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철'에 해당되는 글 71건

  1. 2014.10.14 요르단행 아들 품에 통째로 보낸 금정산 / 국제신문
  2. 2014.10.07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최영철 시인과의 만남:: 사물에 깃들인 시간, 기억의 순간들을 말하다 (1)
  3. 2014.09.30 9월의 끝, 호박이 굴러들어온 날-『금정산을 보냈다』
  4. 2014.09.19 문학 기자들이 찜한 최영철 시인의 『금정산을 보냈다』
  5. 2014.09.05 파멸과 비명 속에도 어둠을 직면하며-『금정산을 보냈다』(책소개)
  6. 2014.08.29 산지니시인선 첫 권! 최영철의『금정산을 보냈다』 (2)
  7. 2014.07.02 『어중씨 이야기』- 계속 성장하는 우리들의 성장소설 (7)
  8. 2014.04.25 『어중씨 이야기』최영철 작가를 만나다-산지니 58회 저자와의 만남
  9. 2014.03.31 산지니 4월 저자와의 만남-최영철 시인의 『어중씨 이야기』
  10. 2014.03.24 『어중씨 이야기』, 시인이 쓴 쉰다섯 남자의 '성장 소설' / 부산일보
  11. 2014.02.11 [작가 돋보기] 최영철, 그가 가진 야성에 대해
  12. 2014.01.23 문학을 탐하다, 우리 지금 만나! (1)
  13. 2013.02.08 문학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작가, 정태규. (1)
  14. 2012.03.13 봄맞이 詩 (2)
  15. 2010.11.29 '시'를 쓸 운명
  16. 2010.10.14 시집 '찔러본다'
  17. 2010.07.12 김해 도요리 예술인마을
  18. 2010.06.18 더불어 살아갑시다-이동순 시선집 『숲의 정신』
  19. 2010.04.20 21세기 지역출판인으로 살아가기 (2)
  20. 2009.10.01 부산의 계단은 예쁘다? - 최영철 (1)
  21. 2008.12.15 도시의 속살 - 지역에서 출판하기 (4)

요르단행 아들 품에 통째로 보낸 금정산

최영철 시인 열 번째 시집 출간, 위기상황 도시의 민낯 드러내








  국제신문 임은정 기자 2014-10-13 본지 23면   



   





최영철 시인이 열 번째 시집 '금정산을 보냈다'(산지니)를 내놓았다. 1986년 등단 이후 3, 4년에 한 번씩 시집을 낸 시인이 '찔러본다'(문학과지성사·2010) 다음으로 4년 만에 독자 곁으로 다가왔다. 시인은 아들이 나고 자란 부산의 모태, 금정산을 중동으로 떠나는 아들 품에 들려 보냈다고 했다.

'언제 돌아온다는 기약도 없이 먼 서역으로 떠나는 아들에게 뭘 쥐어 보낼까 궁리하다가 나는 출국장을 빠져나가는 녀석의 가슴 주머니에 무언가 뭉클한 것을 쥐어 보냈다 이건 아무데서나 꺼내 보지 말고 누구에게나 쉽게 내보이지도 말고 (…) 모국이 그립고 고향 생각이 나고 네 어미가 보고프면 그리고 혹여 이 아비 안부도 궁금하거든 이걸 가만히 꺼내놓고 거기에 절도 하고 입도 맞추고 자분자분 안부도 묻고 따스하고 고요해질 때까지 눈도 맞추라고 일렀다(…)' ('금정산을 보냈다' 중)


그는 "시니까 금정산을 통째로 보낼 수 있었다. 시의 위대함 아니겠느냐"며 말문을 열었다. 하지만 이내 그가 들려 준 에피소드에 가슴 한 켠이 뭉클해졌다. "부산대를 졸업한 아들이 100번 넘게 입사 지원서를 내 모두 떨어졌다. 간신히 한 대기업에 걸렸는데 조건이 요르단 근무였다. 환경도 그렇고 위험해서 말렸는데 아들은 가겠다고 했다. 그게 다 무능한 애비를 만난 탓인 것 같아 미안했다. 딱히 줄 건 없고 뭔가는 줘야겠기에 시로 금정산을 선물했다." 아비는 힘 넘치는 젊은 혈기가 고지가 없는 사막에서도, 밀려오는 파국에도 지켜야 할 세계가 무엇인지 시로 당부하고자 했던 것이다.

   
최 시인의 시집. 국제신문DB

총 68편이 수록된 시집은 서정적이고 평화로운 풍경보다 우리가 가진 위기상황의 민낯을 드러내보였다. '못할 짓이 없구나'('안동 사는 임병호 시인/유행 지나 후줄근한 양복 차림에 부산 와서는/광안대교 보고 싶다 했다/(…)/자꾸 일렁대는 난간 위에서 몸 한 번 부르르 떨더니/딱 한 마디 했다/사람이 못할 짓이 없구나/그리고는 안동 고택에 돌아가 밥도 먹지 않고/병원에도 가지 않고 시름시름 앓더니/한 달 만에 저세상으로 갔다')를 비롯해 세월호 비극을 다룬 '난파 2014'('엎어진 채 전속력으로 달리고 있었습니다 엎질러진 채 축포가 터지고 있었었습니다') 등 물질과 속도, 생명경시에 중독된 우리를 뜨끔하게 만들었다. 

4년 전 부산에서 김해 도요마을로 들어간 시인은 "강 건너 도시를 바라보니 도시의 위기, 갈등이 너무 잘 보였다. 시골생활에 동화되기보다 갈수록 더해지는 위기상황에서 우리가 마주해야 할 게 무엇인지 묻고 싶었다. 그래도 인간에 대한 믿음의 시가 철길의 다른 선로 위에서 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원문 읽기 





Posted by 동글동글봄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

- 최영철 시인과의 만남


"사물에 깃들인 시간, 기억의 순간을 말하다."


강연에 앞서 시집에 사인을 하고 있는 최영철 시인의 모습입니다.^^



9월 20일, 한국독서문화재단에서 주관하는 '2014 가을독서문화축제'에서 최영철 시인을 만나고 왔습니다.

강연 이야기의 포문은 영도다리에 관한 것으로 시작했습니다.

마침 강연이 있던 롯데백화점 광복점이 영도다리 근처에 있었기도 하고요. 

많은 시인들이 영도다리를 두고, 시로 노래하기도 하였던 이유가 있습니다.

그건 바로 영도다리가 열렸다 닫혔다 하는 '도개 기능'을 갖춘 독특한 다리였기 때문입니다.


벌렸다 다물고 다물었다 벌리는,

강철 개폐교 이빨 새에,

낡은 포구의 이야기와 꿈은,

이미 깨어진 지 오래리라만,

그렇다고 나는 저 산 위 올망졸망한,

오막들의 고달픈 신음 속에,

구태여 옛 노래를 듣고자 원하진 않는다.

― 임화, 「상륙」 부분


이 외에도 영도다리를 두고 노래한 많은 시인이 있듯,

부산시민에게 있어 '영도다리'는 많은 시적 상상력을 제공하는 공간이었던 셈입니다.

그러나 작년 2013년 신대교가 개통하면서 옛 다리를 없애자, 라는 의견으로 분분했다고 합니다.

최영철 시인은 '옛'이라는 표현은 '낡았다'라는 표현인데 '나이듦과 젊음'에 대한 수식어는 생명이 있다는 발언이다, 과거 영도다리에서 약속장소를 잡으며 성장한 세대들의 추억을 고스란히 남기기 위해서라도 '영도다리'를 없애서는 안 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사진:: 2014books.blog.me


이어, 최영철 시인은 이윤택 연극연출가가 초등학교 시절 썼던 시를 들려주며,

시가 어렵고 낯선 것이 아님을 분명히 보여주었습니다.


아야 아야 아야야,

아이구 아파.

-이윤택, 「운동장」


참 특이한 시죠?

운동장에 가만히 앉아서 축구며 아이들의 장난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을 운동장의 처지를 시로 표현한 어린아이의 상상력에 최 시인은 무릎을 쳤다고 합니다.

보통의 상상력이 아니라고 말이죠^^ 하하.




마지막으로 최근 시집 『금정산을 보냈다』에 관해서도 이야기해주셨습니다.

중동으로 일하러 가는 아들에게 보낸 선물을 시로 담았다고, 아들이 나고 자란 부산이라는 고향을 잊지 말라는 의미에서 공항에서 건넨 쪽지가 바로 이 시였음을 말이죠.

서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의 일화도 흥미로웠습니다.

시집을 받아 들고, 기자들이 부산의 '금정산'이 서울의 '남산'과 같은 곳이냐고 묻자 시인께서는 부산을 상징하는 곳이라며, 시가 아니라면 어떻게 이 산을 아들에게 통째로 선물할 수 있겠냐며 시가 가진 위대한 능력을 한번 더 강조하셨습니다.



잠시 시 낭송이 있었고, 이어 시 창작에 관한 다양한 질문들이 쏟아졌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시에 관심을 갖고 또 시를 쓰고 있다는 사실에 놀랐기도 했고요^^

기념촬영이 끝나고, 행사가 모두 끝이 났습니다.

그동안 어렵게만 느껴졌던 시,
시가 무엇인지에 대한 정의들은 많지만 시인의 입으로 직접 듣는 다양한 이야기들로 시가 한결 가까워진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사진출처:: 2014books.blog.me




금정산을 보냈다 - 10점
최영철 지음/산지니


Posted by 비회원

9월의 끝, 호박이 굴러들어온 날

-최영철 시인의『금정산을 보냈다』


오늘 9월의 끝이네요. 아침에 출근하면서 

시 한 편 읽고 업무 시작해야지 했습니다.

(마음속으로 편집자 좋은 직업이네)

제 마음대로 고른 제 마음에 드는 오늘의 시입니다.




광안대교를 건너며



어느 날 느닷없이 내일이 없어진다 해도

오늘의 마지막이라 해도

괜찮아 다 괜찮아 첫날 같은 마지막 날

호박이 덩굴째 굴러들어온 날

밥은 두어 숟갈만 먹어야지

(중략)

남은 생의 절반, 한나절을 허송해야지

이젠 네가 내일이면 꼭 온다고 해도

가슴 설렐 일 없으니 좋아라

다시는 오지 않을 어둔 밤이 코앞이니 좋아라

뒤척이며 잠 못 들 일 없으니 좋아라

(하략)


-「호박이 굴러들어온 날」일부 , 최영철의 『금정산을 보냈다』



매일매일 새로운 날이 주어지지만 어제를 살았기에 오늘을, 내일을 때로는 기대하고 때로는 두려워합니다. 첫날 같은 마지막 날, 오늘이 마지막이라도 괜찮다, 라니...이런 말을 할 수 있는 시인이 괜시리 미워집니다. 오늘을 잘 살아야 하는데. 9월과 작별하고 다시 없을 새로운 10월이 옵니다. 



*

금정산을 보냈다 - 10점
최영철 지음/산지니





Posted by 동글동글봄

문학 기자들이 찜한 최영철 시인의『금정산을 보냈다



시집이 <국민일보>, <세계일보>, <연합뉴스>, <중앙일보>에 소개가 되었습니다. 처음 제목을 정할 때, 금정산에 대해 타지역 사람들은 잘 모르니까 금정산이 가지고 있는 느낌이 잘 전달될까 고민했었는데 다행히 잘 전해진 것 같네요. 꼭 금정산이 아니더라도 누구에게나 마음에 품은 산이 있기 때문에 그런 게 아닐까 하네요.

 

산지니시인선이 즐겁게 출발할 수 있게 좋은 기사 써주신 기자님들 모두 감사합니다.

(기사의 자세한 내용은 원문을 클릭해서 보시면 됩니다. )





‘창비’ ‘문지’만 詩選 내나… 지역출판사의 도전

부산 기반 ‘산지니 시인選’ 1호 출간 최영철 시인의 ‘금정산을 보냈다’



 



부산지역 출판사 ‘산지니’가 ‘산지니 시인선(選)’을 시작했다. 강수걸 산지니 대표는 17일 서울 종로 한 음식점에서 간담회를 갖고 “그동안 시집을 내긴 했지만 ‘시인선’이라는 기획 시리즈를 해보기로 했다”며 “실험적이고 난해한 시보다 시의 서정성에 집중하면서도 현실에 응시하는, 다양한 지역의 시인들을 만나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첫 작품은 최영철(58·사진) 시인의 ‘금정산을 보냈다’이다.

함께 자리를 한 최영철은 “산지니는 지역에서 굉장히 열심히 하는 출판사다. 강 대표와는 ‘동지적’인 관계이고 일단 한 권이 먼저 나와야겠다 싶어 ‘희생타’로 내 작품을 내게 됐다”며 웃었다. “아껴놓은 원고를 고향에서 내는 것도 좋겠다 싶었다”고 덧붙였다.

2010년 경남 김해로 이주한 시인은 “강 건너에서 보니까 강 건너 문제가 더 잘 보인다. 좋은 작가들이 시골로 많이 갔으면 좋겠다. 세상 풍파에 흔들리지 않는 시가 많이 나왔으면 한다”고 말했다.

부산 출신인 시인은 1984년 등단 후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해오면서 백석문학상, 최계락문학상, 이형기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금정산을 보냈다’는 등단 30주년을 맞아 펴낸 10번째 시집이다. 시인은 시집에서 물질과 속도에 중독된 우리에게 마주해야 할 세계의 진면목은 무엇인지 질문을 던진다.  (하략)


국민일보│한승주 기자│2014-09-18 원문읽기




"중동에 일하러 간 아들에게 詩로 산을 보냈지요"

시집 '금정산을 보냈다' 펴낸 최영철 시인




(서울=연합뉴스) 황윤정 기자 = "언제 돌아온다는 기약도 없이 먼 서역으로 떠나는 아들에게 뭘 쥐어 보낼까 궁리하다가 나는 출국장을 빠져나가는 녀석의 가슴주머니에 무언가 뭉클한 것을 쥐어 보냈다. 이 건 아무데서나 꺼내 보지 말고 누구에게나 쉽게 내보이지도 말고 이런 걸 가슴에 품었다고 함부로 말하지도 말고 네가 다만 잘 간직하고 있다가 모국이 그립고 고향 생각이 나고 네 어미가 보고프면 그리고 혹여 이 아비 안부도 궁금하거든 이걸 가만히 꺼내놓고 거기에 절도 하고 입도 맞추고……"(시 '금정산을 보낸다' 중)

최영철(58) 시인은 대기업에 입사한 아들이 망설임 없이 중동 요르단으로 파견 근무를 가겠다고 했을 때 가슴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멀고 힘든 곳인데 그게 다 무능한 시인 아비를 만난 탓인 거 같아서 마음이 아팠다. 공항에서 아들을 전송하고 와서 시인은 아들을 위해 시를 써내려가기 시작했다.

시인의 열 번째 시집 '금정산을 보냈다'(산지니)는 아들이 중동 갈 적에 '가슴주머니'에 쥐어 보낸 '무언가'에 대해 쓴 것이다.

시집 출간에 맞춰 17일 기자들과 만난 시인은 이번에 "시의 덕을 봤다"고 말했다.

"시가 참 쓸모없어졌다고들 하지만 시가 아니면 중동에 일하러 간 아들에게 산을 통째로 선물로 보낼 수 있겠습니까. 시니깐 가능한 일입니다."

서울 하면 남산을 떠올리듯이 금정산은 부산을 대표하는 산이다. 시인은 "아들을 위해 고작 한 짓이 이 시를 단숨에 쓴 일이지만 시의 위대함이 이런 데 있지 않겠는가"라고 했다. 아들은 별 탈 없이 중동에서 2년간 일하고 돌아왔다.

올해로 등단 30주년을 맞는 시인은 "이번 시집을 묶으면서 예전에 묶은 시인지 기억이 잘 나지 않아 헷갈렸다"면서 "작품을 너무 많이 썼다는 반성이 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하략)


연합뉴스황윤정 기자2014-09-18 원문 읽기




대중 속에 갇힌 한국 문학 … 낙동강변서 답을 구하다

『금정산 … 』 낸 부산 시인 최영철






올해로 시력(詩歷) 31년째(1984년 무크지 ‘지평’으로 작품활동 시작)인 최영철(58·사진) 시인은 문단의 비주류, ‘지방파’다. 경남 창녕에서 태어나 자기 인생의 “99%의 기억이 내장된 곳”이라고 말하는 부산에서 성장하며 시를 써왔다. 그런 최씨가 열 번째 시집 『금정산을 보냈다』를 부산 지역 문학출판의 한 축을 담당하는 산지니 출판사(대표 강수걸)에서 냈다. 출판사가 본격 시인선 시리즈를 시작하며 낸 첫 시집이다.


17일 기자간담회 자리. 최씨는 “요즘 문학은 자기 안에 갇혀버린 느낌”이라고 했다. “대중의 반응에 신경 쓰다 보니 빨리 지치고, 정작 신념이나 꿈, 희망을 좇는 작가는 드문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좋은 작가들이 나처럼 시골로 많이 내려가면 좋겠다. 도시 생활을 성찰하게 된다”고 했다. 4년 전 부산도 떠나, 김해 낙동강변의 도요마을로 들어가 겪은 변화의 일단을 밝힌 것이다. 최씨의 세계는 ‘소외된 존재에 대한 관심’‘자연과 인간의 화해 모색’ 등으로 요약된다(평론가 이숭원). 현실과 일상에 집중하는 건강한 서정시다.


신간도 그 연장선상에서 읽히지만 표제시 ‘금정산을 보냈다’에 얽힌 사연은 특히 뭉클하게 다가온다. 시인은 ‘언제 돌아온다는 기약도 없이 먼 서역으로 떠나는 아들에게 뭘 쥐어보낼까 궁리하다가 나는 출국장을 빠져나가는 녀석의 가슴 주머니에 무언가 뭉클한 것을 쥐어보냈다’고 읊는다.


아비가 보낸 것은 물론 부산의 금정산이다. 고향 생각, 부모 생각이 나면 ‘가만히 꺼내놓고 거기에 절도 하고 입도 맞추고 자분자분 안부도’ 물으라는 당부와 함께다.  (하략)


중앙일보신준봉 기자2014-09-19 원문읽기




열 번째 시집 ‘금정산을 보냈다’ 펴낸 최영철 시인

“요르단으로 일 떠나는 아들에게 못난 아비가 무언가 주고 싶었다”




최영철(58·사진) 시인이 열 번째 시집을 펴냈다. 이른바 중앙 문단의 잘 알려진 출판사에서 내지 않고 부산의 상징적인 출판사 ‘산지니’를 선택했다는 점, 등단 30주년에 냈다는 사실이 그동안 낸 시집과 다르다. ‘금정산을 보냈다’는 시집 제목에서도 부산이 상징적으로 보인다. 부산과 양산에 걸쳐 있는 금정산은 서울 남산 같은 부산의 얼굴이다. 표제작의 사연도 뭉클하다.

대학을 졸업한 아들이 100번 넘게 취직 원서를 냈다가 어렵사리 한 기업에 붙었다.

요르단 근무라는 취업 조건이 아비의 마음에는 걸렸지만 아들은 두 말 없이 ‘서역’으로 떠났다. 아들을 공항에서 보낸 뒤 집에 돌아와 단숨에 써낸 시가 그 시란다. 아비를 믿었더라면 여유를 가지고 다른 곳을 좀 더 알아볼 수도 있었을 터인데 가난한 부모를 둔 탓에 훌쩍 떠났다는 자괴감이 시인의 가슴을 죄었다고 한다. 이렇게 썼다.

“언제 돌아온다는 기약도 없이 먼 서역으로 떠나는 아들에게 뭘 쥐어 보낼까 궁리하다가 나는 출국장을 빠져나가는 녀석의 가슴 주머니에 무언가 뭉클한 것을 쥐어 보냈다 이건 아무데서나 꺼내 보지 말고 누구에게나 쉽게 내보이지도 말고 이런 걸 가슴에 품었다고 말하지도 말고 네가 다만 잘 간직하고 있다가 모국이 그립고 고향 생각이 나고 네 어미가 보고프면 그리고 혹여 이 아비 안부도 궁금하거든 이걸 가만히 꺼내놓고 거기에 절도 하고 입도 맞추고 자분자분 안부도 묻고 따스하고 고요해질 때까지 눈도 맞추고 (…) 무엇보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네가 바로 그것이라고 일렀다 이 아비의 어미의 그것이라고 일렀다”(‘금정산을 보냈다’)

신문 칼럼에 이 시를 인용했는데 아들과 알고 지내던 요르단 한국 대사관 사람이 이 시를 읽고 아는 체를 하여 생색이 났다고 한다.

동지적 관계를 맺고 있다는 강수걸 ‘산지니’ 대표와 서울에 올라와 기자들과 만난 시인은 “시가 아무리 쓸모없는 시대라지만 시가 아니면 어떻게 금정산을 통째로 보낼 수 있는가”라고 말했다. 이번 시집은 산지니 출판사에서 시선집 시리즈를 내기로 하고 기획한 첫 시집이다. 지방 문단에서 확고한 지역성을 기반으로 전국구를 지향하는 의미 있는 기획인 셈이다.  (하략)


세계일보 2014-09-19조용호 문학전문기자 원문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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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정산을 보냈다 - 10점
최영철 지음/산지니






Posted by 동글동글봄

최영철 시인의 열 번째 시집

『금정산을 보냈다』







파멸과 비명 속에도 어둠을 직면하며 

생성과 환희를 놓치지 않는 삶의 우둔성


산지니에서 지역의 경계 없이 자유롭게 시인을 만나기 위해 ‘산지니시인선’을 시작한다. 실험적이고 난해한 시보다 시의 서정성에 다시금 집중하고 일상과 거리두기보다 현실을 응시하는 힘으로 시의 변모를 꿈꾸며, 다양한 지역의 시인들을 만나볼 예정이다.


‘산지니시인선’의 우선 최영철 시인의 『금정산을 보냈다』로 문을 열었다. 시인은 1986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된 이후 꾸준한 작품 활동을 해오면서 시집과 산문집, 청소년 소설 등을 통해 인간을 포함한 삼라만상의 평등한 가치와 존엄을 그려왔다. 시인이 그리는 대상들은 대부분 배려와 소통으로 화해롭게 조우하지만 최근 작품은 상처받고 버려진 타자들의 갈등에 주목하고 있다. 이번 시집은 『찔러본다』(문학과지성사, 2010년) 다음으로 4년 만에 내놓은 열 번째 시집으로 총 68편이 수록되어 있다. 강인한 생명력과 자연의 진정성을 발굴한 전작과 달리, 생성과 파멸, 환희와 비명이 교차하는 시편들로 다시 한 번 시적 변화를 감행한다. 시인은 물질과 속도에 중독된 우리에게 마주해야 할 세계의 진면목은 무엇인지 어둠을 직면하며 다시 한 번 질문을 던진다.


문이 없었을 때는 아무 일 없었다

문이 없었을 때는 열고 닫고 잠그고 부수고

몰래 넘어갈 일 없었다

모두 문이요 모두 안이요 모두 밖이었으니

들어오시오 나가시오 들어오지 마시오 나가지 마시오

문이 없었을 때는 이런 말도 없었다

(…)

모두 문이 아니고 모두 안이 아니고 모두

밖이 아니게 되었을 때 어디가 어딘지 몰라

다들 기웃거리게 되었을 때

참 이상하게도 문이 너무 많이 생기고 나서

긴 파국은 시작되었다 


_「문이 생기고 난 뒤」 부분





고지가 없는 사막에도,

밀려오는 파국에도 우리가 지켜야 할 세계






시 「금정산을 보냈다」는 아들이 중동 갈 적에 가슴 주머니에 쥐어 보낸 무언가에 대해 쓴 것이라고 시인은 말했다. 금정산은 화려한 산은 아니지만 부산 사람들에게는 언제든지 마음먹으면 갈 수 있는 넉넉한 산이다. 시인은 아들이 나고 자란 부산의 모태와도 같은 금정산을 시로 선물한다. 금정산은 우리를 품은 자연 같기도 하고, 그 자연이 머금고 있는 어떤 적막 같기도 하고, 힘 넘치는 거친 청년과 삶을 다독거리며 이모저모를 모색하는 중년 같기도 하다. 시인은 고지가 없는 사막에서도, 밀려오는 파국에도 우리가 지켜야 할 세계가 무엇인지 시로 당부한다.


언제 돌아온다는 기약도 없이 먼 서역으로 떠나는 아들에게 뭘 쥐어 보낼까 궁리하다가 나는 출국장을 빠져나가는 녀석의 가슴 주머니에 무언가 뭉클한 것을 쥐어 보냈다 이건 아무데서나 꺼내 보지 말고 누구에게나 쉽게 내보이지도 말고 이런 걸 가슴에 품었다고 함부로 말하지도 말고 네가 다만 잘 간직하고 있다가 모국이 그립고 고향 생각이 나고 네 어미가 보고프면 그리고 혹여 이 아비 안부도 궁금하거든 이걸 가만히 꺼내놓고 거기에 절도 하고 입도 맞추고 자분자분 안부도 묻고 따스하고 고요해질 때까지 눈도 맞추라고 일렀다 서역의 바람이 드세거든 그 골짝 어딘가에 몸을 녹이고 서역의 햇볕이 뜨겁거든 그 그늘에 들어 흥얼흥얼 낮잠이라도 한숨 자두라고 일렀다 막막한 사막 한가운데 도통 우러러볼 고지가 없거든 이걸 저만치 꺼내놓고 그윽하고 넉넉해질 때까지 바라보기도 하라고 일렀다 


_「금정산을 보냈다」 부분





시인을 길러준 고향 

부산이라는 말, 釜山이라는 말




언젠가 시인은 서울살이 2년이 10년처럼 느껴졌다고 했다. 시인에게 지역은 중앙에서 소외된 곳이 아니라 자신을 길러준 고향이다. 부산 ‘서면의 추억’을 되새김질하는 시가 있다. 그 시절에 대한 그리움이 밟힌다. 「서면 천우짱」에서는 “매정하게 돌아서 간 청춘이 불쑥 돌아올 것 같”다며 옛 거리를 서성이고, 「색다른 만세사건」에서는 “남단의 최고 번화가 부산서면로터리에 방뇨”한 옛일을 불러오고 있다. 시인은 자신을 길러준 부산에 대한 감수성을 시에 담았다.

없어진 지 오래인 서면 천우장 앞

그때 매정하게 돌아서 간 청춘이 불쑥 돌아올 것 같아

푸른 시절이 걸어나간 길 저편을 악착같이 바라보며

조금 두둑해진 주머니를 만지작거리는데

천우장 자리 들어선 새 건물 3층 천우짱노래방이

하염없이 목을 빼고 있는 첫사랑을 비틀고 있다

천우짱 천우짱 숨가쁜 맥박소리로

쿵덕쿵덕 흘러간 세월을 비틀고 있다


_「서면 천우짱」부분




우둔과 실패를 가공하는 시, 

대담에서 펼쳐지는 가감 없는 대화


이번 시집에서는 대담을 실어 시인과 가감 없는 대화를 나누었다. 대담자 최학림은 문학담당 기자생활 20년 동안 경남·부산의 작가 18명을 소개한 산문집 『문학을 탐하다』(산지니, 2013)를 내놓으며 지역문학에 대한 애정을 드러낸 바 있다. 그는 책에서 최영철 시인과 함께 보낸 시간들과 변화하는 작품 세계에 대해 담담하지만 뜨겁게 담아냈다. 이번 대담은 시인과 문학기자 사이로, 오랫동안 알고 지낸 친구 사이로, 때로는 날카롭게 때로는 다정하게 가감 없이 나눈 대화를 실었다. 


실제로 두 사람은 서로 ‘형’이라고 부르는 사이다. 최학림은 시인보다 어려 형이라 부르는 건 당연한데 최영철 시인도 덩달아 최학림에게 형이라고 부른다. 최영철 시인 특유의 재치로 같은 최 씨니까 형이라고 불러도 된단다. 그렇게 두 사람은 만남을 반복하며 농밀한 대담을 나누었고, 이렇게 나눈 대담은 시와 작가를 이해하기 위한 또 하나의 재미로 다가온다.



언제라도 죽음을, 끝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을 때, 또 지옥을 직시할 때, 오늘이 마지막이어도 괜찮다고 생각할 때, 삶은 정말 눈부시도록 아름답고 찬란해지는 게 아닐까. 그리고 원하는 걸 하나라도 더 가지려는 때가 청춘이라면 원하지 않는 걸 덜 가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게 말년이다. 나는 지금 슬슬 완행열차로 갈아타고 있는 중이다. 느리고 불편하지만 삶의 진경을 놓치지 않는 완행열차가 역시 좋다. 


_「대담」 중에서



   

산지니시인선 001 『금정산을 보냈다』


 최영철 지음 | 문학 | 46양장 | 144쪽 | 11,000원

 2014년 8월 25일 출간 | ISBN :978-89-6545-248-5 03810


최영철 시인의 열 번째 시집. 강인한 생명력과 자연의 진정성을 발굴한 전작과 달리, 생성과 파멸, 환희와 비명이 교차하는 시편들로 다시 한 번 시적 변화를 감행한다. 시인은 물질과 속도에 중독된 우리에게 마주해야 할 세계의 진면목은 무엇인지 어둠을 직면하며 다시 한 번 질문을 던진다.





 



 


금정산을 보냈다 - 10점
최영철 지음/산지니









Posted by 동글동글봄

최영철 시인의 열 번째 시집 금정산을 보냈다가 출간되었습니다.


산지니로서는 야심차게 준비한 산지니시인선의 첫 권으로  

최영철 시인이 그 첫 번째 문을 열었습니다. 







문이 없었을 때는 아무 일 없었다

문이 없었을 때는 열고 닫고 잠그고 부수고

몰래 넘어갈 일 없었다

모두 문이요 모두 안이요 모두 밖이었으니

들어오시오 나가시오 들어오지 마시오 나가지 마시오

문이 없었을 때는 이런 말도 없었다

(…)

모두 문이 아니고 모두 안이 아니고 모두

밖이 아니게 되었을 때 어디가 어딘지 몰라

다들 기웃거리게 되었을 때

참 이상하게도 문이 너무 많이 생기고 나서

긴 파국은 시작되었다 _「문이 생기고 난 뒤」 부분 




이번 시집에는 세월호에 관한 시 뿐만 아니라 지금의 혼란을 반영한 시들이 많습니다. 

시인은 지금의 혼란과 어둠을 직면하는 시편들로 우리가 지켜야 할 세계가 무엇인지 시로서 다시 한 번 당부합니다. 그리고 그 당부는 삶의 희망으로 전해집니다.


강인하지만 아름다운 시편들로 다시 우리 곁에 돌아온 최영철 시인.

반갑습니다.


이제 막 나온 따끈따근한 시집입니다.

지금의 이 온도가 시집을 읽는 독자에게도 뜨겁게 전해졌으면 합니다.


그럼 신간소개와 편집자 일기로 이야기 이어갈게요. 

금정산을 보냈다많이 사랑해주세요.




Posted by 동글동글봄

:: 계속 성장하는 우리들의 성장소설 ::

어중씨 이야기』

 

  안녕하세요. 어제부터 인턴 근무를 하게 된 신다람쥐입니다. 저보다 일주일 쯤 먼저 오신 인턴분은 벌써 포스팅을 두 개나 해서 저도 분발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제가 오늘 소개할 책은 최영철 작가의 성장소설 어중씨 이야기입니다. 성장소설이라고 하면 흔히 청소년들이 읽는 소설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작가분은 우리는 계속 속장하는 몸과 마음을 가진 인간이라고 얘기하며 독자를 청소년으로만 한정하고 있지 않습니다. 작가의 말처럼 청소년기만이 성장하는 시기가 아니라는 점을 염두에 둔다면, 이 책은 나이를 망라하고 누구나 읽어봄직한 소설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어중씨 이야기를 통해 계속 성장 중에 있는 친근한 인물들의 모습을 접할 수 있을 거에요.

 

 

  먼저 작가 소개를 하자면 최영철 시인은 1956년에 경남 창녕에서 태어나셨습니다. 1986년 한국일보로 신춘문예에 등단하셨고, 아직도 쭈그리고 앉은 사람이 있다, 가족 사진, 야성은 빛나다, 호루라기등의 시집과 나들이 부산, 나비야 청산가자라는 책을 내셨습니다. 백석문학상, 최계락문학상, 이형기문학상을 받았으며 지금은 어중씨가 태어난 도요마을에서 글을 쓰며 살고 계신답니다.

 

  이 소설은 제목처럼 어중씨라는 인물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어중씨는 55세이며 30년 동안 국어교사 생활을 하다가 도야마을로 귀촌해서 살고 있습니다. 할아버지가 지어 주신 이름 한어중말씀 가운데 있어라는 뜻이지만 주위 사람들에게는 어중간한 사람이라는 뜻으로 어중씨라고 불립니다. 어중씨는 매사에 우유부단하고 어중간한 자신의 모습 때문에 스스로 어중이라는 이름이 자신과 찰떡궁합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소설을 다 읽은 후 어중씨의 이 이름이 참 정감있게 들렸는데, 다른 분들의 생각은 어떨지 궁금하네요.!

 

  어중씨는 천성 자체가 한 박자 느리고 과묵한 사람입니다. 느긋하고 동작이 굼뜬 성격 탓에 그동안 수많은 것들을 놓치고 손해보며 살아가지만, 그런 것에 아랑곳하지 않은 낙천적이고 긍정적인 사람이에요. 가정형편이 어려워 등록금을 내지 못하는 제자 몰래 자신이 등록금을 내 주기도 하고, 아내의 자살 후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순례자에게 자신의 행복과 순례자의 불행을 한주먹씩 맞바꿔주는가 하면, 절에 가서 부처님 앞에 자신의 소원을 빌기보다 옆 할머니의 간절한 소원이 이루어지게 해 달라고 빌 정도로 남을 생각하는 따뜻한 마음을 가졌습니다 

 

버스를 놓친 어중씨가 시장까지 걸어가는 모습입니다. ^^

 

  저는 어중씨의 마음 가짐이나 말 한 마디, 생각 하나하나에 마음이 따뜻해지고 풍요로워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남들은 어중씨를 어중간한 바보쯤으로 생각하고 학생들마저 바보샘이라고 놀리기도 하지만, 약한 사람들에겐 한 없이 바보스럽게 웃으며 손해보다가도 자신의 신념엔 강직하고 굳은 의지와 결단력을 보이는 그런 어중씨의 성품이 저는 좋았습니다.

 

아내의 심부름이었던 갈대 빗자루에요. '오공,갈대'만 기억하고 있던 어중씨는 시장 사람들의 도움으로 갈대빗자루를 무사히 사게 됩니다!

 

  아내의 심부름으로 오공본드 갈대 빗자루를 사러 장으로 향한 어중씨는 그만 버스를 놓쳐버리고, 시장까지 1시간 거리를 천천히 걸어가며 여러 사람들을 만납니다. 자신이 가르쳤던 제자인 동섭이, 힘든 짐을 업고서 홀로 길을 가는 순례자, 자유분방한 길동이, 자신이 등록금까지 내 줬던 고등학교 제자 영훈이 등……. 그들을 만나서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그들의 인생살이의 무게에 자신이 도리어 미안해하며 건네는 말 한 마디 한 마디는 먼저 인생을 살아본 선배의 따스한 충고나 위로의 말처럼 들렸어요.

 

순례자를 만나 자신의 행복과 순례자의 불행을 한 주먹씩 맞바꾸고 있는 장면입니다.

 

 

“내가 준 행복이 도움이 되어 저 사람이 무사히 순례를 마치고 돌아갈 수 있다면 그 보다 좋은 게 어디있겠어. (…) 조금씩 손해보고 나누어주는 게 있어야 사람이지. 난 돈을 나누어 줄 형편은 아지미나 마음은 나눌 수 있어. 마음은 돈하고 달라서 아무리 나눠줘도 줄어드는 게 아니니까 얼마든지 줘도 괜찮을 거야.”

 

 

“얘들아, 그런데 말이야. 사람은 실수하고 크는 게 정답인 거야. 실수 한 번 안 하고 누가 그어 놓은 선을 따라 가는 게 더 위험할 수도 있어. 남들과 다른 길로 가 보는 것. 그게 중요한 거야. 어떻게 생각하면 누가 그어 놓은 길로만 가는 게 제일 나쁜 걸 수도 있어. 그것이야말로 무임승차니까.”

 

  저는 어중씨 이야기를 읽으며 여러 생각이 들었습니다. 모든 사람은 자신의 삶이 조금 더 행복해지기를 바라며 살아갑니다. 그 행복의 기준은 각기 다르지만, 행복해지기 위해서 노력한다는 점에서 어쩌면 우린 모두 같은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 명예, 성공을 얻는 것이 행복의 조건이 될 수도 있을 것이고, 어중씨처럼 타인의 행복을 바라는 마음 그 자체로 자신의 행복이 충족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저는 저 자신의 행복만 바라기보다는 타인의 행복을 통해서 나 자신도 기쁨을 누릴 수 있는 그런 마음을 가진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혼자 해봤어요.

  위의 사진처럼 책 곳곳에는 재미있는 그림들이 있어서 읽는 재미와 함께 보는 재미도 있었어요. 편리를 위해 생겨난 휴대전화와 자동차 등 현대의 물질 문명은 오히려 인간의 삶을 소외시키고 메마르게 한다는 생각이 드는데 어중씨는 시끄러운 도시를 떠나 도야마을에 귀촌해서 휴대폰과 자동차를 없애고 시골 마을의 한적함을 맘껏 누리며 살아갑니다. 어중씨는 우리가 잊고 살아가는 더 소중한 가치들을 되찾아 가는 삶을 살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도시에서는 인사도 잘하지 않고 살아가던 자신의 지난 날을 반성하기도 하고, 물질 문명에 익숙해져 소홀히 했던 가치들을 다시 되새기면서 55세의 나이에 그는 '성장'하고 있습니다.

 

“아무튼 그놈들이 우리의 소중한 기다림 같은 걸 다 뺏어갔다니까요. 약속장소에서 한 시간 넘게 기다리는 일이 다반사였는데 지금은 아무도 그러지 않잖아요. 내가 마님에 대한 사랑을 새록새록 키운 것도 그때였어요. 당신이 약속 장소에 늦게 오고 내가 하염없이 당신을 기다리던 그때.”

 

  휴대폰과 돈이 생기니까 간절하고 절실했던 초심이 자꾸 없어진다는 어중씨의 말에 저도 깊이 공감하며, 소설 한 편을 읽은 후 왠지 시골 사람들의 넉넉한 인심을 맛 본 것 처럼 푸근해지는 하루였어요. ^^ 이 책은 우리가 잊고 있었던 가치들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해보게 하는 소설이라고 생각합니다. 더운 여름, 어지러운 도시 생활에서 잠시 마음의 여유를 얻고 싶다면 이 책을 추천, 추천드려요 ^0^

 

 

어중씨 이야기 - 10점
최영철 지음, 이가영 그림/산지니

 

 

Posted by 비회원

최영철 성장소설 『어중씨 이야기』

산지니 58회 저자와의 만남


지난 15일 부산 교대 앞 <책과아이들>에서 최영철 작가의 『어중씨 이야기』로 저자와의 만남이 있었습니다. <책과아이들>은 아이들 책을 파는 서점입니다. 서점에는 아이들이 친구들과 뛰어놀 수 있는 마당이 있습니다. 물론 아이들이 흥미롭게 책을 접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어중씨와 잘 어울릴 것 같아, 오랜만에 <책과아이들>를 찾았습니다. 궁금하시다면 아이처럼 방문하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이날의 이야기를 요약, 발췌해서 담았습니다. 사회는 비평전문계간지 『오늘의문예비평』의 편집위원인 박형준 문학평론가가 진행해 주셨습니다. 이가영 그림작가도 함께해 주셨습니다. 아! 물론 이날 날씨는 화창했습니다:)



♪♬ 출연진 소개


『어중씨 이야기』

지은이 최영철   


『어중씨 이야기』

그린이 이가영   

『오늘의문예비평』편집위원 

박형준 문학평론가   






박형준 평론가가 행사 전 준비하는 모습입니다. 그 유명한 몰카! 




뒤에서는 이가영 그림작가가 채색한 그림을 전시했습니다:)

저자와의 만남에 오시면 책을 살짝 할인해 드립니다. 




두 분이 재미나게 웃는 이유는... 

최영철 작가가 자꾸 이가영 그림작가의 그림을 경매로 팔자고 해서지요ㅎㅎ



정말 안 되는 거야?  물론입니다! 선생님!

아마도 이런 이야기를 하지 않았을까요?ㅎㅎ





시작합니다! 총총




박형준   

저도 최영철 선생님의 산문집도 읽고 시도 많이 읽었는데, 오랜만에 성장소설이라는 작품으로 이 책을 읽게 돼서 재밌었습니다. 오늘 이가영 그림작가도 계시는데요. 2대 1이라서 센 질문을 하면, 질 게 뻔하기 때문에 말씀을 많이 듣는 시간을 가지도록 하겠습니다. (^^) 먼저 성장소설로 이 책을 쓰시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최영철    

무엇보다 심심해서죠. 올해는 정신이 없겠지만, 부산에서 오십 년 넘게 살다 처음 도요마을에 갔을 때 너무나 심심했습니다. 다들 해가 뜨면 밖에 나갔다 해가 지면 들어오기 때문에 낮에는 사람이 아무도 없습니다. 그때는 마누라도 집이 팔리지 않아 부산에 있었고요. 무서울 정도로 적막하고 외로웠는데 그 고독을 견딜 수 없었습니다.


책을 읽어도 무료하고 시를 쓴다고 해도 사실 시는 번개 같은 불길이 일어야 쓸 수 있습니다. 그 불길 같은 찰나를 붙잡아야 하는데 그게 쉽게 오지 않지요.


제가 10대 문청 시절에도 시보다 소설 습작을 많이 했습니다. 그러나 제가 왜 포기했느냐면 단편 소설을 쓰면 제대로 한 편을 완성하지 못했어요. 아무래도 지구력이 없다고 해야 할까요.


그래서 옛날에 어른을 위한 동화를 두 번 정도 쓴 경험이 있고 그래서 소설도 아닌 동화도 아닌 그 중간에서 가족들 모두 읽을 수 있는 글을 쓰기로 시작했어요.


박형준   

그렇다면 이 이야기를 통해, 문학을 통해 말하고 싶은 성장의 의미는 무엇인가요?


최영철    

아무래도 일반적으로 성장이란 말은 물적 팽창이지 않을까요. 그러나 사람의 성장이란 불어나는 게 아니라 비우는 거라 생각합니다. 인간은 비우는 걸 불편하고 불안해합니다. 그러나 인간의 완성은 자각하고 버리는 것, 그것을 깨우치는 데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나 싶습니다. 이 소설에 이런 이야기를 담고 싶었습니다.


박형준   

어중씨가 도시에서 시골에 온 이유는 사람들에게 상처를 받아서입니다. 생의 상실감을 바꿔 보기 위해 삶의 형식을 바꿔 도시에서 시골로 옵니다. 여기 어중씨의 선택에서 많은 걸 생각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성장과 이 책에서는 말하는 성장의 의미가 다르지 않나 싶습니다. 


도시의 사람들에게 상처받은 어중씨가 시골에 오면서 다시 사람들을 만나면서부터 어중씨도 다른 사람들도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서 사람과의 관계 지형을 보여준 게 아닐까 합니다. 그래서 서문에서 이웃의 이야기가 곧 나의 이야기라고 했던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작가가 생각하는 어중씨 캐릭터가 있고, 이가영 그림 작가가 생각하는 어중씨 캐릭터가 있을 것 같은데, 어떤가요? 어떤 경우는 그림이 글과 민주적으로 잘 결합되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나 여기서는 그림이 글과 조화롭게 어울리는데요.




이가영    

다행히 최영철 선생님과 같은 마을에 살고, 다행히 자주 만날 수 있어 선생님이 보는 도요마을의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저는 도요마을이 (소설에서) 도야마을로 바뀐 모습을 첨가만 한 게 아닐까 합니다. 


사실 처음에는 그림을 그려 달라는 말에 한동안 그리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선생님과 함께 놀면서 교감했고 본격적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자 4~5일 만에 그림을 그릴 수 있었습니다.


글을 읽으면서 어중씨가 10년 전에 집을 샀는데 팔 때는 더 싸게 팔아야지 더 비싸게 파느냐는 말에 어중씨의 삶의 지혜와 여유를 느낄 수 있습니다.


최영철    

도시는 타자에 대한 관심을 가질 만한 여유가 없습니다. 무수한 사건이 생겨나면서 사소한 사건은 다뤄지지 않습니다. 흐르는 물에는 비춰진 상이 없습니다. 『어중씨 이야기』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은 시골이라서 가능했던 것 같습니다. 시골이라는 무대는 고인 물로, 거기에 비춰진 낯낯들이 소중하게 보입니다.








박형준   

그림이 종종 글을 보조하는 역할로 있습니다. 그러나 『어중씨 이야기』에서는 그림과 글이 조화가 잘 이루어졌습니다. 무엇보다 그림이 어중씨가 말하는 비움의 느낌을 잘 표현한 것 같습니다. 여기 이 그림은(163쪽) 마치 우주 한 공간에 있는 것 같습니다. 어중씨의 여백과 잘 어울립니다. 오일장 그림(141쪽)은 복잡하지만 절대 복잡하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오일장 그림은 어떻게 그리셨나요?


이가영    

이 그림은 실제 삼랑진장 그림이구요, 삼랑진장을 보고 집에 돌아와서 제가 본 기억에서 상상을 더해 그려낸 그림입니다.


박형준   

어중씨가 여기 있고요, 상점이 많지만 복잡하거나 바쁘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최영철    

참고로 삼랑진 장은 4,9일 장입니다. (하하)




박형준   

마지막으로 이 작품을 하면서 느낀 점을 이야기해 주세요.


최영철    

중심에서 벗어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잘 담았는지, 역량 부족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이거 쓰면서 책이 잘 팔리면 엉뚱씨 이야기로 2권을 발간하는 게 어떨까 하고 생각했습니다. (하하)


이가영    

도요마을에 와서는 그림 그릴 거야 하며 문을 꼭 닫아 놓았습니다. 몇 달 동안 그리기가 잘 안 되서 전전긍긍했는데, 선생님이 이런 그림을 그려보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해 주셨습니다. 그러는 동안 제 그림을 잠시 놓아두고 글을 읽으면서 글 속에 강변과 산도 보고 사람들과 만나면서 저에게 굉장히 많은 휴식이 되었습니다. 다시 시작할 수 있는 비움이 되었습니다.



편집자 주

어중씨와 도야마을을 걷는 기분이었습니다. 마음이 청명해지는 자리였습니다. 책이 잘 팔려서 엉뚱씨 2권도 발간되었으면 좋겠네요^^이날 참석해 주신 독자분들 모두 감사합니다.






Posted by 동글동글봄




안녕하세요, 산지니입니다.


계간 『오늘의문예비평』과 함께하는 산지니 58회 저자와의 만남 주인공은 

최영철 시인의 『어중씨 이야기』입니다.


이 책의 저자 최영철 시인은 『찔러본다』, 『호루라기』, 『그림자 호수』, 『일광욕하는 가구』 등 굵직한 시집을 문단에 내놓았고, 자신만의 시 세계로 주목받는 시인입니다. 

그러한 그가 이번에는 섬세한 시인의 감수성으로 청소년을 위한 소설 『어중씨 이야기』를 세상에 내놓았습니다이번 소설은 엉뚱하지만 사랑스러운 어중씨가 하루 동안 겪은 유쾌하고도 기이한 모험담을 따뜻하게 그렸습니다.


아이들, 어른 모두 함께 읽어도 좋은 『어중씨 이야기』.

따스한 봄날, 저녁 나들이 오세요.


행사 끝나고 저자와 함께 

담소를 나눌 수 있는 뒤풀이도 있습니다. 



일시: 2014년 4월 15일 화요일 저녁 7시
장소: 책과아이들(교대 전철역 5번 출구 교대로16번길 20)

(행사는 1시간 정도 진행됩니다)
사회: 박형준(『오늘의문예비평』 편집위원)

주최: 산지니, 오늘의문예비평


*

어중씨 이야기 - 10점
최영철 지음, 이가영 그림/산지니






Posted by 동글동글봄

시인이 쓴 쉰다섯 남자의 '성장 소설'


최영철 시인의 '어중씨 이야기' 

시골 마을에서의 경험 녹여 내



▲ 소설에 삽입된 어중 씨 부부 삽화. 최영철 시인과 함께 도요 마을에 사는 이가영 씨 그림이다. 산지니 제공


'어중씨 이야기'(산지니)의 작가는 최영철 시인이다. 2010년 10월 김해 도요마을로 들어가 살고 있는 시인이 시골 마을에서 살아온 경험을 녹여 낸 동화 같은 소설 한 편이다.


"심심해서 쓴 시시껄렁한 이야기입니다. 시인이 엉뚱한 발상을 하잖아요. 앞뒤가 안 맞는 상상력인데 동화 장르와 맞는 측면이 있어요." 


연극인과 함께 사는 도요 마을에서 '작가'의 역할을 다시 고민하게 됐다는 거다. "옛날 작가는 극작을 쓰면서 시 소설도 썼는데, 요즘은 자기 장르에만 묻혀 있다. 시인이 시도 쓰고 소설 희곡도 쓰면 문학이 더 넓어지지 않을까 한다"는 게 시인이 소설을 쓴 변이다.


소설 주인공 '어중 씨' 캐릭터가 흥미롭다. 전직 국어교사로 도시에 살다 시골 마을로 들어간 쉰다섯 남자다. 잘 잊고 행동이 굼뜬 데다 할 일을 놓치면서도 남 사정을 그냥 모른 척 지나치질 못한다. 어중 씨에게선 최 시인의 평소 모습도 얼핏 겹친다.



도시였다면 어중 씨는 경쟁에 뒤처지고 주눅 들었을 게 뻔하다. 하지만 시골에서는 모자란 사람이 아니다. "사람이 한쪽이 부족하면 다른 한쪽은 잘하는 게 있습니다. 과거에는 조금 모자라는 부분을 서로 봐 주곤 했습니다. 실수를 용납하지 않고 경쟁하는 도시 사람에게 인간 본연의 심성을 깨우치고 살려 내면 좋겠다는 바람이 소설이 됐습니다."


소설은 어중 씨가 아내의 심부름으로 오랜만에 읍내로 나서는 하루를 그렸다. 여유를 부리다 버스를 놓치는 등 출발부터 호락호락하지 않지만 길에서 아이들 강아지 목사 순례자를 만나며 유쾌하면서도 기이한 모험을 하게 된다. 


성장 소설이라 붙여 놓은 소설이지만 꼭 아이들 책은 아니다. 도시 사람을 격려하고 위로하려는 게 시인의 마음이다. "짧은 한 인간의 삶을 의미 있게 하는 것은 한자리에 머무르지 않고 끊임없이 스스로를 바꾸려고 하는 의지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모두 어딘가 미흡한 인간들이고, 계속 성장 중에 있는 인간들이라는 점에서 우리의 이웃이며 나의 모습이기도 합니다." 



부산일보 김영한 기자 

2014-03-20 | 16면


원본읽기

Posted by 동글동글봄

 

최영철, 그가 가진 야성에 대해

 

 

최영철 작가 하면 『문학을 탐하다』에 나오듯이 야성이라는 단어가 생각이 납니다. 그는 과거, '왜 야성을 잃어가냐'는 말을 듣고 국밥집에서 돼지국밥을 먹으면서 야성을 날카롭게 갈았다고 합니다. 야성이라는 단어에서 품겨져 나오는 의미(자연 또는 본능 그대로의 거친 성질) 때문에라도  더욱 그의 작품이 궁금해집니다.

  1986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이래, 20여 년이 넘도록 꾸준한 시작 활동을 펼쳐온 작가인 그는 창녕에서 태어나 줄곧 부산에서 자랐다고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부산의 정취가 그의 작품 세계에 많은 영향을 끼쳣다고 하는데요. 산문집과 몇 편의 시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동백꽃, 붉고 시린 눈물』

산문집으로 작가가 느낀 부산 곳곳의 모습들을 애정 있게 실어놓은 책입니다. .

-제1부 풍경들

무궁화에게는 그것이 명예로운 훈장이 아니라 부담스러운 부채일 수도 있으리라. 이 꽃이 화사하고 강건하기까지 어떤 풍상을 견뎌왔는가를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무궁하는 역사의 아픈 생채기를 거름으로 먹고 피었다.

 

부산 대청 뜰에 핀 나라꽃 무궁화를 보고 작가가 느낀 감정입니다. 좌천동 수정동 영주동 대청동으로 이어지는 산복도로의 구비마다에는 전쟁을 피해 남하한 피난민을 생각나게 하는 집들이 아직도 골목에 남아있습니다. 그래서 그는 차를 타고 지나갈 때 미안한 감정이 듭니다. 대청공원으로 오르는 길 앞만 보고 오르는 게 아닌지, 앞만 보고 급하게 달려, 놓친 것들이 있는지 다시 한번 되짚어봅니다.

그가 말하고 있는 것처럼 무궁화에는 단순히 예쁘다라고 느끼는 감정만 있지는 못합니다. ‘국가를 상징하는 꽃’이라는 의미가 드는 경우가 더 많을 것입니다. 그러기 때문에 우린 아팠던 과거를 회상하는 매개물로서 무궁화를 보기도 합니다. 일제시대 때 무궁화를 키워서도 단순히 꽃으로서 예뻐해서도 안되었기에 안타까웠던 우리 민족의 모습을 무궁화에게도 투영시켰나봅니다. 우리는 보통 무궁화를 생각할 때 만개한 꽃의 모습만을 기억합니다. 져서 떨어진 모습도, 봉우리의 모습도 기억하지 못합니다. 이는 작가가 말하는 무궁화의 화사하고 강건한 이미지를 우리가 부여하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제부터는 길을 가다 무궁화를 본다면 눈짓으로라도 ‘고생했지’, ‘잊지 않고 있어’ 라는 위로의 말을 던져 주면 어떨까 싶습니다! 그건 바로 우리의 역사를 잊지 않고 기억하는 방법일테니깐요

강물은 이 하구에 이르러 바닷물과 섞이기 전 흘러온 먼 시간을 반추하며 돌이킬 수 없는 시간 앞에 잠깐 몸서리를 친다. 그렇게 구부러지고 멈칫대며 저 먼 바다로 나아간다.

강물이 바닷물과 섞이기 전 잠깐 몸서리를 치며 바다로 나아간다고 생각해보셨나요? 저의 경우는 하염없이 강물만을 바라 본적은 어릴 때나 있는 기억입니다. 그러기 때문에 강물을 보며 흘러온 많은 시간을 보내왔다고도 바다와 섞이기 잠시 동안 그 시간을 반추한다고도 느껴본 적은 없습니다. 단지 강이 그 자리에 있다고만 느꼈기 때문입니다. 시냇물의 경우가 아니라 큰 강의 경우는 물살의 흐름이 쉽게 잡히진 않습니다. 또한 강과 바다를 별개로 생각하길 마련이죠. 이런 면에서 작가는 부산의 끝자락인 낙동강을 애정있기 바라보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강을 볼 때는 산에서 시작해온 조그만 물줄기를, 바다를 볼때는 물줄기가 모아져서 생긴 강을 생각해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그 모천(母川)을 말입니다.

길을 가는 것은 발의 노동이다. 지난 세기, 머리의 욕망을 쫓아가느라고 발은 너무 고단했다. 발은 머리의 강압에 못 이겨 가고 싶지 않은 길을 갔고 가지 않아야 할 길을 갔다. 그렇게 마지못한 전진을 거듭하면서 하부의 발은 상부의 머리를 향해 뭐라고 물만을 터트렸겠지만 좀 쉬었다 가자고 정중히 건의해보기도 했겠지만, 머리는 발의 멱살을 부여잡거나 등을 떠밀며, 때로는 채찍을 휘두르기도 하며 여기까지 왔다.

그렇게 발의 기운을 붇돋우고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나는 경건한 평화를 느꼈다. 발에게 경배하는 하심은 상부에 자리한 머리를 위해서도 좋은 일일 것이다. 맹렬한 전진의 시대를 거치며 우리의 발은 차가웠고 머리는 뜨거웠다. 그 역행이 파생시킨 불상사가 오늘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여러 불협화음들이다. 겨울 끝자리의 바깥바람은 머리를 차게 했고 지하 깊숙한 암반에서 솟구치는 온천수는 발을 따뜻하게 했으니, 길을 나서기에는 호사스럽고도 평온한 준비였다.

작가가 우리 몸의 발에 대해 느낀 부분입니다. 우리는 흔히 손의 고생에 대해서 말을 하곤 합니다. 그렇지만 발의 불만, 노동에 대해서는 크게 생각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왜일까요? 생각하는 머리와 가장 떨어져 있어서 무관심을 받는지, 아니면 몸에 가려 눈이 보기 힘든 곳에 있기 때문인지 여하튼 글을 읽고 나니 참 불쌍하기 그지없는게 바로 발인 것 같습니다. ‘머리는 발의 멱살을 부여잡거나 등을 떠밀며, 때로는 채찍을 휘두르기도 하며 여기까지 왔다’ 라는 구절을 보면서 제가 한 홍콩여행이 갑자기 생각이 났는데요. 4박5일의 여정동안 학생인 저는 돈이 부족했기 때문에 웬만한 곳은 걸어다녔습니다. 지하철 한 두정거장 정도는 발에게 부담해버렸는데 한 이틀이 지나니깐 서서히 이 아이가 말을 안 듣기 시작했습니다. 무릎도 아프고 발바닥이 아파서 움직이지 않는 다리를 중간 중간 뭐라 하고 때려가면서 여행을 마쳤습니다. 고맙게도, 끝까지 여행을 마쳤지만 저는 발의 기운을 붇돋우고 있는 사람은 아니였습니다 ... 발의 차가움을 무시하고 그의 고통을 담보로 머리, 눈의 즐거움만을 누렸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점이 작가가 말하는 것처럼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여러 불협화음으로 나타났고 저의 여행도 끝에는 균형이 깨지고 말았던 것 같습니다. 발만 다그치느라고 머리가 과부화가 걸린 것인지, 아니면 발의 반란으로 머리가 져버린 건지는 모르겠지만. 새벽 2시에 떠나야되는 비행기를 오후 2시로 착각하고 비행기를 놓쳐버렸습니다. 교통비 1000원 아끼겠다고 애쓰다가 비행기값 몇만원을 날려버린거죠. 참 그런 것 같습니다. 하나의 희생을 통해 얻은 것은 제 살 파먹기에 불과함을 이 책을 빨리 봤다면 저 자신 또한 발에 기운을 붇돋우는 사람에 속하지 않았을까요?

 

간절곶은 우리나라는 물론 동북아시아에서 가장 먼저 해가 뜨는 곳이다. 그렇지만 해가 가장 먼저 뜬다는 그 사실 여부는 크게 중요하지 않을 것이다. 해는 나날이 새롭게 생성되어야 할 희망의 다른 이름이어서, 해가 늘 그 자리에 있다면 희망 역시 참으로 진부하고 보잘 것 없는 것이 되고 만다. 절망이 없다면 희망도 없고, 서편으로 넘어가는 해가 없다면 동녘을 밝히는 찬란한 광명을 기다릴 필요도 없다. 어제보다 오늘이 나을 것이라는 희망을 가진 이의 눈에 비친 해는 어느 자리에서 보든 그것은 가장 먼저 뜨는 해이다.

‘어제보다 오늘이 나을 것이라는 희망을 가진 이의 눈에 비친 해는 어느 자리에서 보든 그것은 가장 먼저 뜨는 해이다’ 작가가 말하는 것처럼 해를 보는 이유가 내안의 희망을 다지기 위해 본다면 의미가 있을 것이고 굳이 새해를 보기위해 수많은 인파에 싸여 아등바등 하는 것보다는 어느 자리에서 보든 그것이 가장 먼저 뜬 해라고 생각한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저의 경우는 매년 새해를 보기위해 산이나 바다를 다녔는데요. 왠지 첫해의 해를 봐야지만 내 자신에게도 그리고 남들에게도 부지런한 새해 첫날을 맞았다고 자부했던 것 같습니다. 올해만큼은 해를 보러가지 못했는데 매일 뜨는 해이기 때문에 별로 의미가 없어진 것인지 아니면 낭만 따위를 따지기에는 현실을 알아버린 건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한 점은 상징적인게 중요하지 않다고 느꼈기 때문입니다. ‘새해 첫날에 뭐했어? 어디 갔어?’ 이런 질문에 떳떳하게 ‘여행 갔다왔어’라든지 ‘부지런했어’. 라고 말하고 싶었기 때문에 간 것은 아닐찌. 라는 생각이 들자 굳이 마음을 다지는게 아니라면 갈 필요가 없기도 하며 그건 어디서나 내 마음에 따라 달려 있다고 느꼈기 때문입니다. 가장 좋은 건 작가가 말하는 마음을 품고 새해를 보며 다짐하는 거겠지만. 혹시라도 그럴만한 시간여유가 없으신 분은 다시한번 구절을 되새겨 보시길 바랍니당!!

 

 

대학은 가장 처음의 자리이며 종교는 가장 나중의 자리이다. 처음과 끝은 대부분 그렇게 서로 통한다. 대학은 개성에 물들지 않은 상대적 순수성이고 종교는 현실의 더께를 벗은 절대적 순수성이다.

앞에 작가가 말하는 구절은 제가 책을 읽으면서 좋았던 부분만 발췌해 올린 것인데 제 느낌을 같이 적은 글입니다.^^ 특히 이 구절이 무엇보다 더 와닿았는데요. 공감도 가며 현실은 그렇지 못한 부분마저 이처럼 됐으면 하는 마음였습니다. 대학과 종교는 정말로 순수해야 하는데 요새는 그러지 못한 것 같기 때문입니다. 대학의 취업의 장이 되어버렸고 종교는 돈에 휩쓸려 현실의 무게와 같아져버렸습니다. 아직 사회에 나오지 않았으나 지성을 가진 이들을 품고 있는 대학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순수하다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종교는 어린시절, 대학, 사회 이 모든 현실을 거쳐서 씻음받을 수 있는 곳이기 때문에 무엇으로도 변해서는 안 되는 절대적인 순수성이겠지요. 현실은 그렇지 못하지만 아직 이 둘의 낱말이 주는 의미는 변하지 않았습니다. 변한 건 사람인 것 뿐이구요.

-2부 작품들

 

강건하면 자신만만하기 쉽고 애절하면 구차하기 쉽다. 그러나 동백은 강건하면서도 애절하다. 강건해지려고 이를 악무는 사이 안은 애절해졌고, 그 애절함이 남을 힘들게 하지 않으려고 다시 이를 악무는 사이 밖은 더욱 강건해졌다. 강건하나 자신만만하지 않고 애절하나 구차하지 않다. 그렇게 단련된 것이 동백이고 그 동백이 부산을 상징하는 꽃과 나무가 된 것은 필연이었다.

바다는 그것들을 다 품고 있기에 숨이 차 조금씩 땅을 위로 내보냈을 것이다. 장성한 자식들을 집 밖으로 내보내듯이 말이다. 땅은 그러니까 바다가 분가해 보낸 자식들이고, 바다는 땅의 아주 오래 전 어머니였다.

동백과 바다는 부산을 상징하는 것들입니다.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바다하면 해운대나 광안리를 떠올릴 것이며 부산 해운대에 와본 분들이라면 동백섬에 펴있는 동백꽃의 아름다움을 회상할 것입니다. 또한 이것들이 부산을 상징하는 것은 부산사람의 기질과도 닮아 있기 때문이겠죠. 바다같이 드센 면이 있으나 분가하여 나와 땅에 살면서 동백마냥 강건하고 애절한 마음을 가지게 됬습니다. 전쟁통에 피난민을 감싸 안는 그 혼란 속에서 부산 고유의 특성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동백과도 같은 마음이 있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2. 『찔러본다』

‘찔러본다’ 시집에서 시인의 목소리는 강아지를 찔러보는 햇살, 다랑이를 찔러보는 비, 열매를 찔러보는 바람처럼 시적 화자인 ‘나’를 찔러보는 존재들, 그 소외된 소수자들이 갖고 있는 강렬한 응시의 힘과 에너지로 충만합니다. 이 ‘찔러봄’을 통해 시인은 황폐한 삶의 굴레 속에서도 야성으로 빛나는 강인한 생명력과 건강한 삶의 천진성을 발견하고 자연의 진정성과도 만납니다. 황폐한 삶의 굴레 속에서도 시인으로 하여금 자연에 눈을 돌리게 하고 자연과 화합하게 합니다. (책 소개에서)

햇살 꽂힌다

잠든 척 엎드린 강아지 머리에

퍼붓는 화살

깼나 안 깼나

쿡쿡 찔러본다

 

비 온다

저기 산비탈

잔돌 무성한 다랑이논

죽었나 살았나

쿡쿡 찔러본다

 

바람 분다

이제 다 영글었다고

앞다퉈 꼭지에 매달린 것들

익었나 안 익었나

쿡쿡 찔러본다

- 『찔러본다』

자연-인간-리듬 이 세가지가 시인이 말하고자 하는 3요소입니다. 특유의 리듬감이 통통 튀며 자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을 형상화하여 묘사하고 있습니다. 햇살, 비, 바람 자연을 상징화하는 것들을 통해 물체를 찔러본다고 표현하면서 생기를 불어넣고 있습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그는 윗도리 하나를 척 걸쳐놓듯이

원룸 베란다 옷걸이에 자신의 몸을 걸었다

딩동 집달관이 초인종을 누르고

쾅쾅 빚쟁이가 문을 두드리다 갔다

그럴 때마다 문을 열어주려고 펄럭인

그의 손가락이 풍장되었다 (중략)

- 『풍장

시인은 일상에서 일어나기 쉬운 일들을 소재로 시를 쓰고 있습니다. 격한 표현이 있는 것도 아니고 아름다운 모습을 노래하지도 않습니다. 일상적인 모습을 구체화 시켜 덤덤하게 표현합니다. 그렇다면 시인의 시적 세계는 어떠한 것인지 시인의 표현을 보면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나의 시는 견디며 흔들리고 견디며 꽃 핀다. 견디며 울부짖는다. 나의 시는 결실과 풍요를 노래하지 않는다. 수확과 충만을 노래하지 않으며 높고 청아한 하늘과 맑은 새소리를 노래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곧 다가올 퇴락과 소멸의 지점에 먼저 마음이 가 있다. 모든 결실과 절정은 곧 다가올 파국에 대한 불안과 상실의 전주곡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므로 나의 시는 아지 못할 곳으로 흘러가고 있는, 또는 뻔한 결말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나날의 일상들과의 줄다리기이다. 막연한 희망과 절망을 보다 절실하게 구체화시켜야 한다는 점에서 내가 붙잡고 있는 그 끈은 자신을 옭아매는 힘겨운 오라일 수밖에 없다. 고통스러울지라도 그 오라를 쉽게 놓을 수 없는 것은 누가 명령해서가 아니라 스스로 원해서 그 끈을 움켜잡았기 때문이다. 그것을 처음 부여잡던 각오 그대로 쉼 없는 자기갱신으로 더욱 단단히 더욱 팽팽히 그 끈을 바투 쥐어야 할 책무가 나에게는 주어져 있다.  

앞에서 최영철 시인에 대해서 야성이라고 표현한 바 있습니다. 자연 그대로를 견디어 울부짖는 모습을 표현하는 그의 시를 보면 왜 야성이 어울리지는 느껴집니다. 소개한 작품 외에도 찾아보시면 더욱 좋을 것 같습니다.^^ 

 

 


 

 

문학을 탐하다 - 10점
최학림 지음/산지니

 

동백꽃, 붉고 시린 눈물 - 10점
최영철 지음, 박경효 그림/산지니
찔러본다 - 10점
최영철 지음/문학과지성사

 

 문학을 탐하다』는 2014 '원북원부산운동' 후보 도서입니다.
책 읽는 부산을 만드는 소중한 한 표 부탁드립니다.

2014 원북원도서 올해의 책 투표하러 가기>> http://www.siminlib.go.kr/onebookone2/

Posted by 비회원

문학을 탐하다, 우리 지금 만나!

 

 문학(文學) [명사] 사상이나 감정을 언어로 표현한 예술. 또는 그런 작품.

탐하다(貪--) [동사] 어떤 것을 가지거나 차지하고 싶어 지나치게 욕심을 내다.

 
문학을 탐하다. 이 제목은 사전적 의미로 풀어본다면 참으로 묘한 말이 아닌가 싶습니다. 문학을 탐한다는 이 말을 곱씹으면 문학이란 사상과 감정을 언어로 또는 작품으로 만들어낸다는 뜻이고, 탐하다는 말은 그런 문학을 갖고 싶어 안달내는 누군가의 모습을 떠오르게 만들기 때문이지요. 이런 문학을 탐내는 첫 번째 누군가는 단연 이 글을 집필한 최학림 문학기자요, 두 번째는 바로 이 책을 읽게 될 당신이 되지 않을까요?

 

최학림 기자가 문학 기자가 되기까지 과정은 꼬박 10년이 걸렸다고 합니다. 문학 기자가 되고 싶은 마음으로 <부산일보>에 입사해서 여러 과정을 거쳐 문학기자가 된 최학림. 그가 만난 작가들의 이야기들이 여기 이 책에 담겨있습니다.

 

 

『문학을 탐하다』는 세 가지 파트로 나눠지고 또 그 한 파트 한 파트 안에는 각각 여섯 명의 작가들이 숨 쉬고 있습니다. 즉, 이 책 한 권으로 독자들은 총 18명의 작가들을 만나보는 셈이지요. 얼마나 매력적인 이야기입니까? 책 한 권으로 18명의 작가를 만날 수 있다니! 또한 최학림 기자는 작가와 있었던 에피소드를 통해, 작가와 독자의 심리적 거리를 좁혀주고 있습니다. 최학림 기자가 풀어놓는 그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그가 들려준 작가들에게 호기심이 생깁니다. 그리고 그들의 작품이 읽고 싶어집니다. 이 책을 통해 작가와 독자는 작품 밖에서 미리 만나게 되지요. 그렇게 보면, 일종의 다리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 바로 『문학을 탐하다』의 위치가 아닐까 싶네요.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정태규 소설가, 최영철 시인, 조갑상 소설가, 이복구 소설가, 유홍준 시인.

제가 처음 『문학을 탐하다』를 접했을 때 이 책 안에는 생소한 작가들이 많았습니다. 특히나 문학을 멀리하는 독자층이라면 처음 들어보는 작가의 이름도 있을 것입니다. 물론 저도 처음 보는 작가들이 대부분이였어요. 하지만 이 책을 읽다 보면 생각이 달라집니다. 존재감이 분명한 이 작가들은 이 책을 뚫고 나옵니다. 대담하게 독자의 앞에 걸어 나와 묻습니다.

 

“자, 이제 어떻게 하겠어요?”

 

그러면 독자는 작품이라는 몸에 걸쳐진 『문학을 탐하다』라는 옷을 보고 그 안에 감춰진 속살을 생각해봅니다. 옷 속으로 비친 속살을 보며 그 안을 가늠해봅니다. 그러다 호기심이 이는 순간 이 책을, 그리고 이 책 안에서 소개하고 있는 작품들을 손에 집어든 당신을 발견하게 되겠지요. 아니면 저처럼 이미 작품들을 펼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구요.

『문학을 탐하다』를 읽다보면 최학림 기자가 얼마나 문학에 애정이 있는 사람인지 느껴지실거예요. 최학림, 그는 진정으로 문학을 사랑하는 사람입니다. 문학을 애정의 대상으로 보고, 그 작가들과 작품들을 만나 자신의 글쓰기를 하였습니다. 그래서 이 책은 최학림 기자의 눈을 통해 18인의 작가를 엿볼 수 있는 길잡이 역할을 하고 있지요. 그렇기에 작가들이 멀게 느껴져서, 혹은 작품을 어렵다며 책 읽기를 멀리하는 그대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습니다. 그대들에게는 이 책을 통해 자신에게 맞는 작가, 작품을 알아볼 수 있는 기회가 생기는거예요. 이건 마치 소개팅하는 기분일지도 몰라요. (두근두근)

소설가 이복구, 시인 김언희, 시인 최영철, 시인 유홍준, 소설가 김곰치, 시인 엄국현, 소설가 조갑상, 시인 신진, 시인 성선경, 소설가 정영선, 시인 박태일, 소설가 강동수, 소설가 정태규, 시인 조말선, 시조 시인 박권숙, 소설가 이상섭, 시인 정영태, 시인 최원준.

나른한 오늘 오후.

18명의 작가들과 유쾌한 만남을 가져보시지 않겠어요?

 

 

- 마하 올림

 

 

문학을 탐하다 - 10점
최학림 지음/산지니

『문학을 탐하다』는 2014 '원북원부산운동' 후보 도서입니다.
책 읽는 부산을 만드는 소중한 한 표 부탁드립니다.

2014 원북원도서 올해의 책 투표하러 가기>> http://www.siminlib.go.kr/onebookone2/

Posted by 비회원



지난 6일 수요일, 정태규 소설가의 산문집 출간기념 문인들의 모임자리에 다녀왔습니다.

이번 모임은 공식적인 출간기념회가 아닌, 그야말로 조촐하게 진행되는 모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알음알음 찾아오신 손님들로 인해 정태규 소설가의 인기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정태규 소설가는 사실, 이번 산문집을 편집하는 과정에서 ALS(일명 루게릭병) 판정을 받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임이 자칫 우울하거나 침체된 분위기로 흐르지 않고 밝게 웃으며 떠들 수 있는 모임으로 진행될 수 있는 원인에는 정태규 소설가의 끊임없는 소설에의 집필 의지가 느껴졌기 때문이지요.

정태규 소설가가 밝게 웃으실 때마다, 모두들 다함께 웃으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는 계속해서 이어졌습니다. 

산문 속 한 구절을 살펴 볼까요.


첫 소설창작집 서문에 소설은 하나의 힘이라고 생각한다고 썼던 기억이 있다. 진실하고 진지한 영혼이 저 거짓과 경박의 현실에 의해 지쳐 쓰러지지 않게 받쳐주는 하나의 힘이 소설이며, 또한 그런 영혼을 응원하며 조용히 펄럭이는 깃발이 소설이 아닐까 한다고 썼다. 지금 생각하면 지나치게 단정적인 생각이었던 것 같지만, 확실히 소설도 인간의 영혼에 하나의 힘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그 소설이란 집이 확실한 대들보와 서까래와 기둥으로 서 있을 경우에만 말이다. 그리고 그 집이 단순히 머리로써 지은 것이 아니라, 가슴으로 지었을 경우이기도 할 것이다.

나의 소설도 그런 힘을 가졌으면 좋겠다. 내 작품이 이 세상의 누군가의 영혼에 하나의 힘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 사람의 영혼의 집을 짓는 아름다운 힘이 되어주었으면 좋겠다. 손 형과 강 형이 집을 지으면서 보여주는 저 아름다운 힘처럼……. 이 두 사람의 힘은 비단 그 근육의 힘과 일하는 기술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남의 일도 저토록 유쾌하고 기꺼운 마음으로 성심성의를 다하는 가슴에서, 바로 그 아름다운 가슴에서 연유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모름지기 소설도 저런 가슴으로 써야 힘을 지닌 작품이 될 수 있지 않을까. (p44-45 「집을 짓는 힘」)







마지막으로 정태규 소설가의 출간 소회를 나누는 자리가 있었습니다. 정태규 소설가는 병을 앓고 계신 와중에도 장편소설의 집필에 대한 열망의 끈을 놓고 계시지 않으셨습니다. '안구마우스'와 같은 다양한 첨단기술이 있는 한, 그런 기술을 통해서라도 집필을 하시겠다는 말씀을 듣고 자리에 앉은 모든 사람들은 선생님의 소설에 대한 열정에 모두 박수를 쳤지요.

문득 <잠수종과 나비>라는 영화가 떠오릅니다. 눈꺼풀을 깜박이는 것으로 의사를 표현하는 주인공의 삶을 다룬 프랑스 영화인데요. 우리가 이런 영화에서, 그리고 정태규 선생님의 삶에서 감동을 받는 것은 삶에 대한, 문학에 대한, 예술에 대한 희망의 끈을 잃지 않는 것이겠지요.

아무튼 정태규 소설가의 차기작! 독자로서 학수고대하겠습니다.

좋은 장편소설 집필을 고대하면서, 포스팅을 마무리짓겠습니다.^^

더불어, 산문집 『꿈을 굽다』도 많은 관심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날 모임에 참석해주신 많은 문인들.



꿈을 굽다 - 10점
정태규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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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광역시 수영구 민락동 | 방파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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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비회원




이제 곧 꽃샘추위도 시샘을 거두고, 완연한 봄이 오겠지요.

하지만 지구온난화 때문에 점점 짧아지는 봄은 눈깜짝 할 사이에 지나갈 것이고
앗! 벌써 여름이라니! 하며 사무실에 앉아 울상짓고 있을 모습이 벌써부터 눈에 훤합니다.
그래서 나중에 후회하지 말고, 지금부터 차근차근 준비를 해야 합니다. 
이름하여, <봄맞이 詩> 
이 시들이 짧은 봄을 길게 만들어줄 겁니다. 얍!! 



좋은 풍경
-정현종

늦겨울 눈 오는 날
날은 푸근하고 눈은 부드러워
새살인 듯 덮인 숲 속으로
남녀 발자국 한 쌍이 올라가더니
골짜기에 온통 입김을 풀어놓으며
밤나무에 기대서 그짓을 하는 바람에
예년보다 빨리 온 올 봄 그 밤나무는
여러 날 피울 꽃을 얼떨결에
한나절에 다 피워놓고 서 있었습니다.



아직 겨울인데, 밤나무는 혼자 봄이 왔습니다. 아, 정말 봄은 이런 게 아니겠습니까. 꽃을 한나절에 다 피우게 해줄 '그짓'이 있어야 봄이 왔다고 할 수 있는 것이죠!! '그짓'이 꼭 그짓인지 아니면 딴짓인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어쨌든 그짓이 있어야 합니다. 안그러면 봄이와도 봄이 온 줄 모르고, 봄이 가도 봄이 간 줄 모를거에요. 


 4월 꽃비
-최영철

야이 후레자식아
점심은 뭘 먹을까
궁리하며 가는데
야이 후레자식아
흐드득 달려온 꽃이
내 면상을 때린다
금방 내팽개치고 온 말
야이 후레자식아
후회하며 가는데
지금 네 눈엔
내가 보이지도 않느냐고
꽃들이 와르르르 무너지며
고래고래 아우성이다
야이 후레자식아
아직 떨어질 때가 아닌 꽃들이
아직 울부짖을 때가 아닌 꽃들이
땅만 보고 걷는 내 뒤통수를 치려고
딴 생각만 하는 등짝을 후려갈기려고
제 몸의 비늘들을 마구 쏘아 보내고 있다
야이 후레자식아
너 가는 데 어딘지 보자고
그렇게 가서
얼마나 잘 되는지 보자고
뒤를 바짝 따라 붙는다
어깨에 자꾸 달라붙는
두 팔 벌려 앞을 가로막는
꽃들아 꽃들아
야이 후레자식들아



올 봄에는 꽃을 두고도 그냥 고개숙이고 지나간다면, "야이 후레자식아" 하는 소리를분명히 들을 겁니다. 이 시를 읽었기 때문리죠.^^ 그러니 꽃이 폈는지 아닌지 주변을 둘러보면서 걸어야 됩니다.
그런데 이 시의 묘미는 "야이 후레자식아" 라는 말을 꽃이 하기 전에, 
주인공이 먼저 누군가(A군이라고 합시다)에게 했다는 데 있습니다. 그래서 이 말을 주인공이 듣는 순간, 주인공은 A군이 되어버립니다. 뿌린대로 거둔 것이죠. ㅎㅎㅎ 
사실 지금 주인공은 엄청 심란한 상태입니다. 보아하니 A군과 다투고 온 모양입니다. 그러니 꽃을 감상할 겨를이 어디 있겠습니까. 심란해 죽겠는데 말이죠. 그런데도 꽃은 왜 날 보지 않느냐고 "야이 후레자식아"하며, 욕을 해댑니다. 그래도 주인공이 쳐다보지 않자 "그렇게 가서 얼마나 잘 되는지 보자고" 씩씩거립니다. 결국 주인공은 짜증이 폭발했고, 꽃들을 향해 "야이 후레자식들아" 하고 퍼붓습니다.
이걸 똑같이 주인공과 A군의 관계로 바꿔 생각해보면, 주인공은 다른 일로 정신없는 A군에게 날 좀 봐달라고 생떼를 썼나 봅니다. 욕도 하고 말입니다. 하지만 A군의 입장에선, 주인공을 신경쓸 겨를이 어디있겠습니까. 정신없어 죽겠는데 말이죠.
그러니 결국, 마지막 행에서 꽃들을 향해 퍼붓는 "야이 후레자식들아"라는 말은 결국 주인공 자신에게 하는 말이 됩니다. 마구 달려드는 꽃들에 파묻혀, 자신한테 욕해야 하는 주인공은 얼마나 짜증이 났을까요.
하지만 그걸 보고 있자니 웃음이 납니다. 재밌는 시입니다. 욕을 읽는 쾌감도 누릴 수 있고요 ㅎㅎㅎㅎㅎ 



봄꽃
-하종오

화단에 산수유 꽃이 핀
할인마트에 장보러 온
북조선 출신 여자는
비닐하우스에서 키운
나물을 카트에 싣는다

각지에서 실어온 여름철 채소와
가을철 과일이 쌓여 있는 매대엔
주민들이 계속 찾아와서
한 해 내내 먹을 반찬거리를 살핀다

그런 사이 장을 다 보고
쇼핑백 들고 바깥에 나온
북조선 출신 여자는
이때쯤 북조선에선 뭘 먹었던가
생각해 보다가
화단에 핀 산수유 꽃을 본다

아, 이런, 이런,
봄나물이 나기 전에 배고파서
뜯어먹은 꽃이 무엇이었던가



박민규의 단편 「그렇습니까? 기린입니다」에도 꽃을 먹는 사람 이미지가 등장합니다. 소년이 보기에, 인간은 '상습적으로 전철을 타고, 상습적으로 일을 하고, 상습적으로 밥을 먹고, 상습적으로 돈을 벌고, 상습적으로 놀고, 상습적으로 남을 괴롭히고, 상습적으로 거짓말을 하고, 상습적으로 착각을 하고, 상습적으로 사람을 만나고, 상습적으로 대화를 나누고, 상습적으로 회의를 열고, 상습적으로 교육을 받고, 상습적으로 또 뭐가 있지, 상습적으로 외롭고, 상습적으로 섹스를 하고, 상습적으로 잠을 잔다.' 그래서 소년은 대부분의 인간을 상습범으로 생각합니다. 그런데 상습범에서 벗어나는 인간들이 눈에 보입니다. 그 광경 중에 알몸의 삼십대 남자가 화단에서 꽃을 먹는 것도 있습니다. 지하철 푸시맨으로 일하는 소년은 누군가의 압력으로 튀어나온 아버지의 비참한 모습을 보고는 자신 또한 알몸으로 화단에 앉아 꽃이라도 먹고 싶은 심정이 된다고 고백합니다.
꽃을 먹는 것은 확실히 비상습적인 행동인가 봅니다. 비참한 풍경이고, 실존적인 행위입니다. 그래서인지 북조선 출신 여자는 꽃을 뜯어먹던 것을 자세하게 기억하지 못합니다. 그런데 반대로, 꽃을 뜯어먹지 않는 것이 아름다운가? 하고 물으면 그건 또 아닌 것 같습니다. 할인마트, 비닐하우스, 카트, 매대, 쇼핑백이 아름답지는 않잖아요? 상습적인 섹스는 더더욱 그렇구요. 차라리 비참하긴 해도 꽃을 뜯어먹는 게 좀더 아름다운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종오 시인의 「봄꽃」은 쉽지 않은 시입니다.

처음엔 봄을 느긋한 마음으로 맞이하려고 했는데, 시를 읽다 보니 봄이 깊어지네요. 여기서 후다닥 마무리를 해야겠습니다. 



- 10점
정현종 지음/열림원


찔러본다 - 10점
최영철 지음/문학과지성사

입국자들 - 10점
하종오 지음/산지니




Posted by 비회원

지난 금요일 국제신문사 강당에서 열린 제10회 최계락문학상 시상식에 갔다왔습니다. 수상의 주인공은 얼마전 블로그에 소개해 드린 시집 '찔러본다'(링크)와 최영철 시인. 그날 모처럼 저희 출판사에 놀러오셨는데요, 점심때 따끈한 대구탕도 사주시고, 시상식에 안가볼 수 없었답니다.^^;

사실 문학에 문외한인 저는 최계락 시인을 잘 몰랐습니다. 작년에 출간된 동길산 산문집 <길에게 묻다>를 작업하면서 최계락 시인을 처음 알게되었고, 이번 문학상 시상식 덕분에 조금 더 알게되었습니다.

최계락 시인(1930~1970)은  일찍이 20대 초반에 등단하여 경남과 부산을 중심으로 전국적인 문학 활동을 전개하였습니다. 그는 한국전쟁기 임시수도였던 부산에 몰려들었던 많은 문인들이 제 각기 서울 등지로 떠나간 뒤에 고석규, 김성욱, 김재섭, 김춘수, 손경하, 송영택, 유병근, 조영서, 천상병, 하연승이 참여한 <신작품> 동인들과 함께 경향 각처의 시인들이 교류하는 장을 여는 데 힘을 썼습니다. 맑고 아름다운 것을 추구하면서 행복하고 조화로운 세계를 꿈꾸어온 그가 돌연 세상을 떠난 뒤 그의 문학을 기념하는 문학상이 제정된 지도 해를 거듭하여 벌써 10년이 지났습니다.
 
최계락 시인의 대표시 <꽃씨>와 <외갓길>을 낭송했고, 생전의 최계락 시인과 함께 활동한 하연승(77) 손경하(81) 원로 두 분이 특별상을 받으셨습니다. "오래 사니 상을 주네. 더 오래 살아야겠다"고 하연승 님께서 수상소감을 밝혀 모두에게 큰웃음을 주었습니다.

구모룡 문학평론가께서
"3명의 평론가가 이구동성으로 최영철 시집 <찔러본다>를 선정하여 비교적 수월한 심사였다"고 심사평을 말하셨습니다.


최영철 시인께 수상 소감을 묻자 "딴 짓 안하고 꾸역꾸역 시를 쓴 것을 잘 봐주신 것 같습니다. 문학상은 조금도 기대하지 않았았고, 시를 쓸 운명이었는지 이나이 먹도록 시를 쓰며 살았고 시에게서 보상을 받았는데 이런 '큰 시인'을 기리는 상을 받아 기쁩니다"라고 소감을 밝혔습니다.
 
학창시절 얘기도 해주셨는데, 어렸을때 자신은 지각생에 열등생이었다고 자백하셨습니다. "중학교 2학년 때  교내백일장에서 첫 상을 받던 날 아침에도 지각하여 벌을 서고 있었는데, 운동장에 전교생이 모인 조례 시간에 자신의 이름이 불리길래 얼른 뛰어가서 상을 받고 다시 돌아와 벌을 마저 섰습니다."(모두 웃음) 최계락 시인의 <달>이라는 시를 읽고 받은 충격 이야기 등 선생님의 특기이신 느리지만 재밌는 입담으로 좌중을 흔드셨습니다.


노을 / 최영철

한 열흘 대장장이가 두드려 만든
초승달 칼날이
만사 다 빗장 지르고 터벅터벅 돌아가는
내 가슴살을 스윽 벤다
누구든 함부로 기울면 이렇게 된다고
피 닦은 수건을 우리 집 뒷산에 걸었다


- <찔러본다> 중에서


최계락 시인 외가로 가는 길. 길은 어느 길이든 다감하고 어느 길이든 누군가에게는 외가로 가는 길이다 - 산문집 '길에게 묻다' 중에서



Posted by 산지니북

'찔러본다'는
얼마전 출간된 최영철 시인의 시집 제목입니다.
참 재밌는 제목이지요^^
이 제목을 처음 봤을때,
저는 사람의 옆구리를 찌르는 것말곤 생각나는 것이 없었는데요,
햇살이 강아지를 찔러보고,
비가 다랑이논을 찔러보고,
바람이 열매를 찔러보는 등
시인의 상상력은 참 대단한 것 같습니다.
여러분은 '찔러본다'를 처음 듣고 무엇을 연상하셨나요?


찔러본다

햇살 꽂힌다
잠든 척 엎드린 강아지 머리에
퍼붓는 화살
깼나 안 깼나
쿡쿡 찔러본다

비 온다
저기 산비탈
잔돌 무성한 다랑이논
죽었나 살았나
쿡쿡 찔러본다

바람 분다
이제 다 영글었다고
앞다퉈 꼭지에 매달린 것들
익었나 안 익었나
쿡쿡 찔러본다


최영철 시인은 1956년 경남 창녕에서 태어나 부산에서 성장했고 1986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어 본격적인 작품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시집 『아직도 쭈그리고 앉은 사람이 있다』『가족사진』『홀로 가는 맹인약사』『야성은 빛나다』『일광욕하는 가구』『개망초가 쥐꼬리망초에게』『그림자 호수』『호루라기』 등과 산문집 『우리 앞에 문이 있다』『나들이 부산』『동백꽃 붉고 시린 눈물』(책소개 링크), 그리고 어른을 위한 동화 『나비야 청산 가자』를 펴냈습니다. 2000년에 백석문학상을 수상했고 현재 '시힘' 동인으로 활동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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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9월 산문집『동백꽃 붉고 시린 눈물』저자와의 만남 행사때 모습입니다. 엊그제같은데 벌써 1년이라는 시간이 훌쩍 흘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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찔러본다 - 10점
최영철 지음/문학과지성사
동백꽃, 붉고 시린 눈물 - 10점
최영철 지음, 박경효 그림/산지니
Posted by 산지니북

지난 주말 김해 도요마을에서 열린 '도요북콘서트'에 다녀왔습니다.
올해 2회째인 북콘서트는 예술인마을인 '도요림'의 입주도 겸해서 축하하는 자리였는데 동네 어르신들이 많이 오셔서 말그대로 마을잔치 분위기였습니다.

공연이 시작하려면 시간이 좀 남아 마을을 둘러보았습니다.

예술인마을 '도요림' 풍경


현재 도요림에는 연극인 이윤택 선생님과 극단 '연희단거리패' 단원들, 도요출판사의 최영철 시인도 입주해 있구요, 다른 예술인들도 입주를 원하면 분양을 받을 수 있다고 합니다.

구경하는 집

구경하는 집 내부. 아담한 방 2개와 화장실, 커다란 나무책상과 군데군데 책장이 붙박이로 붙어 있네요. 뭣보다 방에서 바라보는 창밖 풍경이 너무 좋았습니다.


연극단의 작업 공간인 도요창작스튜디오입니다. 폐교를 개조해 만들었다고 하네요.


동네 어르신들과 외지에서 온 문인, 예술인들로 꽉 찬 객석


드디어 듬성듬성 빈자리가 보였던 관객석에 사람들이 들어 앉고  사물놀이패의 여는 마당으로 공연이 시작되었습니다. 직접 보는 사물놀이는 너무 오랜만이라 절로 흥이 났습니다. 바로 곁에서 울려대는 북, 징, 꽹가리, 장구 소리에 귀가 얼얼할 지경이었습니다.


더운날씨에 공연하느라 고생한 사물놀이패.


연극배우로 오랜 세월 활동했고 최근 <방자전>에서 열연한 영화배우 오달수 씨가  '나의 노동'(엄국현 작)을 낭송했습니다.


이어서 연희단거리패가 <태양의 제국>을 공연했습니다.
젋은 연극인들은 몸이 어찌나 가벼운지 걸어다니지 않고 날라다니는듯 보였습니다. 솔직히 보고나서도 극의 내용은 뭔 얘긴지 잘 모르겠더군요. 하지만  배우들의 함성소리, 춤과 노래를 라이브로 보니 젊음의 에너지가 느껴져서 좋았습니다.


태양의 제국 - 암흑전설의 숲에 빛을 내리다



마지막으로 거리 예술가 우창수 씨와 함께 배워본 동요 <보리밥>
보리밥을 먹고 산다
보리밥은 맛있다
보리밥이 최고다
빵구도 잘 나온다

우창수의 동요메들리


잔치에는 먹을 거리가 빠지면 섭섭하죠. 공연이 끝나고 드디어 기다리던 시간. 살얼음 동동 뜬 악양말걸리와 수육, 도토리묵, 고추튀김 등등.



도요마을 풍경


도요마을은 경상남도 김해시 생림면에 있습니다.
마을 옆에는 낙동강이 흐르고 있구요.
한적한 마을풍경을 뒤로하고 부산으로 돌아 가는 길. 
넓게 펼쳐진 논밭 끝머리에는 낙동강 살리기 작업이 한창이었습니다. 
'낙동강 살리기 제11공구, 12공구'라는 뻔번스런 간판을 보고 다들 급우울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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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남도 김해시 생림면 | 경남 김해시 생림면 도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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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말을 빨아 널어두고
이틀 만에 걷었는데 걷다가 보니
아, 글쎄
웬 풀벌레인지 세상에
겨울 내내 지낼 자기 집을 양말 위에다
지어놓았지 뭡니까
참 생각 없는 벌레입니다
하기야 벌레가 양말 따위를 알 리가 없겠지요
양말이 뭔지 알았다 하더라도
워낙 집짓기가 급해서 이것저것 돌볼 틈이 없었겠지요
다음날 아침 출근길에
양말을 신으려고 무심코 벌레집을 떼어내려다가
작은 집 속에서 깊이 잠든
벌레의 겨울잠이 다칠까 염려되어
나는 내년 봄까지
그 양말을 벽에 고이 걸어두기로 했습니다


작은 풀벌레는 양말을 생명의 근원으로 삼고 있습니다. 그 양말 속의 작은 풀벌레를 떼어내는 순간, 그 벌레는 집(생명)을 잃고 말 것입니다. 그러나 화자는 그 작은 풀벌레가 생명을 영위할 수 있도록 지금 당장 신어야 할 양말을 내년 봄에 신을 것이라고 미룹니다. 이 순간, 그 작은 풀벌레는 생명을 얻게 되죠. 이런 생태학적 상상력은 작은 생명에 대한 사랑과 감응, 더 나아가 나의 생명과도 소통하고 있다는 각성으로부터 출발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양말’이라는 흔한 소재를 끌어왔지만, 그 일상적 소재는 생명의 신비로움을 발견하는 깨달음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양말 속의 생명을 살리기 위한 화자의 작은 노력에서 놀라운 생명 존중사상이 느껴지지 않나요.

위 시는 이동순 시인의 「양말」이라는 시인데요.
시인은 언덕에서 불어오는 한 점의 바람에서도 생명의 신비를 발견하고, 양말 속에 감추어진 작은 벌레 하나에서도 존재의 의미를 발견하여 시로 형상화합니다. 이동순의 시에서 생명에 대한 인식은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데요. 이러한 건강한 생명의식은 등단작부터 최근의 시에까지 이어지고 있으며, 여러 시에서 다양한 진폭으로 확대 변주되어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동순의 시는 근원적으로는 노장사상과 그 맥락을 같이하면서 동양적 형이상학의 세계를 보여주고 있는데요. 이동순의 시에서 노장사상은 자연을 넘어서 우주적 상상력과 결합하면서 새로운 생명의 발견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변하는 것은 변하는 것대로, 변하지 않는 것은 변하지 않는 것대로 받아들이면서 자연과 순응해가는 것이죠. 그는 자연을 관조하고 즐기는 대상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그 자연의 일부로 감응하면서 더불어 살아가는 생명의 공간으로 보고 있는 것입니다. 자연과 감응하고, 그 자연의 질서 속에서 참된 진리에 도달하는 길, 그것이 이동순의 서정시가 지향하는 시적 세계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올해 등단 37년째를 맞이하고 있는 이동순 시인은 지금도 꾸준히 왕성하게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데요. 그동안 시집만 『개밥풀』 『물의 노래』 『지금 그리운 사람은』 『철조망 조국』 『그 바보들은 더욱 바보가 되어간다』 『꿈에 오신 그대』 『봄의 설법』 『가시연꽃』 『기차는 달린다』 『아름다운 순간』 『마음의 사막』 『미스 사이공』 『발견의 기쁨』 등 13권을 발간하였습니다.

이 13권의 시집에 공통적으로 흐르고 있는 이동순 시인의 시세계를 한 권으로 만나볼 수 있는 시선집이 이번에 저희 출판사에서 출간되었습니다. 
최영철 시인, 김경복 평론가, 황선열 평론가가 그동안 발간된 이 13권의 시집에서 오랜 고심 끝에 100편을 선정해서 담았는데요. 이동순 시정신의 본령을 담아내는 작업인 만큼 시 선정 작업에 심혈을 기울였다고 합니다.
이동순 시인의 시세계가 응축된 시선집 『숲의 정신』과 함께 자연과 하나 됨을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요.

숲의 정신 - 10점
이동순 지음, 최영철.김경복.황선열 엮음/산지니


 

Posted by 비회원


1. 펴낸 책보다 창업 그 자체가 더 뉴스가 되는 지역출판사

10년간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기로 결심하고 출판에 입문할 때 난 매우 불안정하였다. 편협한 독서와 좁은 인맥으로 책을 만들 수 있을까 전전긍긍하며 집 근처 도서관과 서점을 배회하였다. 출판사 근무 경험도 없는 내가 어떻게 기획을 해야 하나 고민하면서 책을 읽고 또 읽었다.

출판기획은 무엇인가, 이 땅에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책은 무엇인가, 내가 좋아하는 책과 출판하고자 하는 책은 어떤 차이가 있는가, 정리가 덜 된 질문을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던지면서 출판 창업을 결심하였다.

1년간 도서관에서 책을 보며 생각을 정리한 결과물이 지금의 산지니 출판사이다. 먼저 서울에 올라가서 창업을 할 것인가, 내가 나고 자라고 지금까지 생활해온 부산 지역에서 시작할 것인가를 고민했다. 결국 지금 내가 서 있는 이 자리에서 한번 해보자고 결심을 했고 2005년 2월 척박한 맨땅에 부딪히는 느낌으로 출판사를 시작했다.

2005년 10월, 출판사를 시작한지 8개월 만에 첫 책이 나왔다. 영화처럼 재미있는 부산』, 『반송사람들』 두 책이었는데 홍보를 위해 지역신문사 문화부 기자를 찾아갔다. 처음으로 신문기사가 나는 순간이었다. 그런데 정작 기사는 두 책에 대한 내용보다도 부산에 이러이러한 출판사가 생겼으니 많은 관심과 발전을 바란다는 요지였다.

서울에서는 하루에도 수많은 출판사가 생겼다가 사라지는데 지역(local)에서는 출판사를 설립한 것만으로도 뉴스거리가 되는 현실, 이게 바로 지역출판의 현실인가 싶어 자조적인 웃음이 나는 것과 동시에 어떻게든 버텨야 한다는 결심 또한 생겨났다.


2. 지역출판사의 한계 뛰어넘기

『무중풍경-중국영화문화 1978-1998』은 2006년도 영화진흥위원회 출판지원도서로 선정된 책이다. 중문학 박사과정에 있는 후배에게 중국책 가운데 좋은 책이 있으면 추천해달라고 하니 이 책을 권해주었다.

중국영화계에서는 작은 고전이 된 책으로 저자 다이진화는 사유의 깊이와 폭넓음에 있어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학자이자 작가인데, 글쓰기에 있어서도 정확한 어휘 선택과 개념정리를 하고 있기 때문에 번역이 여간 까다롭지 않은 책이었다.

모두가 그 책의 중요성은 인정하고 있지만 섣부르게 번역에 손을 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일단 에이전시를 통해 판권 확인에 들어가고 계약을 추진하면서 영화진흥위원회에 출판지원도서로 신청하였다.

그런데 이때 똑같은 책을 두 팀이 신청했다. 하지만 이미 판권을 확보한 우리 출판사로 몫이 돌아왔다. 번역 기간이 많이 걸려 출간 시한을 꽉 채워서야 출간하기는 했지만 두툼한 이 책을 보면 뿌듯한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이야기를 걷다-소설 속을 걸어 부산을 보다』는 부산의 대표적인 소설가 조갑상 경성대 교수의 산문이다. 이호철의 『소시민』의 배경이 된 완월동, 조명희의 『낙동강』, 김정한의 『모래톱이야기』에 나오는 구포다리와 을숙도……. 작가는 부산의 여러 곳을 돌아다니며 소설의 현장을 살펴보고, 소설의 배경이 되었던 그 시대와 지금의 변화된 모습들을 추억한다.

일면식도 없는 조갑상 교수를 창업 초기에 찾아갔다. 부산 문단 역사에 대표적인 인물인 요산 김정한 선생의 평전을 내보시는 게 어떻겠느냐 제안했다. 조갑상 교수는 김정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소설가로 요산의 평전을 쓰기에는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해서였다. 조 교수님은 지금 당장은 시기상조라고 하면서 상황이 무르익으면 추진해볼 만한 사안이라고 완곡하게 거절하셨다.

그런데 몇 달 후 부산에 대한 산문을 써놓은 게 있는데, 책을 만들어보면 어떻겠느냐고 전화를 주셨다. 지역 출판사로서 꼭 내야 할 책이라 생각하고 출판을 결정했는데, 책의 느낌을 잘 살리기 위해서는 사진이 필수적이었다. 소설의 배경이 되었던 옛 사진은 쉽게 구할 수 있었으나 그 모습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파악하기 위해서는 현재 사진이 꼭 필요했다. 그런데 따로 사진가를 섭외하기에는 출판사 재정이 허락지 않았다. 할 수 없이 사진에 일가견이 있는 출판사 디자이너가 직접 사진을 찍기로 했다.

내면은 세심하지만 겉으로는 무뚝뚝한 작가의 성큼성큼 큰 발걸음을 종종거리고 따라다니면서 몇 날 며칠을 달동네를 오르내리고 도심을 걸어다니며 사진을 찍었다. 1년여를 공들인 끝에 책을 내놓았는데 이후 우수문학도서로 선정되어 출판사 재정에 많은 보탬이 되었다.

부산의 중견 시인 최영철 선생을 처음 본 것은 광주에서였다. 그것도 아주 우연히. 2006년 5월, 광주에 있는 거래서점인 충장서림과 삼복서점을 둘러보기 위해 광주로 향했다. 서점들은 광주 시내 한복판 충장로에 있었는데 주차할 곳을 찾다가 옛 도청(그때는 경찰청이 들어서 있었다) 자리에 들어가게 되었다.

차를 세워놓고 밖으로 나오는데 건물 한쪽에서 5‧18 문학행사를 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팔레스타인 등 외국 문인들도 참석하여 시낭송도 하고 강연도 들으며 함께 어울리는 자리였는데, 마침 최영철 시인이 시낭송을 했다.

몇 달 후 최영철 시인의 시집 『호루라기』를 주제로 부산 영광도서에서 독서토론회가 열렸는데 그 자리에서 최영철 시인을 다시 만나게 되었다. 몇 달 전 광주에서 열린 행사 때 뵈었다는 이야기를 했더니 “왜 아는 척을 안 했느냐”며 같은 자리에 있었다는 사실에 매우 반가워했다.

그동안 써놓은 산문을 모아 산문집을 내보시는 게 어떻겠느냐 제안을 했다. 최영철 시인은 팔리겠느냐고 걱정하면서도 원고를 건네주셨다. 이 책이 바로 『동백꽃, 붉고 시린 눈물』이다. 부산의 풍경과 소재를 다룬 예술작품을 토대로 시인의 깊고 넓은 사색의 풍부함을 내보이고 있는 이 글을 가지고 어떻게 하면 차별화된 책을 만들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지역화가 박경효에게 그림을 부탁했다. 사진을 싣기보다는 그림과 함께하면 좀 더 어울릴 것 같아서였다.

화가가 부산 곳곳을 다니며 스케치하고, 채색을 하여 30여 점의 유화를 완성하기까지는 거의 1년이라는 시간이 소모되었다. 시간과 공을 많이 들여 출간한 이 책도 우수문학도서로 선정이 되었다. 공들인 책은 누군가는 그 진가를 알아보는 것 같다.


3. 좋은 책을 세상에 남긴다는 높은 포부

5년 동안 출판 활동을 해오면서 출판사가 지역에  위치하기 때문에 불리한 점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그것이 국내외를 아우르는 종합적인 성격의 기획출판을 하는 데 결정적인 장애는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중요한 것은 출판미디어의 변화를 반영한 다양한 기획이며 다품종 소량출판을 통해 꾸준히 좋은 책을 시장에 내놓는 데 있다고 본다.

지역출판사로서 다양한 기획출판을 하는 것이 특이해 보였는지 여기저기 신문사, 잡지사, 방송국 같은 데서 인터뷰 요청을 하는 일이 많은데, 그럴 때는 꼭 산지니는 3등 전략(Sanzini Way)으로 나간다고 말하곤 한다. 모 잡지사 기자는 ‘3류 전략’이라고 기사를 잘못 쓴 적도 있지만, 결코 3류가 아닌 3등 전략이다.

이는 대형출판사들이 손대지 않는 틈새시장을 공략해 산지니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것이다. 지역출판사로서 지역의 특성을 살린 책을 낼 수도 있고 서울 출판사들이 미처 다루지 못한 보석들을 발굴하여 책(종이책/전자책)으로 만들어 틈새시장을 찾아낼 수도 있다.

작가와 독자를 잇는 매개가 출판인이자 편집자이다. 출간할 책들이 이 세상에 꼭 필요한 책이 될 수도, 아까운 나무만 없애는 결과가 될 수도 있다. 이 책이 세상에 정말 필요한 책인지 항상 고민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출판을 한다는 것은 철학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발은 땅에 딛고 있되 머리와 가슴은 좋은 책을 세상에 남긴다는 높은 포부를 가지도록 노력하겠다.

-『나는 에디터다』(새물결)

나는 에디터다! - 10점
김병익 외 지음/새물결
Posted by 산지니북

 

은 청산유수인데 글발이 약하거나, 글재주는 좋으나 눌변인 사람들이 있다. 보통 문인들은 후자에 속한다고들 한다. 그런데 최영철 시인은 다르다. 글과 말, 두 가지 재주를 모두 갖고 계시다. 상냥한 유머감각과 소탈함도 시인의 매력을 더해준다. 얼마 전, 금정도서관에서 ‘최영철 시인과 함께하는 책 낭독회’가 열렸는데, 이후 선생님의 시집 『호루라기』를 찾는 주부 독자들이 부쩍 늘었다고 한다. 저자의 ‘말’에 반해 ‘글’까지 읽게 된 독자들이 많아졌다니, 흐뭇한 소식이다.

  9월 29일(화) 저녁에 『동백꽃, 붉고 시린 눈물』 를 펴낸 최영철 시인의 저자 간담회가 <백년어 서원>에서 열렸다. 100년 전통을 이어온 남선창고에 이어 영도다리의 운명마저 위태한 시험대에 오른 요즘, 옛 부산의 풍경들은 우리들에게 어떤 감상과 의미를 전해줄까? 최영철 시인께서 그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인은 부산을 ‘많은 이들을 먹여 살린 도시’라고 이야기한다. 많은 이들이 빈손으로 부산에 들어와 터를 잡고 생계를 이어갈 수 있었다는 것이다. 최영철 시인 또한 어린 시절, ‘반 칸 방’에서 시작해 평생을 부산에서 살고 있다. 근 30년간 편집자로, 또 전업시인으로 살아오면서 종종 산문을 쓰기도 하셨는데, 특히 ‘부산 이야기’를 많이 쓰셨다. 부산을 딱히 사랑해서라기보다, 먹고 살기 위해 쓰다 보니 부산을 사랑하게 됐다는 시인의 대답에 인생의 깊은 묘리가 담겨 있다. 순수한 사랑, 자연발생적인 사랑도 중요하지만, ‘필요에 의한 사랑’도 가꾸어가기 나름이라는 말씀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이름난 장소들도 소중하지만, 틈새를 잘 들여다보는 시인의 눈에는 ‘계단’ 또한 부산의 명소로 들어온다. 부산(釜山)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산도 많고 산동네도 많은 부산에서 계단은 굴곡과 애환이 고스란히 스며들어 있는 지형물이다. 최영철 시인은 “계단을 잘 보세요, 참 예쁜 계단들이 많아요.”라신다. ‘계단이 예쁘다’는 것은 과연 어떤 의미일까? 시인의 말뜻을 곰곰 헤아려보게 된다.

              (위) 사십계단위 옛 모습, (아래) 최근 풍경

       최영철 시인은, 부산을 사랑하는 한 가지 방법으로 지역출판과 문화활동에 많은 관심을 가져달라는 부탁도 거듭 하셨다. 그것은 자기 존재감과 자신감을 회복하는 길이기도 하다는 말씀과 함께. ‘지역’과 ‘나’의 관계를 다시금 떠올려보게 한 이 자리에 보다 많은 분들과 함께하지 못한 것이 이날의 유일한 아쉬움으로 남는다. 선생님은 조만간 김해 도요마을로 들어가신다고 하는데, 그곳에서 또 어떤 '예쁨'을 발견하실지, 궁금해진다. 
 


● 다음 저자간담회는 10여년 만의 신작 소설집 『테하차피의 달』을 출간하신 조갑상 선생님과 함께합니다. 소중한 자리, 주변 분들께 널리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일시 : 10월 27일(화)  장소 : 중앙동 <백년어서원>

Posted by 비회원

『이야기를 걷다-소설 속을 걸어 부산을 보다』는 부산의 대표적인 소설가 조갑상 경성대 교수의 산문이다. 이호철의 <소시민>의 배경이 된 완월동, 조명희의 <낙동강>, 김정한의 <모래톱이야기>에 나오는 구포다리와 을숙도……. 작가는 부산의 여러 곳을 돌아다니며 소설의 현장을 살펴보고, 소설의 배경이 되었던 그 시대와 지금의 변화의 모습들을 추억한다.


네이버 '오늘의책'에 소개되기도 했답니다.


네이버 '오늘의 책'에 소개된 <이야기를 걷다>


일면식도 없는 조갑상 교수를 창업 초기에 찾아갔다. 부산 문단 역사에 대표적인 인물인 요산 김정한 선생의 평전을 내보시는 게 어떠냐고 제안했다. 조갑상 교수는 김정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소설가로 요산의 평전을 쓰기에는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해서였다. 조 교수님은 지금 당장은 시기상조라고 하면서 상황이 무르익으면 추진해볼 만한 사안이라고 완곡하게 거절하셨다.

신국판 291쪽, 값 13,500원

그런데 몇 달 후 부산에 대한 산문을 써놓은 게 있는데, 책을 만들어보면 어떻겠느냐고 전화를 하신 것이었다. 지역 출판사로서 꼭 내야 할 책이라 생각하고 출판을 결정했는데, 책의 느낌을 잘 살리기 위해서는 사진이 필수적이었다. 소설의 배경이 되었던 옛 사진은 쉽게 구할 수 있었으나 그 모습이 현재 어떻게 변화했는지 그 변화의 모습을 따라가기 위해서는 현재 사진이 꼭 필요했던 것이다.

그런데 따로 사진가를 섭외하기에는 출판사 재정이 허락치를 않았다. 할 수 없이 사진에 일가견이 있는 출판사 디자이너가 직접 사진을 찍기로 하였다. 내면은 세심하지만 겉으로는 무뚝뚝한 작가의 성큼성큼 큰 발걸음을 종종거리고 따라다니면서 몇 날 며칠을 달동네를 오르내리고 도심을 걸어 다니며 사진을 찍었다. 1년여를 공들인 끝에 책을 내놓자 조선일보 김태훈 기자가 서울에서 인터뷰를 내려왔다. 이후 이 책은 문화예술위원회 우수문학도서로 선정되어 출판사 재정에 많은 보탬이 되었다.


부산의 중견 시인 최영철 선생을 처음 본 것은 광주에서였다. 그것도 아주 우연히. 2006년 5월, 광주에 있는 거래서점 충장서림과 삼복서점을 둘러보기 위해 광주로 향했다. 서점들은 광주 시내 한복판 충장로에 위치해 있었는데 주차할 곳을 찾다가 옛 도청 자리에 들어가게 되었는데, 그때는 경찰청이 들어서 있었다.

차를 세워놓고 밖으로 나오는데 건물 한쪽에서 5·18 문학행사를 하고 있는 것이었다. 팔레스타인 등 외국 문인들도 참석하여 시낭송도 하고 강연도 들으며 함께 어울리는 자리였는데, 최영철 시인이 시낭송을 했다. <선운사 가는 길>이라는 시였다. 마지막에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손에 손 잡고 둥그렇게 원을 그리며 <그날이 오면>을 부르는 걸로 행사를 마쳤다.

이후 부산에 돌아와 몇 달 후 최영철 선생의 시집 『호루라기』가 문학과지성사에서 나오고 영광도서에서 독서토론회가 열렸다. 영광독서토론회는 지역 서점에서 책과 함께 하는 행사이기 때문에 관심을 가지고 꾸준히 참석하고 있었는데, 그 자리에서 최영철 시인을 만나게 되었다. 몇 달 전 광주에서 열린 행사 때 뵈었다는 이야기를 했더니 “왜 아는 척을 안 했느냐”며 같은 자리에 있었다는 사실에 매우 반가워했다.

그동안 써놓은 산문을 모아 산문집을 내보시는 게 어떻겠느냐 제안을 하였더니 팔리겠느냐고 걱정하면서도 원고를 건네주셨다. 이 책이 바로 『동백꽃, 붉고 시린 눈물』이다. 부산의 풍경과 부산을 소재로 한 예술작품을 토대로 시인의 깊고 넓은 사색의 풍부함을 내보이고 있는 이 글을 가지고 어떻게 하면 차별화된 책을 만들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지역화가 박경효에게 그림을 부탁했다. 사진을 쓰기보다는 그림과 함께하면 좀 더 어울릴 것 같아서였다.

최영철 지음,


최영철블로그  http://blog.daum.net/jms5244/15046231


화가가 부산 곳곳을 다니며 스케치하고, 채색을 하여 30여 점의 유화를 완성하기까지는 거의 1년이라는 시간이 소모되었다. 시간도 많이 걸리고 공을 많이 들여 지난 5월에 책이 출간되었고, 이후 2008년 문화예술위원회 우수문학도서로 선정이 되었다. 공들인 책은 누군가는 그 진가를 알아보는 것 같다.

보수동 헌책방 골목, 본문 1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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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산지니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