산지니 프렌즈의 독서회원이신 조혜원 님이 올려주신 기사입니다!!

며칠 전에 <나는 나>를 읽으시고 서평을 올려주셨는데

그 글을 다듬어서 오마이뉴스에 게재하셨네요~^^

멋진 서평이 담긴 기사를 가져왔습니다 :)

기사 전문 읽기를 누르시면 오마이뉴스 기사 페이지로 이동합니다~

 

***

 

 

 

(상략)

 

옥중 수기지만 자서전과 다름없다. 태어나서부터 박열과 만나는 순간까지 살아온 시간들이, 그 끈적이게 아픈 흔적들이 생생하게 담겨 있다. 1903년에 태어났으니 한참 옛날이다.

일본 여자 가네코 후미코가 조선 남자 박열과 함께 일본에 맞서는 반제국주의 운동에 뛰어들지 않았다면, 그 때문에 젊은 나이에 세상을 등지지 않았다면, 지독하게 어렵고 힘들던 그 시간들은 어쩌면 우리 어머니들의 어머니들도 겪었을 법한 가슴 아픈 개인사로만 여겼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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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난했고 지금도 가난하다. 그 때문에 나는 돈을 가진 자로부터 혹사당하고 괴롭힘을 받았으며 들볶였고 억압당했다. 또한 자유를 빼앗겼으며 착취당하고 지배당했다. 이런 나는 힘을 가진 자들에 대해 항상 마음속 깊이 반감을 가지고 있었다. …… 내 마음속에 타오르고 있던 반항심과 동정심은 순식간에 사회주의 사상에 의해 불이 붙어버렸다. 아아, 나는 우리와 같은 불쌍한 계급을 위해, 나의 모든 목숨을 희생해서라도 투쟁하고 싶다."_300쪽

 

(중략)

 

"곧 이 세상에서 나라는 존재는 사라질 것이다. 그러나 현상은 현상적으로 없어질 뿐, 영원의 실제 속에서는 존속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나는 지금 평안하고 냉담한 마음으로 이 조잡한 수기의 펜을 놓는다. 내가 사랑하는 모든 것에 축복이 있기를!"_344쪽

책 한 권으로 단숨에 나를 흔들어 놓은 가네코 후미코. 나는 지금 조금은 서럽고 뜨거운 마음으로 이 조잡한 후기를 마친다. 더 나은 세상을 꿈꾸었다는 것이 죄가 되어, 옥에서 삶을 마쳐야 했던 가네코 후미코. 당신의 영혼에 진심으로 축복이 있기를!

 

오마이뉴스 조혜원 시민

 

 

 

기사 전문 읽기 (오마이뉴스)

Posted by 비회원

영화 ‘박열’은 1923년 독립운동가 박열이 일본 황태자 암살 혐의로 공판을 받는 과정을 그린다. 그의 동지이자 연인인 가네코 후미코는 사형 선고를 받는 순간까지 박열과 함께했던 인물로, 영화의 또 다른 주인공이다. 이 과정에서 본인이 남긴 옥중수기와 당시의 기록들, 그리고 후대의 연구들은 일본의 하층민, 특히 여성의 삶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그의 투쟁은 천황으로 대표되는 가부장제 국가에서 한 명의 독립적인 인간으로 존재하기 위한 것이었고, 이는 2017년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도 큰 울림을 준다. 영화에서 미처 다 다루지 못한 가네코 후미코의 삶을 정리했다.

 

 

(중략)

 

박열의 동지
후미코는 ‘청년조선’에 실린 박열의 ‘개새끼’라는 시를 접하고 그에게 운명적 끌림을 느껴 먼저 동거를 제안했다. 두 사람은 동지이자 연인으로서 대등한 관계였는데, 1922년 도쿄에 방문했던 후미코의 어머니가 “그때 후미코는 단발머리에다 조선옷을 입고 남자용 가방을 메고선 거의 하루 종일 어딘가를 돌아다녔습니다. 그러니까 박열과의 생활은 남녀 두 사람이긴 했어도 지극히 사이가 좋은 두 남자가 함께 사는 세대처럼 보였습니다”라고 증언하기도 했다. 두 사람은 ‘뻔뻔스러운 조선인’이라는 잡지를 통해 일본의 권력자들에게 ‘불령선인(뻔뻔스럽고 무례한 조선인)’으로 불리는 조선인들의 무고함을 일본 민중에게 알렸고, 저항의식을 가진 조선인과 일본인 모임인 불령사를 조직했다. 1923년 관동대지진 직후 함께 구속된 두 사람은 감옥 안에서도 투쟁을 이어나갔다. 후미코는 법정에서 “박열이 갖고 있는 모든 과실과 모든 결점을 넘어 나는 그를 사랑한다. 박열과 함께 죽는다면 나는 만족스러울 것이다. 설령 재판관의 선고가 우리 두 사람을 나눠놓는다 해도 나는 결코 당신을 혼자 죽게 하지는 않을 것이다(‘재판기록’)”라고 선언하거나 옥중서신을 통해 지인에게 “혹시 여유가 있어서 나에게 줄 게 더 있다면 그것은 P(박열)에게 주었으면 합니다. P에게 뭘 좀 먹여주고 싶어요”라고 부탁할 만큼, 박열을 뜨겁게 사랑했다.

 

(중략)

 

참고 도서
‘가네코 후미코’ 야마다 쇼지. 산처럼
‘나는 나’ 가네코 후미코. 산지니

 

 

기사 전문 읽기

 

 

***

 

영화 '박열' 개봉과 함께 가네코 후미코라는 이름이 주목받기 시작했습니다.

산지니 출판사에서 출간한 가네코 후미코의 옥중 수기

'나는 나'가 소개된 기사를 가져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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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2.07.26 가네코 후미코, 나는 나 - 그녀의 옥중수기가 내게 말하길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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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는 나 - 10점
    가네코 후미코 지음, 조정민 옮김/산지니

    Posted by 비회원

    1923년 9월 1일, 도쿄가 있는 일본 간토 지역에서 엄청난 지진이 일어났습니다. 



    “집들은 우지직 소리를 내며 뒤틀리고 넘어졌다. 사람들은 거기에 깔린 채 생매장을 당했다.  겨우 뛰쳐나온 사람도 미친개같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뛰어다녔다. 문명의 낙원은 순식간에 아비규환의 아수라장으로 변모하고 말았다.” - 머리말 중에서


    지진 후의 혼란 속에서, ‘조선인들이 지진을 틈타 방화, 강도, 폭탄 투하 등의 활동으로 이익을 취하려 하고 있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습니다. 조선인에 대한 혐오성 폭력이 거세졌고 6,000명이 넘는 조선인들이 일본 정부, 그리고 민간인들에 의해 살해되었습니다. 또한, 일본 정부는 국가 내의 ‘또다른 위험분자’ 무정부주의자들을 잡아들이고 죽였습니다. 이 때 체포된 이들 중에 근대 일본의 대표적 여성 아나키스트라 불리는 가네코 후미코(1903~1926)와 그녀의 연인이자 무정부주의 조직 불령사(不逞社)의 리더 박열(1902~1974)이 있었습니다. 제가 이번 주에 읽은 책 <나는 나>는, 가네코가 자신의 성장과정에 대해 기록하라는 판사의 명령을 받고 쓴 옥중 수기입니다.


    ///


    아시아 여성 아나키스트의 옥중 수기라니. 어찌보면 세상에 둘도 없는 책이라 생각되어 저는 <나는 나>를 주저없이 이번 독서후기의 대상으로 골랐습니다. “문체는 어디까지나 단순하게, 솔직하게, 그리고 딱딱하지 않게” 해 달라고 밝힌 그녀의 당부대로 엮인 이 책은, 문장을 이해하기 어렵지 않아 하룻밤 만에 읽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독서후기를 시작하는 것이 힘겹게 느껴졌던 이유는 아마 <나는 나>의 ‘압축 불가능함’ 때문일 것입니다.


    물론 삶이란 누구의 것이나 원체 ‘압축 불가능’한 것일 테지요. 하지만 저의 첫 독서후기 대상이었던 <루쉰 그림일기>가 루쉰의 삶의 다방면을 비추면서도 그의 일생의 화두들에 일관성을 부여/부각하여 ‘루쉰=중국의 민족적 영웅’이라는 상을 형성하는 데 비해, <나는 나>는 특정한 질문에 답하거나 하나의 뚜렷한 주장을 펼치는 글이 아닙니다. 가네코 후미코는 그녀에게 이 글을 쓰라고 요구한 것은 아마 “[그녀가] 그처럼 엄청난 일을 한 (...) 이유”가 궁금해서일 것이라 추측하면서도, 이 옥중수기의 맺음말에서 “무엇이 나를 이렇게 만들었는가. 나 자신도 이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단지 나의 반생을 여기에 펼쳐놓고 싶었다.”라고 씁니다 (13, 344). 이 자기역사에서 가네코 후미코는 스스로가 한없이 비참하고 부끄러웠던 순간들을 솔직하게 그립니다. 그녀는 누군가에게 자신을 해명하기 위해 글을 쓰지 않았습니다.


    ///


    가네코 후미코는 호적상 1903년생이나 실제 출생년도는 불확실하다고 합니다. 1912년에 조선에 있는 친할머니 댁으로 가게 되기 전까지 그녀는 무적자였기 때문입니다. 학교에 보내달라는 딸의 성화에 못이겨 가네코의 어머니는 그녀를 자신의 호적에 사생아로라도 올려 학교에 다닐 수 있도록 하려 했지만, 그녀의 아버지는 “바보같이, 사생아 신고를 하겠다고? 사생아는 평생 떳떳하게 살 수 없어.”라며 호통을 쳤습니다 (28). 가네코를 자신의 호적에 올려주지는 못할 망정, 사생아로 사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며 서류상 존재하지 않는 아이로 만든 것입니다. 이런 아버지는 가네코의 이모와 사랑에 빠져 가네코와 어머니를 떠나고, 어머니는 의지할 사람을 찾아 다른 남자들을 만났으나 뒤이은 관계들도 곤궁한 생활을 해결해주지 못했습니다. 결국 어머니와 가네코는 어머니의 고향인 작은 농촌 마을로 가게 됩니다. 그곳에서의 생활에 익숙해질 무렵, 친할머니가 가네코를 데리러 찾아옵니다. 조선에 사는 가네코의 고모는 아이를 가질 수가 없어, 가네코가 어느정도 나이가 들면 고모의 아이로 입양하기로 약속했던 것입니다. 이리하여 가네코 후미코는 친할머니의 손에 이끌려 조선으로 가게 됩니다.  


    충청북도에 위치한 부강이라는 마을에서 조선인 소작농들을 고용하고, 고리대금업까지 하고 있을 정도로 생활이 넉넉한 친할머니 집안이었지만, 가네코 후미코는 이곳에서도 마땅한 보살핌은커녕 하루하루 학대를 받았습니다. 손님이 가네코를 보고 누구냐고 묻자, 할머니는 그녀를 손녀라고 소개하지 않고 “그냥 좀 아는 집 아인데, 여하튼 지독하게 가난한 집 아이라 예의도 모르고 말도 천박해요. 얼굴이 붉어지는 일이 한두 번도 아니지만 너무 불쌍해서 그냥 데려온 거랍니다.”라고 말합니다 (92). 아들의 혈육이라 데려오기는 했으나, 줄곧 빈곤 속에서 자라 할머니가 바라던 얌전한 소공녀가 될 수 없었던 가네코를 할머니는 손녀로 인정하거나 양녀로 들일 의향이 없었습니다.


    가족이지만 가족이 아닌 상태. 이 경계적인 위치에서 가네코 후미코는 모진 학대를 겪어야 했습니다. 할머니는 그녀를 학교에 보내기 전에 “잘 들어, 후미. 가네코라는 이름을 가진 가난한 아이라면 상관없지만, 적어도 지금부터 너는 이와시타 가문의 아이야. 이와시타라는 이름으로 학교에 가는 거야. (...) 농부 자식에게 지거나 부끄러운 일을 하면 이름을 뺏어버릴 거야.” 라고 말합니다 (94). 그리고 몇년이 지나지 않아 정말 학교 출석부에서 ‘이와시타 후미코’는 ‘가네코 후미코’로 바뀝니다 (94). 그러나 이 ‘가네코 후미코’가 이와시타 집안에 속한 아이라는 게 마을에 알려진 이상, 후미코는 언제나 ‘이와시타 가문’에 먹칠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합니다. 할머니는 후미코에게 ‘가난뱅이 자식처럼 험하게 놀지 말고 여자아이답게 행동하라’ 며 감시하고, 동시에  “우리 집은 말이야. 가난뱅이들과는 격이 달라. 아이를 밖에 내팽개쳐 둘 순 없어.”라면서 쉴틈없이 부려먹습니다 (111). 가족이고, 어린아이라는 이유로 돈을 주지 않고 착취하지만, 동시에 가족과 타인간의 선을 그으며 실수로 깨트린 냄비값까지 물어내라 합니다 (102).


    이렇게 온갖 수모를 겪으며 후미코는 자신이 조선인들과 비슷한 처지에 놓여 있다는 생각에 그들을 가깝게 생각합니다. 그녀는 할머니 집안의 머슴 고씨를 동정하지만, 동시에 일본인인 자신과 조선인들간의 ‘다름’을 매일같이 교육받았을 것입니다. 어느날은 할머니의 미움을 사 몇일을 굶고 쫓겨난 후미코를 한 조선인 아낙이 보리밥이라도 먹겠느냐고 집으로 초대합니다. 이 때 후미코는 “먹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으나 (...) [할머니가] 조선인의 집에서 밥을 빌어먹는 거지를 우리 집에 들여놓을 수는 없어, 하며 호통을 칠 게 분명했기에 호의를 거절합니다 (140).

    이후 박열을 만나 가네코는 그가 독립운동가인지를 물으며 조심스럽게 “민족운동을 하는 사람들의 기분을 어렴풋하게나마 알 것 같은 기분도 드는데, 그렇다 하더라도 나는 조선인이 아니라서 그들처럼 일본으로부터 억압받은 일이 없으니, 조선인들과 함께 조선을 위한 독립운동을 할 마음은 좀처럼 생기지 않는군요” 라고 말합니다 (337). 그녀는 계급의 차원에서 조선인들과 공감하였으나 그녀는 일본인인 자신이 조선인들이 겪은 민족적 차별의 경험을 공유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


    1919년, 시집 갈 나이가 된 가네코 후미코는 일본으로 돌려보내집니다. 조선에서의 생활보다는 조금 자유로워졌지만, 여전히 그녀는 자신의 “진실된 바람과 목적”, 즉 “다양한 책을 더 많이 읽고 더 많이 습득하여 나 자신의 생명을 펼치는 것”을 이루기에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었습니다. 경제적 독립은 물론이고, 딸인 후미코를 마치 자신의 소유물처럼 다루려는 아버지에게서 벗어나는 것이 관건이었습니다. 아버지는 그녀를 “하나의 물건처럼 외삼촌에게 [아내로] 팔려고” 했고(193), 도쿄에 보내달라고 허락을 구하자 “어린여자아이를 혼자 도쿄로 보내줄 거라고 생각했니? 바보같이. 세상이라는 것은 네가 생각하는 것처럼 쉽지 않아. (...) 남자가 잠시 여자에게 길을 물어도 세상 사람들은 곧 색안경을 끼고 본다고. 한번 그런 소문이 나봐라. 그럼 그 여자는 끝인거야. 흠진 물건이 되고 마는 거지.”라며 단칼에 가네코의 희망을 꺾습니다 (212).

    그러나 결국 가네코는 한차례 아버지와 크게 싸운 뒤, 도쿄에 있는 작은 외할아버지의 집으로 떠납니다. 이 곳에서 역시 공부보다는 결혼을 하라는 설교를 듣지만, 신문팔이, 비누장사, 식모, 오뎅집 종업원 등으로 일하며 공부를 하려 노력합니다. 이렇게 도쿄에서 가네코는 어느정도 가족이라는 체제 밖에서의 생활을 꾸리고, 사회주의자들이나 무정부주의자들과 어울리게 됩니다. 이런 가네코를 보고 사람들은 수군거리기도 합니다. “저 여자는 대체 뭐하는 사람일까? 하숙집을 돌아다니는 매춘부 아닐까?” (316) 가족 체계 밖에 있는, 그러니까 딸, 아내, 어머니, 여자 형제로 확인되지 않는 여성은 매춘부--사회 질서에 위협을 가하는 여성의 대표적 이미지--라 의심하는 사회에서, 가네코 후미코는 끊임없이 ‘나 자신’ 그 자체로 하루하루를 살고자 했습니다.


    ///


    젊은 여성이자 평생 가난 속에서 살았던 이로서 가네코 후미코는 뿌리깊은 억압의 구조에 대해 통찰하고 있었습니다. 그녀는 성장과정에서 “지금과 같은 세상에서는 고학을 하더라도 훌륭하게 될 수 없다”는 것은 물론 "모든 사람의 기쁨이 타인의 슬픔에 의해서만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씁니다. 또한, “인간사회에 대한 특별한 이상을 가질 수 없었다”고 털어놓습니다 (327~328). 하지만 그녀의 니힐리즘은 무기력한 포기가 아니었습니다.


    아무리 우리 사회에서 이상을 가질 수 없다고 하더라도 우리에게는 자신을 위한 일이 있다고 나는 생각했다. 그것을 성취하든 성취하지 않든 그것은 관여할 바가 아니다. 우리는 그저 그것을 진정한 일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렇게 하는 것이, 그러한 일을 하는 것이 우리 자신을 위한 진정한 생활인 것이다.

    나는 나 자신을 위한 진정한 일을 하고 싶었다. 그렇게 함으로써 우리의 생활은 곧 우리와 일치된다. 먼 저편에 이상적인 목표를 두는 것과는 다른 것이다. (328-9)


    조선에 살던 시절, 그녀는 자살을 시도하려다 “세상에는 아직 사랑해야 할 것들이 무수하게 남아 있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127). 어쩌면 '이상' 이 아니라도 '사랑하는 것들'이 있었기에 그녀는 자신을 더욱 굳게 지키며 앞으로 나아갔던 것일지 모릅니다.




    [참고 문헌]


    23세 꽃다운 나이, 옥중에서 숨진 그녀가 남긴 것은

    서평 <가네코 후미코> 야마다 쇼지

    박열, 가네코 후미코, 그리고 한국의 무정부주의 (영문)


    나는 나 - 10점
    가네코 후미코 지음, 조정민 옮김/산지니

    [블로그 관련글]

    김혜영 시인, '나는 나'의 주인공 가네코 후미코를 시로 탄생/국제신문


    가네코 후미코, 나는 나 - 그녀의 옥중수기가 내게 말하길




    Posted by 비회원

    산지니에서 얼마 전에 출간한 '나는 나'의 주인공 가네코 후미코의 생을 다룬, 김혜영 시인의 시가 일본에서 주목 받고 있습니다. 기분 좋은 소식이네요. 시와 소설로 가네코 후미코와 박열의 사랑을, 혹은 아나키스트로 살았던 한 사람의 생을 더 풍성하게 이해할 수 있게 되었네요. 아래 기사는 국제신문에 난 기사입니다.




    조선 남자를 사랑해 자명고 찢은 여인,

    한 편의 시가 되어 일본으로 돌아갔네.



    국제신문 오상준 기자 letitbe@kookje.co.kr






    - 시선집 '당신이라는 기호'도 日에서 출간돼 주목



    - 부산 시인 김혜영 작품, 日 시 전문지에 집중 조
    - 경북 박열기념관에 번역본으로 걸린 작품이 인연


    부산에서 활동하는 김혜영 시인의 시가 일본에서 주목받고 있다. 김 시인의 시선집 '당신이라는 기호'가 최근 일본 칸칸보 출판사에서 출간되고, 김 시인의 시 '장미와 살인' '기호 이야기' 등 6편이 지난달 말 나온 일본 시 전문지 '섬싱(something)' 15호에 소개됐다. 

    특히 '섬싱'에서 집중 조명한 시 가운데 일제 강점기 경북 문경 출신의 아나키스트 독립운동가 박열의 일본인 부인 가네코 후미코를 다룬 시가 포함됐다. 시선집에도 이 시가 있다. 한일 간 독도 영유권 분쟁으로 민감한 시기에 아나키스트로 일본 군국주의에 저항하며 식민지 조선 남자를 사랑해 결혼하고, 남편과 함께 일본 천황을 살해하려다 옥사한 아주 특이한 일본 여성에 관한 한국 시인의 시를 게재했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김 시인은 남편의 품에 안겨 책을 읽는 가네코 후미코의 사진을 보고 인상이 깊어 '가네코 후미코-자명고를 찢는다 둥둥 울음 우는 북소리 낙랑공주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라는 제목의 시를 써 첫 시집 '거울은 천 개의 귀를 연다'에 실었다. 가네코 후미코의 무덤은 현재 경북 문경 박열 기념관 뒤편에 있다.

       
    김혜영 시인이 시 '가네코 후미코'의 모티브를 얻은 독립투사 박열과 부인 가네코 후미코 사진.
    '1923년 붉은 태양처럼 빛나던/일본 천황을 암살하려 한 혐의로 구속된/아나키스트 박열과 아내 가네코 후미코의/오래된 사진을 신문에서 발견했다//소파에서 한 쌍의 잉꼬처럼/박열의 품에 안긴 가네코 후미코는/행복한 표정으로 책을 읽고 있다/박열은 가네코의 가슴에 한 손을 얹은 채/느긋하게 다리를 꼬고 앉아있다//(…)슬픈 시체/아버지의 나라를 배반하고/천황을 살해하려던 마녀의 몸에서/향긋한 벚꽃이 피어났다(…)'.

    일본어 시선집 '당신이라는 기호'는 김 시인의 첫 시집 '거울은 천 개의 귀를 연다'와 두 번째 시집 '프로이트를 읽는 오전'의 시로 짜였다. 

    시선집이 일본에서 나온 것은 가네코 후미코에 관한 시 덕분이다. 김 시인은 "경북 문경 박열 기념관에 가네코 후미코에 관한 시와 일본어 번역이 실린 것이 인연이 돼 일본에서 출판이 이루어지고, 시 전문지에도 조명받게 됐다"고 말했다.



    http://www.kookje.co.kr/news2011/asp/newsbody.asp?code=0500&key=20120921.22017192217#










    Posted by 동글동글봄





    철저한 나 자신으로 살고 싶었던 아나키스트 '가네코 후미코'의 옥중 수기, 『나는 나』가 제2회 세계인문학포럼 개최기념 독서감상문 현상모집의 대학·일반부 대상도서에 선정되었습니다.


    부산시와 부산일보사 주최로 열린 이번 행사는 오는 9월 20일부터 10월 15일간동안 200자 원고지 기준 20매 분량으로 부산일보사 문화사업국으로 우편접수를 받고 있으며, 수상자 72명에게는 총 850만원 안팎의 상금이 주어진다고 합니다.


    일본과 조선에서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내다 사회주의 사상에 심취하여 조선인 무정부주의자 박열과 같이 생활하고 옥중에서 결혼하였으며, 천황과 황태자의 암살을 시도했다는 이유로 사형선고를 받아 수감되어 있던 중 23살의 나이로 우쓰노미야 형무소에서 목을 매어 자살한 가네코 후미코. 그녀의 옥중수기를 읽으며, '나는 나' 자신이 되지 못하고 부유하는 제 자신을 뒤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는데요.


    이번 세계인문학포럼의 주제 또한, '치유의 인문학'이라고 합니다. '나는 나'를 읽으며 '나는 나'를 찾는 과정이 되어보는 것 또한 어떨까 싶네요.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고 하잖아요? 님도 보고 뽕도 따고, 독서감상문도 쓰고, 상도 받고. 이 기회를 통해 좋은 책도 읽고 2012년 가을의 좋은 추억을 쌓길 바래봅니다.


    자세한 정보는>>>

    http://www.bscf.or.kr/05/01.php?id=notice&mode=view&b_idx=693

    http://news20.busan.com/news/newsController.jsp?newsId=20120904000128


    『나는 나』 관련 포스팅>>>

    1. 2012/08/14 <휴가특집 포스팅 ③> TV를 꺼라, 새로운 여름이 온다. 
    2. 2012/08/02 진정한 바람, 진실한 목적을 향해, 가네코 후미코의 옥중수기 <나는 나> : 조정민 선생님 인터뷰
    3. 2012/07/26 가네코 후미코, 나는 나 - 그녀의 옥중수기가 내게 말하길 
    4. 2012/07/24 가네코 후미코의 옥중수기 『나는 나』 가 나왔습니다


    나는 나 - 10점
    가네코 후미코 지음, 조정민 옮김/산지니



    by 엘뤼에르

    Posted by 산지니북

    물건은 쓰면 쓸 수록 닳는데 책은 신기하게도 읽으면 읽을수록 늘어나는 느낌이다. 바캉스 준비로 다시 읽은 책 속 문장들이 나의 어느 곳을 늘려준 느낌이다.

    어디든 상관없지 않을까. 낯선 곳이라도 혹은 낯익은 내 방이라도. 

    책을 읽으면서 자신 어딘가에 늘어난 부분을 찾아가는 여름 휴가이길. 

    마음의 여유이거나 잃어버린 일상의 소중함이라던가. 

    어느덧 새로운 여름이 올 것이다. 혹은 가을?


















      에어콘 바람에 지쳤다면  


    이십억 광년의 고독, 다니카와 슌타로 시선집 

    김응교 옮김, 문학과 지성사


    다니카와 슌타로 시를 읽고 있으면 자꾸 어디서 시원한 바람이 분다. 제목처럼 고독하지만 참신한 시로 우주인인 나를 달랜다. 낮 동안 에어콘 바람에 지쳤다면, 여름밤에 샤워하고 잠들기 전 야금야금 읽으면 좋은 시집이다. 이 시는 시인이 ‘노인 홈’에서 치매 걸린 노인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쓴 시라고 한다. 


    개인적으로 나는 이 시가 제일 좋더라.


    하얀 개가 이 집을 지키고 있다

    끊이지 않고 떨어지는 수돗물 소리가 이 집을 헹구고 있다

    푸른 하늘에 떠 있는 구름이 이 집을 축복하고 있다

    그런데 이 집에 살고 있는 사람을 말하는 것은

    어떤 단어도 건방진 소리다


    (중략)


    한마디도 입을 열지 않는 여든네 살이 있다

    투덜투덜 계속 떠드는 여든여덟 살이 있다

    노인들은 이제 인생을 묻지 않는다

    다만, 거기 있는 것으로 인생에 답하고 있다

    그 답이 되돌아온다

    당신에게 우리들은 중요합니까라고


    「하얀개가 있는 집-노인 홈 요리아에서 177쪽






      도심을 떠나고 싶다면  


    월든, 헨리 데이빗 소로우, 강승영 옮김, 이레


    자신의 삶이 자신이 쓰고 싶은 ‘시’였다고 말하는 헨리 데이빗 소로우. 월든호숫가에서 2년 넘게 숲 속에서 산 원조 자연인이며 삶의 철학을 실천한 혁명가다. 작가와 함께 계절마다 달라지는 월든 호수와 숲속을 거닐며 도심을 잠깐 떠나보는 건 어떨까. 



    나는 내 인생에 넓은 여백이 있기를 원한다. 여름날 아침에는 간혹, 이제는 습관이 된 멱을 감은 다음, 해가 잘 드는 문지방에 앉아서 새벽부터 정오까지 한없이 공상에 잠기곤 했다. 그런 나의 주위에는 소나무, 호두나무와 옻나무가 무성하게 자라고 있었으며 그 누구도 방해하지 않는 고독과 정적이 사방에 펼쳐져 있었다.  맺은 말 어느 쪽






      뜨거워 지고 싶다면  


    나는나, 가네코 후미코, 조정민 옮김, 산지니 


    출판목록에서 ‘나는 나’를 보자마자 박열과 연애 이야기를 말하며 흥분했던 내 친구에게 나는 ‘나는 나’를 선물했다. 휴가기간 읽으면 좋겠다며 콧노래를 부르더니 며칠 후 답장을 보내왔다. ‘후미짱, 눈물 철철 흘리면서 읽었다’ 아무래도 친구와 만나면 누구보다 자신의 인생을 산 가네코 후미코를 이야기하며 뜨거워져야겠다. 나도 몇 소절 스티커를 붙였다. 질 수 없으니. 


    할머니가 무적자라고 가네코 후미코를 구박하는 대목에서


    나는 아무것도 몰랐다. 내가 알고 있는 곳이라곤 나 자신이 태어났고 살아 숨 쉬고 있다는 것뿐이었다. 그렇다. 나는 태어나 살아있음을 분명 느끼고 있었다. 할머니가 아무리 태어났지만 태어나지 않은 것이라고 해도, 나는 태어나 숨 쉬고 있는 것이다.   조선 」 99쪽





     마음이 심심하다면  


    마음사전, 김소연, 마음산책 

    말 그대로 마음사전이다. 한 구절씩 씹어 먹으면 헛헛한 마음이 조금 괜찮아진다. 심심하지만 여행을 망설이는 독자들에게.



    해질 녘이 되어도 한가롭게 날기나 하는 하루살이처럼 하루하루를 탕진했지. 

    그 재미는 눈물 나게 좋은 거더라.    여행은 어땠니 294 







    TV 끄고 가볼까요?



















    Posted by 동글동글봄

     햇빛이 내리쬐는 곳 어디든 분홍빛 삼겹살을 올리면

    금방 노릇하게 구워질 것만 같은 어느날,

     가네코 후미코 옥중수기 <나는 나>의 역자

    조정민 선생님을 만나고 왔습니다.

    저는 처음 이 책을 받아들고 앉아서 하루도 안 되어 다 읽고 말았습니다. 읽기 시작하면서 내용은 물론, 첨삭에 관한 희망, 책의 머리말과 맺음말이 참 인상 깊었습니다. 그녀의 옥중수기를 받아 든 구리하라 가즈오가 그녀의 부탁을 듣고 책으로 출간한 책을 다시 번역하신 건가요? 그렇다면 그 번역 과정에서 힘드시거나 어려운 점은 없으셨는지요?

        네, 맞아요. 번역 당시 어려웠던 점은 가네코 후미코가 책을 좋아하긴 했지만, 정규 수업을 제대로 수료하지 않았기 때문에 문장이 짧은 것으로 이루어진 게 많았어요. 또 옥중에서 써내려 가다 보니까 좋지 않은 환경이었고 또 쓰는 당시 감정적으로 격양되어 써내려갔던 부분이 있어서 그 글을 다듬고 옮기는 데에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또 그녀가 글을 쓰다가 생각나는 부분들을 줄을 쳐서 옆에도 써놓기도 해서 시기별로 배열하는 부분에도 어려움이 따랐습니다. 

     

    가네코 후미코가 처음 수기를 쓰게 된 계기를 머리말에서 말해주고 있습니다. 도쿄지방재판소 예심정에 불려 나가 조사를 받던 중 그녀의 호적에 관련된 질문을 받고, 쓰게 되었는데요. 회상하면 써내려가서 그런지 글을 쓰고 있던 그녀가 어린 시절에 겪었던 상황에 대해 지금의 생각을 써놓은 부분들이 많았습니다. 저는 그 부분들에 대해서 공감되는 부분들이 꽤 있었습니다. 특히 그 부분이요. 어른들은 아이 옷이 지저분해지는 것 때문에 아이들이 자유롭게 뛰어놓는 것을 제재한다 등등.

    왜 그렇게 무리하게 아이를 나무라나요. 당신은 대체 아이가 중요합니까, 옷이 중요합니까.’ (127)

    선생님께서 특별히 공감 가는 부분이 있었다면, 어떤 부분들이었는지 궁금합니다.

     

      저도 번역하면서 많은 부분에서 공감을 했어요. 아까 지윤 씨가 말했던 부분도 그렇고. 특별히 공감 가는 부분은 이 부분이었어요.

     

      아이로 하여금 자신의 행위에 대한 책임은 오직 자신에게만 지게 하라. 자신의 행위를 남에게 맹세하게 하지 말라. 그것은 아이에게 책임감을 박탈하는 일이다. 비굴하게 만드는 일이다. 마음이나 행동에 겉과 속이 다름을 가르치는 일이다. 누구든 자신의 행위에 대해 남과 약속해서는 안 된다. 자신의 행위의 주체를 감시인에게 맡겨서는 안 된다. 자신의 행위의 주체가 온전히 자기 자신임을 자각해야 한다. 그럼으로써 비로소 사람은 누구에게든 거짓되지 않고, 누구도 두려워하지 않고, 진실로 확고하고 자율적인 책임 있는 행위를 할 수 있는 것이다.”라고 (106)

       

     역자의 후기에 보면 가네코 후미코에 대한 저의 관심은 이러한 지점에서 출발한 것이었습니다. 다시 말하면 가부장적 가족제도와 군국주의적 천황제 이데올로기의 허상과 부조리를 그녀는 어떤 방식으로 풀어내었는지 알고 싶었습니다.’라고 말씀하셨는데요. 그녀의 수기를 처음 접하게 된 이야기를 좀 더 자세히 듣고 싶습니다. 

      네, 책 뒤에 보면 역자 후기에도 나와 있듯이 가네코 후미코를 처음 접하게 된 것은 제가 일본에서 여성학에 관련된 수업을 준비하는 와중에 가노 마사나오와 호리바 기요코가 쓴할머니·어머니·딸의 시대는 책을 읽게 되었을 때입니다. 거기서 가네코 후미코가 체험의 문학에 분류되어 짧게 소개된 것을 보고 관심을 두게 되었습니다. 그녀는 자신의 일생에서 받아온 폭력 등에 대해서 한걸음 물러나 바라보는 듯한 부분이 인상 깊었거든요.

      예를 들면, 재미있었던 부분이 그녀가 도쿄에 가서 신문을 팔다가 왜 이토에 의해서 기독교에 빠지게 되잖아요. 그때 잠시 열렬히 기도하며 신자로 지냈었죠. 그러다 여전히 구원받지 못하고 사흘을 굶고, 방세를 낼 수가 없어 다른 집 식모살이를 하기 위해 주인에게 인사를 하고 나오면서 생각합니다. 종교는 단지 사람의 마음을 속이는 마취제에 불과한 것은 아닌가. 어쩌면 자신이 믿고 의지하고 싶어서 빠지게 되는 것이 아닐까 하고 또 한 발짝 물러서서 생각한단 말이죠.

      또 그녀가 어릴 적 엄마가 일 안 하고 빈둥대는 고바야시를 만나 그의 고향으로 같이 갔을 때 마을풍경을 묘사하잖아요. 마을 사람들이 변소에서 종이 대신 나뭇가지를 이용하는 모습을 보고 도시에서 자란 나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한다든지. 또 농사를 짓고 있음에도 가난한 생활을 면치 못하는 마을에 도시에서 장사꾼이 물건을 가져오면 숯 가마니를 메고 가서 머리핀 등과 바꾸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자신은 도시에 태어난 나는 할 수 없다. 그리고 그럴 숯가마니 조차 없다고 말한다든지. 그런 부분들을 가감 없이 있는 그대로 표현해낸 부분들이 오히려 다 이해할 수 있다.’라는 것보다 더 사실적이죠. 

     

    마치 남의 아픔을 백 프로 이해한다는 듯 착각을 하는 것처럼요? 

      맞아요. 가네코 후미코는 그녀가 경험한 것을 통해 억압과 폭력의 아픔에 대해서 인식하고 있었지만 박열과 프러포즈를 할 때도 말했듯이 나는 조선인이 아니기에 일본인의 탄압을 받은 적이 없고 따라서 무장투쟁의 노선을 따를 생각이 없다고 말하고 있지요. 무리하지 않고 그렇게 자신만의 시선으로 한 발짝 떨어져서 그녀가 살아간 그 당시 상황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는 점이 그녀의 옥중수기가 가진 큰 의미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한 가지 경계해야 할 점은 그녀가, 예컨대, 일제강점기 때임에도 우리 고유의 미술을 사랑하고 아껴준 일본인을 시대를 초월하는 인물이라고  여기는 것과 같이 생각하는 것입니다. 한국에서는 그녀가 독립운동가 박열의 아내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녀가 일본인이지만 조선에서도 생활했고, 또 그곳에 살면서 온갖 폭력을 당하기도 했고요. 그래서 폭력이 어떤지 알고 그 가운데서 세상을 바라보는 자신만의 눈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조선인들의 아픔을 백 프로 이해하고 아파했다는 생각은 경계해야 합니다.

     

     

    나는 지금까지 이런 일을 입 밖에 낸 적이 없다 하지만 나라는 존재가 이 세상에서 사라질지도 모르는 지금, 숨겨둘 필요도 없을 것이다. 나의 생활과 사상, 성격에 영향을 끼친 모든 것을, 지금 백일하에 공개해야 한다. 그것은 법관에게 나를 알리기 위해 필요한 것이지만, 그런 이유보다는 더 큰 진리를 천명하기 위해서도 절대적으로 필요한 작업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202~3)

    여기서 말하는 그녀의 더 큰 진리가 무엇일까요? 선생님께서 앞서 말씀하신 가부장적 가족제도와 군국주의적 천황제 이데올로기의 허상과 부조리를 표현하는 것일까요? 

      네, 첫째로는 가부장적 가족제도와 군국주의적 천황제 이데올로기의 허상과 부조리를 표현하는 것이 되겠고, 둘째로는 가네코 후미코가 수기를 쓰던 당시 며칠 밤을 새워가면서 글을 썼다고 하는데, 원제 <무엇이 나를 이렇게 만들었나>처럼 지금의 가네코 후미코의 생활과 사상, 성격에 영향을 끼친 모든 그 무엇에 대해 써 내려가면서 그녀 또한 셀프 힐링 같이 자신을 되짚으면서 위로를 받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그게 또 역설적이게도 그녀의 힘든 시절을 다시 떠올리는 작업이 되기도 했지만요.

      또 책을 읽어보면 알 수 있듯이 그녀가 박열선생과 함께 어떻게 운동을 하고, 감옥생활을 어떻게 했는지는 나와 있지 않아요. 또 그렇게 쓸 수 없는 여건이었기와 검열이 심했기 때문에 (중간에 책에도 삭제된 부분을 보면 알 수 있듯이) 그녀가 살아온 지난 생활에 대해서 회상하는 부분에서 또 그 속에 녹아든 가부장적인 가정 내 모습, 천황제 이데올로기가 정확하게 어떤 부분인지에 대해서 드러나 있지는 않지만 녹아들어 있고 자연스럽게 그녀의 일상을 이야기하면서 배어 나오고 있기 때문에 또 많은 사람이 읽어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부분도 있었겠고, 또 어린 시절에는 삼키면서 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책으로 써내면서 교육자나, 공무원, 부모가 읽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지 않았나 싶어요.

     

     

    책에서 차지하는 분량이 조선에서의 어린 시절 이야기가 많습니다. 그럼에도 뒤에 나오는 <4부 독립> 부분의 이야기 또한 기억에 남습니다. 가네코 후미코가 고학생으로서의 어려운 생활이 잘 나타나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나의 진실된 바람! 진정한 목적!’을 찾아 고생을 자처하고 스스로 도쿄로 떠난 후미코가 멋있고 부럽게 느껴졌습니다. 선생님께서 일본에서 유학생활을 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유학시절의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음 우선 가네코 후미코가 워낙 고생을 많이 했기 때문에.

    외국을 꼭 간다기보다 같은 한국인 서울을 가도 낯선 거리에 낯선 사람들 속에서 외로움이나 힘듦에 대해서 느끼지 않나 싶어요.

    그렇게 보면 가네코 후미코는 처음 도쿄에 갈 때도 큰아버지께 연락도 하지 않고 떠나잖아요. 자신의 의지에 따라 끊임없이 떠나는 그녀를 보면서 참 추진력이 강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끝으로 선생님께서 <나는 나> 내용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구절이 있다면 어떤 부분인지, 왜 그 부분이 선생님께 가장 기억에 남는 지 궁금합니다.

        어떤 특정한 부분을 콕 찍어서 가장 기억에 남는다기보다는, 저도 제3부 독립 부분이 공감이 많이 갔고, 가네코 후미코가 도쿄로 떠나기에 앞서 각오는 다지는 부분이 기억에 남습니다.

      이런 탈선적인 생활을 하는 가운데서도 나는 나의 진실된 바람과 목적을 포기할 수 없었다.

      나의 진실된 바람! 진정한 목적!

      그것은 다양한 책을 더 많이 읽고 더 많이 습득하여 나 자신의 생명을 펼치고 싶다는 생각이었다. (217)

     

     

     [코너 속의 코너, 인터뷰 속 인터뷰]

    가네코 후미코는 왜 처음 머리말에 수기를 쓰는 이유에 대해서 친구들이 나를 좀 더 이해해주리라 믿는다고 했을까요? 

      그건 아마도 천황을 음해하려는 계획을 세우는 단계에서 관동지진 이후 가네코 후미코가 감옥에 수용되고 그 이후에 폭탄을 관련에 책임을 따지는 단계에서 서로 오해가 생기지 않았나 생각이 됩니다. 또 후미코가 박열선생과 함께 흑도회나 불령사 등을 결성해서 기관지를 만드는데, 그것이 꾸준히 발행되고 모임을 지속하는 것이 아니라, 12호를 발행하고 해체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그 당시 어려운 상황 속에서 사람들과의 관계들이 그렇게 안정되어있다고는 볼 수 없었지 않았나 추측할 수 있습니다.

     

    책 표지에 있는 꽃은 어떤 꽃인가요? 

    이게 과꽃이에요. 처음에 가즈하라가 쓴 글을 보면 알 수 있듯이 그녀의 시신이 묻힌 곳에 과꽃이 놓여있다고 되어있어요.

    그 꽃은 누가 가져다가 놓았을까요?

    그러게요.^^ 거기서 착안해서 디자이너 선생님께서 표지를 만들어 주셨어요. 딱 한 송이에요. 외로웠던 그녀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 같죠?

     , 다른 색도 아니고 새빨간 과꽃이네요. 정열적인 가네코 후미코의 모습 같아요. 한편으로는 꽃송이만 남겨져 있어서 외로워 보이기도 합니다. (지금 다시 살펴보니 검붉은 것이 핏빛으로도 느껴지기도 합니다.)

     

     

                                    

      인터뷰가 끝나고 녹음기도 끄고 선생님과 재미난 이야기들을 나누었습니다. 소소하고 일상적인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매우 즐겁고 뜻 깊은 시간이었습니다. 

      처음 카페에 도착했을 때, 생각보다 카페에 사람들이 많아서 어떤 자리에 앉아야 할 지 고민도 되고, 또 어떻게 인터뷰해야 할 지 떨리기도 하고, 또 준비가 부족한 건 아닌지 걱정되기도 했습니다. 선생님을 열심히 검색해봤지만, 얼굴은 뵙지 못해서 어떤 분이실까 무척 궁금하기도 했습니다. 카페에 앉아서 기다리자니 마치 소개팅에 나온 설렘이 느껴졌습니다. 괜히 거울을 보기도 하고요. 예쁘게 책도 놓고 연필도 가지런히 놓고 준비한 인터뷰 질문지를 읽어보기도 하는 등 혼자서 부산스럽게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그때였습니다. 카페의 특성상 큰 유리창이 있고 그 옆에 유리 통로를 지나 들어올 수 있게 되었는데, 세련된 원피스를 입은 여자 분이 문을 열고 통로를 지나가시는 게 아니겠어요. 그때 또 다르게 혼자 카페에 앉아있던 여자 분이 일어나기에, , 일행분이시구나 생각했지요. 또 두 근 반 세 근 반 앉아서 선생님이 오셨는데 혹시 내가 못 알아보고 있는 것은 아닐까 괜히 주위를 둘러보기도 했답니다.

      정지윤 선생님?

      고개를 들어보니 아까 유리 통로를 지나시던 세련된 원피스를 입으신 분이 서 계시는 게 아니겠어요. 깜짝 놀라, 네네 했지요. 선생님은 세련된 원피스와 잘 어울리는 예쁜 섀도를 바른 시원한 눈매를 소유한 미인이셨습니다. 우와! 미인이세요! 라는 말이 절로 나왔답니다. 선생님은 사회생활 잘하시겠군요! 라고 말씀하시며 웃어주셨어요. 어쩜 저는 쑥스러운 줄도 모르고 말이죠.

      조용한 자리를 찾아 자리를 옮겼지만, 떠오르는 케이 팝을 막을 순 없었답니다. 비교적 안락한 동그란 테이블에 오손도손(?) 앉아서 인터뷰가 시작되었지요. 하루가 지난 지금도 기억이 생생하답니다. 물론 질문지를 버벅거리며 읽고, 인터뷰 진행(?)을 자연스럽지 못하게 질문지를 꺼내 대놓고 읽기는 했지만. 선생님과의 인터뷰는 정말 즐겁고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이제는 일어나야 할 시간, 선생님은 일부러 인터뷰가 끝나고도 미숙한 인턴의 횡설수설 이야기를 들어주시고, 또 내려가는 길까지 데려가 주셨답니다. (으흥 선생님은 볼일이 있으셔서 가는 길이라고 말씀하셨지만) 그리고 씩씩하게 버스를 타러 내려가는 데 어찌나 신이 나던지요. 콧노래를 부르며 반쯤은 흥에 겨워 춤을 추며 걸어갔답니다. 그리고 그 흥을 잠재우지 못하고 할머니도 뵙고, 또 친구를 만나 영화도 한 편 보았답니다. 한편으로는 집에 가서 녹음파일을 들으면서 인터뷰 정리를 빨리해야 할 텐데 생각도 했지요.

      영화 <다크 나이트 라이즈>를 보는 데 왠지 지루하게 느껴졌습니다. 끝나고 빨리 집에 가려고 서두른다는 것이 그만 정류장을 지나쳤지 뭐에요. 그 바람에 한 정거장을 더 걷게 되었지요. 그 사이 집으로 가는 버스를 놓치고 한참을 기다려 뺑글뺑글 돌아가는 버스를 타고서 집 근처에 내렸습니다. 빨리 가고 싶어 지름길인 어둑한 골목을 걸으면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지 않겠어요. 녹음파일이 재생이 잘 될까? 혹시나 노랫소리가 너무 커서 선생님 목소리가 안 들리면? 혹시 녹음기 소리를 너무 작게 해서 녹음이 안 되었으면? 아냐 그건 소리를 크게 하면 될 거야. 아니면 인터뷰를 하다가 내 팔에 녹음기 스피커가 가려지지는 않았을까? 갑자기 온갖 걱정이 되었습니다.

      마침내 집에 도착했고 바로 녹음 파일을 확인할 수 있었지만, 어쩐지 확인하기가 두려워졌습니다. 그래서 씻고 들어봐야지 하다가, 다 씻고 나와 음성 파일을 확인하려고 이어폰을 찾았습니다. 이럴 수가. 이어폰을 집에 두고 온 줄 알았는데 가방 안에 있었습니다. 그럴 줄 알았으면 진작 확인할 것을, 하는 생각도 잠시 마른 침을 삼키며 음악 파일에 들어갔는데 영어 듣기 파일밖에 없는 게 아니겠어요. , 마이 갓! 왜 파일이 없지? 가만히 생각해보니 음악 파일이 아니라 녹음테마에 들어가서 녹음된 파일을 찾아야 했던 것이었죠.

      침착하게 녹음파일에 들어갔습니다. 001002 두 개의 파일이 있었습니다. 001 파일을 들어보니 인터뷰 가기 전 사무실에서 마이크 테스트를 해보려고 녹음 버튼을 눌렀지만, 차마 쑥스러운 마음에 괜히 기침만 했던 소리가 담겨있었습니다. 002 파일은 아까 인터뷰를 녹음한 파일이었습니다. 다행이다. 아까 올라오면서 한 생각이 괜한 걱정이었다는 안도감에 재생버튼을 눌렀습니다. 선생님의 목소리가 흘러나왔습니다.

     

      정지윤 선생님 맞죠

      그리고 저의 웃음소리가 들리더니 소리가 뚝 끊어지는 게 아니겠어요. 뭐지? 다시 재생버튼을 눌렀습니다. 아까와 같은 목소리가 흘러나오더니 또 재생이 끝나는 게 아니겠어요? 총 녹음된 시간은 11초였습니다. 뭐지? 제가 선생님을 기다리고 있을 때 선생님께서 정지윤 선생님이세요? 라고 말씀하신 부분이 녹음된 걸까요? 아니, 그때는 녹음기를 켜지도 않은 걸요. 그럼 선생님께 양해를 구한 뒤, 녹음기를 켜고 인터뷰를 시작한 그 부분이었을까요? 곰곰이 생각해보니 아니었어요. 그 부분은 인터뷰를 다 마치고 제가 선생님께 사인 해달라고 책을 들이밀었던 그때였어요. 아니 왜? 그때는 녹음기의 전원을 끈 상태였던 걸요. 분명 싸인 받기 전에 총 51분이 녹음된 걸 저장하고 재생이 되는지 확인도 한걸요.

      깜깜한 밤, 선풍기가 바로 코앞에서 돌아가고 있는데도 후덥지근했던 공기가 별안간 싸늘하게 느껴지더니, 천장이 빙글빙글 돌아가고 있는 것 같이 어지러웠습니다.

     

    나는 나 - 10점
    가네코 후미코 지음, 조정민 옮김/산지니

     

    Posted by 비회원

    그녀의 옥중수기가 내게 말하길

                                                           - 가네코 후미코 옥중수기 『나는 나』를 읽고

     

      안녕하세요? 저는 산지니 출판사 인턴 4일 차에 접어든 동아대학교 문예창작학과 정지윤입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이 영광스러운 인턴일기의 첫 시작을 제가 읽은 책 소개로 문을 열어볼까 합니다. 그 책은 바로 (두구두구두구) 가네코 후미코의 옥중수기 『나는 나』입니다. (빠밤!) 이 책으로 말씀드릴 것 같으면~ 이번 주 월요일인 7월 23일! 가네코 후미코 사망 86주기를 맞아 출간된 그녀의 옥중수기로 조정민 선생님께서 옮겨주셨습니다. 아주 따끈따끈한 신간이죠? 저는 이 책을 손에 받아든 순간 방금 구워져 나온 빵에서 나오는 온기를 느꼈고, 책의 표지를 넘기는 순간 부지런히 돌아가는 인쇄기가 눈앞에 펼쳐졌습니다. (으흥 여러분이 믿어주시는 걸로!)

     

      책 『나는 나』를 다 읽고서 표지를 보고 있으니 ‘나는 나에요 상관말아요요요요.’라는 DJ DOC의 '디오씨와 춤을’이라는 노래가 생각났습니다. 나도 모르게 노래를 흥얼거리다가 깜짝 놀랐지 뭐에요. 그녀가 옥중일기를 통해 하는 말이 바로 그 말이 아닐까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나는 누구의 사유물이 아니다. 나는 나일 뿐이라고 말하는 그녀의 목소리가 귀에 생생했거든요.

     

      본격적인 책 이야기에 앞서, 여러분은 가네코 후미코가 누구인지 아시나요? 저는 이 책을 읽고, 인터넷 검색을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2006년, 광복절을 맞아 그녀를 다룬 드라마가 2부작으로 방송된 적이 있었더군요. 한국의 독립운동가 박열의 부인으로만 알려졌던 그녀를 재조명하고 있어 흥미롭게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가네코 후미코는 1903년 1월 25일 요코하마시에서 태어났습니다. 그러나 부모님의 사정으로 출생신고를 못 하는 바람에 무적자인 채로 살아가게 됩니다. 어릴 적 총명한 아이였던 후미코는 어떻게든 학교에 다니게 되었지만, 무적자이기 때문에 졸업식에서 혼자만 졸업장 받지 못하는 수모를 겪기도 합니다.

     

      책 『나는 나』는 1926년 7월 27일, 23살의 나이로 사형선고를 받고 수용되었던 그녀가 죽기 전 남긴 옥중수기입니다. 표면적으로는 그녀가 자살했다고 알려졌지만, 정말로 그녀가 목을 매 목숨을 끊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고 합니다. 가네코 후미코의 옥중수기 『나는 나』 속에는 절반이 넘게 그녀의 어린 시절이 담겨있습니다. 특히 7년간 충청북도 부강에 있는 그녀의 친 할머니 댁에서 지낸 부분이 말입니다. 아이를 낳지 못하는 고모의 양녀로 갔지만, 식모로 전락해버린 고된 생활을 읽어 내려가던 눈이 별안간 뿌옇게 흐려졌습니다. 어린 후미코가 겪어내기엔 너무도 차갑고 매서운 생활이었거든요. 그 이후에도 쭉 자신의 의견은 무시된 채 집안의 어른들에 의해 조선에서 일본으로 전전한 끝에 후미코는 그 어떤 곳에서도 편히 쉴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큰 슬픔을 느꼈지만, 그녀는 이제 어린 후미코가 아니었습니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언제나 책을 열망하던 그녀는 오직 자신의 의지로 도쿄에 머무르게 됩니다. 그녀의 힘찬 발걸음에 드디어 한 줌의 햇빛이 들어오는 걸까요.

     

      나는 이미 자립할 수 있는 연령에 달해있다. 그렇다. 나는 내 삶은 스스로 개척하고 스스로 창조해야 한다. 그리고 도쿄야말로 나의 삶을 굳건히 세울 수 있는 미개간의 광야인 것이다.

      도쿄로! 도쿄로!

    『나는 나』, 30쪽 

     

      가네코 후미코의 옥중수기라고 해서 그녀가 감옥에서 어떻게 지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기대하기도 했습니다. 안네의 일기가 살며시 떠오르기도 했거든요. 하지만 그녀의 옥중수기는 머리말을 보면 알 수 있듯이 판사의 명령을 받고 차가운 감방에서 그녀의 성장 과정에 대해 쓴 수기입니다. 상처투성이였던 고된 어린 시절이 아이러니하게도 지금의 가네코 후미코를 있게 한 밑거름이 되었다는 사실이 마음 아팠습니다. 힘들게 어린 시절을 보내지 않고서도 그녀가 자신만의 생각과 철학을 가질 순 없었을까요. 그녀가 머리말에 남겨둔 글을 끝으로 이 글도 마무리 지으려 합니다.

     

      나는 더 많은 세상의 부모들이 이 수기를 읽어주었으면 한다. 아니, 부모들뿐만 아니라, 더 좋은 사회를 만들고자 하는 교육가, 정치가, 사회사상가 모두가 읽어주었으면 한다.

    『나는 나』, 13쪽 

     

    나는 나 - 10점
    가네코 후미코 지음, 조정민 옮김/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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