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신문'에 해당되는 글 50건

  1. 2015.11.17 절망에 빠진 가족 제한구역에 갇혀 희망 찾는 몸짓 (국제신문)
  2. 2015.10.29 10구체 향가처럼 짧은 시어로 서정의 여백 (국제신문) (1)
  3. 2015.10.22 86세 손경하 시인 30년 만에 두 번째 시집 (국제신문)
  4. 2015.10.13 '턱'하고 와닿는 현실감에 공감 (국제신문)
  5. 2015.09.10 다각도로 본 그래피티 구헌주 작가에게 듣다 (국제신문)
  6. 2015.08.27 미지가 도사린 인생의 바다, 어떻게 할 것인가 (국제신문)
  7. 2015.08.12 목학수 부산대교수 포토에세이 '봄날에 만난 아름다운…' 출간 (국제신문)
  8. 2015.07.28 첫 소설처럼 '다시 시작하는 끝'에 선 작가 (국제신문)
  9. 2015.06.11 "은유의 남발은 동일성의 확대재생산" (국제신문)
  10. 2015.04.23 삶에 지친 당신 어루만지는 속 깊은 소설(국제신문)
  11. 2015.04.08 청춘 빚는 일흔 청년작가들 (국제신문)
  12. 2015.03.23 다재다능 독일의 힘은 어디서 나왔나 (국제신문)
  13. 2015.03.02 다양한 예술 넘나드는 폭 넓은 평론 (국제신문)
  14. 2015.01.21 2015 국제신문 신춘문예 현장
  15. 2015.01.15 멈춰버린 손·입 대신 눈으로 써내려간 '편지' (국제신문)
  16. 2015.01.14 곽명달 동래경찰서장 범죄소설 출간 (국제신문)
  17. 2014.12.30 당신의 인생 고도는 몇 피트 상공입니까 (국제신문)
  18. 2014.12.17 중국경제 다룬 단행본 중국지역학회 회원들이 출간 (국제신문)
  19. 2014.12.10 항해사가 기록한 바다, 소년들이 꿈꾸는 바다 (국제신문)
  20. 2013.10.14 한국언론학회 학술상 저술부문 『부산언론사 연구』 선정 (1)
  21. 2013.09.25 국제신문 인문학 칼럼─마음에도 다이어트가 필요하다
  22. 2013.09.24 성장을 저지당한 아이들의 세계-『서비스, 서비스』(책 소개)
  23. 2012.11.01 강동수 선생님 제29회 요산문학상 수상!
  24. 2012.08.07 위기의 부산 언론, 역사 속에 답이 있다. 『부산언론사 연구』 (6)
  25. 2011.08.30 인터넷·디지털 시대에도 문학의 '정신'이 가장 중요하다


- 상징적 요소로 스토리 구성

김비 소설가가 최근 펴낸 새 장편소설 '붉은등, 닫힌문, 출구없음'(산지니 출간)은 매우 인상 깊은 전개를 보여준다. 특히 도입부는 읽는 이를 압도한다. 한 번 쥔 책을 여간해선 놓을 수 없을 만큼 이야기가 긴박하고 빡빡하다.

밀리고 밀려 사회의 벼랑 끝에 온 주인공 남수 가족의 상황, 그들 각자의 아픔, 끔찍한 결심에 이르게 된 절박한 처지까지 단번에 드러낸다.

남수는 "LED 패널 공장, 자동차 부품 프레스 공장, 금고를 만드는 회사를 거쳐 택배 일까지 왔는데도" 삶은 조금도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택배를 하다 허리를 다치고, 빚을 내 구매한 트럭은 고장 나고, 빚을 돌려 막으려고 제2금융권에서 빌린 돈이 칼날이 되어 돌아온다. 아내 지애는 무기력하고, 어린 외아들 환이는 장애가 있다.

   

이곳은 갓 지은 160층짜리 초호화 건물, 화려한 백화점이 있고 첨단 상업시설이 즐비한 곳이다. '극단적 선택'을 하기로 남수가 마음 먹자 아내 지애는 "마지막으로 좋은 곳 한 번"이라고 통사정한다. 그 통에 남수 가족은 160층 건물의 쇼핑센터에 온다.

그런데 남수 가족은 그만 빨간색 출입통제선 넘어 제한구역에 들어서고 여기에 완전히 갇혀버린다. "문도 다 닫혀 있고…층수가 없어. 몇 층인지 적혀 있어야 하는데. 아무리 둘러봐도 숫자가 보이질 않아." 호화찬란하던 빌딩은 이들 부부에게 순식간에 절망과 고통뿐인 공간이 된다. 애초에 '죽을 결심'까지 하고 왔던 남수의 머리에 이때 처음 떠오른 생각은 '억울하다'이다.

남수는 아내 지애와 다투고 서로 아픈 곳을 건드려 가면서도 "그 누구도 제자리로 돌아갈 수 없는 일직선의 미로"인 이곳을 아래위로 뛰어다니며 살길을 찾아 나선다. 이 모습을 김비 작가는 밀도 높고 능숙하게 그린다.

자신들만 갇힌 줄 알았던 이곳에서 남수 가족은 다른 조난자를 만나기 시작한다. 이들에게서 소문과 정보를 듣게 되고 함께 탈출을 시도한다. 자본의 힘을 과시하는 이 빌딩은 서둘러 짓느라 아직 미완성이라는 점. 치명적인 결함을 무시한 탓에 빌딩은 이미 천천히 무너지고 있다는 점. 바깥엔 '열쇠를 쥔 사람'이 있지만 선뜻 갇힌 자들을 구하지 않는다는 점도 알게 된다.

이 장편소설은 상징적인 요소가 선명하고 많아 보인다. 특히, 남수 가족이 처한 상황을 상징으로 읽으면 '여기가 몇 층인지도 모르며, 끝없이 올라가도 닿을 수 없고, 끝없이 내려가도 찾을 수 없는' 숨가쁘고 아득하고 희망 없는 현실이다. 그러나 지극히 미세한 모습으로 절묘한 몸짓의 희망이 꼬물대는 모습은 만날 수 있다. 절망을 만날지 희망을 찾을지는 독자 몫이다.

경남 양산에 살면서 부산에서도 꾸준히 활동하는 김비 작가는 2007년 여성동아 장편소설 공모에 당선하면서 등단해 소설과 에세이를 펴냈고, 영화 '천하장사 마돈나' 제작 과정에 참여했다. 그는 트랜스젠더 작가로 잘 알려졌다.


조봉권 | 국제신문 | 2015-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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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등, 닫힌 문, 출구 없음 - 10점
김비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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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 시인이 평소 즐겨 찾는 밀양 얼음골 사과밭에서 잘 익은 사과를 들어보이고 있다.


- 등단 30년 맞아 12번째 시집
- 인세 전액 네팔지진 구호 내놔
- "윽박지르지도 요구도 않고
- 독자가 빈 공간 완성하게 해"

"신라 사람들이 지은 10구체 향가를 많이 생각합니다. 10구체 향가가 시를 쓰는 내 마음에 들어와 있어요."

정일근 시인에게 10구체 향가가 보여주는 아름다움은 "10줄 안팎으로 짧게 쓰는" 긴장감 어린 형식미가 그 핵심이다. 10행을 채 넘지 않도록, 깎아내고 덜어낸 간결한 시행에서 생기가 돋아나 독자에게 닿는 상큼한 광경을 그는 1000년 전의 향가에서 본 듯하다.

'고추밭에 고추가 달린다. 고추는 주인을 닮는다며 나릿나릿 달린다. 서창 장날 천 원 주고 사다 심은 고추 모종이 달린다. 고추꽃이 달린다. 별같이 하얗고 착한 꽃이 달린다. 어머니에게 나는 첫 고추, 고추꽃 일어 고추 달고 달린다. 은현리에 고추가 달린다. 풋고추가 달린다. 아삭이 고추가 달린다…'(시집 '소금 성자'에 실은 '고추가 달린다' 중)

   

고추가 탐스럽게 열린 모습 같기도 하고, 잘 자란 아삭이고추 꽈리고추들이 은현리 마을을 뛰어다니는 듯한 생기 넘치는 모습 같기도 한데 이 시는 7행짜리 짧은 시다.

정일근 시인이 열두 번째 시집 '소금 성자'(산지니 펴냄)을 내놓았다.

"경남대 4학년에 다니던 1985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에 '유배지에서 보내는 정약용의 편지'가 당선되면서 저는 시인이 되었지요. 올해로 30년입니다. 때마침 운이 좋아 지금 모교 경남대에서 시를 가르치고 있으니 이번 시집은 제겐 참 뜻깊네요."

'모두 다 받아줘서 바다라고 했다. 마침내 원자력발전소까지 받아준 바다가 말한다. 봐라봐라, 봐라봐라, 이 바다 사람이 다 받아야 할 밥성이다'('바다의 적바림'·15 전문) 

'쇠숟가락으로 온기 먼저 담겨 오는 민물새우뭇국 받아들고 / 남루한 가족 모여 따뜻하게 먹는 저녁이 있었다 / 여흘여흘 흘러가던 저녁강 깊어지며 비로소 잠드는데 / 기다릴 사람 돌아올 사람 없지만 / 바람길 따라 에두른 돌담 위로 노란 등불 맑게 켜지는 밤이 있었다'('수세미꽃이 있는 풍경' 전문)

10구체 향가의 마음을 생각하며 쓴 짧은 시는 "독자를 윽박지르지도 않고, 이렇게 저렇게 하라고 요구하거나 이끌려고 들지도 않고, 여백을 남겨 그걸 독자가 완성하도록" 하는 마음으로 썼다고 그는 말했다.

"2000년에 히말라야를 다녀왔죠. 그때 네팔에서 순수한 아이들을 만나 마음이 참 좋았어요." 그는 등단 30년을 맞아 펴낸 이 시집의 인세 전액을 대한적십자사 네팔 지진피해 구호성금으로 내놓는다. '소금 성자'는 입소문 덕분인지 출간 14일 만에 2쇄를 찍었다. 은현리 고추, 밀양 얼음골사과도 작은 씨앗에서 시작했음을 생각하며 힘을 보탠다는 마음이다.

'이 가을 가장 뜨거운 것은 사과 씨앗이다 / 어제의 사과에서 몸을 받아 오늘의 사과를 만들어낸 둥근 목숨 스스로 곡진하여 / 그 열기 어찌할 수 없어 껍질째 빨갛게 끓는다 / 밀양 얼음골 십만여 평 사과바다가 씨앗 하나로 창창히 깊어지고 / 씨앗 하나로 뜨거워져 넘친다'('끓는 사과' 전문)

정 시인은 경남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로 있다.


조봉권 | 국제신문 | 2015-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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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 성자 - 10점
정일근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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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49년 최계락과 동시 입상
- 오랜 사유·체험 '노년의 진경'

예술작품의 힘은 '돌아보게 하는 힘'에서 출발한다.

손경하 시인이 자택에서 두 번째 시집 '그대 홀가분한 길손으로'를 펴낸 소감과 시에 관한 생각을 들려주고 있다. 국제신문 김성효 기자


작품 앞에서 자기를 돌아보게 된 감상자의 마음이 크게 움직이는 것이 감동이다. 이렇게 예술가와 향유자가 작품을 매개로 만나 영향을 주고받는 과정이 소통이고 그 열매가 공감이다.

최근 두 번째 시집 '그대 홀가분한 길손으로'(산지니 펴냄)를 내놓은 손경하(86) 시인의 부산 수영구 망미배산로 자택을 지난 20일 찾아갔다. 정갈하고 마당이 예쁜 집이다. 손 시인이 마당 감나무에서 직접 따준 붉은 감은 꼭 인상 깊은 예술작품 같았다.

1929년 경남 창원 출생인 손 시인은 마산상고를 졸업한 뒤로 줄곧 부산에 살았다. 

"고등학교 다니던 1949년 영남예술제에 나가 시를 냈는데 입상자가 세 명이었어요. 이형기 최계락 그리고 저였지요." 그렇게 문학에 들어왔다.

부산대 상대에 진학했는데 상업 관련 과목은 이미 명문 마산상고에서 배워온 터였다. 그때 젊은 사자처럼 치열하고 쟁쟁했던 고석규 문학평론가(1958년 26세로 요절) 등을 만나 '신작품' '시연구' 등에서 동인으로 활동했다.

손 시인은 대학을 채 졸업하기 전부터 교편을 잡게 되면서 교육자의 길을 걸었다. "1950년대 당시 젊고 쟁쟁했던 '신작품' 동인들은 자신감이 있었고, 동인지 '신작품'에 글을 쓰면 됐지 기성의 등단 절차를 밟을 필요가 있겠느냐고 생각들 했죠. 저 또한 별다른 등단 절차 없이 현대시학 등에 글을 쓰면서 시의 길에 섰지요." 지금 돌이켜 보면, 지역 문단 청년들의 기개가 당당했다.

1985년 첫 시집 '인동의 꿈'을 낸 뒤로는 '시인 손경하'보다는 '교장 손경하'로 더 널리 알려진 삶을 살았다. 첫 시집 뒤 30년, 21년 전인 1994년 교직에서 은퇴하고 꽤 긴 시간이 지나고서야 그는 두 번째 시집으로 돌아왔다.

시집 '그대 홀가분한 길손으로'에 실린 시는 노년의 진경을 보여준다. 시어는 명징하다. 작품들은 오랜 묵힌 사유와 삶의 체험을 다 갖췄다. 그러므로 노년에 이르러서야만 할 수 있을 대범한 시상 전개와 함께 진실함이 살아있다. 이 시를 노년층 독자가 읽는다면, '나도 시를 써서 내 인생을 돌아봐야겠군' 하고 마음먹게 되리란 생각이 들 만큼 수록 작품은 묵직한 호소력이 있다.

치매를 그린 '미아'는 인상 깊다. 삶의 체험과 오랜 생각에서 나왔다. '컴퓨터 바이러스가 / 입력된 기억을 망가뜨리듯 / 불명의 촉수로 / 인간은 하루에도 / 재생 불능의 뇌신경세포가 / 10만 개나 / 미세한 거품 꺼지듯 / 죽어간다고- / 그러니 / 평생을 / 꿀벌처럼 축적한 우리들의 기억도 / 황폐화할 수밖에…입력 불능의 생소한 현재의 / 그 단절된 회로 사이를 / 뒷걸음치며 / 홀로 배회하는 / 늙은 미아-'(부분)

'반딧불이'는 오래된 날들과 오늘과 미래가 함께 숨쉰다. '산골짜기서 내려온 어둠이 / 마을에 그득 실린다 / 무자치가 지나간 무논에 / 별들이 눈을 비비는 동안 / 개구리 울음이 잠시 / 아득해진다…그들은 지금 / 다 어디 갔을까'(부분)

조봉권 | 국제신문 | 2015-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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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홀가분한 길손으로 - 10점
손경하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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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예 이병순 첫 소설집 '끌', '창'·등단작 '끌' 등 수록

신예 소설가 이병순이 생애 첫 소설집 '끌'(산지니 펴냄)을 내놓았다.

이병순 소설가는 부산에서 태어나 부산에서 작가 수업과 작품 활동을 줄곧 했고 2012년 부산일보 신춘문예에 단편 '끌'이 당선하면서 등단했다.

<끌>의 작가 이병순 소설가



대개의 독자는 작가가 비로소 소설책을 한 권 엮어서 펴냈을 때, 온전하게 그 작가를 만날 수 있다. 소설가가 꾸준히 문예지에 작품을 발표하더라도 그 문예지를 찾아 읽는 독자는 그리 많지 않으므로 책이 아니라면 독자는 소설가의 존재감을 좀체 느끼기 어렵다.

그런 의미에서 소설집 '끌'은 탄탄하고 진지한 신예 소설가가 부산 문단에서 새로이 출발함을 알리는 신호탄 같은 의미를 갖는다. 모처럼 만나는, 옹골차고 든든한 느낌의 '첫 소설집'이다. 이병순 소설가는 독자와 속 깊이 교감하는 방법의 이쪽 끝부터 저쪽 끝까지 부지런히 모색하고 고민하면서 다채로운 색감과 결을 책에 담았다.

수록 작품은 한결같이 우리 삶의 진실, 생(生)의 절실한 얼굴과 현장을 바탕에 탄탄하게 깔고 있다. 허황하게 공중으로 휘발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읽는 이에게 다가가 턱 하고 박히는 현실감과 공감력을 내장했다. 군더더기 없이 단호한 대목도 많다.

'창(窓)'
은 복학을 앞두고 아파트 창호를 관리하는 아르바이트에 나선 평범한 대학생에게 창문이 갖는 벽 같고, 거울 같은 상징을 차분하고, 냉정하고, 실감 나게 그린다. 주인공은 말한다. "시급을 많이 주는 곳은 여전히 치킨 배달원이었다. 복학을 한다는 것은 치킨 배달원이 된다는 뜻이었다."

'끌'은 등단작으로 작가의 예술적, 문학적 관심과 방향을 여러 겹으로 품었다. 목공예인인 나는 해맑고 마음에 구김살 없던 아내와 산다. 손과 몸으로 살고 느끼는 나는 아내가 수필을 배우러 다니면서 변하자 생각한다. "나는 수필은 잘 몰라도 아내를 수필보다는 많이 알았다. 아내는 어디선가 자꾸 때를 묻혀 오고 있었다."

'닭발' 또한 잘 빚어낸, 뜨겁고 탄탄한 단편이다. 교사인 나는 어머니가 갑자기 돌아가시자 말더듬이 증세에 시달린다. 이 덕분에 여성과 사귀게 되지만 소통은 또 미끄러진다. 이 과정을 닭발 하나로 매끈하게 꿰어냈다. 단편 '부벽완월'과 '비문'은 역사소설 형식을 취했다.

조봉권 | 국제신문 | 2015-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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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점
이병순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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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까지는 디테일한 작업을 많이 해왔지만, 아까 만덕에서 했던 작업을 보여드렸던 것처럼, 요즘은 아예 반대로 매우 심플한 작업을 시도하고 있어요. 그런 아이디어를 많이 떠올리려 해요. 심플하면서도 많은 이야기를 담을 수 있는…."


비평 전문 계간지 '오늘의 문예비평'(오문비)이 최신호인 가을호에서 부산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그래피티 작가 구헌주에게 주목했다. 이 잡지는 '주목할 만한 시선'이라는 기획물에서 구헌주 작가를 집중해서 다뤘다.

구 작가는 2005년부터 부산에서 그래피티 작업을 펼쳐왔다. 도시의 공터나 건물 벽면에 스프레이 같은 도구로 그림을 그려 메시지를 표현하는 예술양식이 그래피티다. 사회를 비판하거나 저항 정신을 드러내는 경우도 많은 자유분방한 분야다. 구 작가는 전국을 무대로 다양한 예술 프로젝트에 참가하면서 주목받았고 비중 있는 작가로 떠올랐다.


그가 2012년 그린 '자이언트 키드'.

시민에게 친숙한 구 작가의 작품은 2012년 부산 수영구 광남초등학교 바깥 벽면에 그린 '자이언트 키드'를 들 수 있다. 한 어린이가 돋보기로 골똘히 뭔가 살피는 모습을 세밀하게 그린 큰 그림이다. 대체로 사실성이 높고 세밀한 그림으로 메시지를 표현한 작가는 이 기획에서 철거되는 주택 벽면에 '천사의 머리 위에 뜨는 동그라미' 하나만 달랑 그린 작품 'RIP'을 보여주며 앞으로 작업이 한결 단순해질 것임을 내비쳤다.


올해 그린 'RIP'. 철거된 가옥 벽면에 천사 머리 위 동그라미만 간략히 표시했다.


가을호 '오문비'의 '주목할 만한 시선'에는 구헌주 작가와 손남훈 문학평론가의 이메일 대담, 구헌주 작가의 자기 작품 설명, 부산시립미술관 김영준 학예연구사의 그래피티에 관한 비평문을 실어 여러 각도에서 그래피티를 볼 수 있게 했다.

한편 '오문비'는 이번 호에서 특집좌담 '신경숙이 한국문학에 던진 물음들', 특집 '노년의 삶과 재현'을 수록했다.

조봉권| 국제신문 | 2015-09-09


오늘의 문예비평 2015.가을 - 10점
산지니 편집부 엮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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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소설가 유연희 '날짜변경선'…4년 만에 두 번째 소설집 발간


- 실습선 등 항해 체험 반영

1. '파도는 하루에 팔천육백 번 정도 쳐댄다던가'.

2. '육지에서는 놀이기구도 못 탄다던 실항사지만 배에서는 못 하는 게 없다. 바다와 배, 제도가 그렇게 만든다'.

3. '갈매기가 있으면 기상도를 체크하지 않아도 마음이 놓였다. 배가 육지의 자장권에 있고 여차하면 항구로 피항할 수 있으니. 첨단 과학이 잡지 못하는 자연의 기미를 감지하는 새들이 놀랍다. 인간도 자연의 일부지만 자연에서 오래전에 쫓겨난 자식들인지도 모른다'.

위의 1, 2, 3번 문장을 차례대로 요약하면 이렇다. 1. 파도는 하루에 8600번 정도 쳐댄다.(인생이 그렇다.) 2. 부딪혀 보면 사람에겐 평소엔 자신도 몰랐던 놀라운 적응력과 능력이 있음을 알게 된다.(인생이 그렇다) 3. 그러나 막상 일을 제대로 해보려 하면 그동안 편한 것만 추구하던 현대인에게선 퇴화해버린 능력이 참 많다.(그걸 느끼는 게 인생이다.) 작가는 묻는다. 자, 우리는 모두 인생이라는 바다 위에 떠 있다. 어떻게 할 것인가?

지역 문단 중견 작가이자 해양소설가로 입지를 탄탄히 한 유연희 씨가 최근 펴낸 두 번째 소설집 '날짜변경선'(산지니)에 실은 단편소설 '어디선가 새들은'은 매우 인상 깊은 작품이다. 위의 1, 2, 3번은 모두 '어디선가 새들은'에서 인용한 문장이다.

이야기를 단단히 압축해 압축미가 있고, 상징 요소를 적절히 배치해 소설 읽는 재미를 느끼게 하며, 생각지 못한 반전의 요소를 품었을 때 단편소설은 매력이 커진다. '어디선가 새들은'은 이런 요소를 고루 갖췄다. 해양소설 또는 해양문학 작품이 흔히 놓치곤 하는 '독자가 보편적으로 공감할 만한 삶에 관한 질문'도 안 놓친다.

'날짜변경선'은 유연희 소설가가 4년 만에 펴낸 소설집이다. 김만중문학상을 받은 표제작 중편소설 '날짜변경선', 부산 항만에서 가장 거대하고 눈에 잘 띄는 존재이지만, 좀체 문학이나 예술에서 다루지 않은 갠트리크레인 CG-5를 주요한 요소로 그린 '붉은 용골' 등 작품 7편을 실었다. '신갈나무 뒤로'와 '유령작가'를 제외하면, 5편은 해양소설이다. 해양소설가로서 유 작가의 공력과 지향을 알 수 있다.

그는 부산에 기반을 둔 한국해양문학가협회 회원이다. 1956년생인 그의 고향은 부산이다. "온천장에서 태어났어요. 가슴이 설레도록 예뻤던 동래권번의 기생들 모습을 자주 보며 자랐죠. 외가는 영도였어요. 외가에 가느라 영도다리를 건널 때마다 물씬 다가오는 바다의 냄새, 육지와 완연히 다른 공기와 풍습과 풍경을 느꼈죠."

   

그렇게 시작한 유 소설가의 바다 사랑은 줄곧 이어졌다. "지금도 커다란 위험과 미지가 도사린, 생사를 기약할 수 없는 바다로 뚜벅뚜벅 배를 타고 나가는 이들을 보면 의문과 신비가 생깁니다." 그가 해양소설을 쓰는 근원적 이유다.

소설집 '날짜변경선'은 항해의 과정과 배, 바다의 모습과 상황을 세심하게 취재해 반영한 작품이 많아 인상 깊다. "한국해양대 실습선을 타고 몇 차례 항해를 체험했고, 한국해양문학가협회 소속 동료들의 도움도 받았다"고 그는 말했다.


조봉권 | 국제신문 | 2015-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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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변경선 - 10점
유연희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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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목학수 교수


부산대 교수가 캠퍼스의 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책 한 권에 담았다. 부산대 공과대학장을 지낸 목학수(산업공학과·사진) 교수가 10일 포토에세이집 '봄날에 만난 아름다운 캠퍼스'를 펴냈다.

'미국 대학의 힘' '공학자가 바라본 독일 대학과 문화' 등 외국대학의 사회·문화를 살핀 바 있는 목 교수는 이번 에세이를 통해 자신이 몸담고 있는 학교 구석구석을 살폈다. 부산대 장전캠퍼스 내 인문관 앞 연산홍, 박물관 앞 공중전화부스, 콰이강의 다리 등 모든 사진을 목 교수가 수년에 걸쳐 직접 찍었다. 

목 교수가 전하려는 건 단순히 외양이 아름다운 캠퍼스가 아니다. 미국과 독일의 대학을 두루 다녀온 경험을 바탕으로 캠퍼스를 가꾸는 노력뿐 아니라, 교육시스템의 중요성을 동시에 역설한다. 특히 새로운 교육 제도와 교과 과정에 대한 준비, 교수와 학생들에 대한 아낌없는 지원을 거듭 강조했다. 

목 교수는 경남 마산고와 부산대 공과대학을 졸업하고 KAIST에서 석사를, 독일 아헨공과대학교에서 공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선임연구원을 거쳐 현재 부산대 공과대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2010년부터 2012년까지 공과대학 학장을 역임했다.

민경진 | 국제신문ㅣ2015-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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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에 만난 아름다운 캠퍼스 - 10점
목학수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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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대표 중진작가 조갑상, 시민과 이색 문학토크 시간

부산작가회의가 27일 부산 중구 자유바다소극장에서 연 제27회 시민과 함께하는 문학톡톡 행사에서 조갑상(오른쪽) 작가가 첫 소설집 재출간과 정년퇴임 소감을 말하고 있다. 강덕철 선임기자



- 교수 정년퇴임 앞둔 소회 밝혀
- 90년대 책, 25년 만에 재출간
- "분단 주제 작품도 1년내 발표"

"또 다른 시간이 열리는 것이지요. 단편소설 '다시 시작하는 끝'의 주인공도 한 번 막힌 데서 다시 시작하려는 인물입니다."

27일 오후 7시 부산 중구 중앙동 자유바다소극장에서 부산작가회의가 주최한 제27회 시민과 함께하는 문학톡톡이 열렸다. 그달에 책을 펴낸 문학인을 초청해 '문학 토크(talk)' 시간을 갖고, 책 내용 일부를 연극으로 꾸며 공연하는 이채로운 행사다.

이날 주인공은 부산을 대표하는 중진 작가 조갑상(66·경성대 국문학과) 교수였다. 그에게 이날 문학행사는 각별한 의미가 있었다. 최근 그는 소설집 '다시 시작하는 끝'(산지니 펴냄)을 냈다. 이 책의 운명이 특이하다. "1980년 등단하고 꼭 10년 만인 1990년 낸 첫 소설집이 바로 이 '다시 시작하는 끝'입니다. 그런데 그사이 책이 절판돼 누구에게 보여줄 수도 없었고 독자가 구할 수도 없었죠."

표제작을 비롯해 단편이 17편이나 실린 이 책을 부산의 산지니출판사가 이번에 재출간하면서, '다시 시작하는 끝'은 새로운 시작을 맞았다.

그리고 그는 올해 경성대 국문학과 교수로서 마지막 해를 보낸다. 올해 2학기를 끝으로 정년퇴임을 맞는다. "1982년 서울을 제외한 도시에서는 처음으로 문예창작과가 생긴 당시 부산여자전문대(현재 부산여대)에서 가르치기 시작해 1986년 경성대로 옮겨왔다. 어느덧 올해가 마지막 해"라고 그는 말했다. 이 또한 끝이자 다시 시작인 셈이다.

그래서인지 '문학톡톡' 행사가 시작하기 직전 만난 그의 목소리는 조금 상기된 듯했다. 35년 작가 생활에서 의미가 큰 첫 작품집을 다시 찾고, 교수로 가르친 세월 33년을 매듭짓는 자리이므로 감회가 새삼스러운 것은 당연해 보였다.

조 작가는 1980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혼자 웃기'가 당선해 등단했고, 소설집 '길에서 형님을 잃다' '테하차피의 달', 장편소설 '누구나 평행선 너머의 사랑을 꿈꾼다' '밤의 눈', 산문집 '이야기를 걷다'를 냈다. 보도연맹 비극을 다룬 '밤의 눈'으로 만해문학상을 탔고, 요산문학상 이주홍문학상 서라벌문학상 등도 수상한 부산의 대표 작가이다.

'작가로서 놓치지 않고 추구하려 한 것은 무엇인가' 묻자 그는 "사람이 억압당하지 아니하고 스스로 추구하는 바를 향해 가까이 다가가는 삶과 사회를 줄곧 생각했다. 우리나라는 분단이라는 어려움이 드리워 있어 더욱 예민했다"고 밝혔다.

평소 그는 동료 작가와 이야기할 때 "창작 환경이 좋지 못해도 우리(소설가)가 당연히 할 일이 좋은 작품을 쓰는 것임을 잊지 말자"며 작가의 책임을 중시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오랜만에 독자에게 건네는 메시지도 꺼내놓았다.

"소설은 현실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해주고 새롭게 보도록 하는 가장 역동적인 장치라고 본다. 소설이 문학의 한 장르로서 독자 여러분의 삶과 동떨어져 있지 않고, 언어가 가진 특유의 힘으로 세상과 자기를 다시 보게 하는 예술임을 생각해주면 좋겠다"고 그는 말했다.

정년퇴임을 앞두고 "다시 시작하는 출발점에 선 기분"이라는 그는 "분단이 우리에게 끼친 영향, 그 속살 드러내는 장편소설을 1년 안으로 발표할 것 같다. 새 단편집도 엮을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조봉권| 국제신문ㅣ2015-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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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시작하는 끝 - 10점
조갑상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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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모룡 평론가 '저자와 만남'서 "시인은 나르시시즘 극복해야"


중진 문학평론가 구모룡(한국해양대 동아시아학과) 교수가 평론집 '은유를 넘어서'(산지니)를 최근 펴냈다. 그는 이 책에서 시인과 시가 다시 변화를 감행할 시점에 닿았다고 고찰했다. 그 방식은 '은유를 넘어서'라는 제목이 상징한다.

'은유를 넘는 것'는 어떤 걸까. 지난 9일 산지니출판사는 부산 러닝스퀘어 서면점에서 구모룡 평론가를 초청해 제67회 산지니 저자와의 만남을 열었다. 은유를 넘어서는 것의 의미와 접근법이 궁금한 이들이 많았던 듯했다. 좌석 30여 석이 순식간에 가득 찼다.

사회와 진행을 맡은 최정란 시인, 최학림 부산일보 논설위원은 저자를 친절하게 대하는 척하다가 이내 돌변해 몰아치듯 질문했다. 저자는 꿋꿋하게 의견을 내고 설명했다. "사실 언어 자체가 일종의 은유('A는 B다' 또는 '내 마음은 호수다' 식의 표현)다. 그러므로 은유 없이 소통이 안 되는 측면이 있다."

그의 설명은 은유 자체를 아예 부정하는 게 아니라, 죽은 은유를 남발하거나 무의식 상태이든 의도를 했든 간에 과도하게 은유에 기대어버리는 시 창작 태도를 강하게 비판하는 것으로 이해됐다. "(남 또는 사물을 표현하기 위해)계속해서 이런 식 은유를 만들어내는 것은 굉장한 동일성의 확대재생산일 수 있다"고 그는 말했다.

'동일성의 확대재생산'은 실제로 시에서 굉장히 위험한 요소다. 별 고민 없이 'A는 B다'라고 해버리거나 '내 마음은 호수다'라는 식으로 식상하게 표현할 경우 이는 일단 창작 주체인 시인 내면에 아무 변화도 못 일으키고, 'A를 B'에 '내 마음을 호수'에 가둬버려 문학을 파괴할 공산이 매우 커진다.

저자의 설명이 이어졌다. "그러므로 서정시인이 가장 먼저 극복해야 할 것이 나르시시즘(자기도취)이다. 시인이 자기 이야기에 갇혀서는 안 된다. 그걸 넘어서야 한다. 그 점을 표현하려니 '은유를 넘어서자'는 제목을 고르게 됐다. 이 중에서도 자기 아름다움에 도취하는 나르시시즘은 큰 문제 아닐 수 있다. 언젠가 극복 과정에 가닿을 수 있으니까. 문제는 타자를 외면한 나르시시즘이다."

수많은 이가 자기 세계에 갇혀 의미 없이 과장하고 호들갑 떠는 시를 쓰는 세태를 그는 날카롭게 지적했다. 이어 최영철 송경동 시인 등을 언급하며 시와 삶이 일치하는 시인, 세월호 사고를 예로 들며 주체에서 확장을 거듭해 세계로 나아가는 소통의 시를 강조했다. '은유를 넘어서' 갈 방향이었다.

조봉권 | 국제신문ㅣ2015-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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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유를 넘어서 - 10점
구모룡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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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 지친 당신 어루만지는 속 깊은 소설

조명숙 단편집 '조금씩 도둑'…세월호 사고 10년 뒤 무대 등 개성·문체 다채로운 9편 실어


소설가 조명숙


소설가 조명숙의 네 번째 단편소설집 '조금씩 도둑'(산지니)의 표제작에 나오는 주인공 세 명은 꿈이 싱그럽던 열여섯 살 소녀 시절에 본명 대신 '띠띠'와 '바바'와 '피융'이라는 별명을 정해 서로 부른다.


띠띠도 바바도 피융도 울퉁불퉁하고 불친절한 삶을 살아내느라 지쳤고, 상처받았고, 돈벌이에 시달린다. '…열여섯 그때만 해도 인생이 이렇게 꼬일 줄 몰랐다. 각각 한마디씩 별명에 대한 덕담을 해 주기로 했을 때 피융이 그랬던 것처럼 띠띠! 경적을 울리면 가로막고 있던 장애물들이 싹 비켜 줄 줄 알았다.' 바바는 종업원 없이 돼지국밥집을 하고, 피융은 집안 경제가 풍비박산 나자 부식가게를 열었다. 결혼도 안 했는데 자궁적출 수술을 한 상처투성이 띠띠는 마트 빵집 종업원이다.


언뜻 이 단편소설은 가난하고 심란한 여성들의 '상처받은 삶 이야기'로 흐를 듯하지만 안 그렇다. 따뜻하게 존재를 보듬는다. 물론, 그렇다고 주인공들의 살림이 확 핀다든가 엄청 유쾌한 일이 들이닥치지도 않는다. '염색약을 다 바르고 비닐 캡을 씌워 주자 피융은 침대에 그대로 벌렁 드러누웠다. "에라 모르겠다. 한숨 자자." 될 대로 되라는 듯 피융이 눈을 감았다. 띠띠는 피융을 지그시 내려다보았다.' 고작 이 정도의 행복이고 이 만큼의 따뜻함이다.


조명숙 작가가 이 소설에서 그린 건 뭘까? 작가가 속 깊이 생각한 우리 삶의 속내, 우리 삶의 진실이다. 휘황한 이야기, 감각을 자극하는 스토리는 아니다. 삶을 응시하고 겪어낸 작가가 손으로 한 땀 한 땀 그려낸 수제품 같은 단편소설 9편을 '조금씩 도둑'은 실었다.


차츰 쌓여가는 스트레스와 달리, 트라우마(정신적 외상)는 난데없이 밀고 들어와 인생을 아예 파괴해버릴 만큼 강하고 아프다고 한다. 이번 작품집에서 트라우마에 휩쓸리는 어둡고 우울한 주인공은 '점심의 종류'에 나오는 영애다. 영애는 2014년 세월호 사고로 딸 유미를 잃었다. 그 뒤 10년이 지난 2024년을 소설은 무대로 한다. 트라우마가 심한 사람은 '하루하루가 사고의 다음날'로 느낀다고 한다. 이 작품은 아프다.


다른 수록작품은 개성과 문체가 무척 다채로운데, 우리 삶의 어두운 면과 밝은 면, 심각함과 유머, 역설이 뒤섞이면서 묘하게 단단하고 끈적한 느낌을 준다. '러닝 맨'은 '아픈 유머'로 삶의 모습을 드러낸다. 아버지는 들을 수 있지만, 말은 못 하는 장애가 있다. 아버지는 첫째 부인에게서 아들 셋, 둘째 부인에게서 막내딸을 뒀다.

  

겨우 서른여섯 살밖에 안 된 막내 딸이 둘째 엄마의 제삿날에 아버지와 형제들에게 말한다. "독한 암에 걸렸고 여섯 달밖에 못 산다"고. 말 못하는 아버지는 이 말을 듣고 갑자기 팬티만 입은 채 동네를 뛰기 시작한다. 막내를 살리고 싶은 말 못하는 염원이 전류처럼 느껴지고, 가족사와 자기 삶의 회한을 표현하는 방법으로도 보인다.


수록작 '조금씩 도둑'에서 띠띠는 이렇게 말한다. "비유를 느끼자면 여간 세심하지 않으면 안 돼. 안 보이는 것을 봐야 하고, 주어진 것들을 거부할 줄도 알아야 해." 이 말은 곧 조명숙 작가가 소설 쓰는 법으로도 느껴졌다. 삶의 진실을 수작업으로 그리는 소설가에게 작품 쓰기는 존재증명의 방식이다.


국제신문 | 조봉권 기자 bgjoe@kookje.c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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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kookje.co.kr/news2011/asp/newsbody.asp?code=0500&key=20150422.2202119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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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봉권의 문화현장] 이규정 방식 vs 김성종 방식

청춘 빚는 일흔 청년작가들
   

이규정(왼쪽), 김성종


"청춘이란 인생의 어떤 기간이 아니라 마음 상태를 말하는 것이라네…." 새뮤얼 울만이 78세에 쓴 시 '청춘'의 첫머리이다. 울만의 시를 따르면, 소설가 이규정(78) 김성종(74) 선생은 부산 소설계의 빛나는 청춘 작가이다.

1937년생으로 팔순을 바라보는 이규정 작가가 최근 펴낸 역사인물소설 '소설 대암-이태준 번개와 천둥'(산지니)은 전개가 매우 활달하고 생생했다. 이태준(1883~1921)은 경남 함안 출신으로 세브란스의학교 2기 졸업생이며 독립운동가였다. 천신만고 끝에 1910년대 몽골에 들어가 그 나라를 망친 성병을 몰아내 신의(神醫)로 추앙받지만, 허무하게 살해당한다.

역사인물소설은 인물 재현에 그치거나 인물에 끌려다니다 생기를 잃고 실패하기 십상이다. '번개와 천둥'은 펄떡대는 생선처럼 살아있는 느낌이다. 이 책 내용을 소개하는 기사를 써서 이미 신문에 내놓은 뒤에도 이 소설의 비결이 여전히 궁금했다. 그래서 이규정 작가를 만났다.

그는 2001년 몽골과 바이칼호로 문학기행 갔을 때 이 소설을 구상했다. 2010년에는 대암이태준선생기념사업회를 따라 몽골 울란바토르의 이태준기념공원 방문 및 교류 행사에도 참가했다. 그간 이태준 관련 논문과 자료를 몽땅 모아 공부했다. 한창 작품을 쓰던 2011년 4월 작가는 큰 교통사고를 당했다. "의사의 만류를 뿌리치고 퇴원해서 소설을 계속 썼다. 그 바람에 지금도 후유증에 시달려 솔직히 후회스럽긴 하다." 2012년에는 아내가 위중한 병에 걸려 집필은 또 한 번 벽에 부딪혔지만, 극복했다.

'번개와 천둥'에 얽힌 이야기를 나누다 이규정 작가가 1996년 펴낸 대하소설 '먼 땅 가까운 하늘'(전3권·동천사)이 화제가 됐다. 아마 한국 문단에서 사할린 동포의 기구한 삶과 민족의 아픔을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절실하게 그린 대하소설일 것이다. 내친김에 기자는 절판된 '먼 땅 가까운 하늘' 1~3권을 구해 며칠 만에 다 읽었다. 1991년 집필에 들어가 5년 만에 탈고한 이 대하소설이 왜 한국 문단에서 크게 주목받지 못했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반드시 재조명해 가치를 재평가해야 할 빼어난 대하소설이다.

이 대하소설은 권정생의 '한티재 하늘'처럼 기구한 사연을 가진 사할린 동포 한 사람 한 사람이 모두 주인공이다. 그중에서도 함안, 서울, 진주, 평양, 부산, 일본, 사할린으로 이어지는 주인공 이문근의 인생은 민족사의 아픔 자체다. '먼 땅 가까운 하늘'에서 보여준 작가의 치열한 취재, 이야기에 생기를 불어넣는 힘, 역사의식과 리얼리즘 정신이 '번개와 천둥'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청년 작가 이규정'을 생생히 느꼈다.

'청년 작가'를 이렇게 꼽다 보니, 김성종 작가가 최근 펴낸 연작소설 '달맞이언덕의 안개'(새움)가 떠올랐다. 베테랑 추리소설가 노준기가 시칠리아산 와인 '도망간 여자'를 마시며 노련하고도 정열적인 활약을 펼치는 이 소설은 사실 면모가 매우 다양하다. 

범죄의 고리를 절묘하게 풀어나가는 전형적인 추리소설도 있다. 부산 근교 원전 사고를 소재로 문명의 반성을 촉구한 문제작 '죽음의 땅에 흐르는 안개, 그리고 개들의 축제', 테러사건 현장을 찾아다니는 '런던의 안개' 등 독특하고 새로운 작품도 있다.

연작소설 '달맞이언덕의 안개'에 등장하는 주인공 노준기는 허무주의에 빠진 노인 같지만, 여전히 엄청난 정열로 활약을 펼친다. 그 점에서 자신의 대하소설 '여명의 눈동자'에서 숱한 인물을 창조한 김성종 작가가 빚어낸 또 하나의 캐릭터이다.

최근 몇 년 새에도 세 권짜리 장편 '봄은 오지 않을 것이다'(2006)부터 '후쿠오카 살인' '안개의 사나이'에 이어 '달맞이언덕의 안개'까지 도무지 쉴 줄 모르는 70대 중반 김성종 또한 부산 소설계의 대표 청춘 작가다.

조봉권ㅣ국제신문ㅣ2015-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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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개와 천둥 - 10점
이규정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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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학수 부산대 산업공학과 교수 '독일 대학과 문화' 책 펴내

월드컵축구대회가 열릴 때마다 우승 후보에 오르는 나라, 독일. 이뿐만 아니다. 철학과 신학, 인문사회학, 의학과 자연과학기술, 고전음악과 현대 미술, 현대 건축학, 제약 및 바이오 관련 산업, 신재생에너지, 그리고 우수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자동차…. 도대체 '못 하는 것이 없는 나라'가 독일이다. 이런 독일의 힘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공학자의 눈으로 본 독일 대학과 문화(산지니)의 저자 부산대 산업공학과 목학수 교수는 이런 '독일의 힘'을 대학에서 찾았다. 앞서 '미국 대학의 힘'이란 책에서 여러 미국 대학을 둘러보며 한국 대학과 사회의 발전 방안을 모색했던 목 교수가 이번엔 독일 대학을 둘러봤다. 600년 역사의 하이델베르크대학교, 항구·무역과 떼려야 뗄 수 없는 함부르크대학교, 베를린 훔볼트대학교와 베를린 공과대학교, 본 대학교, 공학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아헨대학교와 슈투트가르트대학교, 현대 건축물이 많은 프랑크푸르트대학교 등. 

결국, 그는 "개성과 주관이 뚜렷한 독일 대학이 국가 발전의 핵심에 있다"는 결론을 내린다. '다양성을 인정하고, 사회의 요구에 충실히 답하며, 아무리 작은 것에도 가치를 부여하고, 원인과 결과를 함께 중시하는 독일 대학의 모습이 현재의 독일을 세운 진정한 힘이 아닐까'라고 봤다.

'거침없이 나아가는 독일의 정치 및 경제의 힘찬 모습을 보면서 우리도 마냥 부러워할 것이 아니라, 지구 상에 남아 있는 유일한 분단국가인 우리나라는 통일된 독일을 보며 무엇을 배워야 할지, 어떻게 하는 것이 최선인지, 어떤 전략으로 나아가야 통일이 될지를 찾아야 할 것이다'('브란덴부르크 문을 보면서' 중에서).


오광수ㅣ국제신문ㅣ2015-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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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대학과 문화 - 10점
목학수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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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예술 넘나드는 폭 넓은 평론

전성욱 산문집 '현재는 이상한…', 영화·독서기록·사진전 등 다뤄

부산에서 활동하는 문학평론가 전성욱(사진) 씨가 산문집 '현재는 이상한 짐승이다'(산지니)를 펴냈다.


전성욱 평론가는 부산에서 나오는 전국구 비평지 '오늘의 문예비평'의 편집주간을 맡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2010년 펴낸 평론집 '바로 그 시간'에 이어 두 번째 책이다. 저자가 무척 폭이 넓고 다양한 예술 영역을 넘나들면서 다채로운 글을 쓴 점이 이 책에서 먼저 눈길을 끈다. 문학평론가가 낸 책은 대개 문학에 집중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산문집을 표방한 이 저서는 폭넓고 자유로워 구미를 당긴다. 1부에서 영화를 보고 쓴 글, 2부에서 독서기록, 3부 사진 연극 여행에 관한 글을 실었고 4부에서 비평가로서 정체성을 묻고 고민하는 글 세 편을 수록했다.

문학평론가로서 면모가 가장 잘 드러나는 2부에서 저자는 최근 주목받는 인문학자 윤여일의 '지식의 윤리성에 관한 다섯 편의 에세이', 부산 문단의 소설가인 강동수의 '금발의 제니', 이상섭의 '챔피언', 허택의 '몸의 소리들', 배길남의 '자살관리사' 등의 작품을 읽고 산문을 썼다. 윤여일을 읽고 이론적인 글을 전개하다가 이렇게 마무리한다.

'…학문은 현실의 한가운데서 끊임없이 반성되어야 한다. 윤여일은 길 위의 만남에 예민한 유목의 에세이스트다. 길 위에서 걷는 몸의 공부가, 그를 저 모순과 역설과 망상으로부터 지켜줄 것이라 믿는다'. 이는 예술을 일상으로 접하고 문학을 공부하는 저자 자신의 다짐으로도 비쳐 산문집 특유의 분위기를 느끼게 한다.

1부에서 다루는 영화는 '세르지오 레오네 걸작선', 장 뤽 고다르의 '영화사(들)', 다르덴 형제의 속죄와 구원에 관한 영화들, 오즈 야스지로 50주기 특별전부터 '한공주' '지슬' 등으로 다양하다. 마리오 스테파토 사진전,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사진전 등을 보고 쓴 글은 독특하다. 이론적 용어가 많고 다소 까다로운 전개로 쉽게 읽히지 않은 글도 있다.


조봉권ㅣ국제신문ㅣ2015-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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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는 이상한 짐승이다 - 10점
전성욱/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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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국제신문

 

2015년 1월 20일 화요일 국제신문사 4층에서 신춘문예 시상식이 열렸습니다. 산지니 식구들도 기쁜 마음으로 잔치에 참석했습니다.

이번 공모에는 시 부문 299명(1307편), 단편소설 110명(112편), 시조 92명(362편), 동화 122명(126편)이 응모했다고 하는데요. 송지은 당선자(단편소설), 김주현 당선자(동화)오은주 당선자(시조), 김분홍 당선자(시)의 떨리는 수상소감을 듣고 있노라니 저도 덩달아 출발선에 선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2015 신춘문예] 당선자 이야기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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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게릭병 정태규 소설가, 투병 중에 새 창작집 펴내

- 단편소설 등 14편 수록

- 같은 병 남녀 다룬 작품도

루게릭병으로 몸이 불편한 소설가 정태규 씨가 14일 부산 남구 대연동 자택에서 최근 펴낸 새 창작집 '편지'를 들어 보이며 밝게 웃고 있다. 전민철 기자

루게릭병으로 투병 중인 소설가 정태규(57) 씨가 "몸은 많이 불편하지만, 글은 계속 쓰겠다"며 문우와 독자들에게 인터뷰 등을 통해 약속한 대로 새 창작집 '편지'(산지니)를 내놓았다.

"작품이 한 권 분량에 못 미쳐 두어 편 추가하려고 계획했으나 사정이 여의치 못했다. 구상만 겨우 끝냈을 때 나는 이미 말하는 능력을 잃고 있었다. 구술할 형편도 못 되었다. 귀하신 안구 마우스는 자주 고장을 일으켜 미국 본사에 다녀오느라 적응할 시간이 부족했다." 그는 책에 쓴 '작가의 말'에서 마음먹은 대로 쓰지 못한 아쉬움부터 털어놓았다. 몸 전체가 천천히 마비되어 가는 병이고, 아직 치료법이 없어 모두가 무서운 병이라고 하는 루게릭병은 그의 작가정신 앞에서는 맥을 못 췄다.

아내 백경옥 씨는 "상태가 악화돼 요즘은 누워서 지내실 때가 많다. 이젠 구술도 힘들다. 다행히 미국에서 수리한 안구 마우스의 성능이 좋아져 카톡으로 소통한다"며 "집필 계획을 내게 얘기하고 문학계 새 작품과 경향에만 관심이 많다"고 전했다. 창작집 '편지'에는 스토리텔링 성격 단편소설과 콩트를 합쳐 14편을 실었다. 수록작 '비원(秘苑)'은 맑고 아름답다. 루게릭병 진단을 받은 남녀가 우연히 서울 창덕궁의 신비한 정원인 비원에서 만난 장면을 그려 작가 자신의 내면을 엿볼 수 있다.

'갑자기 사람들이 해설사의 손짓을 따라 이쪽을 쳐다보았다.…사람들의 시선을 피해 둘은 자리에서 일어나 개울 위의 작은 다리를 건넜다. "우리 병이 알려지면 사람들은 우리를 어떻게 볼까요?" 그녀가 소요암이라는 바위를 바라보며 심상하게 물었다. "…짧은 동정과 긴 망각… 자의든 타의든 우리는 잊혀질 것이오. 사람들은 우리와의 관계를 포기하겠지요." "몸으로부터도, 사람으로부터도 우린 끝없이 고립되어 갈 거예요." "동감이오." '('비원' 중)

차마 받아들이기 어려웠던 현실을 놓고 이어지는 남녀의 대화는 인상깊다. 둘은 무수리 출신 숙빈 최씨가 인현왕후의 넋이 이끄는 대로 목욕을 한 뒤 고약한 부스럼을 치유했다는 비원의 연못에서 목욕한다. 남녀가 헤어지는 끝 장면은 이렇다. '돈화문 거리에서 둘은 악수를 하고 헤어졌다. "살아남아요."'

아내 백 씨는 "2012년 가을 루게릭병 진단을 받고 서울의 병원에 다니던 지난해 여름 남편과 내가 비원에 가서 산책했는데 그때 구상한 소설"이라고 들려줬다. 다른 수록작은 대부분 써놓았던 작품이다. 임진왜란 때 동래성에서 싸운 젊은 조선 무사와 아내의 지극한 사랑을 그린 '편지'와 '3일간'은 생명에 대한 고결한 마음이 생생하다. '병삼이의 웃음' '우리 집 그 인간' 등 콩트는 낙천성과 웃음이 출몰한다. 

정 작가는 "이 소설집으로 지금까지 써온 글의 한 단계를 마무리하고자 한다. 루게릭병이 나에게 계속적인 집필을 허락한다면 새로운 단계의 글쓰기에 도전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조봉권ㅣ국제신문ㅣ2015-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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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 10점
정태규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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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명달 동래경찰서장 범죄소설 출간

실화 바탕 '범죄의 재구성', 각 사건 반면교사로 삼아

  • 국제신문
  • 이진규 기자 ocean@kookje.co.kr
  • 2015-01-06 19:55:29
  • / 본지 24면
   


- 예방·피해 회복 제도 설명도

곽명달(사진) 부산 동래경찰서장이 형사들의 활약상을 다룬 실화 범죄소설 '범죄의 재구성(해피북미디어 간)'을 펴냈다.

책은 모두 17건의 사건을 통해 우리 사회의 범죄 현황을 되돌아 본다. 현대사회가 복잡 다양화하면서 범죄 양상도 치정과 돈, 권력다툼 등 다양한 문제로 변화한다. 

사건 중에는 우연히 실마리를 발견해 해결한 것도 있고 13년간 미제로 남아 있다가 수사팀의 집념과 과학수사의 발전으로 해결한 사건도 있다.

책은 곽 서장이 강력계 형사로 근무하면서 겪었던 실제 사건·사고 중 사회에서 주목받았던 것들을 소설로 재가공했다. 특히, 실내사격장 화재와 노래방 화재 등 잇따른 화재 참사는 안전불감증 탓에 일어난 우리 사회의 부끄러운 자화상이라고 회고하고 있다.

이와 함께 각 사건을 반면교사로 삼아 화재 때의 대피요령, 납치·유괴·성폭행 예방, 피해 회복에 도움이 되는 각종 제도 등도 자세히 다루고 있다. 

곽 서장은 서문에서 "'범죄로부터의 안전'은 국민이 안심하고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이 책이 범죄로부터의 안전에 대한 시민 관심을 환기하고 이해를 높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곽 서장은 1977년 순경으로 경찰에 입문해 강력팀장과 형사팀장, 형사계장, 형사과장 등을 두루 거치며 수사 현장을 누볐고 남해경찰서장과 부산진경찰서장 등에 이어 지난해부터 동래경찰서장으로 있다.

 이진규ㅣ국제신문ㅣ2015-01-06

원문 읽기: http://www.kookje.co.kr/news2011/asp/newsbody.asp?code=2100&key=20150107.22024195438

범죄의 재구성 - 10점
곽명달 지음/해피북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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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인생 고도는 몇 피트 상공입니까

김헌일 소설집 '고도경보' 펴내…수록 6편 모두 공항·여객기 소재

  • 국제신문
  • 조봉권 기자 bgjoe@kookje.co.kr
  • 2014-12-29 19:48:26
  • / 본지 23면




국내 문단서 보기 힘든 항공소설

"높은 창공에서 매일 불안한 비행

어쩌면 우리의 삶도 그러하리라"

항공사에서 30여 년 근무한 독특한 이력의 중견 작가 김헌일이 최근 펴낸 소설집 '고도경보'(산지니)는 수록작 6편이 모두 공항과 여객기를 소재로 한다는 점에서 독특하고 희귀하다. '고도경보'는 국내 문단에서는 보기 힘든 항공소설집이다.

작가 김헌일은 책에 실은 '작가의 말'에서 "삶이 있는 곳에 문학이 있다면 당연히 하늘과 항공 운송 분야를 집중적으로 다루는 작가나 작품이 있어야 할 법도 하다.…우리나라의 연간 항공기 이용객 수는 대략 7300만 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해양문학이 부산 등을 중심으로 분명한 문학적 실체이자 장르로 자리 잡은 것을 고려하면, 음미해볼 만한 말이다.

   
김헌일

'고도경보'에서 확실히 느낄 수 있는 점이 있다. 공항-여객기-창공-삶 터로 이어지는 항공소설의 공간 배경은 고도의 긴장감, 삶과 사회의 표정과 사연, 사회의 모순, 개인의 상처와 회복을 압축해서 담아내는 훌륭한 문학 장치가 된다는 것이다.

수록작품 '지상의 낙원, 오로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는 짧은 분량 안에서 악천후 비행을 다룬다. 오리엔탈 스타 항공 기장 다차인은 비행기와 승객이 극도로 위험해진 악천후 상황에서 안전을 위해 여객기를 돌릴지, 회사의 방침에 순응해 착륙을 강행할지 갈등에 빠진다.

지상에서 근무하는 이 항공사의 운항사 안토니오 파본은 '착륙 시도는 미친 짓'이라고 판단하지만, 눈앞의 이익 앞에 탐욕스러운 권력의 반대에 부딪힌다. 무대는 공항과 여객기이지만, 세월호 참사를 떠올리게 하는 사회적 긴장감을 그리는 단편이다.

   

'기도'는 태풍 덴빈과 볼라벤의 영향권 안에서 솔로몬 제도의 공항으로 가는 비행기 안의 상황을 그린다. '지금쯤 공항 활주로의 영롱한 불빛이 저만치서 보여야 했다. 그러나 어디에서도 불빛은 보이지 않았다.…기장님, 혹시…우리가 산을 넘지 못한 것은 아닐까요?' 승객 수백 명을 태운 비행기가 순식간에 곤경에 빠지는 장면은 아찔하다. 이 속에서 인물들은 제각각 구원, 기도, 회한에 빠져든다.

'떠나는 사람들'은 창공을 나는 기장에게 닥치는 관계의 단절과 고독을 다룬다. '붉은 띠'는 9·11 테러 당시 납치된 비행기에 탄 한국인 승객의 심리를 쫓아간다. 많은 사람이 갑작스레 위험에 빠지면 매우 짧은 순간에 지나온 삶의 다양한 장면이 한꺼번에 떠오르는 신비한 체험을 하듯, 주인공 석우에게도 비슷한 일이 일어난다. 

여객기와 조종석, 공항이라는 좁은 공간이 우리 삶의 압축판임을 보여준다. 그것이 항공소설의 가능성일 것이다.

조봉권ㅣ국제신문ㅣ2014-12-30

원문읽기: http://www.kookje.co.kr/news2011/asp/newsbody.asp?code=0500&key=20141230.22023194710

고도경보 - 10점
김헌일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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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우커(遊客, 중국인 관광객)가 한국 백화점에서 극진한 대접을 받는다거나 중국인 투자자들로 제주도 부동산 경기가 호황이라는 소식은 이제 한국인에게 익숙하다. 일상에서도 중국의 경제적 영향력을 쉽게 체감할 수 있는 현재, 한국과 중국의 자유무역협정(FTA)까지 타결되면서 앞으로 대중국 무역에서는 활발해질 전망이다. 부산을 중심으로 결성된 중국지역학회 회원이 모여 중국 경제와 관련한 단행본을 냈다.


 '차이나 인사이트-현대 중국 경제를 말하다'(산지니)는 중국의 세대 구분과 농촌 노동자 문제, 지역개발정책과 서삼각경제권 물류산업환경, 해외투자동향, 골프관광객, 위생검역규정, 경상계정 불균형, 경제 선행지표 유효성 등 다양한 분야의 분석을 통해 최신 중국 경제를 빠르게 접할 수 있다.

 이 책은 중국의 사회와 경제 분야를 조망한 글 9편으로 이뤄졌다. 사회 분야의 글 두 편은 중국의 사회계층을 다뤘다. 이중희(부경대 국제지역학부) 교수의 '중국의 세대 구분과 세대별 특성'에서는 문화혁명 1긿2세대와 개혁개방세대, 독생 정보화세대 등 중국의 세대구분과 그 특징을 알 수 있다. 특히 독생 정보화세대에 속하는 바링허우(80后)와 지우링허우(90后) 등 중국 신세대들의 자유로운 면모는 최근 한국에서도 화제다. 

 서석흥(부경대 경제학부) 교수와 김경환(부산대 중국연구소) 연구원의 '중국 민공황(民工荒)의 쟁점 및 원인과 영향 분석'에서는 농촌을 벗어나 도시에서 비농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인 '농민공(農民工)'과, 음력 1월 1일 춘절경에 발생하는 농민공 부족 현상인 '민공황(民工荒)'을 분석함으로써 중국 빈부격차의 일면을 보여준다.

 곽복선(경성대 중국통상학과) 교수의 '중국 지역개발정책의 유형변화에 대한 연구'와 김형근(신라대 국제학부) 교수의 '중국 서삼각 경제권 물류산업 환경 분석에 관한 연구'는 지역개발과 물류 분야에 대한 글로, 부산과 인천 등 국내 경제자유구역 운영에 시사점을 줄 것이다.

 장정재(부산발전연구원) 연구위원의 '중국의 해외투자 동향과 투자유치 확대 방안'과 서창배(부경대 국제지역학부) 교수의 '중국 골프시장 발전에 따른 중국인 골프관광객 유치 방안에 관한 연구'는 모두 해외직접투자(FDI, Foreign Direct Investment)와 관련된 글이다. 이 중 '중국인 골프관광객 유치 방안에 관한 연구'는 제주도의 골프장 현황을 분석함으로써 요즘 중국인 사이에서 인기 관광지로 손꼽히는 제주도의 현주소와 앞으로의 발전가능성을 살폈다.

 세계는 이제 G2의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의 미래 경쟁자로 손꼽히는 중국은 이제 세계 무대에서 다양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특히 경제 분야에서 지난해 중국은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12%를 점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FTA를 비롯해 주변국의 인프라와 자원 개발에 투자하는 '신 실크로드' 구상 등을 통해 향후 세계에서 중국경제의 영향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이 책은 G2시대를 살아가는 독자를 위한 예리한 길라잡이가 될 것이다.


국제신문ㅣ최현진 기자ㅣ2014-11-24

원문읽기: http://www.kookje.co.kr/news2011/asp/newsbody.asp?code=0100&key=20141124.99002190945

차이나 인사이트 - 10점
곽복선 외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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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해사가 기록한 바다, 소년들이 꿈꾸는 바다

부산서 해양문학서 두 권 발간

   
'북양어장 가는 길'의 저자 최희철 시인이 1990년 원양어선 갑판 위에서 포즈를 취했다. 최희철 제공
- 최희철 시인 '북양어장 가는 길'
- 직접 체험한 현장 모습 담겨
- 해사고 동아리, 풋풋한 글 묶어

1961년생 해양문학가 최희철 시인은 이달 초 드물게 보는 형식의 해양문학서 '북양어장 가는 길'(해피북미디어)을 펴낸 뒤 이렇게 말했다.

"현장에서 바다처럼 살았던 선원들, 어획 대상이었던 물고기들, 생명 없는 기계라고 생각했던 트롤어선과 어구들, 출렁이던 바다의 흔적으로서 바람, 어둠, 파도, 눈보라, 안개 그리고 대양의 상처 같았던 섬들 모두 역동적인 주인공들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기록으로 남지 못했다. 그들은 모두 '역사 없는 것들'이 되고 말았다. 나는 그것을 기록하고 싶었다."

   



'북양어장 가는 길'(왼쪽), '바다를 바라보다'
거의 같은 시기에 부산의 '고딩'들이 해양문학서 한 권을 내놓았다. 국립부산해사고에서 '해양문학교실'이라는 문학동아리에서 활동하는 1, 2학년생 19명이 필자로 참여한 '바다를 바라보다'(산지니)이다. 한국해양문학가협회장을 지낸 해사고 심호섭 교사가 지도했다. 이 책의 필진은 앞으로 해기사가 되어 세상의 바다를 누빌 청소년이다.

"배를 어느 정도 타본 사람이라면 모두 하나같이 항해 중 그 무엇인가를 기다려본 경험이 있기 마련이다. 그것은 바로 Landfall(육지초인) 즉, 육지를 발견하는 일, 그러고 나서 상륙하는 것이다. 이때의 희열감과 성취감이야말로…나의 경험을 들어보자면 목포에 입항했을 때…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목포를 한눈에 바라본 경험은 절대 지워지지 않을 추억이 될 것이다."

'바다를 바라보다'에 '항해의 묘미-기항지 여행'을 쓴 해사고 2학년 이지훈 군은 "이를 통해 내 생각의 폭이 넓어지는 느낌을 받았고, 새로운 세계를 접하고 있는 나를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국립부산해사고 해양문학교실 소속 학생들이 심호섭 교사의 지도 아래 문학 토론을 하는 장면. 심호섭 제공
항해사 출신 최희철 시인의 '북양어장 가는 길'은 부제가 '미시적 사건으로서의 1986~1990년 북태평양어장'이다. 2013년 부산일보 해양문학상 수상작을 다듬어 펴낸 책이다. 직접 겪은 험하고 거친 북양어장의 일을 세밀하게 되살리고 기록문학의 숨결을 불어넣었다. 출항, 피항, 혹한 노동, 선원들의 놀이, 그물 사고에 이르기까지 깨알같이 박진감 넘치게 그린 소중한 자료다. 

최 시인은 "원양어업은 거대한 자본이 기획해 노동을 투입하는 구조적인 측면이 중요한데, 그간 우리 해양문학은 현장을 그리되 이런 문제는 잘 다루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점을 포함해 나 자신과 바다를 성찰하는 계기가 됐다"고 덧붙였다. '바다를 바라보다'에 실린 글은 해기사의 꿈을 키우는 청소년이 쓴 글답게 풋풋하고 순수하며 힘이 넘친다. 해양문학교실의 동아리를 오래 지도한 심호섭 교사는 "나는 이 책을 거창하게 해양문학 작품집이라고 부른다. 미숙한 청소년의 작품집이지만, 글의 중심에 바다 고유의 미학을 담고자 했다"고 말했다.

장년의 해양문학가가 이미 겪은 바다로 책을 쓰자 미래에 바다를 누빌 청소년이 해양문학 작품집으로 화답하는, 부산 문단의 풍경이다.

북양어장 가는 길 - 10점
최희철 지음/해피북미디어


바다를 바라보다 - 10점
해양문학교실 지음/산지니
 

원문읽기: http://www.kookje.co.kr/news2011/asp/newsbody.asp?code=0500&key=20141209.22023191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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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지니에 날아온 기쁜 소식입니다.

부산대 채백 교수의 『부산언론사 연구』가 2013년도 한국언론학회 학술상 저술 부문에 선정되었다고 하네요

한국 언론학회는 한국의 언론 및 커뮤니케이션에 관한 연구와 교육, 조사분석을 행하여 학술교류를 진행하는 학회로서, 매 분기마다 정기학술대회를 열어 학술활동을 펼치고 있는 단체입니다.

한국언론학회 학술상 시상식은 10월 12일 건국대학교 산학협동관에서 열리는 한국언론학회 가을철 정기학술대회에서 열릴 예정이라고 합니다.

2013년 대한민국 학술원 우수도서에 이은 『부산언론사 연구』의 두번째 수상소식이라 더 반갑습니다.


그럼, 『부산언론사 연구』의 구성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그 면면을 잠시 들여다 볼까요?



부산일보 창간호



국제신문 복간호



부산언론사 연구에 관한 자세한 내용을 알고 싶으신 부분은

아래 책소개 링크를 클릭해주세요.

http://sanzinibook.tistory.com/616


다시 한번, 채백 교수님의 수상을 축하하면서 부산언론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가 담긴 『부산언론사 연구』도 많은 관심 바랄게요~^^


부산언론사 연구 - 10점
채백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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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도 다이어트가 필요하다 /이진오

 

행복 철저히 관리, 보살핌·어울림 중시, 가축 권리까지 존중…놓쳐선 안 되는 가치

4차원 인간! '4차원'이란 말을 인간에게 사용하면 수준이 높다는 의미가 아니라 이해할 수 없는 괴상한 짓만 골라 하는 이상한 인간을 가리킨다. 현대 세계에서 4차원 인간들이 집단을 이루어 사는 참으로 괴이하고 희한한 땅이 있다. 한반도의 5분의 1 정도의 넓이에 70만 명 정도의 4차원 인간들이 모여 살고 있는 곳이다. 이곳 사람들의 삶의 방식을 한 마디로 설명하라고 한다면 이렇게 말할 수 있다. "돈 때문에 소중한 가치를 희생하지는 않는다."

 

 



다른 곳 사람들은 어떠한가? "돈을 위해서는 어떠한 것도 희생할 수 있다"이다. 참으로 다르다. 다른 곳 사람들이 보기에는 이들이 이해할 수 없는, 참으로 이상한 인간들이 아닐 수 없다. 흔히들 이런 부류의 사람들은 가난을 견디면서도 그저 욕심 없이 현재에 만족하면서 살아가기 때문에 행복할 것으로 여긴다. 하지만, 이러한 기대와는 달리, 놀랍게도 이곳 사람들은 행복을 철저히 관리한다. 이들은 무려 40년 전에 국민행복지수(GNH, Gross National Happiness)라는 것을 개발하여 행복에 필요한 요건과 행복을 저해하는 요소를 분석하여 국민의 행복을 체계적으로 도모하였다. 여기에는 보건 의료와 교육, 소득 증대 등도 포함되어 있다.

 

 

사진 출처: SK블로그(http://www.wikitree.co.kr/opm/opm_news_view.php?id=101040&alid=132875&opm=skcorp)

 



하지만 이들이 근원적으로 가장 중요시 여기는 것은 '관계'이다. '관계'라는 개념은 불교로부터 도출된 것이다. 인간의 행복은 관계로부터 온다는 철학적 해석의 바탕 위에서 모든 정책이 설립되고 시행된다. 쉽게 말하면, 인간은 홀로 행복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이들이 가장 중요시하는 세 가지 가치는 자연환경, 인간관계, 전통문화이다. 아무리 경제적 성장의 효과가 있다 하더라고 이 세 가지 중 하나라도 손상시킨다면 절대로 불허한다.

이곳의 불교 해석은 대단히 현실적이다. 불교에서는 모든 존재가 무상(無常)하다고 한다. 흔히들 그래서 무욕(無欲)의 삶을 살고자 한다. 하지만 이곳 사람들은 무상하기 때문에 서로 보살피며 살아야 한다고 한다. 불교에서는 무아(無我)라고 한다. 그래서 흔히들 내가 없으니 추구할 것도 없다고 한다. 하지만 이곳 사람들은 무아이기 때문에 서로 어울려 살아야 한다고 한다. 결국, 인간은 무상과 무아의 나약한 존재이기 때문에 오히려 보살핌과 어울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곳에는 바다가 없지만, 이곳 사람들의 마음은 바다처럼 넓고 깊다. 기르는 가축을 죽을 때까지 데리고 살고, 산과 강에 있는 동물을 잡지 않는다. 최근에는 농약과 살충제까지 없애기로 했다고 한다. 건강에 좋은 깨끗한 음식을 먹기 위해서가 아니라, 동물도 인간과 동등한 존재의 권리가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들은 점점 더 이해할 수 없는 이상한 세계로 나아가고 있는 것 같다. 그러면서도 자신들은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나라에 산다고 도취해 있다.

정상적인 인간들이 모여 사는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이상한 생각이나 행동을 하지 않으니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지 모른다. 그런데, 오늘도 TV를 보면 다이어트에 관한 이야기들이 봇물을 이룬다. 내가 어릴 때에만 해도 비만 때문에 걱정하는 사람들이 거의 없었다. 내가 중학교 때 동네 아줌마들이 모여서 하던 말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미국 사람들은 살을 못 빼서 야단이란다, 참 희한하제!" 그 희한한 세상을 지금 우리는 이미 만끽하고 있다. 그렇게 염원해 마지 않던 성장과 풍요의 세상을 맞이한 것이다. 이제 우리는 더 많은 음식을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니라, 덜 먹기 위해 힘써야 하는 최고의 풍요 시대를 구가하고 있다. 그런데, 이 지상의 낙원에 왜 자살률은 세계 일등인지!

이 풍요 속에 뭔가 중요한 것이 빠져 있는 것은 아닐까? 세상에 아무리 좋은 일이 있더라도 놓쳐서는 안 되는 가장 근원적인 어떤 가치가 있을 것이다. 우리는 그 가장 소중한 가치마저 희생해서 지금의 풍요를 누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 절대로 잃어서는 안 될 가치는 무엇일까?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육체의 다이어트가 아니라 마음의 다이어트이다. 마음의 다이어트야말로 진정으로 몸을 바꿀 수 있고, 세상을 바꿀 수 있을 것이다.


 

 

 

 

부산대 예술문화영상학과 교수

 

 

원문: http://www.kookje.co.kr/news2011/asp/newsbody.asp?code=1700&key=20130912.22031202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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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에 등단한 신예작가 이미욱이 총 8편의 단편을 묶어 첫 소설집을 펴내었다. 이미욱의 이번 소설집 『서비스, 서비스』는 다양한 소재들의 조합과 함께, 가독성 있고 흡인력 있는 문체로 신진 소설가의 탄생을 예고한다. 오타쿠, 외모지상주의, 동성애, 등교거부 현상, 은둔형 외톨이, 왕따 등 현대사회의 다양한 병리현상들을 젊은 감각으로 끄집어 올리고 있는 이 책은 상처를 안고 시대를 떠다니는 영혼들을 깔끔하고 속도감 있는 문장들과 함께 펼쳐내 보이고 있다. 동시에 작품 속 등장인물들이 갖는 부단한 자의식을 통해, 시대가 품고 있는 병폐를 소설가 특유의 감성으로 유추할 수 있게 한다.


이미욱 소설집


서비스

서비스



소설의 제목인 『서비스, 서비스』는 애니메이션 <신세계 에반게리온>의 TV판 차회예고에서 미사토라는 캐릭터가 던지는 멘트이다. 이 애니메이션과 마찬가지로 표제작 「서비스, 서비스」의 여주인공 코코미 또한, 프리허그, 메이드까페 등의 일을 통해 현대인들에게 끊임없이 무형의 것을 제공한다는 소설 속 소재(서브컬쳐)를 제목에서 암시하고 있다.


표류하는 시대 속에서 ‘우리’를 끌어올리다

그들은 새로운 가족의 가능성―혈연이 아니라 같이 살면서 서로를 보살펴주는 타인과의 관계―에 대한 열망에 사로잡힌다. 이들의 위험한 시도는 성공할 수 있을까. 작가는 탄력 있는 구성과 속도감 있는 문장, 그리고 섬뜩하리만큼 예리한 인물들의 자의식을 통해 이 질문을 끝까지 밀고 나간다. _조갑상(소설가·경성대 교수)

결여의 자리를 대타자의 규율로 채우는 과정을 우리는 성장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이 작가는 그의 인물들이 성장하게 내버려두지 않고, 다만 그들이 결여 속에서 앓고 있는 그 고통을 방치할 뿐이다. 그렇다면 그 비정한 가학성이야말로 이 작가가 혹한에 대하여 말하는 어떤 방식은 아닐까? _전성욱(문학평론가)


핵가족화와 일인 가정, 동거가족 등 현대 사회의 ‘가족’이란 마냥 안온하고 따스한 위로의 공간이 될 수 없다. 그것은 어떤 이에게는 ‘외로움’의 공간이자 ‘전장’의 공간일 수도 있고 아이들에게는 ‘부모의 싸움’이 끊임없었던 아픈 기억의 공간일 수 있다. 표제작 「서비스, 서비스」에서도 건담 프라모델에 집착하는 한 소년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이혼 후 각자 재혼해버린 부모로 인해 할머니와 함께 살아온 민재. 그렇게 부모의 사랑이 결핍된 채 살아온 민재는 자기 방의 벽면을 가득 채울 정도로 건담 프라모델에 집착한다. 프라모델의 세계를 알려주었던 친구와 함께 떠났던 일본여행에서 민재는 메이드까페 소녀 코코미를 우연히 만나게 되고, 그런 그녀에게서 귀청소 마사지를 받으며 어린 시절 그가 고스란히 감내해야 했던 상처들을 상기한다. 민재에게 있어 코코미의 다정한 ‘서비스’는 깊은 의미를 지닌 것이었으나, 코코미에게는 그저 감정이 결여된 공허한 ‘일’에 불과했던 것이다.





가족해체 위기에 대한 젊은이의 보고서

이번 소설집을 통해 작가는 비정한 현대사회 속에서 주인공들이 겪는 소외의 경험을 공유하고자 한다. 이런 주인공들을 하나로 엮는 키워드는 바로 ‘버림받음’의 정서이다. 말 못할 사정으로 엄마를 언니로 알고 자라는 여주인공(「단칼)이나 태어나자마자 미혼모인 엄마에게서 유기 당하는 아이(「쎄쎄쎄」), 나이 어린 아빠한테서 집에 들어오지 말고 밖에서 자고 오라고 문전박대 당하는 「분실신고」속 소녀는 각기 부모로부터 버림받는다. 메이드까페 소녀에게 자신의 존재를 거부당하는 소년(서비스, 서비스」), 사회로부터 고립된 채 부모와 친구, 연인으로부터 버림받는 은둔형 외톨이 여성(숨은 그림자」), 못생긴 외모로 인해 남자에게 거절당하는 여성(「미미」), 그리고 부모와 친구로부터 버려지면서 본인의 처지를 작은 먼지와 동일시하며 위안받는 청소년(「연애(涓埃)」), 이명 증세로 동시통역사 일을 할 수 없어 사회에서 고립된 채 홀로 살아가는 사내(「사막의 물고기」)까지 이 책의 주인공들은 모두 가까운 친구나 가족들, 나아가 사회로부터 버림받은 채 살아가는 이들이다. 작가 이미욱은 이러한 다양한 상황 속에서 버림받고 있는 이들을, 마치 아슬아슬하면서도 세밀한 정물화를 그려내듯 실감나게 묘사하고 있다.





상실된 결핍을 향한 부질없는, 그러나 의미 있는 몸짓

애니메이션 음악, 가게를 홍보하는 내레이터의 음성, 스피커에서 터지는 유행가, 사람들의 웅성거림이 거리에 퍼지자 형광 빛깔의 간판들이 들썩거렸다. 수많은 소리에 민재와 준세는 입을 열지 못했다. 인파로 흥청거리는 거리의 끝자락에는 노란 트레이닝복 재킷을 걸치고 블랙 미니스커트를 입은 빨간 머리 여자가 ‘Free Hug’(프리 허그)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서 있었다. 하지만 아무도 프리 허그를 받아 주는 사람이 없어서 마치 벌 받는 자세처럼 보였다.

“저기 빨간 머리 여자애 얼굴이 우울해 보여. 누군가 안고 위로해 줘야 할 것 같아.”

준세는 빨간 머리를 향해 파이팅을 외치듯 양손을 들었다.

“더 외로운 사람이 덜 외로운 사람을 안아 준다고 하잖아.” _「서비스, 서비스」, 55쪽.


이미 상실된 결핍이란 채울 수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이미욱 소설 속 인물들은 한결같이 상실된 결핍을 무엇으로든 채우고자 필사적인 몸짓을 멈추지 않는다. 그런 몸짓은 어쩌면 무의미할 수도 있다. 그러나 각기 상처 입은 등장인물들이 채워지지 않은 결핍의 환부를 기꺼이 드러내며 서로를 위안하고, 그 과정 속에서 상처투성이 삶을 보듬는다. 결국 작가 이미욱은 버림받은 이들에게 필요한 것 역시, 상처받은 이들이 건네는 위로가 아닐까 말하고 싶은 것이다. 상처를 겪어본 자들만이 타인의 상처에 공감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서비스, 서비스』가 가지는 둔중한 메시지는 깊은 울림을 지닌다.




글쓴이 : 이미욱

1981년 부산에서 태어났다. 2005년 《국제신문》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단칼」이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w-mioff@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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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비스, 서비스』

산지니소설선 18
이미욱 지음
문학 | 국판 | 264쪽 | 12,800원
2013년 9월 24일 출간 | ISBN : 978-89-6545-226-3 03810

이미욱의 첫 소설집. 오타쿠, 외모지상주의, 동성애, 등교거부 현상 등 현대사회의 다양한 병리현상들을 젊은 감각으로 끄집어 올리고 있는 이 책은 상처를 안고 시대를 떠다니는 영혼들을 깔끔하고 속도감 있는 문장들과 함께 펼쳐내 보이고 있다. 동시에 작품 속 등장인물들이 갖는 부단한 자의식을 통해, 시대가 품고 있는 병폐를 소설가 특유의 감성으로 유추할 수 있게 한다.


서비스, 서비스 - 10점
이미욱 지음/산지니


Posted by 비회원



 머리에 쥐를 싸매며 언어영역 공부를 위해 지문에 나오는 한국문학을 하나하나 읽어내려가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모의고사 지문 속에서 잘게 부수어진 문학소설 중에서는 김정한 선생의 '사하촌'이라는 작품도 있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식민지 조선이라는 배경 속에서 소작농과 지주 세력간의 신분 대립을 통해 민중들의 비참한 삶을 세밀하게 그려냈던 작품이죠. 수능 공부를 위해 읽어야만 했던 대사와 지문들은 모두 기억나지 않지만, 한국 문학사에 큰 획을 그은 기념비적 작품이라는 것만은 아직도 뚜렷이 기억납니다.(알고 봤더니 사하촌의 그 '사하'는 부산의 '사하'가 아닌 작품 속 보광사 사찰(寺) 아래(下) 마을(村)이라는 군요. 책을 유심히 읽어보지 않은 티가 역력하네요...;;)


 김정한 선생의 호를 기려 만든, '요산문학상'이 올해로 29회를 맞이했습니다. 10월 25일 부산일보 대강당에서 열린 이번 시상식에서, 수상자는 『대한제국 첩보기관 제국익문사』로 수상하신 강동수 소설가님이셨습니다. 국제신문 논설위원이신 강동수 선생님은 논설위원 활동 틈틈이 집필에 매진하셨다고 합니다.(수상소감시 집필을 위해 일부러 논설실 지원틀 택했다고 하시더군요.)



심사위원장으로는 구중서 문학평론가. 심사위원으로는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조갑상 소설가, 이복구 소설가, 황국명 교수님이 심사하셨습니다.


  『제국익문사』는 대한제국의 망국원인을 두고 첩보기관인 제국익문사 요원들이 하나하나 추적해 분쇄해나가는 추리소설적 요소를 띄고 있는 팩션소설이라고 합니다. 개인적으로 필립 K. 딕의 『높은 성의 사나이』와 같은 대체역사소설을 좋아했던 탓에, 흥미로운 소재로 이야기를 잘 구성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특히나 이번 작품 속에 다뤄지는 국권 상실기 민족사의 어둠과 함께 '역사란 무엇인가'를 되묻고 있어, 요산문학 속의 소재인 민중들의 아픔과 요산 선생의 정신인 리얼리즘적 경향과 일맥상통하는 점이 있습니다.


 이번 29회 요산문학상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강동수 선생님, 건필하세요^^



제국익문사 1 - 10점
강동수 지음/실천문학사

Posted by 비회원

 『부산언론사 연구』는 부산대학교 신문방송학과 채백 교수가 부산 언론의 역사를 한 권으로 정리하여 발간한 연구서이다.

 총 600여 쪽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의 책은 부산 지역의 언론이 역사적으로 변화, 발전해 온 과정을 통사적으로 정리한 것으로, 19세기 말의 개항 직후부터 최근에 이르기까지 130년에 걸친 부산 언론의 역사에서 주요한 사건들 중심으로 시간적 순서대로 고찰하였다.


 


 부산대학교에 재직하면서 꾸준히 지역 언론의 발전 방향을 고심하던 저자는 2008년 한국연구재단의 인문저술지원사업에 선정되어 이 책을 집필하기 시작해 출간에 이르기까지 4년여의 시간과 노력을 고스란히 책에 쏟아 부었다.

 당초 300페이지 정도의 분량을 목표로 하였으나 실제 원고는 훨씬 많아졌는데, 이는 가능한 범위 내에서 부산 언론과 관련된 자료를 최대한 집대성하였기 때문이다.

 디지털 자료화되어 온라인으로 서비스되고 있는 각종 문헌과 신문 자료들을 하나하나 열람하고 정리하여 그동안 묻혀 있던 부산 언론의 역사와 관련된 많은 사실들을 발굴ㆍ분석한 것은 이 책의 커다란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아울러 책은 각 시기에 나타난 언론의 발전과 변화 과정을 주요 사건과 계기, 그리고 사회적․경제적 특징과 접목시켜 분석하고 있다. 





왜 부산 언론사인가?

 부산은 국내 다른 어떤 지역보다도 먼저 언론 매체를 경험한 지역이다. 1881년 「조선신보」라는 신문이 부산에서 창간되었는데 이는 한국 최초의 근대 신문으로 평가되는 「한성순보」보다 1년 10개월가량 앞선 것이다. 이후에도 부산은 언론의 발전 과정에서 다른 지역보다 앞서는 선도적인 역할을 많이 해왔고, 한국전쟁 중에는 부산으로 수도가 이전되면서 언론의 중심지가 되기도 했다. 이러한 역사적 사실 이외에도 1935년 지방 최초의 방송국 설립, 1959년 최초의 상업 방송 시대의 시작(부산문화방송), 1961년 언론 수용자 운동(「국제신문」), 1998년 언론사 최초 파업을 통한 편집국장 추천제 쟁취(「부산일보」) 등 부산 언론은 한국 언론의 선도적 역할을 꾸준히 해왔다.


위기의 부산 언론, 역사 속에 답이 있다.

이처럼 역사적으로 선도적 역할을 하던 부산 언론은 이후 꾸준히 내리막길을 걸으면서 위기를 겪고 있는데, 이는 산업화와 정보화의 발달로 언론의 중앙집중화가 심화되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역대 중앙정부의 언론정책 때문이기도 하다. 이러한 지역 언론의 위기 속에서 이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계속되었지만 변화는 미미하다. 지금도 문을 닫는 언론이 속출하고, 살아남은 언론도 생존의 위협을 심각하게 인식할 수밖에 없는 현실 속에서 저자는 지역 언론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문제에 대한 보다 근원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지역 언론의 역사를 차분히 돌아보고 성찰하는 것이 위기의 근원을 찾는 핵심이라 여기고 그 출발점을 이 책을 발간하는 것으로 삼은 것이다. 그리하여 책에서는 부산 지역 부산 언론의 역사적 발전과정을 시기별로 고찰하면서 각 시기에 나타난 주요 사건과 계기, 그리고 특징을 중심으로 정리하고, 이러한 역사에 대한 고찰을 바탕으로 해서 앞으로의 발전 가능성을 전망하고 있다.


책의 구성

이 책은 크게 4부 14개 장으로 구성되었다. 제1부 서론을 비롯하여 시간적인 순서대로 개화기와 일제기, 그리고 해방 이후부터 최근까지를 별개의 부로 다루었다. 각 부와 장에서 시기별로 한국 언론 전반의 상황을 개괄적으로 정리하고, 당시 부산의 사회적 배경, 특히 인구와 경제적 조건을 간략히 고찰하였다. 매체별로는 신문과 잡지, 그리고 방송매체를 중심으로 하였다.

또한 발행자 중심의 서술에서 벗어나 수용자들이 매체를 어떻게, 얼마나 수용했으며 그 사회에서 어떠한 위상과 역할을 차지했는지도 언론사 연구의 중요한 부문이라고 생각하여 개화기와 일제기의 부산 언론사는 서울에서 발행되는 신문들, 그리고 부산에서 일본인들이 발행하던 신문들이 부산 지역에 어떻게 보급, 수용되었는가에 초점을 맞추어 서술하였다.

지역적으로는 부산에 한정하였다. 부산에서 각종 언론매체가 생겨나고 수용되는 과정을 중심으로 정리하였다. 하지만 개화기의 「경남일보」는 부산이 아니라 진주에서 창간, 발행된 신문이었으나 한국 최초의 지방 신문이었고, 부산 인근 지역에서 발행되어 부산에도 보급되었으며 부산의 인사들도 주역으로 참여하였던 신문이기에 논의에 포함시켰다. 그 이후로는 경남 지역은 논의에서 제외하였다.

책은 현재 가능한 모든 자료를 모아서 분석, 정리하여 역사를 서술하는 데 초점을 맞추었는데, 당시 신문들은 가장 1차적인 자료가 되었으며 그 밖의 여러 문헌 자료 중 부산의 언론과 관련된 문헌과 자료들을 집대성했다. 연구 과정에서 참고한 자료의 목록은 책의 말미에 모두 제시하고 있다.



개화기의 부산 언론 - 맹아기로서의 역사

개항과 함께 일본인들의 이주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부산은 일본의 영향 속에서 도시화가 진전되었고, 이에 따른 인구 증가는 매스 미디어가 발전하는 데 있어 중요한 밑거름이 되었다. 부산 언론이 선도적 역할을 한 데에는 이렇듯 일본의 영향이 적지 않게 작용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여러 측면에서 부산이 가지고 있는 잠재력이 없었다면 이러한 발전은 불가능했다.

저자는 이 시기를 「조선신보」의 창간, 「한성순보」의 부산 지역 보급, 지방지의 탄생, 일본신문의 발행 등으로 나누어 정리해 놓았다. 「조선신보」는 일본인에 의한 것이지만 국내에서 발행된 최초의 신문이라는 점에서 그 의의가 크다고 할 수 있는데, 이는 부산의 지리적 요건과 큰 관련이 있으며, 이후 언론의 수용에 있어서도 부산 지역은 타 지역보다 훨씬 유리했다.


일제기의 부산 언론 - 암흑기에도 멈추지 않았던 발전의 역사

일제기에는 부산 언론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언론 전체가 일본의 언론통폐합이라는 명목하에 철저히 차단되면서 이른바 암흑기에 들어서게 된다. 일제는 강제합병 직후 신문지법(1907년) 등과 같은 제도를 이용하거나 끊임없는 감시와 검열을 통해 한국 언론을 질식시켰다. 이러한 언론 탄압 속에 억눌려있던 매스미디어에 대한 욕구는 1920년대 문화정치로의 전환과 함께 다시 활기를 띠게 된다. 부산의 대표적인 민족 인사였던 안희제는 부산을 중심으로 한 신문 창간 시도나 전국지였던 「중외일보」를 인수하여 발행 하는 등 부산 지역 언론의 발전에 크게 기여하였다. 또한 이 시기에는 「노우」, 「경제운동」 등과 같은 잡지들을 창간하려는 시도가 여러 차례 이루어지도 했다.


일제기 부산 지역에서는 한국인 발행 민간지의 지국장과 기자들이 중심이 되어 언론 활동을 벌였다. 이 기자들이 모여 기자단을 구성하였다. 1924년 4월 15일 「시대일보」 부산지국 사무실에 부산의 기자들이 모여 기자단 창립총회를 열고 기자단을 출범시켰다. 부산에 기자단이 출범한 것은 현재까지 알려진 범위 내에서는 경성과 인천을 제외하고는 다른 지역보다도 앞섰던 것으로 파악된다._p.127


한편, 일제기의 부산 언론은 위와 같은 부산기자단의 출범이나 동래 기자단, 부산기자연맹, 경남기자동맹 등 부산 언론인들의 참여와 활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시기이다. 그 밖에도 이 시기는 라디오 시대의 개막과 함께 국내 최초로 영화 제작사가 설립되는 등 부산 지역의 다양한 매체의 발전이 이루어졌는데 이 책은 그 구체적 상황과 사례들을 여러 자료와 사진을 통해 보여줌으로써 독자의 이해를 돕고 있다.


현대의 부산언론 - 위축과 소외의 역사

3ㆍ15 마산의거 이후 행방을 알 수 없던 김주열이 4월 11일 마산 앞바다에서 머리와 눈에 최루탄이 박힌 참혹한 시체로 떠올랐다. 이 참혹한 시체의 적나라한 사진을 「부산일보」가 4월 12일자 지면에 가장 먼저 보도하였다. 이 사진이 AP통신을 통해 전세계에 전파되어 자유당 정부의 무자비한 탄압과 한국 사태의 심각성을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_p.411


 해방 이후 현대로 들어선 부산 언론은 정치 발전과 밀접한 관련 속에서 발전해왔다. 권력의 정당성 확보와 문제점의 은폐를 위해 정부는 제도적으로 언론 탄압을 자행하였고, 꽤 오랜 기간 동안 정권의 교체가 이루어졌음에도 이러한 상황은 계속해서 반복되었다. 이렇듯 부산 언론은 4‧19혁명이나 5‧16쿠테타, 부마항쟁 등 한국 현대사의 역사적인 사건 속에서 중추적 역할을 하는 반면 한편으로는 지탄의 대상이 되기도 하는 등 위기와 발전의 역사를 동시에 경험했다.

 5‧16쿠테타로 집권한 박정희에 의해서 「부산일보」의 소유권이 강탈당하고(445쪽) 1970년대 초반 「국제신보」 기자들은 언론자유수호운동에 나선다.(480쪽) 1960년대 초반 부산에서는 일본 TV 붐이 일어 서울의 부유층이 1964년 동경올림픽을 앞두고 TV 시청이 가능한 부산에 셋방을 구하는 기현상이 벌어지기도 하였다.(504쪽)


           지은이 : 채백

쪽수 : 608쪽

판형 : 신국판

ISBN : 978-89-6545-183-9 94300

값 : 38,000원

발행일 : 2012년 8월 1일

십진분류 : 070.91189-KDC5

                070.9519-DDC21




글쓴이 : 채백

부산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이다. 서울대학교 신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한국언론사를 주제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2년에 부산대학교 신문방송학과에 부임하였으며 1994년부터 1999년까지 부산민주언론시민연합의 대표를, 2008년부터 2009년까지 한국언론정보학회장을 역임하였다.

한국 언론사에 대한 연구 활동을 계속하여 주로 개화기와 일제기 한국 언론의 역사에 대해 많은 논문을 발표하였다. 저서로는 『독립신문연구』, 『한국언론수용자운동사』, 『사라진 일장기의 진실』, 『대중매체의 이해와 활용』, 『신문』, 『세계언론사』(편역) 등이 있다.


차례

머리말

제1부 서론

제2부 개화기의 부산 언론

제1장 한국 근대신문의 부산 지역 보급

제1절 개화기 한국 근대 신문의 개관

제2절 한국 근대신문의 부산 지역 보급

제2장 지방지의 탄생

제1절 지방의 신문 창간 시도

제2절 「경남일보」의 창간과 운용

제3장 일본인들의 신문 발행

제1절 「조선신보」의 창간

제2절 「조선신보」의 성격과 주요 내용

제3절 「조선시보」(朝鮮時報)와 「부산일보」(釜山日報)

제3부 일제기의 부산 언론

제1장 일제기 부산 언론의 현황

제1절 시대적 배경

제2절 부산의 언론 매체 발행

제3절 일제기 부산 지역 언론인들의 활동

제2장 일제기 한국 민간지와 부산

제1절 「동아일보」와 「조선일보」의 부산 지역 보급

제2절 「동아일보」와 「조선일보」 부산 지국의 운영

제3절 「시대일보」, 「중외일보」, 「조선중앙일보」의 부산 지국 운영

제3장 일제기 부산 지역의 일본인 언론

제1절 일제기 부산 지역 일본인 언론의 개관

제2절 「부산일보」와 「조선시보」의 운영

제4장 라디오 시대의 개막과 영화의 발전

제4부 현대의 부산 언론

제1장 미군정기 부산 언론

제1절 미군정기 한국 언론의 개관

제2절 부산 지역 신문의 발전 과정

제3절 미군정기 부산 지역 주요 신문의 운영

제4절 미군정기 부산 지역의 방송

제2장 제1공화국기의 부산 언론

제1절 제1공화국기 한국 언론과 부산 사회

제2절 정부 수립 직후 부산 언론의 발전

제3절 한국전쟁과 부산 언론계

제4절 휴전 이후의 부산 언론

제3장 4ㆍ19혁명과 제2공화국기 부산 언론

제1절 제2공화국기 한국 언론과 부산 사회

제2절 제2공화국기 부산 언론

제4장 박정희 정권기의 부산 언론

제1절 박정희 정권기의 한국 언론과 부산 사회

제2절 박정희 정권기의 부산 언론

제5장 전두환 정권기의 부산 언론

제1절 전두환 정권기의 한국 언론과 부산 사회

제2절 1980년도의 부산 언론

제3절 전두환 정권기의 부산 언론

제6장 부산 언론의 최근 현황과 전망

제1절 제6공화국기의 한국 언론과 부산 사회

제2절 제6공화국기 부산 언론의 현황

제3절 부산 언론사의 역사적 의의와 전망

참고문헌

찾아보기


부산언론사 연구 - 10점
채백 지음/산지니

Posted by 비회원

제26회 '정훈 저자와의 만남'


한달에 한번 열리는 '산지니 저자와의 만남'.
지난주 목요일 있었던 26번째 만남의 주인공은 첫 평론집 <시의 역설과 비평의 진실>을 낸 정훈 평론가였습니다.

자리가 모자랄 정도로 많이 와주신 덕분에 에어컨을 빵빵하게 틀었는데도 백년어서원이 열기로 가득했답니다. 

근데 객석 뒤 구석에서 주인공인 정훈 평론가에게 눈길 한번 안주고 손이 안보일 만큼 빠른 속도로 열심히 키보드를 두드리며 현장을 기록하시던 분이 계셨어요. 바로 국제신문 조봉권 기자입니다. 생생한 기사를 위해 개인 시간까지 반납해가며 열심인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오늘 아침 국제신문에 관련 기사가 났네요.


변방의 것들에 대한 고집스러운 애정
첫 평론집 펴낸 정훈

이영수 시인의 사회와 대담으로 진행된 이 자리에서 정훈은 "도구가 성냥이냐 라이터냐 하는 게 중요하지는 않다고 본다. 중요한 건 두 도구가 모두 빛을 내는 데 쓰인다는 점이다. 문학에서 그 '빛'이란 정신에 해당한다. 인터넷과 디지털이라는 새로운 도구가 나왔다 해서 문학이 쉽사리 흔들릴 거라 보지 않는다. 중요한 건 그 문학이 지닌 '정신'"이라 말했다.

* 국제신문 조봉권 기자의 기사 전문 보기

Posted by 산지니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