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북미디어'에 해당되는 글 53건

  1. 2016.08.17 감천, 사람과 문화를 품다 -『감천문화마을 산책』(책 소개)
  2. 2016.08.16 [새 책 소개] 감천문화마을 산책(한국일보, 세계일보, 조선일보) (1)
  3. 2016.08.11 속속들이 만져본 감천문화마을(부산일보) (2)
  4. 2016.06.02 부산에서 행복하게 출판하기 (1)
  5. 2016.01.26 최은영 작가님『비어짐을 담은 사발 하나』인터뷰- 글찌의 5번째 인턴일기 (4)
  6. 2016.01.25 조미형 등단 10년만에 묵직한 첫 소설집 (국제신문)
  7. 2016.01.15 5년간 무대 올린 완성도 높은 희곡들, 한권에 담아 (국제신문)
  8. 2016.01.15 사랑과 기다림의 포착-『비어짐을 담은 사발 하나』(책 소개) (5)
  9. 2016.01.07 2016년 새해 선물하고 싶은 산지니 책 (2)
  10. 2015.12.31 산지니 어워드 2부: 2015년에 빛난 산지니 책! 문학편 (2)
  11. 2015.12.22 삶의 수렁에서 건져 올린 출구 없는 세계의 비정성-『씽푸춘, 새벽 4시』 (6)
  12. 2015.10.02 서울와우북페스티벌 가보니 이랬어 (7)
  13. 2015.06.26 2015 세종도서 우수 학술도서 선정! 『한국 근대 서화의 생산과 유통』 (2)
  14. 2015.01.07 현직수사관의 실화소설-『범죄의 재구성』(책소개) (4)
  15. 2014.12.30 조선 후기 사대부 고급예술의 흥망성쇠가 고스란히… (부산일보)
  16. 2014.12.29 도화원 떠나 시장으로 나온 한국 근대 미술 (서울신문)
  17. 2014.12.29 근대 전환기와 일제 시기를 거친 서화가들의 생존 방식:『한국 근대 서화의 생산과 유통』(책소개)
  18. 2014.12.29 [책 속으로] 평생 함께할 친구를 만났다, 이 책갈피 속에서 (중앙일보) (4)
  19. 2014.12.15 자본이란 괴물이 꿈틀대는 '욕망의 바다' (매일신문)
  20. 2014.12.10 항해사가 기록한 바다, 소년들이 꿈꾸는 바다 (국제신문)
  21. 2014.12.05 항해사 시인의 ‘북태평양 나침반’ (한겨레)
  22. 2014.12.05 항해사 시인의 바다라는 우주:『북양어장 가는 길-미시적 사건으로서의 1986~1990년 북태평양어장』
  23. 2014.07.28 달콤한 방문-『숲에서 행복한 아이들』 (8)
  24. 2013.11.27 대천마을, 사진을 꺼내들다 (3)
  25. 2013.11.26 연극성과 문학성을 겸비한 김지용 희곡집-『그 섬에서의 생존방식』(책소개)

감   천

사람과

문화를                    

품   다

감천문화마을 산책 

 

▶ 아는 사람만 아는 진짜 감천문화마을을 찾아서

 

 ‘한국의 산토리니’, ‘한국의 마추픽추’로 불리는 감천문화마을의 진짜 모습을 담은 『감천문화마을 산책』이 출간됐다. 감천문화마을은 공동체 마을 사업의 모범 사례로 꼽히며, 국내 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는 명소가 됐다. 저자 임회숙 소설가는 직접 감천문화마을을 탐방하고, 이 마을을 지키고 가꿔온 사람들을 인터뷰하여 감천마을이 오늘날 감천‘문화’마을로 변화하게 된 진정한 원동력을 알아본다.

이 책은 인공적 관광지가 아닌 사람이 사는 터전으로서의 감천문화마을을 조명하며, 그 고유한 장소성과 역사적 가치까지 아우르는 인문학적 마을 보고서다. 어떻게 마을이 형성됐는지 그 고난의 시간을 따라가며 오늘날 감천문화마을을 둘러볼 수 있는 구성을 취하고 있다. 또한 볼거리, 즐길거리, 먹을거리 등 감천문화마을을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정보를 수록하고 있다. 가난한 산동네에서 문화예술이 살아 숨 쉬는 대표 마을이 되기까지, 감천문화마을을 지켜온 사람들의 이야기와 시간을 따라 마을 산책을 떠나보자.

 

 

“사람이 살고 있었다”

▶ 감천‘문화’마을이 되기까지 거쳐 온 시간과 사람들

 

사람이 살고 있었다. ‘문화’란 이름으로 떠들썩한 ‘감천문화마을’에 사람이 산다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그런데 너무도 당연한 그 사실이 새삼스럽게 놀랍다. (…) 소박한 풍경들을 보면서 척박했을 지난 시간을 짐작해 본다. 짐작이라 했지만 어림없는 소리다. 살아 보지 않은 세월의 무게를 어찌 알겠는가. 단지 켜켜이 쌓인 시간의 흔적을 잠시 구경할 수 있음에 감사할 뿐이다. _「들어가는 말」p.5

 

 감천문화마을의 시작은 바로 ‘사람’에서부터다. 이 책은 이곳에 터를 잡고 평생을 살아온 주민, 자신만의 예술세계를 찾는 작가, 씩씩하게 손님을 맞는 상인들과 호기심 가득한 방문자 등 다양한 사람들의 생생한 목소리에서 감천문화마을이 문화예술로 다시금 살아날 수 있었던 이유가 무엇인지를 이야기한다. 특히 ‘1장 감천, 마을이 되다’에서는 마을 주민들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감천 마을의 지난 시간들을 거슬러 올라가본다. 한국전쟁 당시 이주해 온 피난민들의 안식처가 됐던 곳, 감천. 태극도인들이 한꺼번에 이곳으로 이주하면서 공동체를 형성하고 마을을 이루게 된 사연과 척박한 환경 속에서 바람만 겨우 막을 정도의 나무 조각 집을 만들어 살아가야 했던 지난 세월의 흔적을 볼 수 있다. 그리고 그 시간 속에서 함께 메밀묵을 쒀 먹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여다보며, 현재 알록달록 아름다운 감천문화마을의 외관보다 더 아름다운 진짜 감천문화마을 만날 수 있다.

 

 

방문자들을 위한 감천문화마을의 볼거리, 즐길거리, 먹을거리

 

 ‘감천문화마을 미술 프로젝트’는 보존과 재생을 화두로 던진 공공미술 프로젝트의 성공적 사례로 꼽힌다. 감천2동 산복도로를 중심으로 조형 예술품을 설치하여 마을을 살아나게 한 대표적 사례라 할 수 있다. 무엇보다 감천문화마을 미술 프로젝트가 의미 있는 것은 지역 예술가와 마을 주민이 함께한 사업이라는 점이다. 이는 재개발이란 이름으로 기존의 주거단지를 허물고 아파트 단지를 세우는 방식에서 벗어나 ‘보존’과 ‘재생’의 방식을 택한 것이다. 천천히 마을이 다시 살아날 수 있게 하는 방법. 이 과정 속에서 마을 주민들은 자긍심을 생겼고, 감천문화마을에는 더 많은 이야깃거리들이 만들어져 방문자들을 끌어들이는 요소가 됐다.

 

관광객이란 말은 구경꾼의 의미가 있다. 사람이 사는 마을을 구경할 수는 없다. 그들은 감천문화마을을 방문하는 손님이다. 그러니 방문자라고 해야 한다. 감천문화마을에는 지금도 사람들이 살고 있기 때문에 관광객이 아니라 방문자가 맞는 말이다.”_「왜 ‘감천’ 문화 마을일까?」p.55

 

이 책에서는 ‘관광객’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고, ‘손님’ 혹은 ‘방문자’라고 명명한다. 이는 감천문화마을이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주민들의 삶이 계속되고 있는 ‘마을’임을 강조한다. 『감천문화마을 산책』은 이러한 인식을 바탕에 두고 마을의 요모조모를 둘러본다. 감천문화마을의 예술품, 주택, 체험 프로그램은 물론이고 마을 곳곳에 설치된 작품 하나하나를 언급한다. 또한 저자가 직접 발품을 팔아 엄선한 먹을거리와 감천문화마을 주변의 여행지까지 소개하고 있어 부산 여행으로 계획하고 있거나 감천문화마을을 방문할 사람들에게 좋은 정보가 될 것이다.

 

 

▶ 천천히 걸으며 만나는,

사람과 세월이 만들어낸 감천문화마을의 진짜 아름다움

 

햇살 좋은 옹벽 아래 모여 앉은 할머니들의 하얀 머리 위로 포근한 햇살이 내리고, 벽마다 매달린 물고기들은 하늘을 향해 헤엄을 친다. 비탈길 구석에 장만해 놓은 화분에는 철쭉이며 모란이 잘도 자란다. 텃밭 곁에 꽃을 피운 매화 향기에 이끌려 좁디좁은 골목길을 기웃거린다. _「들어가며」p.5

 

‘감천문화마을’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산비탈을 수놓은 알록달록 아름다운 집, 담장에 수놓은 화려한 예술작품, 사진 찍기 좋은 감각적인 조형물 등. 많은 사람들이 떠올리는 감천문화마을의 모습은 인터넷, 방송, 잡지 등 여러 매체에서 다뤄진 화려한 외관일 것이다. 하지만 『감천문화마을 산책』에서 발견한 이 마을의 진정한 아름다움은 조금 다른 곳에 있다. 이웃의 햇볕을 가리지 않고 어디에서든 전망이 좋도록 집을 지은 배려, 시간의 무게를 이끼로 품고 있는 삐뚤게 쌓아올린 벽돌 계단, 낡아 버릴 법한 대야에 심겨진 꽃 등이 바로 그것이다. 느린 걸음으로 조용히 산책을 나서면 더 많은 아름다움을 만날 수 있는 곳, 감천문화마을. 『감천문화마을 산책』을 통해 오늘날 완성된 무지갯빛 풍경 너머 골목골목에 고스란히 남아 있는 감천의 지난 시간과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인터넷에는 나오지 않는 진짜 감천문화마을의 아름다움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저자 : 임회숙

동아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대학원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2008년 부산일보 신춘문예 소설 분야에 당선됐으며 현재 부산소설가협회 사무국장을 맡고 있다. 저서로는 『길 위에서 부산을 보다』(2012년 | 산지니)가 있다.

 

차례

 

더보기

 

 

 감천문화마을 산책

임회숙 지음 | 신국판 | 184쪽 | 13,800원

2016년 7월 30일 출간 | ISBN : 978-89-98079-17-8 03980

 

‘한국의 산토리니’, ‘한국의 마추픽추’로 불리는 감천문화마을의 진짜 모습을 담은 『감천문화마을 산책』이 출간됐다. 감천문화마을은 공동체 마을 사업의 모범 사례로 꼽히며, 국내 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는 명소가 됐다. 저자 임회숙 소설가는 직접 감천문화마을을 탐방하고, 이 마을을 지키고 가꿔온 사람들을 인터뷰하여 감천마을이 오늘날 감천‘문화’마을로 변화하게 된 진정한 원동력을 알아본다.

 

 

 

감천문화마을 산책 - 10점
임회숙 지음/해피북미디어

 

Posted by 비회원

 

 

[출처: 조선일보 사진]

 

 

1.

감천문화마을산책

임회숙 지음. 인터넷을 수놓았던 사진으로 유명해진 부산 감천문화마을. 그 곳 사람들의 속사정을 들려준다. 해피북미디어ㆍ184쪽ㆍ1만3,800원

2016-08-12 | 한국일보

원문읽기


 

2.

감천문화마을 산책(임회숙 지음, 해피북미디어, 1만3800원)=부산 사하구의 산비탈에 들어선 ‘감천문화마을’을 관광지가 아닌 마을로 조명한 책이다. 부산소설가협회 사무국장인 저자는 감천문화마을이 형성된 배경을 살피고, 감천문화마을의 공공 미술 프로젝트를 소개한다. 또 주민들을 인터뷰해 감천문화마을만의 매력이 무엇인지 알아본다. 일부 주택은 화장실이 집 밖에 있고 계단이 많아 불편하지만, 사람 냄새 나고 정감이 넘친다. 

2016-08-13 | 세계일보

원문읽기


 

3.

감천문화마을산책(임회숙 지음)=전국에서 사람들이 몰려드는 감천문화마을 산동네 사람들이 털어놓는 마을의 추억. 해피북미디어, 1만3800원

2016.08.13 | 조선일보

원문읽기

Posted by 비회원

▲ 보존과 재생으로 다시 태어난 감천문화마을. 해피북미디어 제공

 

 

'사람이 살고 있었다.'
 
2008년 부산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임회숙(46) 소설가가 감천문화마을에서 읽어 내린 것은 바로 '사람'이었다.
 
부일 신춘문예 출신 임회숙 소설가
삶의 터전·주민들 조명 책으로 출간
 
임 작가는 지난해 출판사로부터 감천문화마을만을 다룬 콘텐츠가 없다는 말을 듣고 곧장 감천문화마을로 향했다. 구불구불한 좁은 골목길, 비탈진 계단, 차곡차곡 줄지은 집 사이사이엔 주민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마을만의 살아있는 이야기가 흐르고 있었다. 4개월간 스무 번 넘게 마을을 찾아 주민을 만나며 마을 구석구석을 훑어내린 여정은 <감천문화마을 산책>(사진·해피북미디어)에 고스란히 담겼다.

 

단순한 관광지 소개가 아닌 삶의 터전으로서 탁월한 접근을 보이는 책은 감천마을의 옛 역사로 시작된다. 마을 터줏대감 윤대한 할아버지를 비롯한 할아버지 할머니의 증언을 토대로 한국전쟁 당시 피란민과 태극도 신도들을 중심으로 자리 잡은 마을의 힘겨운 이력이 실감 나게 전해진다. 공공미술 프로젝트의 성공 사례로 꼽히는 '감천문화마을 미술 프로젝트'도 빼놓을 수 없는 대목이다. 예술감독을 맡고 있는 진영섭 작가 인터뷰를 통해 매년 1000명 이상 빠져나가는 가난한 산동네에서 문화예술이 살아 숨 쉬며 '방문자'의 발길을 붙잡는 마을로 거듭나게 된 과정을 상세히 풀어냈다. '마을을 바꾸는 작업에 앞서 필요한 것이 주민의 자긍심이었다'는 진 작가의 말이 특히 인상적이다.

 

천연염색 및 생태, 서양화, 도자기, 카툰, 전통 신발 체험을 할 수 있는 마을 내 다양한 공방과 거리 예술작품, 북카페, 갤러리, 마을기업, 작은 박물관, 역사가 담긴 우물 등 즐길 거리도 한눈에 볼 수 있다. 칼국수, 호떡, 닭강정, 어묵, 수제 햄버거 같은 풍성한 먹을거리 소개를 보고 있으면 절로 군침이 돈다. 인근의 송도해수욕장, 아미산 전망대, 꿈의 낙조분수, 몰운대 등에 대한 정보를 담은 부록 '또 어디 갈까'는 덤이다. 임 작가가 발품 팔며 담아낸 사진도 귀한 자료가 된다.

 

임 작가는 "구경꾼으로서 감천이 '이런 곳에서도 사람이 사는구나'였다면 마을에서 생활하는 내부자로서 감천은 힘든 삶이 구경거리가 되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지와 열악했던 동네가 외부인 덕분에 그나마 좀 나아졌다는 시선이 공존하는 공간이었다"며 "문화를 강화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화장실과 비탈길 등 주거 환경 개선에도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부산일보 |  윤여진 기자 | 2016-08-10

원문읽기

 

Posted by 비회원

이달의 출판사 - 산지니

부산에서 행복하게 출판하기

부산지역 출판사 산지니 강수걸 대표

 

 

지난해 말에 출간된 책 <지역에서 행복하게 출판하기>에는 산지니가 지난 10년간 부산지역 출판사로서 고군분투해온 생존기가 생생하게 담겨 있다. 2005년 발간한 첫 책 <반송 사람들>에 얽힌 이야기부터 오랜 시간 인연을 이어오고 있는 여러 저자들과의 에피소드, 독자를 만나기 위한 다양한 시도와 고민들까지……. 산지니 강수걸 대표와 편집자 5인이 함께 모은 의미 있는 기억들이 하나하나 진심을 다해 기록되어 있다.

 

 

Q1. 부산에 있는 지역출판사로서 10여 년 동안 300권 넘는 책을 꾸준히 펴내면서 끈기와 저력을 보여주고 계십니다. 산지니는 어떤 출판사인지 <책&> 독자들에게 소개해주세요.

 

2005년에 시작해서 이제 만 10년 정도 되었습니다. 10년 동안 생존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요. 부산에 기반을 두었지만 산지니는 처음부터 전국의 독자들과 소통하겠다는 마음으로 시작했습니다. 지금까지 관심을 갖고 출간해온 콘텐츠들도 지역에 기반을 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이 다양하게 공존합니다. 지역에 기반을 둔 경우라도 부산만이 아니라 전국의 독자들까지 눈여겨볼 만한 콘텐츠를 개발해왔고요. 인문사회과학에 집중하면서 국내 저자는 물론 중국과 인도 등 해외 저자의 책들을 꾸준히 번역 발간해왔고 몇 년 전부터는 문학서들도 하나둘 발간해왔습니다.

지금껏 10년 동안 여러 분야를 넘나들며 책을 출간해왔는데 이제는 지나온 길을 돌아보며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할 시기가 온 것 같습니다. 지역출판사로서 한 단계 더 도약하려면 변화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물론 인문사회과학 출판사라는 산지니의 출발점이자 정체성을 내려놓지는 않을 생각입니다.

 

Q2. 산지니만의 특성 혹은 성장 동력은 무엇인가요?

 

산지니는 지금까지 기획과 교정교열, 디자인 등 편집공정을 대부분 자체적으로 소화해왔습니다. 외주를 주지 않고 가능한 내부에서 모두 진행해왔어요. 어떤 책은 기획방향이 잘못되었을 수 있고 또 어떤 책은 표지 디자인이 독자들에게 외면 받을 수 있는데, 그러한 실패 경험들이 하나둘 쌓이면서 다음에 더 나은 기획과 디자인을 시도할 수 있는 것이라 봅니다. 내부에서 이러한 경험을 차곡차곡 쌓아왔고 그것이 산지니의 저력이 되어 지금까지 지속되어온 것이라 생각합니다.

지역의 저자들도 든든한 힘입니다. 초창기 저자로 만났던 분들이 이후에도 꾸준히 도움을 주면서 산지니가 외연을 확장하고 내실을 갖추는 데 많은 도움을 주셨어요. 좋은 인연을 소개해주거나 산지니에서 책을 여러 권 내기도 하면서 든든한 힘이 되어 주셨지요. 저자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서울에 있는 출판사와 계약하고 싶으실 텐데, 산지니에서 책을 내고 싶다고 말씀 드렸을 때 적극적으로 동참해주신 선생님들이 참 많습니다.

 

 

Q3. 전국은 물론 해외로도 책을 유통하고 있으신데요.

 

부산에서 출간한 책을 전국으로 유통하려고 보니 처음에는 장벽이 꽤 높았습니다. 유통 시스템에 어려움이 있었어요. 그래도 부산에 머물지 않으려 끊임없이 시도하고 콘텐츠를 확장해온 노력이 10년 동안 쌓이고 쌓여 산지니의 정체성을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산지니의 저작권 수출 1호 도서는 <부산을 맛보다>로, 전국의 지역신문 가운데 가장 많은 발행부수를 자랑하는 부산일보 라이프레저부 맛 담당 기자인 박종호 기자가 부산일보에 매주 연재한 기사를 재편집한 것입니다. 이 책이 나오기 전까지만 해도 부산의 맛이나 맛집을 소개한 도서를 찾아보기 어려웠어요. ‘전라도 음식이 맛있지 부산에는 먹을 만한 게 없다.’고 오해하시는 타지 분들을 보면서 이 책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국내에서는 2011년 6월에 책이 출간되었는데 11월 일본의 서일본신문사 출판부로부터 일본어판 출간 문의가 들어왔어요. 부산은 예전부터 일본인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도시였기에 일본 독자들이 관심을 가질 거라 판단했던 것이지요. 일본어판은 2013년 2월에 출간되었습니다. 또한 함안 출신 독립운동가 이태준의 일대기를 그린 소설 <번개와 천둥>이 지난 3월 몽골에서 번역, 출간되었습니다. 의사이자 독립운동가인 이태준 선생이 몽골에서 신의(神醫)로 존경받던 인물이라 몽골 출판사에서 관심을 가진 듯합니다. <지역에서 행복하게 출판하기>는 곧 대만과 저작권 계약이 체결될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나라와 대만은 인구규모나 출판시장 상황 등이 많이 비슷한데, 산지니가 걸어온 지난 10년이 대만의 지역출판사들에게 지혜를 전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부산을 맛보다> 일본어판(좌), 몽골에서 출간된 <번개와 천둥>(우)

 

 

Q4. 출판산업 측면에서 볼 때 부산은 어떤 도시인가요?

 

부산은 인구 350만의 대도시지만 출판만 놓고 보자면 매우 열악한 도시입니다. 등록된 출판사가 900곳 정도라는데 이번에 진흥원에서 전수조사한 결과를 보면 실질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은 90곳 정도에 불과합니다. 대한민국 전체 인구 중 부산의 인구가 약 5%를 차지하는 데 비해서, 출판산업에서의 매출은 2%에 그치는 상황입니다. 서점은 8% 정도이니 출판보다는 훨씬 나은 편이지요. 이는 인쇄와 제본 등 제작시설이 열악한 것과도 관련이 있는 것 같습니다. 어쨌든 출판산업이 앞으로 더욱 활성화되어야 하는 도시인 것만은 분명합니다.

 

Q5. 산지니의 새로운 10년을 계획하면서 앞으로 시도해보고 싶은 분야나 계획은 무엇인가요?

 

부산은 고령화 수준이 가장 높은 도시입니다. 65세 이상 인구가 현재 14%나 되는데 고령화 속도가 워낙 빨라서 얼마 안 있으면 20%에 도달할 것이라고들 합니다. 다른 OECD 국가들에 비해서 우리나라 50․60대 인구의 독서률은 현저히 낮습니다. 젊었을 적에 즐거운 독서경험을 맛본 적이 없어서 그럴 수도 있겠지요. 어쨌든 출판계 입장에서는 점점 늘어나는 고령인구들이 책을 편안히 접하고 좀 더 많이 읽을 수 있도록 다양한 노력을 시도해야만 합니다.

그래서 산지니에서는 큰글자도서를 앞으로 더 적극적으로 만들어나갈 계획입니다. 오디오북이나 전자책, 그리고 오프라인에서의 행사 등도 장기적으로 시도해나갈 생각이고요. 어린이나 청소년들의 독서에만 관심을 가질 게 아니라 시니어들의 독서환경에도 이제는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고령화 현상이 뚜렷한 부산에서 먼저 시작해야 하겠지요.

젊은 세대들은 또 그들대로 취업과 경제적인 문제가 당장 급한 나머지 즐거운 독서경험을 갖기가 어려운 현실입니다. 이런 때일수록 우리 출판사들이 더 많이 고민하고 노력해서 독서환경을 하나하나 개선해나가야 합니다. 책을 잘 만드는 일도 중요하지만 독서률을 높이는 문제가 그만큼 시급하니까요. 우리 출판사들이 노력한다면 독서률을 높이고 지금보다 더 나은 사회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 위 인터뷰는 2016년 5월 제451호 <책&>에 실린 글입니다.

 

 

 

지역에서 행복하게 출판하기 - 10점
강수걸 외 지음/산지니
부산을 맛보다 - 10점
박종호 지음/산지니

 

번개와 천둥 - 10점
이규정 지음/산지니

 

Posted by 비회원

안녕하세요. 글찌입니다. 저는 어제 부산문화재단을 다녀왔습니다. 그곳에서『비어짐을 담은 사발 하나』최은영 작가님을 인터뷰하고 왔지요. 인터뷰는 찐빵과 커피, 웃음이 있어 더욱 따뜻하게 진행되었습니다. 

글찌 희곡은 주로 연극의 형태로 관객들과 만나게 됩니다. 텍스트로 만나는 희곡은 연극으로 만나는 희곡과 어떤 차이점이 있나요?

최은영 작가님  텍스트로 만들어져 있죠.(웃음) 언어라는 개념을 보면 말 또는 글 이런 형태로 이야기 할 수 있는데, 둘 다 언어적인 형태이긴 한데 텍스트로 된 희곡은 활자화 되어있으니까 변동이 불가능하고, 그 자체로 하나의 예술품, 하나의 작품이라고 한다면. 연극으로 쓰여 지는 희곡은… 학교에서 배울 때보면 ‘희곡은 연극의 대본이다.’라고 해서, 수단화해서 정의를 내리거든요. 그런걸 보면 확실히 연극으로 상용되면서 그 캐릭터나 연출이나 어떤 무대 장치의 힘에 의해서 가변적일 수밖에 없는 게, 가장 큰 차이점이다. 라고 얘기 할 수 있겠네요.


글찌 희곡에서는 인물이 큰 역할을 합니다.「무한각체가역반응」에서는 실존했던 문학인들이 등장을 하고,「연애戀愛, 그 오래된」은 작가님께서 강원도여행 중 만난 분의 실화를 모티브로 탄생되었다고 들었습니다. 인물들은 주로 어떻게 탄생이 되나요?

최은영 작가님 ‘주로’라는 말은 맞지 않고요. 너무 그때그때 상황이 달라서. 질문처럼 알고 있는 인물들을 재 각색 해내는 경우나, 또는 실존했던 이야기들에 어떤 상상을 가미해서 만들어 내거나, 또는 전혀 다른 새로운 인물들, 또는 인물의 형태가 아닌 존재들도 캐릭터화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는 상상이죠. 상상인데, 그 상상이 이제 자기의 어떤 저변 지식이나 환경, 또는 생활의 역사. 이런데서 나올 수도 있고 뜬금없는 어떤 사고의 전환 속에서 나오기도 해요. 그냥 차를 달리다가 나뭇잎 사이에 햇빛이 비췄는데, 그걸 보고 뜬금없이 옛 장수의 칼날 끝을 생각한다면. 또 다른 사극 드라마가 나오면서 검을 쓰는 무인이 등장을 하겠지요. 이렇게 너무 다양해서, ‘어떻게 한다.’라고 하기는 좀 힘든 것 같아요. 그래서 좀 문학이라는 것이 어떤 장르든 마찬가지이겠지만, 작가가 어떤 생각, 어떤 사고, 어떤 삶을 살았는지가. 배여 나오는 것 같아요. 물론 그게 100프로 투영되지는 않을 거고, 아마 변형되고 바뀌고, 재탄생되어서 다양하게 나오는 게 아닐까 싶네요.

글찌「무한각체가역반응」과「연애의 시대」에서는 ‘감갑남’이 등장을 하는데요, 아버지가 대충 지어 준 이름과 달리 인상 깊고 매력적인 인물이었습니다.

최은영 작가님 특별한 이유가 없었던 것 같아요. 먼저 지어진 것이 「연애의 시대」이지요. 훨씬 먼저 지어졌는데 그때 갑남이는 주인공이었고, 발음이 특이해서 지어 졌다기보다는, 대본 앞부분에 보면 부모가, 옛날 여자 아이들을 들에서 밭 매다가 애기 낳으면 들녘이! 서쪽에서 낳았으면 서쪽이! 하는 것처럼 우리나라 원래 한자 어투가 아닌 고유어 이름이 가지고 있는 의미나 또는 의미를 만들어내는 것에 제가 되게 관심 있어 해요. 그래서 인물의 어떤 특징들이나 그 내용의 흐름 등을 상징할 수 있는 이름들을 찾아내서 만들기도 하고, 혹은 내가 아는 사람의 이름을 써서 선물을 하는, 글쟁이가 따로 선물할 방법이 없기 때문에. 그런 식으로 이름을 많이 만들어내는데, 갑남을녀는 그냥 말대로, 갑남을녀가 가장 일반적으로 의미 없이 내뱉는, ‘그렇고 그런’ 뜻으로 사용 될 때가 많아서, 그 이름을 붙이면 좋겠다. 라고 생각을 했고, 가장 발음이 어려운 성을 붙이기 위해서 족보들을 좀 뒤졌죠. 그래서 발음이 잘 안 되는 걸로. 구색을 맞추어서 감 씨를 붙인 거였죠. 그런데 작가들은 그런 재미가 있어요. 책을 한편 쓰는 게 아니라 작품을 이걸 쓰고, 또 다음에 쓸 때 특별한 이유가 없는데 장난을 좀 치고 싶을 때가 있어요. 그래서 그때의 갑남이를 슬쩍 가져와서 전혀 다른 인물이지만… 어떻게 보면 시대가 비슷해요. 「연애의 시대」는 20년대이고, 「무학각체가역반응」은 30년대 이렇다보니까. 그 갑남이가 서울에 올라와서 만약에 아르바이트를 했다면, 아마도 이런 일을 하지 않았을까. 그런 의도로 같이 등장한 것 같아요. 그것 말고도, 글 속에 나오는 캐릭터 이름들은 좀 그런 식으로 재미있게 하거나, 사건이나 장소들을 다른 작품에 다시 연계해서 저 나름의 재미는 연작 장면을 만드는 건 있어요. 「비어짐을 담은 사발 하나」에 나오는 구웅이나, 민영, 또 유근이 이런 아이들은 실제 도자기를 굽는 도예공 가족이 이름이에요. 그 집에서 제가 불 떼면서 글 구상을 많이 했기 때문에 감사한 마음으로 주인공 이름을 그렇게 정하게 되었지요.


글찌 저는「그리워할 연戀」에 나오는 '어이금'이란 인물도 기억에 남았습니다. 독특한 말투와 성격뿐만 아니라, 아련한 감정 역시 잘 전달되었기 때문이지요. 선생님께서 가장 애정하시는 인물은 누구인가요?

최은영 작가님 이런 질문들을 되게 많이 하세요. 기자 분들도 오시면, ‘제일 애정이 가는 작품이 뭐냐’, ‘인물이 뭐냐’. 저도 배우 출신이다 보니까 많이 들리는데, 저는 이렇게 생각을 해요. 제일 좋은 인물은요. 지금 작업하는 인물이구요. 제일 힘들고 미운 인물은 방금 작업을 끝낸 인물이에요. 그래서 어이금 같은 경우는 추억 속의 인물이지요. 그런데 제가 이 작품을 ‘고마나루 전국 향토연극제’에 나가서 연기를 할 때 제가 어이금 역할을 했었는데, 아무래도 제가 하다 보니까 그런 친밀도 같은 것은 있어요. 작가인 것을 떠날 수는 없겠지만, 배우로서 감정이입 되는 부분들이 있어서 굉장히 동일시화 되는 부분이 많지요. 사실 어이금은 나이를 알 수 없는, 그리고 이게 귀신인지 사람인지 조금 모호한 상태의 나이를 가지고 있는 인물인데도, 굉장히 귀여운데도 불구하고 밉살스럽고, 또 불쌍하기도 하고 그렇죠. 그런데 아마 우리 할머니들이나 우리들 주변에서 너무나 어른들은 쉽게 봤던 인물이 아닐까. 하면 굉장히 애정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기도 해요. 아. 말투는 제가 부산사람인지라 대부분의 희곡에 거의 경상도 사투리를 쓰는 것 같아요. 

글찌 굉장히 매력적인 말투였어요. 

최은영 작가님 지금은 부산 출신의 젊은 배우들도 말을 할 때는 억양이나 이런 건 하는데 단어나 전체적인 어감이나 이런 것들은 잘 모르더라고요. 그래서 글로 써주면 읽기나 그런 것을 굉장히 힘들어하는 경향이 있기는 한데, 저는 앞으로도 쭉~(웃음) 그것이 우리 감정을 표현하는데 효과적일 거라 생각하기 때문에. 말씨는 아마 그런 말투들이 많지 않을까. 하고 생각해봅니다.

 

글찌「비어짐을 담은 사발 하나」에서 '사발은 하늘을 담고, 땅을 담고, 아픔을 품고, 바람을 느끼며 … 사람을 보듬고, 삶을 담아 차고 넘쳐 비어짐을 담은 사발 하나로 태어'납니다. 당시 조선 사람들이 도자기 하나를 굽더라도 얼마나 큰 의미를 담고 정성스럽게 탄생시켰는지 알 수 있었는데요. 선생님께서는 선생님의 연기나 글에 무엇을 담고 싶으신가요?

최은영 작가님 저는 아무것도 안 담고 싶습니다.(웃음) 이제 글이나 연기는 제가 무엇을 담아서 되는 것은 아닌 것 같아요. 그것은 이제 연기가 나왔을 때는 관객들이, 희곡집이 이렇게 나왔을 때는 독자들이 거기에 의미를 담는 것이 맞고, 저는 굳이 제목을 빌자면 사발을 빚어내는 정도이겠죠? 제가 어떤 형태든 제 작품에 목숨을 걸고 영혼을 걸고 그릇을 만들어내면, 의미를 담는 것은, 국수 면발을 담고 싶으신 분은 면발을 담으면 되고, 아이스크림을 담고 싶은 사람은 아이스크림을 담으면 되고, 그거는 어디까지나 글을 읽고, 연극을 보는 사람들의 몫이 아닌가. 저는 되도록 아무것도 안 담고 싶습니다.

글찌「연애의 시대」에 나오는 사랑은 정말로 아이러니합니다. 사랑하지만 용기내지 못하고, 살해당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하지요. 갑남은 이런 사랑의 형태를 보아왔기 때문에 ‘무엇이 사랑인지 잘 모르겠다.’고 자영에게 이야기 합니다. 사랑이란 무엇일까요?

최은영 작가님 사랑이 무엇일까요? 누가 알겠습니까.(웃음) 모르겠어요. 저는 저희 신랑을 사랑하고 우리 아이를 사랑하고 제가 하는 작업이나 식구들을 되게 사랑하고 하기는 하는데, 그것은 아마 음… 신랑 하나만 두고 보더라도, 앞으로 연애하시고, 결혼하시겠지만, 연애 처음 만났을 때랑 싸웠을 때랑, 연애가 깊어질 때랑 결혼을 앞두고, 또 신혼 초, 아이를 낳고, 그리고 아직은 겪지 못하겠지만 모든 사람들이 하나씩 죽어갈 때 남편과 단 둘이 남았을 때랑, 또 마지막 남은 배우자가 갈 때랑, 그 사람에 대한 사랑은 다 달라질 것 같아요. 그래서 뭐라고 정의한다는 자체가 조금 저한테는 불가능 한 것 같고. 이 「연애시대」. 연애라는 말이 20년대에 처음 나왔다고 합니다. 그리고 우편국이 개설되고 그러면서 갑자기 생기는 자유연애 때문에 사람들이 자기 정신을 주체 할 수가 없었지요. 그래서 그 주체할 수 없는 사랑들이 갑남의 주변에서 일어나게 되고, 갑남이가 자영에게 도대체 사랑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라고 하는 것은 갑남이의 의견도 되겠지만, 그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이들도 아마 전체적으로 사랑이 무엇인지 모르고 쓸려가는 것 같은? 그리고 우리도 요즘에 뭔가 하나 유행이 되면 너도 나도 의미도 모르고 막 쓸려가는 그런 것들이 있을 것 같아요. 당시에는 봉건 사회가 근대로 넘어가면서 굉장히 급변하는 우리나라 역사상 중에 아마 최초의 그런 급변시기가 있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급변하는 시대였기 때문에 그때의 사랑이 던져졌을 때는 아직까지 이성이나 자신의 삶, 환경들이 정립되지 않은 나이의 사람들로써는 자기의 어떤 이성이나 정신을 가다듬고 그 위에, 삶과 시대 위에 서있기가 굉장히 힘들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그래서 아마도 갑남이의 얘기는 그 시대의 대다수의 사람들의 연애라는 감정에 대해서 느끼는 총체적인 느낌을 그렇게 표현한 것 같고, 저도 역시 세월은 지났지만 비슷한 것 같습니다.

글찌 작품 속 인물들은 남편을 기다리거나, 새로운 시대, 고도 등을 기다립니다. 선생님께서도 무엇인가 기다리거나 누군가를 그리워해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최은영 작가님 우리 신랑하고 싸웠을 때, 신랑의 전화를 기다렸지요. 항상 그런 것 같아요. 이런 기다림은 다들 마찬가지 일 것 같은데, 기다림이 없으면, 기다림이라는 것은 꼭 어떤 사람이나 시대, 운명, 정의 이런 것을 떠나서 기다린다는 행위 자체로도, 그게 없으면 인간을 특정 지을 수 있는 무엇인가가 빠져 있는 것이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어요. 직립 보행하는 것이 인간의 특징이고, 생각하는 것이 인간의 특징이라면, 무엇인가를 기다리거나, 무엇인가를 기다린다는 자체가 인간이 어쩌면 나도 죽을 때 까지 하는 행위인 것 같아요. 무엇인가 생명이 있는 존재, 생각이 있는 존재라면 당연한 것 같기는 해요. 저도 기다리는 것이 정말로 많지요. 저는 사람이 사람다워지는 세상을 기다립니다. 사실 이 고도 같은 경우는 2본이 너무나 많아서 우리 배우들이 어느 대본으로 할 건 가요. 이렇게 물어보는데, 첫 번째 대본을 쓸 때는 저는 아마 울면서 썼던 기억이 납니다. 너무나 절절하게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을 방해하지 않고, 방해받지 않고, 존중하고, 사랑하는 그 단순한 세상이 너무나 그리워서 쓰다가 몇 번 주책스럽게 운 적이 있어요. 그런 것을 좀 기다리지 않을까 싶어요. 누구나 마찬가지이겠지만. 고도 같은 경우는 워낙 원작이 유명한데다가, 원작을 그대로 표현해놓은 연극 같은 것을 보면 대부분 아주 늙은 고고와 디디가 나와서 끊임없이 기다리지요. 아마 그 분위기상 자신이 살아온 그 60년, 70년을 연극하기 이전에 쭉 기다려 왔는데, 연극을 하면서도 쭉 기다리고 있고, 연극이 끝나서 죽어서도 아마 기다릴 것 같은 그런 메시지를 전달하거든요. 그런 것 같아요. 아마 지금은 20대이니까 군대 간 남자친구가 기다려지는 거고, 그것이 조금 더 확장되거나 변이되거나 하면 다른 것들과 새로 조합이 되어서 기다림이라는 것이 형태만 바뀌는 것이지, 자기에게 다가오는 의미는 점점 더 커지고, 점점 더 간절해지고, 지나간 시간이 쌓이는 것이 억울해지는 것이 아니라, 지나간 시간만큼 더 쌓여서 그 기다림이 더 커지는 그런 상황이 될 것 같아요.

출처 독서신문i

글찌 사무엘 베케트「고도를 기다리며」를 재해석한 작품들이 꽤 있습니다. 선생님께서「고도, 없다!」를 쓰게 되신 계기와, 선생님께서 이 작품에서 특히 강조하시고 싶으신 점이 궁금합니다.

최은영 작가님 저는 극단 바문사 단원인데, 일단 97년도 창단 했구요, 창단할 때 대표님은 제가 아니라 저의 스승님 홍정호 선생님이셨어요. 그 분하고 제가 20대 때 처음 만나서 그 선생님 돌아가시는 해까지 같이 연기를 했지요. 우리 극단에서 가장 많이 했던 작품이 고도였고, 선생님께서 가장 많이 할 때 마다 바꾸었던 작품이 고도였던 것 같아요. 음… 제가 제일 처음에 우리 선생님을 만난 것도 고도 때문이었어요. 제가 처음 연기를 할 당시에 제가 속해있던 팀에서 고도를 원작 그대로 올리고 있었고, 다른 극단에 연출로 있었던 저희 선생님이 거기서는 「고도를 기다리며」를 완전히 재해석해서 고도를 기다리는 고고와 디디가 총 들고 고도를 오면 쏘겠다. 찾아가보자. 찾아 가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 정확하게 기억이 안 나서, 그런 전혀 다른, 같은 시기에 공연을 해서 kbs에서 그때 녹화방송을 떴었어요. 두 극단의 고도가 어떻게 다른가. 거기서 다른 극단의 연출 선생님으로 제가 처음 뵀었지요. 그리고 다시 만나서 했던 고도에도 스님이 나오거나, 혹은 임산부가 나오거나 할머니가 나오거나, 한국적이든 어쨌든 굉장히 다양한 인물들이 나와서 한국적으로 되게 많이 재해석을 했고, 또 고도의 경우 대본을 읽기가 녹녹치는 않은데, 저한테는 그랬어요. 대본을 한 번 들면 이게 계속 돌고 도는, 쳇바퀴처럼 계속 들어오는 대본이어서 끝이 아니라 끝이 나면 다시 앞으로 가서 다시 읽어야하는, 그래서 계속 읽어야하는 대본 중에 하나였거든요. 그래서 굉장히 재미있게 읽은 작품이기도하고, 많이 접했고, 제가 제일 처음 한 작품이기도 하고, 우리 선생님을 처음 만나게 된 작품이기도하고, 우리 선생님과 가장 많이 한 작품이기도 하고, 저한테 고도는 되게 추억의 작품이지요. 그래서 고도를 하는 것에 있어서 전혀 다른 생각 없이 하겠다. 했었고, 처음 했을 때는 저기 포스터에도 있지만, ‘홍 프로젝트 1탄’으로 해서 프로젝트 공연으로 만들었었어요. 그때 홍이 선생님의 성이고, 우리 선생님이 사람들이 상상하지 못했던 것들을 많이 만들었던 분이라, 그런 의도의 연출력을 키울 수 있는, 연출가를 배출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만들어 보자 해서 처음 시도 되었던 작품인지라, 원작을 각색하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테마를 설정해서 나만의 대본으로 만들어보자. 그리고 또 하나의 의미는 고도 같은 부조리극을 보면, 연극을 좋아하거나 전공으로 한 친구들은 좋아라하는데, 일반관객들이 보면 너무 힘들어해요. 이제 뭐지? 끝나고 가면서 다들 박수도 어정쩡하고, 이게 뭐야. 연극 원래 이래? 이렇게 반응을 하셔서, 이왕이면 쉽게, 사람들에게 쉽게 이야기하고, 재미있게 다가가는 고도를 만들어보자. 그래서 다양한 국가의 특징을 넣고, 언어유희도 쓰고, 또 할머니들 사투리도 쓰고, 등장해서 고도를 직접 찾아다니면서 다양한 볼거리들을 보여주자. 그래서 이런 작품이 나오지 않았나 해요. 이 작품에게 특히 강조하고 싶었던 것은요. 고도가 없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었어요. (웃음) 제가 이 공연을 할 때 팜플렛에 제발 고도가 누군지 묻지 말아줬으면 한다. 하고 쓰기까지 했어요. 너무 많은 사람들이 원작은 <고도를 기다리며>이고, 저는 고도가 없다고 말하기 때문에 너무 부정적인 것 아니냐. 너무 단정적인 것 아니냐. 너에게 고도란 뭐냐. 계속 물었어요. 그래서 제발 그 질문을 하지 말아주세요. 하고 작가의 말에 썼던 기억이 나는데, 이 작품을 썼던 당시에는 세상이 어수선 했기에. 고도가 이런 상황이라면, 지금은. 앞에 생략된 말. 지금은. 고도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까하고 생각을 했습니다. 실제로는 책을 낼 때 책 제목을「고도, 없다!」로 하자는 의견도 있었어요.

글찌 선생님께서는 연기, 기획, 극작, 연출의 분야를 오가며, 현재 극단 <바다와 문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대표로도 활동을 하고 계십니다. 선생님께서 얼마나 이 장르를 좋아 하시는지 알게 되었는데요. 연극의 매력과 연극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팁을 알려주신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최은영 작가님 음… 그게… 좋아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예전에 mbc에서도 와서 비슷한 취재를 한번 한 적이 있었는데, 저는 연극이 그렇게 중요하다고는 생각을 안 해요. 사실은. 그 말은 또 중요하다는 말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사람이 중요하죠. 사람에 따라서는 사람보다 자신이 만들어내는 작품이 더 중요하다고 할 수도 있는데, 그리고 그런 것도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을 하는데, 저는 연극이 별 것이 아니라고 생각을 해요. 그냥 제가 세상에 나서 어… 그나마 재미를 느끼는 놀이 중에 하나인 것이지. 이게 뭐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그런 것은 아닌 것 같아요. 저는 제가 한 번도 보지 못한 길거리에서 구걸하는 사람들의 생명이 제가 쓴, 제가 한 모든 작품과 공연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연극을 하는 이유는 그것인 것 같아요. 그런 사람들이 중요하고, 그런 사람들이 가치롭다. 라는 것을 아주 잘 보여줄 수 있는 일인 것 같아요. 그리고 좀 자유롭게 보여줄 수 있는 것이기도 하고. 물론 좀 여러 사람들이 움직이니까 제제가 있기는 한데, 저는 기본적으로 그렇게 생각을 해요. 근데 만약에 제가 싫어한다면 다른 놀이를 찾았겠지요. 그런데 글쎄요. 우리 선생님 돌아가시면서도 하고 싶어 하신 연극이었고, 저한테도 사명이라는 것이 있고, 제가 해온 활동이 있고, 그 속에서 느끼는 가치나 사상이 지금 저를 만들었으니까. 그것에 대한 부인은 못하겠지요. 연극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팁… 연극을 하지 말라고 하고 싶어요. 어떤 아이들이 연극을 하고 싶다, 연극을 배우고 싶다. 라고 젊은 친구들이 찾아와요. 그럼 연극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연극을 많이 보면 좋겠다. 책으로, 이론으로, 어떤 기술로 이걸 대한다면 예술이 잘 안될 것 같아요. 한 순간의 득도나 자기 나름의 깨침은 도인이 아니어도 있을 수 있으니까요. 그런 깨침이 없다면 음… 어떤 예술도 의미가 없는 것 같아요. 무용도 마찬가지이고, 그림도 그렇고, 또 글을 쓰시는 분이니까 잘 아시겠지만, 즐기고 싶다면 전문가가 되지 말고 자기가 그것을 정말로 즐기는 사람. 재미있게 노는 사람이 되면 좋을 것 같아요. 그것을 일이나, 전문적인 식견으로 파고드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로 자연인으로 즐기게 되면, 아마 연극이 먼저 그런 사람에게 가있지 않을까 싶어요. 그렇게 되면 연극과 소통하기가 쉬울 것 같고, 연극이 어떤 예술을 지니는 예술인지도 훨씬 더 잘 알 것 같아요. 연극하는 사람들은 그래요. 극작이나 연출이나 연기자나 할 것 없이 다들, 옆 동네 예술가들도. 여기 창의촌이라 옆 동네 젊은이들이 전부 예술인들인데, 연극하는 사람들을 보면 그 어려운, 그 돈 안 되는, 이런 말들을 누구나 공통적으로 그런 말씀을 하시는데, 저희는 너무나 돈 되게 잘 살고 있거든요? 안 당해보면 잘 모르는 것 같아요. 그래서 어떤 것을 재려고 하지 말고 좋으면 그냥 빠지는 거? 젊은 친구들은 공부하지 말고 그냥 보는 것이 좋은 것 같아요. 수백 편 보게 된다면 어떤 평론가, 연출가 보다 아름다운 연극의 눈을 볼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듭니다.

글찌 저도 사실 연극이나 희곡을 좋아하지만, 연극을 처음 본 것은 대학교 입학해서이거든요. 친구들에게 물어봐도 그렇게 비싼 값은 아니지만, 영화나 책 등에 비하면 비싼 값이니까 제대로 즐길 줄을 모르더라구요. 그리고 어떤 작품을 보아야하는지도 잘 몰라서. 어떻게 하면 연극을 가까이 접할 수 있을까. 그런 것도 알려주세요.

최은영 작가님 제가 아시는 분 중에 한 분이 노총각이신데요. 그냥 연극이 좋았데요. 보통 남자 분들은 연극을 더 잘 안보죠. 그런데 그냥 연극이 좋아서 혼자 연극을 보다가, 동호회를 만들게 되고, 그렇게 해서 단체로 관극을 하다 보니 극작가분과 전화를 하게 되고, 그러다보니 용기를 내서 그들과 함께 술을 마시게 되고, 그러나 보니 연극의 속사정을 좀 더 알게 되고, 자기가 마치 연극을 하는, 중심에 있는 사람인 것 같다. 라고 이야기를 하더라구요. 그것은 이제 그 사람의 방식인 것 같아요. 연극은… 영화는 산업이라고 얘기를 많이 하지요. 재정에 있어서 차이나는 부분이 분명히 많아요. 그런데 우리가 만화책을 보면서 느끼는 희열. 굉장히 빨리 오잖아요. 그런데 소설을 읽고 나서 느끼는 희열은 굉장히 늦게 오지만 오래가거든요. 그래서 그걸 믿는 분들은 연극을 보시는 것 같아요. 연극은 한 편을 보았는데, 어린 시절 그냥 지나가다가 보았는데 평생 가슴에 남는 것이 있어요. 그것은 평생 자신의 자산이 되는 것 같아요. 믿으면 좋은 것 같아요. 연극은 그만한 가치가 있고, 중국 도자기 아주 화려하고 예쁜데, 도자기 최고로 치고, 보기를 너무나 원하는데, 그 도자기를 가장 화려하게 만들어내고 가장 잘 만드는 일본인들이 가장 소장하고 싶었던 것은 우리나라 조선인들이 막 빚어낸 사발이었어요. 사실은 그것이 무늬도 없고, 아주 투박하고, 그냥 지나가면 정말 강아지 밥그릇같이 생겼던 것들이 보면 볼수록 자신의 정신이나 심금을 울리죠. 다시 만들어내는 가치를 보여주는 것이죠. 어쨌든 이것은 예술 활동이라 설명하기 어려운 것 같아요. 내가 이것에 대해 믿는 다면 즐기는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요즘 젊은이들은 매체가 너무 많아요. 그리고 연극협회, 이런 단체에 들어가면 전화번호가 다 있어요. 아무데나 전화를 해서, 용감하니까. 20대니까. 아무데나 전화를 해서, 내가 지금 연극을 하나 보려고 하는데, 당신들의 연극을 한번 추천해주세요. 하고 묻는다면, 거부할 연극인은 단 한명도 없다라고 생각할 수 있어요. 그리고 요즘에는 작지만 어떤 연극의 소식지 같은 것도 꾸준히 발간되고, 비평지도 나오고, 이런 희곡집도 나오고, 부산연극제나 지역별로 연극제가 많기 때문에, 내가 조금만 더 관심을 가지면 충분히 찾을 수 있거든요. 그래서 사랑해주시면 좋겠구요. 많이 봐주시면 좋겠구요. 많이 보는게 좋은 것 같아요. 연극 처음 시작했을 때 제가 한 작품을 하루도 안 쉬고 계속 본 적이 있어요. 그걸 보면서.. 나름대로 매일 매일의 감상평을 썼을 때가 있는데, 그게 저를 키운 아주 큰 거름의 하나인 것 같아요. 자기가 원하면 보게 되는 것 같아요.

글찌『비어짐을 담은 사발 하나』라는 희곡집을 통해 독자 분들이 무엇을 어떻게 느끼는 것이 좋을까요?

최은영 작가님 저에게 첫 희곡집인데, 처음에 내고 나면 되게 좋을 줄 알았어요. 광고도 해야 할 것 같고, 책도 팔러 다녀야 할 것 같고. 그랬는데, 사실은 희곡집 내고 나서 너무 부끄러워서, 우리 편집해주신 선생님도 책 한번 보셨어요? 하고 이틀 후엔가 전화가 왔었는데, 못 봤었거든요. 제가 표지만 봤습니다. 했을 정도로, 열어보기가 되게 좀… 부담스럽고 무서웠어요. 저에게. 아까 1번 질문하고도 비슷하기는 한데, 늘 상 현장에서 작업을 하면서 희곡을 쓰다보니까, 배우가 바뀌면 배우에 맞게 다시 언어를 고치고, 장면 바꾸고 다 하는데, 이것은 정해진 하나의 활자로 적었을 때, 이것을 독자 분들이 어떻게 받아드릴까. 어떤 의미로 받아들일까가 굉장히 힘들었거든요. 저도 이 책을 열어보기가 너무 힘들어서 숨겨놓고, 사람들에게 말도 안하고 그랬었거든요. 이것은 소설이나 시집이 아니기 때문에, 희곡집이라 읽는 분들이 연극을 좋아하는 독자일 수도 있고, 문학으로 희곡을 좋아하시는 독자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그냥, 용언의 기본형으로 생각하시는 게 어떨까. 그냥 하나의 전범이다? 그렇게 생각하시면 어떨까. 이걸 보고 사발에 많은 것을 담기를 원하는 것처럼, 읽는 분들이, 또 이것을 누군가가 작품을 하게 된다면 작품을 하시는 분들이 다시 자기 나름의 작품으로 바꾸고 색을 입혀주면, 아마 글을 쓴 사람으로써는 제일 좋지 않을까. 그리고 워낙 희곡을 읽는다는 것 자체가 장면을 상상하지 않으면 읽기가 힘든 작품인지라 읽으면서 자기만의 무대, 캐릭터들을 새롭게 만들어가면서 읽으시면, 아마 저랑 읽으시는 분이랑 한자리에서 대화를 하는 것이 아닐까. 그게 좋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이 드네요. 



글찌 마지막으로 독자(관객) 분들과 글을 쓰는 문청에게 간단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최은영 작가님 편견 없이 작품을 자연인으로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어렵게 보지 말았으면 좋겠고… 근데 그렇게 편견 없이 보게 되면 의문이 생겨요. 그 의문을 그 글을 쓴 작가, 연출가와 이야기 하듯이 자기를 사색하는 데 사용하면, 아마 희곡이 가지고 있는 예술적 가치가 그대로 독자에게 오롯이 전달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고요. 희곡을 쓰는 후배들이 있다면, 술을 사주고 싶어요. 너무나 힘든 일을 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아마 써봐서 알겠지만, 저를 버리고 싶을 때가 있거든요. 너무 힘들어서. 근데 또 뭐 술술 나갈 때도 있지만, 정말로 지금 당신들이 하는 일이 아름다운 일이고, 멋진 일이고, 어떤 것과도 타협하지 않아도 되는 일이고, 타협하지 않고, 자신의 생각을 계속해서 희곡으로 표현해나가고 한다면, 나이가 좀 들었을 때, 어떤 자신이 정신적으로 몇 작품을 써내고 나서의 그 성취감은 누구에게도 뺐길 수 없는, 가장 큰 자산이 되어 있을 거예요. 그래서 정말로 응원하구요. 힘들지만 용기를 내라고, 열심히 쓰시라고, 전화를 하면 꼭 술을 사겠다고, 전화하시라고. 그렇습니다. (웃음)

최은영 작가님고생하셨죠?

글찌아니에요. 오늘 정말 감사합니다.


"미래의 멋진 작가 글찌님. 멋진 희곡집 기다립니다." 작가님과의 좋은 시간과 함께 좋은 문구도 선물 받은 것 같아 기분 좋은 인터뷰였습니다. 4월에 선생님의 연극이 예정되어있다고하시는데, 꼭 보러 가려구요. 저는 오늘부터 제 사발에 무엇을 담을지 고민해야겠어요. 

여러분은 사발에 무엇을 담으실 건가요? 

비어짐을 담은 사발 하나 - 10점
최은영 지음/해피북미디어


 

Posted by 비회원

'씽푸춘, 새벽 4시' 등 7편 수록…삶·사회 돌아보게 하는 힘

- 본지 2006년 신춘문예 출신




소설가 조미형(사진)이 첫 소설집 '씽푸춘, 새벽 4시'(해피북미디어)를 펴냈다.

정신 못 차리게 몰아친다고 할까. 편한 자세로 누워서 읽다가, "뭐야…?" 하는 신음 소리를 내며 일어나 자세를 고쳐 읽게 하는 힘을 '씽푸춘, 새벽 4시'는 지녔다. 어둡고, 절망의 색조가 짙은 세상에서 출구를 찾아 몸부림치는 인물이 나오는 장면을 홍콩 누아르 영화에서 보곤 하는데, 그런 거친 호흡과 눅진함이 있다. 그런 묘한 질감과 호흡이 우리 삶과 사회를 돌아보게 하는 힘을 발휘한다.

수록 작품 7편 가운데 강렬한 인상으로 치자면 표제작인 '씽푸춘, 새벽 4시'를 먼저 짚게 된다. 이 책에 '해설'을 쓴 문학평론가 황국명(인제대) 교수는 "타인을 위한 희생이나 미래를 위해 아낌없이 자기를 버리는 혁명조차 무색하게 만들 세계의 비정성이 나를 압도하였기" 때문에 '씽푸춘, 새벽 4시'는 인상 깊다고 했다.

부푼 희망과 약간의 허영을 품고 중국에 투자해 현지에 화장품 공장을 차린 40대 한국인 사업가는 한순간 사기와 실수로 모든 것을 날린다. 악마 같은 사채업자 장두목 일당에게 넘겨진 이들 부부가 밀려간 곳은 중국 내륙 소도시 통링. 이곳에서 짐승의 가죽을 벗겨 무두질하는 희망 없는 노동에 시달리고 아내는 곤욕을 치른다.

살아있는 짐승의 가죽을 무심하게 벗겨 가공하는 일을 하는 주인공은 아무 희망도 의미도 갖지 못하는 반항을 시도하다 처참하게 얻어맞고 동네 술집촌인 씽푸춘(행복촌)에서 술잔을 기울이며 가쁜 숨을 몰아쉰다.

'나비를 보다'는 지하를 직렬운행으로 달리는 도시철도 기관사들의 노동과 삶을 그린 문제작이다. 지상과 대별되는 땅밑이라는 공간에서 정해진 길로 앞으로만 달려야 하는 기관사들의 처지가 절묘하게 신자유주의 경쟁사회의 삶과 대비된다.

등단작 '다시 바다에 서다'를 비롯해 '우리끼리 안녕' '스노우 트리' '잉커송', 역사물인 '연지연 꽃이 피면'도 이국적이거나 색다른 느낌으로 작가의 일관된 주제의식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심장하다. 2006년 국제신문 신춘문예 단편소설 당선으로 등단한 조미형 소설가는 등단 10년 만에 펴낸 첫 소설집으로 강한 존재감을 지역 문단에 알렸다.


조봉권 | 국제신문 | 2016-01-24

원문읽기

씽푸춘, 새벽 4시 - 10점
조미형 지음/해피북미디어


Posted by 비회원

극단 '바다와 문화…'최은영 대표, 첫 창작희곡집 '비어짐을 담은 사발 하나' 발간

최은영 대표가 쓰고 연출한 연극 '비어짐을 담은 사발 하나' 공연 장면. 국제신문DB

- 작품 8편·영문번역본 1편 수록

창작 희곡 가뭄인 부산 연극계에 단비 같은 창작희곡집이 찾아왔다. 

극단 바다와 문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최은영 대표(여·45·사진)가 첫 창작희곡집 '비어짐을 담은 사발 하나'(해피북미디어)를 최근 펴냈다.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무대 올랐던 8편의 희곡과 영문 번역본 1편을 실었다. 최 대표는 연기, 기획, 연출, 극작을 모두 하는 팔방미인으로, 고마나루 전국 향토연극제 대상·최우수연기상(2013), 부산연극제 희곡상 2년 연속 수상(2012,13), 김문홍희곡상(2014), 부산연극제 최우수연기상(2009) 등을 휩쓴 부산의 대표적인 젊은 연극인이다.

이번에 펴낸 희곡집에 대해 연극평론가인 부경대 김남석 교수는 "주제의식을 강력하게 드러내면서도 서정성을 확보하는 등 문학적 완성도가 뛰어난 솜씨로 창작 희곡의 지형도를 넓혔다"라고 높이 평가했다. 최 대표는 "희곡은 연출자, 연기자, 공연에 따라 다양하게 변주된다"면서 "희곡집은 펴내는 순간부터 비로소 살아움직인다"고 말했다. 최 대표의 안내에 따라 8편을 역사, 그리움, 부조리극이란 테마로 탐험해본다.

■역사 속으로 떠나다

   
최은영 대표(왼쪽), 창착희곡집 '비어짐을 담은 사발 하나' 표지.

최 대표는 조선시대부터 현대까지 다양한 시대를 다룬다. '무한각체가역반응'은 1930년대 이상, 김유정, 박태원 등 작가들의 삶과 사랑을 다룬다. 이상이 소설가 최정희에게 보낸 연서가 발견됐다는 뉴스가 모티브가 됐다. 조선시대 사기쟁이 이야기인 '비어짐을 담은 사발 하나'는 왜인이 사발을 탐내 임진왜란을 일으켰다는 문서가 있다는 사실에서 출발했다. '죽어 피는 꽃'은 조선시대 살인사건을 다룬 추리극이다. 최 대표는 "집필 당시 임신 중이었는데 살인사건을 다룬 자료를 읽은 게 태교가 됐다"며 웃었다. 

■근원적 그리움에 대하여

김남석 교수는 최 대표의 작품 세계를 관통하는 키워드를 '기다림'이라고 정리했다. '그리워할, 연戀 '이 대표적이다. 어느 무인도에서 한 남자를 기다리는 세 명의 처·첩의 이야기다. 최 대표는 "육욕(肉慾)이나 정욕(情慾)이 아닌 인간이 갖는 근본적인 그리움에 대해 다루고 싶었다"고 했다. '연애戀愛, 그 오래된'은 경성대 국문과 재학시절 강원도여행에서 우연히 만난 할아버지의 연애담을 토대로 했다. '연애의 시대'는 1920년대 연애를 다룬 권보드래의 '연애의 시대'를 분석한 자신의 석사 논문이 창작의 밑거름이 됐다.

■실험적 부조리극과 영문대본도

두 편의 부조리극도 눈길을 끈다. '로딩하는 여자'는 2012년 국제신문 신춘문예 당선작인 최은순의 '로딩하는 남자'를 바탕으로 했다. '고도, 없다!'는 사무엘 베게트의 '고도를 기다리며'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마냥 고도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고도를 찾아나서는 주인공들을 그렸다. 특히 해외 제작을 염두에 두고 '고도, 없다!'는 영문번역본 'Godot, Nowhere!'를 실었다.


박지현 | 국제신문 | 2016-01-13

원문 읽기

비어짐을 담은 사발 하나 - 10점
최은영 지음/해피북미디어


Posted by 비회원

+오랜만에 희곡집이 나왔습니다:) 직접 보는 것과는 또다른 매력이 있죠. 이번 희곡집은 여성의 이야기가 많이 담겨져 있어요. 그래서 편집하는 동안 이런저런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그외 연기부터 연출까지 작가 선생님의 살아온 이력도 매력적이었습니다. 한 번 천천히 살펴봐주세요. 


그럼 책 소개합니다:D





다양한 장르로 다채로운 극을 선보이며

연기부터 연출까지 왕성한 활동을 펼친 

최은영의 첫 번째 희곡집


최은영은 이십 대부터 연극을 시작해 현재 극단 <바다와 문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대표로 연기, 기획, 연출, 극작 등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연극 현장에서 배우 생활과 연출 작업을 병행하며 쌓아온 현장 경험으로 희곡의 완성도를 높여 갔다. 2009년 제27회 부산연극제 최우수 연기상 수상, 2012년 제30회 부산연극제 희곡상 수상, 2014년 제1회 김문홍 희곡상 수상 등 다수의 연기상과 작품상을 받으며 연극성과 문학성을 인정받았다.


이번 희곡집 『비어짐을 담은 사발 하나』는 다양한 시대를 배경으로 인간의 보편적인 감성을 담아냈다. 사랑, 그리움, 기다림이라는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인간의 감정에 대해 서정적인 대사와 강렬한 주제의식을 세련되게 표현했다.


표제작 「비어짐을 담은 사발 하나」는 2014년 제1회 김문홍 희곡상 수상작품으로 임진왜란 당시 조선의 도자기를 지키려는 도공들의 삶과 사랑, 후손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그릇을 만드는 사람들의 사연을 통해, 감정을 쌓고 공력을 들여 인간적인 완성을 추구하는 사람들의 삶을 전하고 있다.


이 희곡집에 수록되어 있는 작품들은 모두가 문학성과 연극성을 두루 갖춘 것들로 문학작품으로서나 공연 텍스트로 손색이 없는 것들이다. 그릇도 비어야 먹음직한 음식을 채울 수 있듯이, 연극적 상상력도 그 속을 비워야 다시 빛나는 희곡의 씨앗들이 들어차 멋지고 아름다운 작품으로 탄생할 것이다._ 김문홍 극작 평론가, 「추천사」중에서



사랑과 기다림에 대해 포착


이번 희곡집에서 사랑과 기다림은 작품을 이해하는 키워드로 관통한다. 「연애 그 오래된」은 1960년대와 현대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애절한 첫사랑의 이야기이다. 하숙집을 하던 준하 집에 세 들어 살게 된 선희가 서로 사랑하게 되지만 어쩔 수 없이 헤어지게 된다. 서로를 그리워하다 세월은 흐르고, 중년이 되어 다시 만나 사랑하게 되는 이야기이다.


「연애의 시대」는 1920~30년대 조선의 문화적 상황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신문물이 들어오고 신식 사고가 전파되고 있는 조선에는 이와 동시에 구시대의 삶과 사고방식을 고수하는 사람들과 혼재되어 있다. 한쪽에서는 자유연애를 부르짖으며 사랑의 새로운 의미를 따지고, 다른 한쪽에서는 전통적인 의미에서의 결혼관을 고수하며 대가족 제도의 삶을 유지하고 있다. 주인공 갑남의 시선에서 사랑은 어떠해야 하느냐는 질문으로 현대를 사는 사람들에게 사랑의 의미를 다시 한 번 묻는다.


그때 그렇게 시작될 줄 알았습니다. 그녀의 눈빛을 본 순간. 그 장난스럽고 당당했던 똘망똘망 눈동자가 나를 향해 우리의 미래를 알려 주었습니다. 그러나 아직은 그때 난 몰랐습니다. 이 여자를 얼마나 사랑할지 얼마나 그리워할지_「연애 그 오래된」중에서


그럼 난 연애를 하겠네. 그러니 자네는 문학만 열심히 하게. 혹여 그 여학생에게 다른 마음을 두어서는 안 될 것이야. 알아듣겠지? 자네로 말할 것 같으면 모던한 리얼리스트이니, 그런 이중적 생활로 이 친구를 속이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야? 안 그런가?_「연애의 시대」중에서






섬세하게 그려낸 여성들의 이야기


작가는 사랑과 기다림의 감정으로 여성의 이야기를 섬세하게 그렸다. 언제나 비극의 행위자는 남자이지만 그것을 감내하고 해원하는 자는 우리네의 엄마, 이모, 누이였다. 여자만이 알 수 있는 섬세한 세상에 대해 작가는 자신만의 시선으로 표현했다.


「그리워할 연然」은 외딴 섬에서 아들을 낳기 위해 한 남편을 두게 된 두 여인의 삶이 그려진다. 아들을 낳지 못했다는 이유로 남편에게 버림받은 두 여인과 남편이 데려온 또 한 명의 새로운 여인까지. 그녀들의 삶이 기구하다. 「죽어 피는 꽃」은 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자신이 연모했던 사람을 죽인 사내에 대한 복수를 꾸미며 처절하게 살았던 여인의 삶을 슬프지만 아름답게 그린다.


사랑이란 짐승끼리 다투어 얻어내는 한 점 살코기가 아니란 말입니다. 당신은 파당과 권세, 질투에 눈이 멀어 친구를 죽이고 그 가문을 멸하려 했지만, 그것은 당신의 착각일 뿐이었습니다. 당신은 친구를 죽여 십오 년간의 삶을 연장할 수 있었지만, 가문을 멸하고 대를 끊어 멸문지화를 당하는 것을 오늘 보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이 당신의 업으로 이루어졌음을 알고서 죽어야 할 것입니다._「죽어 피는 꽃」






최은영 지음 | 문학 | 신국판 | 448쪽 | 28,000원

2015년 12월 31일 출간 | ISBN : 978-89-98079-12-3 04810


최은영은 이십 대부터 연극을 시작해 현재 극단 <바다와 문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대표로 연기, 기획, 연출, 극작 등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연극 현장에서 배우 생활과 연출 작업을 병행하며 쌓아온 현장 경험으로 희곡의 완성도를 높여 갔다. 이번 희곡집 『비어짐을 담은 사발 하나』는 다양한 시대를 배경으로 인간의 보편적인 감성을 담아냈다. 사랑, 그리움, 기다림이라는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인간의 감정에 대해 서정적인 대사와 강렬한 주제의식을 세련되게 표현했다. 





+ 글쓴이 최은영

친가는 진례. 외가는 밀양. 부산에서 성장. 외할머니의 이야기를 듣고 자라나 국문학을 전공, 20대 초반에 연극을 시작해 지금까지 활동하고 있다. 연기, 기획, 극작, 연출의 분야를 오가며 활동하고 있다. 현재 극단 <바다와 문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수상경력

2014. 제 1회 김문홍 희곡상 수상

2013. 제10회 고마나루 전국향토연극제 최우수연기상 수상

2013. 제10회 고마나루 전국향토연극제 대상 수상

2013. 제31회 부산연극제 희곡상 수상

2012. 제30회 부산연극제 희곡상 수상

2012. 부산시 표창장 수상

2012. 제30회 부산연극제 최우수작품상 수상

2010. 제 7회 고마나루 전국향토연극제 최우수연기상 수상

2009. 제27회 부산연극제 최우수 연기상 수상



차례

더보기



비어짐을 담은 사발 하나 - 10점
최은영 지음/해피북미디어






Posted by 동글동글봄

2016년 병신년이 밝았습니다!

 

 

먼저,

산지니 식구들

산지니의 저자 선생님들

산지니를 사랑해주시는 많은 독자님들

모두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저는 새해를 맞아 지난 3일(일) 주변 지인들에게 드릴 새해 연하장을 사러 시내의 큰 서점으로 향했습니다. 새해, 새 마음으로 서점을 찾은 사람들로 서점 안이 굉장히 북적이더라고요. 새해가 되었으니, 여러 가지 계획들을 세우기 위해 다이어리를 찾는 사람들부터, 토익 여행 자기개발서 인문서 까지 자신이 세운 계획을 실천하기 위해 다양한 종류의 책들을 찾는 사람들까지. 2016년을 알차게 보내고픈 사람들이 모두 이곳에 모인 것 같았습니다.

 

그 중, 저의 눈길을 가장 사로잡는 코너가 있었는데요.

바로 "2016 새해 선물로 좋은 책"이라는 코너였습니다. 저처럼 연말에 고마움을 전하지 못해, 새해 가까운 지인들에게 마음을 전하려고 하는 사람들에게 '책'만큼 좋은 선물은 없는 것 같아요. 함께 읽고, 함께 생각을 나누면 더 좋은 것이 책이니까요!

 

그래서 산지니도 준비했습니다.

 

새해 소망을 담은 6가지 키워드알아보는

2016년 새해 선물하고 싶은 산지니 책

 

★ 

 

행복을 찾아가는 15인의 귀농열전

『귀농, 참 좋다』

장병윤 지음 | 인문사회 | 292쪽 | 15,000원

 

 

도시생활자들이 농촌으로 돌아가 새로운 삶을 모색하는 귀농이 사회적 현상으로 대두되고 있는 요즈음이다. 오랜 기자생활을 마감하고 제2의 인생으로 귀농생활을 알아보던 저자는 귀농지를 탐색하던 과정에서 여러 선배 귀농자들의 삶 이야기를 묶어내기로 결심한다. 단지 농사공동체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이 행복을 누리며 살아가는 세상이 되길 바라며 도시와 현대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소중한 가치를 전달하고 있다.

 

 

귀농, 참 좋다 - 10점
장병윤 지음/산지니

 

★ 

 

일상을 통해 삶의 가치를 생각하게 하다

끌』

이병순 지음 | 문학| 238쪽 | 13,000원

 

 

이병순 작가의 첫 번째 소설집. 2012년 <부산일보> 신춘문예 당선작인 표제작 「끌」을 비롯해 총 7편의 단편으로 채워져 있다. 작가는 슬리퍼, 창, 스마트폰 등 흔히 접할 수 있는 사물을 통해 일상에 나지막하게 깔려 있는 삶의 질문을 표면으로 끌어올린다. 화려하진 않지만 묵묵히 자신의 삶을 가다듬어 나가는 인물과 소설 곳곳에 자리한 일상의 흔적은 독자들에게 공감과 더불어 문학의 의미, 삶의 가치를 생각하게 한다. 더불어 역사적 인물인 김부식, 정지상을 주인공으로 한 「부벽완월」, 18세기 말 조선의 어느 화공 이야기를 다룬 「비문」에서는 문학과 예술에 관한 작가의 숙고와 성찰을 전하고 있어 주목할 만하다.

 

- 10점
이병순 지음/산지니

 

★ 

 

에베레스트 삼수생,

늦깎이 산악인의 히말라야 이야기

『히말라야는 나이를 묻지 않는다』

이상배 지음 | 문학 | 264쪽 | 16,000원

 

 

 

남들이 인정하는 안정적인 공무원 생활을 마감하고 전문 산악인의 삶을 시작한 저자가 도전하는 삶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책이다. 이 책은 물질문명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자연과 함께하며 온몸으로 산을 체험하는 산악인의 정신을 나타내고 있다. 더욱이 산을 타는 사람들 사이의 끈끈한 우정과 생사의 갈림길에 놓인 산악인의 삶 등을 다뤄, 우리가 잊고 지냈던 자연으로부터 깨달을 수 있는 정신적 가치를 되새긴다. 공시생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할 만큼 취업을 앞둔 이들에게 선망의 대상으로 자리 잡힌 공무원. 전기 엔지니어로 공무원 생활을 하면서 틈틈이 산에 오르는 아마추어 산악인이었던 저자는 공무원 생활을 박차고 산악인이라는 새로운 길을 준비하면서, 현대인에게 삶을 살아가는 데 중요한 것은 ‘안정된 삶’이 아닌 ‘좋아하는 일’, ‘인연’, ‘행복’이라는 소박한 데 있음을 일깨우고 있다.

 

히말라야는 나이를 묻지 않는다 - 10점
이상배 지음/산지니

 

★ 

우리네 아버지의 인생에서 느껴지는 감동

『아버지의 구두』

양민주 지음  문학 | 240쪽 | 15,000원

 

 

한국 사회에서 가족은 빠질 수 없는 중요한 부분이다. 더구나 가부장 사회에서 아버지는 권위적이고 위압적인 존재였다. 그러나 양민주의 수필 세계에서 드러난 아버지는 다르다. 물려받은 약간의 전답에 농사를 짓는 거 이외에는 특별한 직업도 없고 가족을 가난으로부터 구출하지도 못한 못난 아버지이지만 한편으로는 한 푼이라도 절약하기 위해 남에게 얻은 커다란 구두를 신고 다녔던 희생적인 아버지였다. 저자에게 아버지는 자신을 지배하는 존재가 아니라 성장기의 추억과 고향의 향기를 간직하고 있는 감성적인 존재로 저자의 감수성을 길러주는 데 큰 역할을 한다. 이렇게 길러진 따뜻한 감수성은 책 곳곳에 섬세한 문장으로 만나 볼 수 있다.

 

+『아버지의 구두』에 대한 독자들의 댓글입니다 : )

 

 

아버지의 구두 - 10점
양민주 지음, 박정식 그림/산지니

 

★ 

 

중년 소설가는 아직도 소년처럼

꿈꾸는 일을 멈추지 않는다

『꿈을 굽다』

정태규 지음  문학 | 259쪽 | 15,000원 

 

 

소설집 『집이 있는 풍경』과 『길 위에서』로 예민한 감수성과 함께 세계에 대한 통찰력 있는 가치관을 가감 없이 드러냈던 소설가 정태규. 그가 지난 이십여 년 세월 동안 기발표 단문들을 모아 첫 산문집을 출간하였다. 이번 산문집에서 독자들은 그동안 알려지지 않은 소설가 정태규의 삶의 단면과 함께 그만이 가지고 있는 소설가 특유의 감수성을 엿볼 수 있다. 또한 한 소설가가 어떻게 소설 쓰기를 결심하게 되었으며, 교직을 겸업하면서 교단에서의 작가의 삶을 어떻게 꾸려 나가는지 짐작할 수 있어 읽는 재미를 더한다.

 

꿈을 굽다 - 10점
정태규 지음/산지니

 

★ 

 

가장 추운 새벽에 피어나는 크로아티아 장미처럼

장미화분』

  김현 지음  문학 | 243쪽 | 12,000원 

 

 

강력하게 뿌리를 내리고 어둠 속에서 천천히 피어오르는 크로아티아 장미처럼, 『장미화분』에 실린 작품 속 주인공들은 한결같이 어두운 현실 속에서도 그들만의 ‘장미’를 피우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젊음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잉여인간으로 치부되는 노인의 삶이 담긴 「소등」이나 「7번 출구」가 그러하며, 열한 살 이후로 주어진 일생의 절반을 바다에 담그며 남편의 외도와 폭력을 겪어왔던 기구한 제주 해녀의 일생을 담은 「숨비소리」, 희생된 이들 못지않게 가해의 기억으로 제대로 된 삶을 살아갈 수 없는 이들의 이야기를 다룬 「녹두 다방」도 마찬가지이다. 어두운 삶과 시대를 힘겹게 들추어내지만 그 슬픔과 고통을 통해 스스로를 좀 더 단단하게 만들고 강해지는 힘을 발견하게 하는 것. 그것이 바로 김현의 소설이 가지는 매력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장미화분 - 10점
김현 지음/산지니

 

 

ps. 더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 있다면 댓글로 남겨주세요!

소중한 댓글 하나하나는 추위와 업무에 지친 산지니 식구들을 춤추게 합니다.

이욥~!!

 

 

   

2016년에도 부지런히, 꾸준히, 좋은 책을 만들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럼, 모두모두

 

 

Posted by 비회원

안녕하세요, 여러분. 잠홍 편집자입니다.


여느때처럼 교정지에 둘러싸여 지내다 달력을 보니 

어느새 12월 31일군요.

그렇다면

2015년의 마지막 블로그글은 바로 제가?!?!?


내가 내가 해~ 잠홍 타령이옵니다


어제는 온수입니까 편집자님께서 

2016년 산지니의 변화를 예고해주셨는데요.


( 읽어보세요~ 산지니 어워드 1부-2016년 달라지는 산지니! )


오늘은 2015년의 마지막 날이니,

오늘만 할 수 있는 블로그 포스팅을 해야겠지요. 

더 이상 기다리지 않으셔도 좋습니다.

2015년에 굿바이를 고하는 대미의 블로그 포스트. 바로


2015년에 빛난 산지니 책!



올해 상을 받은 산지니 책이 워낙 많다 보니 (에헴)

이번 포스팅에서는 문학 도서를,

다음 포스팅인 '산지니 어워드 3부'에서는 인문 도서를 다룰 예정입니다.


소개하는 순서는 글쓰는 사람 마음...이기도 합니다만, 대체로

가장 최근에 발표된 수상작부터 시작해 연초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1/ 날짜변경선, 편지 

세종도서 문학나눔 - 소설




올해의 문학나눔 소설 부문에서는 


유연희 작가님의 소설집 <날짜변경선>, 그리고 


정태규 작가님의 창작집 <편지>이 선정되었는데요.




<날짜변경선>은 바다 저편의 파랑(波浪)을 향해, 

육지의 지나온 기억들을 내려놓고 떠나는 뱃사람들의 이야기 입니다. 

김만중문학상을 받은 표제작을 비롯한 소설 7편이 실려 있어요.







해양소설을 쓰는 이유에 대해 유연희 작가님은 

"지금도 커다란 위험과 미지가 도사린, 생사를 기약할 수 없는 

바다로 뚜벅뚜벅 배를 타고 나가는 이들을 보면 

의문과 신비가 생깁니다."라고 말씀하셨어요.




날짜변경선 - 10점
유연희 지음/산지니


정태규 작가님의 창작집 <편지>는 

단편소설 8편과 콩트 6편으로 구성된 독특한 책입니다.



주소 없는 마음에 띄우는 애잔한 편지 한 장이 떠오르는 작가님의 문장들은 

싱싱한 생명력을 통해 루게릭병과의 사투에 굴하지 않는 

작가의 뜨거운 창작혼을 드러냅니다.


 







작품 중 ‘비원’은 말하는 능력을 점점 잃어가던 

지난해 여름, 구술을 통해 집필하신 것으로, 

루게릭병 진단을 받은 남자와 여자의 이야기입니다. 

경향신문에 "원망과 회한이 죽음의 공포를 버텨낼 만한 

강한 위안과 결심으로 굳어지는 과정을 그렸다."고 

소개되었지요.



편지 - 10점
정태규 지음/산지니


2/ 

2015년 부산작가상 - 소설




이병순 작가님의 첫 소설집인 <끌>은 2012년 <부산일보> 신춘문예 당선작인 표제작을 비롯해 총 7편의 단편으로 구성되었습니다. 슬리퍼, 창, 스마트폰 등 흔히 접할 수 있는 사물을 통해 일상에 나지막하게 깔려 있는 삶의 질문을 표면으로 끌어올리는 작품들이 모였는데요. 화려하진 않지만 묵묵히 자신의 삶을 가다듬어 나가는 인물과 소설 곳곳에 자리한 일상의 흔적은 독자들에게 공감과 더불어 문학의 의미, 삶의 가치를 생각하게 합니다.

올해 부산작가상 심사위원분들께서는 <끌>의 
"단정하고 야무진 문체와 안정감 있는 서사"에 주목하셨다고 합니다.

<끌>은 디자인 면에서도 돋보이는 책입니다. 권디자이너님께서 표지 후가공으로 무광청박을 처음 시도하신 책인데, 이병순 작가님도 무척 만족하셨다는 후문이~ :)


 - 10점
이병순 지음/산지니




3/ 레드 아일랜드 
부산국제영화제 북투필름 선정작


김유철 작가님의 <레드 아일랜드>는 해방 전후 시대에 대한 방대한 자료를 바탕으로 이데올로기가 지배하던 시대의 폭력과 상처를 가감 없이 보여주며 그 속에서 변해가는 사람들의 운명을 다루고 있습니다. 혼란스러운 시대 속에 놓인 인물들과 현실적인 구성을 통해 1948년 4월 3일 제주를 다시금 바라보는 이 소설은 10년의 자료조사를 바탕으로 쓰여진 탄탄한 장편입니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영화화에 적합한 컨텐츠를 선정해 영화인들에게 소개하는 '북투필름'에 선정한 이 작품. 제주도의 언론사 제민일보에서는 <레드 아일랜드>를 " 4·3이라는 역사적 사건을 단순히 소재로 다루는 것에 그치지 않고, 사건 속 인물들에게 집중해 시종일관 긴장감을 더한다."고 평했습니다.


레드 아일랜드 - 10점
김유철 지음/산지니


4/  번개와 천둥 

부산문화재단 우수지역출판도서





'소설 대암 이태준'이라는 부제가 있는 이 작품은 1910년대 몽골에서 독립운동과 의사로서 활동했던 대암 이태준을 조명하는 장편소설입니다. 이태준 선생님과 마찬가지로 함안이 고향이신 이규정 작가님께서는 몽골 울란바토르에 있는 이태준 기념공원을 방문하시고 나서 수년간 조사와 집필을 하셨다고 합니다. 먼 타지에서 자신의 본분을 묵묵히 다해낸 선생을 의사, 독립운동가, 신념을 가지고 시대를 살아낸 한 인간으로 그려내셨습니다.


국제신문에서는 "원숙하고 막힘 없는 문장이 역사소설의 매력을 한결 끌어올린다." 고 소개해 주셨어요.




번개와 천둥 - 10점
이규정 지음/산지니


5/ 아버지의 구두 
원종린 수필문학상


양민주 수필가의 첫 번째 수필집 <아버지의 구두>는 생을 바라보는 조화로운 시선과 같은 통찰로 자신이 경험한 삶의 조각들을 아름다운 문장으로 풀어낸 작품입니다. 저자는 육친에 대한 강렬한 그리움, 평상심을 잃지 않고 자연의 이법을 따르는 삶, 타인의 입장에서 세계를 바라보는 유연한 태도 등 자신만의 고아한 수필 세계를 이 책에서 마음껏 펼치고 있습니다.



<아버지의 구두>에는 범지 박정식 서예가의 아름다운 그림도 실려 있답니다. 풍부한 시적 감수성과 먹의 농담이 조화로워요.




아버지의 구두 - 10점
양민주 지음, 박정식 그림/산지니



6/ 만남의 방식 
제8회 백신애문학상


정인 작가의 세 번째 소설집 『만남의 방식』에서 우리 사회의 부조리, 그리고 그것이 형성한 고통과 치유의 서사는 단단한 결정을 이루어 뼈처럼 보석처럼 읽는 이의 마음을 붙듭니다. 고백과 폭로라는 구조를 통해 새로운 시작에 대한 전망을 조심스레 타진해온 정인 소설의 정통성은 이번 소설집에서도 오롯합니다. 8편의 소설마다 빠짐없이 존재하는 ‘나’들은 다양하게 변주된 학교폭력, 성폭력, 가족갈등 속에서 고백 혹은 폭로를 선택하며 숨겨진 의외성을 보여줍니다.







이 소설집을 통해 정인 작가님은 결국 "사람이 희망이다"라는 점을 말하고 싶으셨다고 합니다. 저자 인터뷰에서 발췌합니다:
"「만남의 방식」을 보면 ‘나’가 결국 자기 사촌을 수용하잖아요. 너는 나를 외면해도, 나는 내 마음 속에 너는 사촌이라는 의식이라는 가지고 있는 것을 말하고 싶었어요."



만남의 방식 - 10점
정인 지음/산지니




7/ 금정산을 보냈다 
2015년 원북원부산 도서



목록의 마지막은 처음부터 마음 속에 고이 점찍어두었던 주인공이라고 하죠.

<금정산을 보냈다>도 예외는 아닌 것 같습니다^^


산지니 시인선 001호이자 최영철 시인의 열 번째 시집.

출간되자마자 문학기자들이 '찜'한 책. 

부산 출판사에서 나온 책, 그리고 시집으로서는 첫 번째 원북원부산 도서! 


<금정산을 보냈다>는 강인한 생명력과 자연의 진정성을 발굴한 전작과 달리, 생성과 파멸, 환희와 비명이 교차하는 시편들로 어둠을 직면하는 시집입니다. 최영철 시인은 물질과 속도에 중독된 우리에게 마주해야 할 세계의 진면목은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질문을 던집니다.




최영철 시인에 대해, <금정산을 보냈다>를 담당한 온수입니까 편집자는 

"출판사에 올 때 빈손으로 오지 않는 시인, 그리고 언제나 헤어질 때는 막걸리 하자며 술 약속을 어김없이 하는 시인. 시인인가 출판인인가 가끔 헷갈리지만 그래도 그의 시를 읽으면 역시 시인이야! 하며 무릎을 치게 만드는 시인."이라 말했고


엘뤼에르 편집자는 "한동안 잊었던 시 읽는 맛을 다시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어요." 라며 

이 책을 '올해의 산지니 책'으로 추천하시더군요.


시집이 쓸모없다고 하지만, 시만이 할 수 있는 일. 

시가 아니면 금정산을 통째로 아들에게 보낼 수 없었겠지요.


새해를 시와 함꼐 시작해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금정산을 보냈다 (양장) - 10점
최영철 지음/산지니



독자 여러분, 미리 인사드립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산지니 어워드 3부에서 다시 뵙겠습니다~)


Posted by 비회원

 

조미형 소설집

『씽푸춘, 새벽 4시』

 

 

  등단 후 10여 년만에 출간되는 조미형 작가의 첫 번째 소설집 『씽푸춘, 새벽 4시』

 2006년 <국제신문> 신춘문예 당선작인 「다시 바다에 서다」와 신작 소설 「나비를 보다」와 「연지연 꽃이 피면」을 포함해 총 7편의 작품이 실려 있다. 지금부터 진한 삶의 농도를 가진 조미형 작가의 소설들을 만나보자.

 

 

 

 

 

 

 

 

비인간적인 사회의 논리 속에 갇힌 사람들


  이번 작품집에 수록된 단편소설들은 인물들의 희망이나 의지를 부질없는 것으로 나타낸다. 이는 자본주의적 풍경의 한 모습으로, 개인의 삶을 짓밟는 비정한 시장의 논리이자 힘의 지배다. 소설집의 표제작이기도 한 「씽푸춘, 새벽 4시」는 이를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이다. 주인공 ‘나’는 사업 실패 후 중국 통링에서 생가죽 무두일을 하며 사채업자 장두목에게 시달리는 빚의 노예가 된다. 사랑하는 아내는 사채업자에게 끌려가 고초를 당해 죽음을 맞지만 ‘나’는 이를 현실로 인정하지 못한다. 아내의 약값과 고향으로 돌아가는 비용을 마련하기 위한 행동은 ‘나’를 더 깊은 수렁으로 몰고 간다.

 

  장 두목이 쓰러진 내 얼굴을 발로 짓이겼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는지 덜커덩거리는 창문 소리만 났다. 다행히도 두 개의 눈알은 제자리에 있었다. 왼쪽 무릎에 뭉개진 양파가 들러붙어 있는 느낌이었다. (…) 나는 은근히 장 두목의 쌍칼을 기다리고 있었다. 통링에서 더 이상 살고 싶지 않았다. 토함산 자락, 아름드리 소나무로 둘러싸인 고향 집에 가고 싶었다. 살아서 돌아갈 수 없다면 죽어서라도 가리라 마음먹고 있었던 터였다. 꿈길에서 본 고향 집이 자꾸만 눈앞에 아른거린다. (65쪽)

 

「씽푸춘, 새벽 4시」가 냉혹한 세계 속에서 폭력, 착취로 얼룩진 개인의 고통을 보여준다면 「나비를 보다」는 도시를 구성하는 비인간적 시스템에 개인의 희생을 강요당하는 모습을 그려낸다. 도시철도 기관사인 주인공 ‘나’는 도시의 정확한 시간을 지키기 위해 매일 초 단위로 시간에 신경을 쓰며 하루의 대부분을 지하에서 보낸다. 이러한 주인공의 일상은 살아 있는 도시를 만드는 하나의 부속품으로 작용하지만 정작 개인의 삶은 무기력 속으로 빠지게 된다.

 

  직속 관리자인 팀장은 바뀐 운행스케줄에 대해서 언급조차 없이 안전운행만을 강조했다. (…)“도시 철도는 사람의 혈관과 같은 역할을 하지 않습니까. 누군가의 실수로 흐름에 문제가 생기면 도시 전체가 마비된다는 걸 잊어서는 안 됩니다. 괜히 졸다가 나비를 봤네, 어쨌네 하지 말고, 신속 정확하게 도착과 출발에 신경 쓰도록!”
팀장은 턱을 내밀고 주먹을 불끈 들어 보이며 소리쳤다. (144쪽)


  기관사의 기계적인 삶은 동료인 예비신랑 윤이 없어진 시점부터 점차 균열이 일어난다. 돌발승객으로 인해 열차가 지연되고, 안구건조와 피로 누적으로 전동차는 정차 위치를 벗어났으며, 출발하려는 순간 날아오른 신문지를 사람으로 오인해 ‘나’는 비상 브레이크를 당긴다. 1초의 오차도 허용되지 않던 주인공의 삶에 이러한 균열은 공공성의 힘에 눌려 있었던 개인의 상처를 발견하고 이를 극복하고자 하는 의지와 자유를 일으켜 세운다.

 

 

 

사랑이라는 미망과 착각에 빠지다

 

  「씽푸춘, 새벽 4시」와 「나비를 보다」에서 보인 냉혹한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랑은 우리를 구원해주는 것일까? 이에 대해「다시 바다에 서다」와 「잉커송」 두 작품은 사랑의 실체와 마주하면서 암울한 사회에서 사랑은 도구로 쓰일 뿐 아무런 힘을 가지지 못함을 보여준다.

 

  그의 시선이 커다랗게 일그러지며 내 얼굴에 꽂힌다. 그의 목소리는 다급했다. 하지만 당황한 것은 오히려 나였다. 산소마스크를 끼고 의식불명 상태로 누워 있어야 할 그였다.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출렁이는 바다 위에 서 있는 듯 다리가 후들거렸다. (36~37쪽)

 

  「다시 바다에 서다」는 외화 번역자인 정미아와 신인 영화배우이자 전직 카레이서 배우 신제민의 만남에서부터 시작한다. 사람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는 정미아에게 타인과 관계를 맺어야 하는 사회생활은 몹시 불편한 일이다. 그래서 “선택한 공간은 가상의 공간”으로 회화 번역을 하며 이름에 특별한 의미가 없는 영화 속 가상의 인물들만 만난다. 그런 정미아에게 제민은 자신의 이름을 기억하고 능력을 알아봐준 사람이다. “관계를 규정지을 만한 단어가 없”는 사이라는 사실이 당혹스럽지만, 미아는 제민이 자신의 현실 안으로 들어온 사람이라 생각한다. 이후 제민이 영화 촬영 중 사고로 혼수상태에 빠지고, 미아는 지독한 불면증을 앓기 시작한다. 제민의 사고 장면이 담긴 영화가 개봉을 하고 이를 본 미아는 제민에 대한 그리움을 참을 수 없어 우여곡절 끝에 그의 병실에 들어서게 되고, 그녀는 자신의 사랑의 실체와 마주하게 된다.

  “연수야!”
  둔탁한 소리와 동시에 기수가 눈 위를 구르더니 곧 눈앞에서 사라졌다. 그때 무언가 내 시선을 사로잡았다. 두 팔을 벌린 것처럼 서 있는 소나무 한 그루, 잉커송이었다. 그 나무가 나를 향하여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고 있었다. (241쪽)


  「잉커송」에서는 프리랜서 사진작가인 주인공에게 하룻밤을 즐겼던 클럽 매니저 박기수와의 인연이 엉뚱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아버지가 위독하단 소식을 듣고 귀국한 그녀 앞에 기수가 여동생 연수의 약혼자로 등장한 것이다. 연수는 기수와 함께 상하이에서 사업을 하겠다며 떠나고, 아버지는 곧 죽음을 맞이한다. 이후 연수를 찾아 중국으로 넘어가 그곳에서 동생 연수가 맞닥뜨린 잔인한 현실들을 알게 된다. 연수가 갔다던 황산의 정상에 올랐을 때 비로소 동생의 진짜 행방을 알게 되면서 소설은 대미를 보인다. 동생 연수에게 행복한 세계를 열어줄 것 같았던 사랑은 전혀 다른 현실을 보여주고, 그런 동생의 삶을 마주해야 하는 주인공 앞에도 결국 황폐한 세계만이 남아 있다. 언니인 주인공의 시선으로 “사랑은 애당초 없는 것”임을 깨달은 연수의 삶을 따라가면서 서서히 드러나는 이기적인 세계의 모습은 이 소설에서 가장 주목할 만하다.

 

 

 

냉혹한 세계를 견디는 버팀목, 가족


  조미형의 소설에서 개인적인 영역은 공적 영역에 억압되어 매우 불안한 상태로 묘사된다. 「스노우 트리」의 아버지는 어린 자식을 방치하고, 「우리끼리 안녕」에서 부모는 가끔 전화해 돈을 부쳐달라고 하거나 폭력을 행사하는 모습으로 그려진다. 이처럼 작가는 불안한 상태의 사적 영역으로 가족을 그려내고 있다. 하지만 흥미로운 점은 이를 극복하고 비정한 사회를 견뎌낼 유일한 방법으로도 ‘가족’을 지목한다는 것이다.

 

  무휘는 연의 손을 잡았다. 작고 여린 손이 그의 손안에 들어왔다. 지난 세월 그토록 다짐했던 각오가 부질없음을 알았다. 전쟁을 끝내고 버드네에서 연을 안해로 맞아 부부로 살아가리라 소원했다. (200~201쪽)


 「연지연 꽃이 피면」에서 가야 최고의 칼잡이 무휘는 철을 다루는 기술을 빼앗으려는 왜의 공격이 빗발치는 난국 속에서 단 하나의 소원으로 연을 “안해로 맞아 부부로 살아가”는 것이라고 말한다. 또한 「우리끼리 안녕」에서는 교실을 박차고 나온 아이들이 용감하게 세상과 대면하는 장면을 통해 가족의 가치를 생각해볼 수 있다. 소설은 억압된 가족 질서에 비판적이지만 친구 일오의 “그럼 우리 셋이 가족이 되는 거지. 멋진 가족이 될 거야.”라는 말처럼 공감과 신뢰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가족을 모색한다. 또한 소박한 행복을 누리는 가족이라는 집단은 냉혹한 세계를 견디는 버팀목이 된다.

  “류지, 형 보러 갈 거야?”
  “가야지. 언젠가는…….”
  주머니 속 휴대전화를 만지작거렸다. 형은 내 옆에 있다. 나는 세이초에 말했다.
  “형이 사진을 하려나 봐.”
  세이초는 말없이 내 어깨를 툭 치며 씨익 웃었다. 횡단보도 앞에 섰다. 편의점이 보인다. 뽀얀 김이 서린 유리창 너머 형광등 불빛에 편의점 안이 따뜻하게 보인다. 빨간 신호등이 졸립다는 듯 깜박인다. 나는 형의 휴대전화를 꺼내 눈에 푹 파묻힌 거리에 초점을 맞춘다. (106쪽)

 

  「스노우 트리」에서 스노우 트리에 집착했던 아버지는 어머니가 병으로 돌아가시자 슬픔을 참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자식에 대한 의무감보다 스노우 트리가 먼저였던 아버지, 아내를 잃은 슬픔으로 삶을 이어갈 수 없었던 남자. 주인공 류지현에게 그런 아버지의 존재는 비겁한 겁쟁이이자 아픈 상처로 남아 있다. 하지만 소설 말미에 우연히 건네받은 형의 휴대전화를 만지작거리고, 따뜻한 편의점 안을 들여다보는 나를 통해 가족이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한다.

 

 


 


 

            씽푸춘, 새벽 4시

     

  조미형 지음 | 소설 | 국판 272 | 13,000

  2015년 12월 21일 출간 | 978-89-98079-11-6 03810

 

 소설집 『씽푸춘, 새벽 4시』는 2006년 <국제신문> 신춘문예 당선작인 「다시 바다에 서다」를 비롯해 7편의 작품이 실려 있다. 조미형 작가는 이번 소설집을 통해 삶의 심연을 드러내고 그 수렁을 건너는 것이 무엇으로 가능한지 탐문한다. 잔인한 시장논리가 사회를 떠받들고, 비인간적인 시스템이 도시를 지탱하는 냉혹한 세계를 불면증, 가려움, 편두통 등 인물들이 겪는 고통의 증상과 삶의 다기한 모습으로 그려낸다. 더불어 이번 작품집에는 신작 소설 「나비를 보다」와 「연지연 꽃이 피면」을 포함해 등단 이후 10여 년 동안 구축해온 조미형 작가의 다양한 작품세계를 만나볼 수 있다.

 

 

 

 

 

 

 

 

 

씽푸춘, 새벽 4시 - 10점
조미형 지음/해피북미디어

 

Posted by 비회원

  제11회 서울와우북페스티벌

 

 

 

 

홍대 거리에서 펼쳐진 책 잔치 

 너도 한 번 가보지 않을래?

 

출판사 직원들이 친절하게

책 소개도 해준단다

 

 

 

 

 

오오 보인다 보여. 서울와우북페스티벌 현수막이!

 

홍대 상상마당 들어가는 입구부터 쭉 늘어진 천막에

각 출판사의 이름을 알리는 깃발이 가을바람에 펄럭이네요.

 

책 뭐 어디서나 살 수 있지 하겠지만

제 생각에 서울와우북페스티벌의 거리도서전의 매력은

책 만들고 홍보하는 출판사 직원들에게

직접 책 소개를 받으며 책을 구매할 수 있다는 점 같아요.

 

어떤 책을 사야 할지 모른다면 일단 와서 끌리는 부스에 들어가 아무 책이나 짚으시면 돼요. 그러면 출판사 직원분들이 그 책에 대해 누구보다 알기 쉽게 설명해 주니까요.

 

 

 

 

 

 


일반 독자가 대부분이지만 출판사 SNS을 통해 온라인으로 친해진 독자들이

부스를 방문해 출판사 직원들과 인사 나누는 걸 보고 놀랐어요.

이제 출판사가 책만 만드는 게 아니라 독자에게 찾아가는 서비스,

 책을 골라주는 서비스가 확대되고 있는 것 같아요.

여하튼 부럽고 기분 좋은 풍경이었습니다.


 그러나 아직 첫날이라 사람들이 많지 않았어요.

 

내일 주말은 와글와글하겠지요.

 

 

 

 

 

 산지니는 F 구역

 

산지니는 독립된 부스가 없지만 인문사회과학출판인협의회에 가입되어 있어

여기를 통해 책 판매를 하고 있어요. 그리고 저기 보이네요. 산지니 로고... 저걸 찍기 위해 이 사진을 찍었는데 이것도 숨은그림찾기가 된 것 같네요.

F 구역에 있으니 참을성을 가지고 쭉쭉 내려와 주세요:)

 

 

 

 

 

드디어 나왔네요!

 

숨은그림 찾으셨나요? 『페교, 문화로 열리다』와 『모녀 5세대』입니다.

『모녀 5세대』는 이달의 청소년권장도서로 뽑히기도 했지요. 

좋은 책은 자신을 알아주는 독자를 데려오지만 

주목조차 못 받는 책이 수두룩하지요. 

이렇게라도 조금씩 주목받았으면 좋겠네요.

 

그밖에 『폭력』, 『기후변화와 신사회계약』, 『배낭에 문화를 담다』,『중국영화의 열광적 황금기』, 『지중해 문화를 걷다』가 있으니 많이 찾아주세요.

 

 

 

 

 

이번 와우북페스티벌에 재미난 이벤트<르 지라시> 와우북페스티벌 특별판

<르 지라시>특별판에서는 여덟 개 출판사의 재미난 자사광고가 실려 있습니다. 여기 광고를 낸 출판사를 방문하고 광고 공란에 스탬프를 받으시면 됩니다. 이 스탬프를 모두 받으신 분께는 특별한 상품이 있다고 하네요. 저도 뒤늦게 받아 방문은 했는데 스탬프를 놓쳤네요. 그래도 하나 받았어요^^

 

 

가을은 책 읽기 좋다는 말 옛말이지요.

날씨가 좋아 집에 있으면 괜스레 죄짓는 느낌까지 듭니다. 저만 그런가요. 저는 워낙 집에 있는 걸 좋아해서^^;; 친구, 연인 혹은 가족들과 거리에 나와 책 만드는 사람들과 이야기하면서 책을 읽고 느끼고 만지는 경험 어떤가요.

 

그리고 집에 오는 길 바람이 살랑 책장을 넘겨 줄게요

(오글오글:)

 

제11회 서울와우북페스티벌 http://wowbookfest.com/

 

 

Posted by 동글동글봄

안녕하세요, 산지니입니다. 

어느새 6월의 마지막 금요일입니다. 

이제 한해의 반이 지났는데, 독자 분들은 어떻게 지내고 계시나요? 

저희 산지니에는 아침부터 좋은 소식이 들려와 더욱 즐거운 하루가 되었습니다.


바로 2015 세종도서 우수 학술도서에

『한국 근대 서화의 생산과 유통』이 선정되었다는 소식이었어요. 

저자 이성혜 교수님, 축하드립니다! 



그럼, 잠깐 책 소개를 드릴까요?





한국 근대 서화의 생산과 유통

이성혜 지음 | 국판 양장 | 301쪽 | 25,000원

2014년 12월 24일 출간 

978-89-98079-08-6 93600

왕실과 양반계급 내에서 생산되고 유통되던 서화는 어떻게 대중적 문화상품이 되었을까? 저자 이성혜 교수는 근대 전환기 신문과 잡지를 살펴 조선시대부터 일제 시기까지 국내 서화계의 변화를 실증적으로 규명한다. 근대국가 체제로의 전환과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서화가들이 어떻게 생존을 모색했는지 엿볼 수 있다.

 

보다 자세한 소개는 여기!


올해 세종도서 학술부문에서

『한국 근대 서화의 생산과 유통』가 속한 예술 부문에서는 총 20 종이,

학술부문 전체에서는 총 320종이 선정되었습니다. 

2015년 세종도서 학술부문 선정도서 목록은 여기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세종도서는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인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에서 

출판산업 진흥 및 독서문화 향상을 위하여 실시하고 있습니다. 

상반기 학술, 하반기 문학 및 교양 분야로 나눠 

총 1천200종의 우수도서를 선정해 

구매(종당 1천만원 한도)와 공공복지시설 공급 등을 지원하는 사업입니다. 



저자 이성혜 부산대 교수님께서는 조선후기 서화가의 삶과 예술에 골몰하여 

2000년도 초부터 서화가들에 대한 책을 내신 바가 있고 

(『조선의 화가 조희룡』과 『차산 배전 연구』) ,

이들 조선후기 서화가들이 중세가 해체된 근대전환기에 

어떻게 자신의 존재를 입증하며 경제적 문제를 해결했는지에 대한 관심으로 

이 책에 실린 연구를 진행하셨습니다.

 

최근에는 조선후기 역관들의 근대전환기 행방을 쫒는 연구를 하고 계신데,

얼마 전 역관 출신의 계몽지식인, 유원표의 정치소설 『몽견제갈량夢見諸葛亮』을 

번역해 펴내시기도 하셨죠. 


『제갈량과 20세기 동양적 혁명을 논하다』(책소개)



앞으로도 깊이 있는 연구와 탄탄한 집필 활동을 이어나가시길 응원합다 :) 


한국 근대 서화의 생산과 유통 - 10점
이성혜 지음/해피북미디어


Posted by 비회원

현직수사관의 실화소설


죄의


재구성






우리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던 사건들

그때 그 사건을 소설을 통해 돌아본다

사기, 강도, 살인, 폭행 등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 주변에는 수많은 사건사고들이 연일 발생하고 있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공포와 위협으로부터 안전해지고자 하는 욕구를 지니고 있는데, 이를 두고 심리학자 매슬로는 ‘안전의 욕구’라 정의했다. 도처에 널린 수많은 사건 해결을 위해 지금도 형사들은 종횡무진 활약하고 있다. 실화소설 『범죄의 재구성』은 이러한 형사들의 활약상을 다룬 범죄소설로서, 실제 형사가 직접 이야기를 풀어냈다는 점에서 가치를 지닌다. 현직 수사관인 곽명달 동래경찰서장이 그간 강력계 형사로 근무하면서 겪었던 실제 이야기들 중 사회에서 주목받았던 사건들을 소설로 재가공했다. 더불어 저자는 과거의 사건을 반면교사 삼아 화재사건 시 대피 요령, 납치․유괴 성폭행 예방, 피해회복에 도움이 되는 각종 제도 등 시민들이 겪을 수 있는 각종 사건사고의 대처법과 범죄 예방법에 대해서도 자세하게 다루고 있다.



현직 수사관이 밝히는 강력계 형사들의 생활상

또 차량 방화 사건이 발생했다. 비상근무를 비웃기라도 하듯 차량 연쇄 방화 사건은 20일째 계속되고 있었다. (…) 연일 잠복근무였다. 강력팀 전원은 범행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은 장소에 차를 세워놓고 비좁은 차 안에서 밀려오는 졸음을 쫓았다. 그렇게 윙윙거리는 무전기 소리에 귀를 기울이다 어느 순간 얼핏 잠이 들면 범인을 쫒는 꿈을 꾸기 예사였다. 식사를 하거나 잠시 커피를 마시는 휴식시간에 범인을 잡은 꿈 이야기를 펼치는 것이 그들의 유일한 낙이 되어버렸다. _「도깨비불」, 146-147쪽.

현직 수사관인 곽명달 저자가 근무하는 도시 부산은 과거 잇따른 세 건의 대형 화재 참사로 ‘불의 도시’라는 오명을 뒤집어쓴 바 있다. 저자는 안전불감증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우리 사회의 부끄러운 자화상이 드러난 참사라며 당시를 회고했다. 소설 속 강력팀이 방화범을 잡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장면에 이어 부산 중구 국제시장에 위치한 가나다라 실내사격장에서 발생한 화재, 서면 노래방에서 출구를 찾지 못해 많은 사람들이 희생당한 일들을 곁들여 안전불감증의 심각성을 경고한 것이다. 방화범이 고의로 방화를 저지른 경우도 있으나, 가나다라 실내사격장 사건과 서면 노래방 사건과 같이 화재발생 초기에 잘 대처했더라면 많은 인명피해를 줄일 수 있는 사건이 대다수여서 저자는 더욱 안타까워한다. 또한 특수 콘택트렌즈와 특수인쇄를 통해 사기도박을 벌인 일당들을 검거한 일화, 시민들이 쉽게 당하기 쉬운 자동차 보험사기사건 등 다양한 실제 사례를 통해 다양한 범죄 사건들을 소설로 흥미롭게 재구성하였다.



완전범죄는 없다!

사건을 통해 살펴본 우리 사회의 현주소

이 책은 총 17건의 사건을 통해 우리 사회의 범죄 현황을 되짚어본다. 현대사회가 다변화될수록 범죄양상 또한 치정과 돈, 권력다툼 등 다양한 문제로 변화하는데, 경찰이 우연찮게 사건의 실마리를 발견해 해결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13년간 미제 사건으로 남아 수사팀의 집념과 과학수사의 발전으로 해결하게 된 사건도 존재한다. 범죄자들의 사연은 그 하나하나가 마치 소설처럼 극적인데, 이 이야기들이 실화를 바탕으로 재구성되었다는 점에 비추어봤을 때 그 충격은 더욱 크다 할 수 있다. 트랜스젠더, 유흥주점 종업원, 조직폭력배, 고아 등 우리 사회에는 다양한 이유로 사회에서 내동댕이쳐진 이들이 많다. 이렇게 소외된 이들의 삶을 이 책은 잘 포착하고 있다. 따라서 『범죄의 재구성』을 통해 그들의 삶을 이해하는 한편, 일반 시민들이 범죄로부터 안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글쓴이 : 곽명달

경북 영양 출생. 동의대학교 법학과 및 동대학원 (법학석사) 졸업. 1977년 순경 경찰 입문. 1988년 경위 강력팀장, 형사팀장. 1997년 경감 형사계장, 형사기동대장, 기동수사대장. 2003년 경정 형사과장, 강력계장, 광수대장. 2011년 총경 남해경찰서장, 부산진경찰서장, 부산경찰청 감사담당관. 2014년 부산 동래경찰서장으로 재직.

2001년 대통령 표창. 2007년 제44회 눌원문화상 (치안부분) 수상. 2008년 부산일보 주관 무궁화봉사왕 심사위원. 2011년 제23회 남해군민대상 수상자 심사위원.



『범죄의 재구성』-현직수사관의 실화소설

곽명달 지음 | 소설 | 국판 | 248쪽 | 13,000원

2014년 12월 19일 출간 | ISBN : 978-89-98079-07-9 03810


현직수사관의 실화소설. 형사들의 활약상을 다룬 범죄소설로서, 실제 형사가 직접 이야기를 풀어냈다는 점에서 가치를 지닌다. 현직 수사관인 곽명달 동래경찰서장이 그간 강력계 형사로 근무하면서 겪었던 실제 이야기들 중 사회에서 주목받았던 사건들을 소설로 재가공했다. 더불어 저자는 과거의 사건을 반면교사 삼아 화재사건 시 대피 요령, 납치.유괴 성폭행 예방, 피해회복에 도움이 되는 각종 제도 등 시민들이 겪을 수 있는 각종 사건사고의 대처법과 범죄 예방법에 대해서도 자세하게 다루고 있다.


차례

더보기


범죄의 재구성 - 10점
곽명달 지음/해피북미디어


Posted by 비회원


▲ 1920년대 최고의 서화가였던 해강 김규진(1868~1933)이 그린 산수화 대작인 금강산만물초승경도. 창덕궁 희정당을 장식하고 있는 궁중벽화다. 부산일보 DB


조선 후기 서화가의 삶과 예술을 연구해 온 이성혜 부산대 한문학과 강의교수가 새로운 성과물을 내놓았다.


시문에 뛰어났고 서화에도 능했던 조희룡을 다룬 '조선의 화가 조희룡', 김해에 뿌리를 둔 범상치 않은 문인 서화가였지만 제대로 조명받지 못했던 불우한 화가 배전을 소개한 '차산 배전 연구'에 이어 최근 '한국 근대 서화의 생산과 유통'(해피북미디어)을 펴낸 것이다. 

책은 '생산과 유통'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왕실과 양반의 전유물이던 서화가 어떻게 대중적인 문화상품으로 변모했는지를 추적한다. 

조선 후기 양반의 전유물이던 서화 
기성품으로 대중화되는 과정 조명 
주체성 잃은 일제강점 암흑기 회고


조선 시대에는 화원(畵員)과 사자관(寫字官)이 기능으로서의 서화를 주로 담당했고, 예술로서의 서화는 문인서화가로 불리는 양반이 주로 맡았다는 데 먼저 주목한다.

한국 근대 서화의 생산과 유통 / 이성혜
하지만 후기로 오면서 서화 취미가 경화세족을 중심으로 양반 사회에서 크게 유행한 데다 중인과 서민에게까지 확산하면서 생산과 유통에 일대 변화가 나타난다. 첫째 서화가 주문으로 제작되는 상품이 되었고, 둘째 기성품으로서의 서화를 상설 판매하는 공간인 서화포가 등장했으며, 셋째 서화를 원매자와 구매자 사이에서 중개하여 판매하는 중개상이 나타나면서 상품화 및 대중화의 길을 걷게 되었다는 것이다. 

책은 갑오개혁 이후 근대 전환기에 와서는 신식 연활자 인쇄술과 석판 인쇄술의 도입으로 서화 관련 책이 대량 보급되었고, 서화에 대한 근대 매체의 관심이 크게 높아지면서 일반의 인식도 저변화 된 데다 서화가 학교 교과목으로까지 채택되는 등 상품화 대중화에 날개를 달게 되었다고 분석한다.

'조선 미술 부흥의 신운동'이라 언론에서 부를 만큼 서화가 인기를 누렸지만 일제 강점기를 맞아 주체성을 잃은 채 식민화의 그늘에 들어서는 등 엇갈린 명암도 고찰하고 있다.


임성원 기자부산일보ㅣ2014-12-29

원문 읽기: http://news20.busan.com/controller/newsController.jsp?newsId=20141229000052

한국 근대 서화의 생산과 유통 - 10점
이성혜 지음/해피북미디어



Posted by 비회원

한국 근대 서화의 생산과 유통/이성혜 지음/해피북미디어/301쪽/2만 5000원

요즘 그림·글씨를 포함한 미술품을 팔고 사는 시장과 공간은 도처에 수두룩하다. 인터넷에선 그림이며 미술 작품을 팔고 사는 거래가 붐을 이룬다. 그런데 이 땅의 미술품 거래 역사, 이른바 상품으로서의 미술이 등장한 건 100여년 역사에 불과하다.


‘한국 근대 서화의 생산과 유통’은 그 상품 미술의 역사를 들춰냈다. 조선시대, 특히 조선 전기 극도로 제한됐던 미술품, 즉 서화의 생산과 유통이 어떻게 대중화되고 상품화됐는지를 추적해 흥미롭다. 널리 알려진 대로 조선시대 서화를 만들어내고 향유한 건 직업화가인 화원과 양반가 사대부들에 국한됐다. 도화원 소속인 화원(畵員)과 사자관(寫字官)은 지극히 기능적인 생산만 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안견이 안평대군의 명을 받아 몽유도원도를 그린 사례가 대표적이다.

사대부들이 즐겼던 서화도 그냥 즐기고 선물하는 향유 차원에 머물렀고 대중들과는 거리가 멀었다. 글씨로 유명했던 문인 김구라는 사람은 자신의 글씨가 매매의 대상이 됐다는 소식에 수치심을 못 이겨 절필했다고 한다. 하지만 조선 후기 들어 양상은 엄청나게 바뀌었다. 도화원 폐지와 중국 서적 수입이라는 문화현상이 큰 원인이었다. 서화예술이 서울 양반 문벌을 중심으로 크게 유행했고 부를 획득한 중인·서민들 사이에서도 대중화됐다고 한다. 매매 중개인이 등장하는가 하면 서울 광통교 부근에는 서화를 판매하는 서화포도 생겼다. 주문생산과 대량생산 단계에 든 것이다. 책에는 도화원 폐지로 먹고살기가 힘들어진 직업 화가들의 생활상이 비중 있게 포개진다.

저자는 결국 한국 미술 대중화가 신분사회가 해체된 근대 전환기의 생존 방편 중 하나였음에 주목한다. 그 연장선상에서 일제강점기 경제적 어려움을 겪은 서화가들의 애환과 한국 서화에 미친 영향도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김성호서울신문ㅣ2014-12-27

원문 읽기: http://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141227018001





한국 근대 서화의 생산과 유통 - 10점
이성혜 지음/해피북미디어


Posted by 비회원

예술문화총서 04


한국 근대 서화의 생산과 유통



왕실 위한 기능품·사대부의 취미이던 서화, 대중이 향유하는 문화상품이 되다

왕실과 양반계급 내에서 생산되고 유통되던 서화는 어떻게 대중적 문화상품이 되었을까? 『저자 이성혜 교수는 근대 전환기 신문과 잡지를 살펴 조선시대부터 일제 시기까지 국내 서화계의 변화를 실증적으로 규명한다.

조선시대의 서화는 관에 소속된 서화가들이 왕실의 주문을 받아 제작하거나, 사대부 양반들이 여기(餘技) 활동으로 만들어 지인들에게 증여하였다. 하지만 직업화가인 화원을 관리했던 국가기관 도화서가 공식적으로 폐지되면서 서화가는 권력으로부터 해방되었으며, 신분제의 해체로 양반 문인서화가 또한 증발하였다. 이로써 서화가는 생계를 오직 자신이 해결해야 하게 되었고, 서화는 대중들 또한 비용을 지불하고 향유하는 ‘상품’으로 거듭난다. 근대국가 체제로의 전환과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서화가들이 어떻게 생존을 모색했는지 엿볼 수 있는 이 책은 한국 서화의 특수성을 파악하는 데 도움을 주는 중요한 자료가 될 것이다.


양반 계층의 전유물이 기성품이 되기까지

조선시대에는 화원(畵員)과 사자관(寫字官)이 기능으로서의 서화를 주로 담당했고, 예술로서의 서화는 문인서화가로 불리는 양반이 맡았다. 안평대군의 명을 받아 <몽유도원도>를 그린 안견도 타인의 감흥을 대신 그려주는 기능인이었다. 반면 사대부 사이에서는 서화를 취미로 삼고 벗이나 지인에게 작품을 증여하는 방식이 주를 이뤘다. 글씨가 유명했던 문인 김구는 자신의 글씨가 매매 대상이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수치심을 느껴 다시는 글씨를 쓰지 않았다고 한다. 이처럼 조선전기의 서화는 대중들과 거리가 멀었다.

그러나 후기로 오면서 서화예술은 서울의 양반 문벌을 중심으로 크게 유행했다. 이는 중국 서적을 수집하던 문화현상의 연장이었다. 그리고 중인과 서민들이 상업경제의 발달로 부를 획득하면서, 서화는 점차 대중화되기 시작했다. 서화를 매매하는 중개인도 등장했으며, 서울 광통교 부근에는 서화를 판매하는 서화포도 생겼다. 증여를 위한 서화 생산이 없어진 것은 아니지만, 이제 서화는 주문생산 또는 대량생산되기에 이른다.

김명국은 도화서 화원이면서 개인적으로 그림을 주문받아 그렸다. 도화서 화원은 정규적인 녹을 받는 것이 아니어서 그들의 생활은 넉넉하지 않았으며, 개인적인 주문 제작에도 제재를 받지 않았을 것이다. 관의 요구가 있을 때는 이에 응하여 일정한 보상을 받지만, 그렇지 않은 때에는 스스로 생계를 해결해야 했던 것이다. 지옥도를 특히 잘 그렸던 김명국은 사찰의 승려들에게 많은 그림 주문을 받았을 것으로 판단된다.

_본문 43~44쪽


광통교 그림 시장에서 팔린 속화는 앞에서 언급했다시피 특정한 주제 혹은 제재를 반복한 것이었으니, 이것의 감상 방식은 서울 거주민의 일상과 밀접한 관계가 있었을 것이다. 즉 이런 그림들은 집안의 장식물로 감상되었던 것이다.

_본문 54쪽


근대 전환기 서화가의 생존 방법 모색

민간 서화가 양성 기구 출현과 작품 판매

조선시대 왕실과 사대부 사회의 배경을 상실한 서화가들은 여러 방면으로 생존을 도모했다. 먼저, 민간 서화가들이 중심이 된 서화가 양성 기구와 서화가 조직의 출현은 서화 생산․소비자의 폭을 넓혔다. 조선시대와 달리 근대 전환기의 민간 서화 교육기관에서는 학생을 신분에 관계없이 공개적으로 선발했다. 서화가 김규진이 자신의 호를 내건 해강서화연구회는 1918년에 실력이 인정된 회원에게 수업증을 수여하였는데, 1회 수업인원은 조선인·일본인·남자·여자를 포함했다.

또한 서화가들은 개인 및 그룹전을 열어 서화의 대중화를 꾀하고 작품을 판매하였다. 무료로 입장할 수 있는 경우도 있었고, 주최 모임에서 회비를 받고 출품된 작품을 한 점씩 주는 판매 목적의 전람회도 있었다. 전람회라는 행사 자체도 전근대시기에는 상상도 하지 못한 현상이었지만, 이름난 서화가들이 모여 주최한 휘호회는 당시 신문에서 명명했듯이 ‘조선미술부흥의 신운동’이라 할 만하다. 즉석으로 작품을 제작해 참석자에게 증정한 이 행사는 큰 인기를 얻었다.

낮 12시경에 (…) 이미 사람으로 가득했고, 서화가들은 사람과 종이 속에 묻혀 땀을 흘리며 쉴 틈도 없이 붓을 휘둘렀고, 서화재료는 서화가의 앞마다 산과 같이 쌓였으며, 오후 7시가 지나도록 서화가는 붓을 놓지 못했다고 한다.

_본문 104쪽


한국 서화에 드리워진 일본 식민의 그늘

일제 시기, 한국 서화 역시 일본 식민에 자유로울 수 없었다. 1922년부터 총독부가 주도한 조선미술전람회는 한국 서화를 좌지우지하면서 한국 서화의 주체성을 사라지게 했다. 미술계 신인 등용의 핵심적인 역할을 한 이 전람회의 심사위원단은 11회부터 모두 일본인으로 구성되었다. 일본인에게 한국적인 것을 평가하게 하여 한국 근대 미술의 식민화를 촉진한 것이다.

서화가들은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일제와 친일 관료의 권력을 이용해야 했다. 이 부분이 한국 근대 서화 발전에 아쉬운 부분이기도 하다. 저자는 근대성과 함께 드리워진 일제 시기 식민의 그늘이 한국 근대 서화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밝히고자 하였다.



글쓴이 : 이성혜

부산대학교 한문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현재 부산대학교 한문학과 강의교수로 근무하고 있다. 연구 초기, 조선후기 서화가의 삶과 예술에 골몰하여 그 결과물을 조선의 화가 조희룡(한길아트, 2005)으로 출간하였으며, 부산 김해에 뿌리를 둔 범상치 않은 문인서화가, 그러나 제대로 조명되지 못한 불우한 화가 배전을 고찰한 차산 배전 연구(보고사, 2002)도 출간하였다.

이후, 이들 조선후기 서화가들이 중세가 해체된 근대전환기에 어떻게 자신의 존재를 입증하며 경제적 문제를 해결했는지에 대한 관심으로‘근대전환기 서화의 생산과 유통’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였다. 그 결과물이 곧 이 책이다. 최근에는, 조선후기 역관들의 근대전환기 행방을 쫒고 있다. 근대전환기 역관들의 행방은 아마도 한국의 근대와 그 성격 및 이를 둘러싼 상황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 것이다. 이를 정치·사회·문화를 포함하는 지성사의 관점에서 연구하고 있다.


차례


더보기






한국 근대 서화의 생산과 유통

이성혜 지음 | 학술 | 국판 양장 | 301쪽 | 25,000원

2014년 12월 24일 출간 | ISBN : 978-89-98079-08-6 93600

왕실과 양반계급 내에서 생산되고 유통되던 서화는 어떻게 대중적 문화상품이 되었을까? 저자 이성혜 교수는 근대 전환기 신문과 잡지를 살펴 조선시대부터 일제 시기까지 국내 서화계의 변화를 실증적으로 규명한다. 근대국가 체제로의 전환과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서화가들이 어떻게 생존을 모색했는지 엿볼 수 있다.



한국 근대 서화의 생산과 유통 - 10점
이성혜 지음/해피북미디어


Posted by 비회원

중앙일보의 12월 27일자 '책 속으로' 지면에서 여러 필자들이 각자 '올해의 책'을 꼽았습니다. 셰프이자 음식 칼럼니스트인 박찬일 씨는 『북양어장 가는 길』을 소개해 주셨습니다.


2014년의 마지막 ‘책 속으로’ 지면입니다. 한 해를 마감하며 우리 사회 다양한 분야의 다독가(多讀家) 8인이 추천하는 책을 모아봤습니다. 여기 소개된 책은 베스트셀러나 출판계를 뒤흔든 대작은 아닐지 모릅니다. 하지만 한 개인의 마음에 깊숙이 다가가 빛나는 영감을 선사한 값진 책들입니다. 

 좋은 책 한 권을 만나는 것은 좋은 친구 한 명을 사귀는 것만큼이나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줍니다. 한 해를 정리하며 독자분들도 한번 꼽아보시면 어떨까요. 올해 당신을 움직인 한 권의 책은 무엇인가요. 


(…)


박찬일 셰프·음식 칼럼니스트
●북양어장 가는길
최희철 지음, 해피북미디어
198쪽, 1만3000원




고기 잡으러 베링해로 떠났다가 사고를 만난 오룡호 사건이 터지고나서 식탁의 명태를 다시 보기 시작했다. 새삼스러울 것도 없지만, 우리 입은 이미 국토와 영해에서 나는 것들로는 채울 수 없게 됐다. 쌀을 제외한 식량자급률 5% 시대를 사는 현실이 오룡호 사태를 불러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풍요를 향한 과욕의 업보이면서 동시에 현실이다. 우리는 식탁에 오르는 음식의 근원을 모른다. 소나 닭이 한가한 목가적 분위기 대신 공장형 축산시설에서 나온다는 사실은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수산물도 마찬가지다. 어선과 마도로스의 흥분따위는 없다. 만선을 향한 자본의 고유한 욕망이 지배하는 바다 사정에 대한 내밀한 고백이 있다. 북양은 명태잡이를 하는 저 북쪽 바다. 북극과 멀지 않은 추운 대양을 말한다. 까다로운 대국의 간섭과 무자비한 경쟁국의 어선들, 태풍에 버금가는 저기압에 맞서 싸우며 그물을 끈다. 어군탐지기와 군함에서나 쓰이는 줄 알았던 소나로 바다밑의 고기를 훑는다. 트롤 어선은 ‘피도 눈물도 없는’ 바다의 수확자다. 거대한 그물로 어군을 찾아 훑어낸다. 그것이 우리 밥상에서 반찬이 되는 생선이다.

 음식 공급이 시스템화된 현대는 개인이 그 좌표를 읽어낼 능력이 없다. 쾌적한 마트에 진열된 식품은 이런 구조에서 탄생하고, 원양어선은 그 시스템의 최초 생산자다. 깔끔하게 포장된 게맛살의 원료와 명란을 얻기 위해 오늘도 트롤 어선은 북양의 집채 같은 파도와 싸운다. 할머니 손맛의 동태찌개와 코다리조림의 근원이 저 바다에 있다니.

 흔히 예상하는 원양어선의 낭만적 묘사는 이 책에 없다. 시종 표준 혈압으로 담담하게 서술해나가는 터라, 오히려 현장감이 살아난다. 일상적 노동을 매우 건조하게 쓰고 있는 문체를 읽노라면, 마치 김훈의 소설 같은 느낌을 받기도 한다. 그래서 어느 순간 울컥하게 되는 것도 닮았다. 저자가 감성 넘치는 시인이라는 것은 책 서두의 들어가는 글에서 빛난다. 특별한 명문이다. ‘미시적 사건으로서의 1986~1990년 북태평양어장’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어서 기록 문학으로서 가치도 함께 지닌 책이다. 

중앙일보ㅣ2014-12-27

원문 읽기: http://joongang.joins.com/article/863/16793863.html?ctg=1700


북양어장 가는 길 - 10점
최희철 지음/해피북미디어


Posted by 비회원

자본이란 괴물이 꿈틀대는 '욕망의 바다'…북양어장 가는 길

  


 
 



북양어장 가는 길/최희철 지음/해피북 미디어 펴냄

바다와 함께 바다처럼 살았던 선원들, 어획 대상이었던 물고기들, 트롤어선과 어구들, 거센 바람과 어둠, 파도와 눈보라, 안개와 대양, 검푸른 대양에 상처처럼 솟아 있는 회색빛 섬들…. 이 책의 주인공들이다.

그들에게는 수없는 사건이 있었지만, 원양 어업이라는 거대한 이름 아래 어떤 역사도 남기지 못했다. 적어도 기록으로서 역사가 그들에게는 없었다. 젊은 시절 원양 어선을 탔던 지은이는 그러나 ‘몸의 기억, 검은 주름, 포효하는 바다’에서 그들이 새겨놓은 역사를 찾는다. 무심한 눈으로는 결코 볼 수 없는 기록들이다.

책은 출항 준비에서부터 선원들의 계약 방식, 뇌물, 선적용품 단가 후려치기, 출항, 고기잡이 과정, 합작사업, 혹한 노동, 그물사고, 비바람, 대포 소리보다 크게 들리는 파도 부딪히는 소리, 피항, 당직, 부표와 등대, 운반선과 만나 어획한 고기를 보내고 필요한 물자를 전달받는 과정, 어군탐지기보다 더 발달한 ‘소나’가 가져다준 혼란과 욕망, 선상의 훌라 등 원양 조업과 원양 어선 선원들의 삶을 구체적으로 이야기한다.

북태평양 어장에서 항해사로 근무했던 지은이는 1986년부터 1990년까지 북태평양 어장에서 경험했던 일을 ‘미시적 사건’으로 기록하고 있다. 기행문도 아니고, 학술서도 아니고 논문도 아닌 당사자의 기록이다. 그렇다고 일기도 아니고 사건 기록도 아니다. 바다에서 보낸 세월을 통해 바다살이를 세세하게 들여다보는 책이다. 큰 범주에서 독특한 수필집이라고 할 수 있겠다.

책은 바다를 푸르고 아름답게 기억하는 관광객에게는 사납고 두려운 바다를, 언젠가 바다로 가리라는 꿈을 가진 청년들에게는 바다살이의 고충과 즐거움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그런가 하면 수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는 격한 노동 속에서 무심한 눈으로 보았던 바다를 다시 바라보게 한다.

항해사로 일했던 지은이는 야간조업 중에도 다른 배에 달린 불빛의 위치나 숫자만으로 배의 종류나 이름을 파악해야 했고, 국제어장의 다른 어선들과 통신으로 소통하며 배의 예망코스를 정했다. 어군을 찾아내고 무사히 투망하는 일도 어렵지만, 그물을 끌고 다니며 다른 어선의 그물과 엉키지 않게 하는 일도 예삿일이 아니었다. 자신의 예망코스를 결코 변경하지 않으려는 북양어장의 무법자 폴란드 어선, 특공대 일본어선…. 그들과 그물이 엉키지 않도록 하면서 어군을 쫓아가는 일은 보통 일이 아니다. 바다 그 자체뿐만 아니라 육지에서 바다까지 따라온 자본논리 역시 원양에서는 무시무시한 괴물인 것이다. 그래서 바다는 망망대해가 아니라 광포하면서도 촘촘하게 엮인 공간인 것이다.

명란철이 되면 선원들은 하루 16시간 노동을 감내해야 한다. 그렇다고 그들이 오직 먹고, 자고, 배설하며 고기만 잡는 것은 아니다. 휴식시간에 거듭 수입을 계산하며 미래를 꿈꾸기도 하고, 육지에서 자신을 기다리는 가족을 위해 작은 모형배 기념품을 만들기도 한다.

선원들은 흔히 우리가 아는 것처럼 ‘터프한 사나이들’만이 아니다. 그들은 누군가의 부드러운 연인이고, 누군가의 남편이며, 아버지들이다. 절망적인 심정으로 배를 탄 사람도 있고, 바다가 좋아 배를 탄 사람도 있고, 원양 어선을 타고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가려는 꿈을 가진 사람도 있다. 오랜 세월 바다와 함께 생활한 사람도 있고, 바다가 처음인 사람도 있고, 수산대학 등에서 바다와 고기잡이를 배운 사람도 있다.

북양어장의 추위는 그 자체로 극복하기 힘든 하나의 노동조건이었고, 위험의 상징이다. 거대한 파도가 배를 덮치고, 그 파도에 휩쓸려가지 않아야 한다는 안간힘이 늘 가슴 한곳에 도사리고 있다. 그 두려움 속에서 그물을 던지고 고기를 잡아야 했다. 두려움에 대한 응전은 살아있는 것들의 모습이기도 했다.

지은이는 대양에서 눈보라와 파도를 만났을 때 배가 앞으로 나아가는 방법 중 하나는 ‘엔진을 최소한으로 쓰며 어느 정도 파도에 몸을 맡기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위험하고 두려운 상황에서 탈출하려고 안간힘을 쓰기보다는 운명에 몸을 던지는 것, 운명을 긍정하는 일이 운명을 극복하는 길이라고 말한다.

지은이와 함께 원양 어선을 탔던 선원들은 “뱃사람들에게 바다는 어머니 품 같기도 하고, 변심한 애인의 얼굴 같기도 했다. 그 시절 젊은 마린보이들의 꿈은 거친 파도 장단에 따라 춤을 췄다”고 회고한다.

197쪽, 1만3천원.

매일신문ㅣ조두진 기자ㅣ2014-12-13 

원문읽기: http://www.imaeil.com/sub_news/sub_news_view.php?news_id=62993&yy=2014#axzz3LvTgSkNp

북양어장 가는 길 - 10점
최희철 지음/해피북미디어


Posted by 비회원

항해사가 기록한 바다, 소년들이 꿈꾸는 바다

부산서 해양문학서 두 권 발간

   
'북양어장 가는 길'의 저자 최희철 시인이 1990년 원양어선 갑판 위에서 포즈를 취했다. 최희철 제공
- 최희철 시인 '북양어장 가는 길'
- 직접 체험한 현장 모습 담겨
- 해사고 동아리, 풋풋한 글 묶어

1961년생 해양문학가 최희철 시인은 이달 초 드물게 보는 형식의 해양문학서 '북양어장 가는 길'(해피북미디어)을 펴낸 뒤 이렇게 말했다.

"현장에서 바다처럼 살았던 선원들, 어획 대상이었던 물고기들, 생명 없는 기계라고 생각했던 트롤어선과 어구들, 출렁이던 바다의 흔적으로서 바람, 어둠, 파도, 눈보라, 안개 그리고 대양의 상처 같았던 섬들 모두 역동적인 주인공들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기록으로 남지 못했다. 그들은 모두 '역사 없는 것들'이 되고 말았다. 나는 그것을 기록하고 싶었다."

   



'북양어장 가는 길'(왼쪽), '바다를 바라보다'
거의 같은 시기에 부산의 '고딩'들이 해양문학서 한 권을 내놓았다. 국립부산해사고에서 '해양문학교실'이라는 문학동아리에서 활동하는 1, 2학년생 19명이 필자로 참여한 '바다를 바라보다'(산지니)이다. 한국해양문학가협회장을 지낸 해사고 심호섭 교사가 지도했다. 이 책의 필진은 앞으로 해기사가 되어 세상의 바다를 누빌 청소년이다.

"배를 어느 정도 타본 사람이라면 모두 하나같이 항해 중 그 무엇인가를 기다려본 경험이 있기 마련이다. 그것은 바로 Landfall(육지초인) 즉, 육지를 발견하는 일, 그러고 나서 상륙하는 것이다. 이때의 희열감과 성취감이야말로…나의 경험을 들어보자면 목포에 입항했을 때…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목포를 한눈에 바라본 경험은 절대 지워지지 않을 추억이 될 것이다."

'바다를 바라보다'에 '항해의 묘미-기항지 여행'을 쓴 해사고 2학년 이지훈 군은 "이를 통해 내 생각의 폭이 넓어지는 느낌을 받았고, 새로운 세계를 접하고 있는 나를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국립부산해사고 해양문학교실 소속 학생들이 심호섭 교사의 지도 아래 문학 토론을 하는 장면. 심호섭 제공
항해사 출신 최희철 시인의 '북양어장 가는 길'은 부제가 '미시적 사건으로서의 1986~1990년 북태평양어장'이다. 2013년 부산일보 해양문학상 수상작을 다듬어 펴낸 책이다. 직접 겪은 험하고 거친 북양어장의 일을 세밀하게 되살리고 기록문학의 숨결을 불어넣었다. 출항, 피항, 혹한 노동, 선원들의 놀이, 그물 사고에 이르기까지 깨알같이 박진감 넘치게 그린 소중한 자료다. 

최 시인은 "원양어업은 거대한 자본이 기획해 노동을 투입하는 구조적인 측면이 중요한데, 그간 우리 해양문학은 현장을 그리되 이런 문제는 잘 다루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점을 포함해 나 자신과 바다를 성찰하는 계기가 됐다"고 덧붙였다. '바다를 바라보다'에 실린 글은 해기사의 꿈을 키우는 청소년이 쓴 글답게 풋풋하고 순수하며 힘이 넘친다. 해양문학교실의 동아리를 오래 지도한 심호섭 교사는 "나는 이 책을 거창하게 해양문학 작품집이라고 부른다. 미숙한 청소년의 작품집이지만, 글의 중심에 바다 고유의 미학을 담고자 했다"고 말했다.

장년의 해양문학가가 이미 겪은 바다로 책을 쓰자 미래에 바다를 누빌 청소년이 해양문학 작품집으로 화답하는, 부산 문단의 풍경이다.

북양어장 가는 길 - 10점
최희철 지음/해피북미디어


바다를 바라보다 - 10점
해양문학교실 지음/산지니
 

원문읽기: http://www.kookje.co.kr/news2011/asp/newsbody.asp?code=0500&key=20141209.22023191236


Posted by 비회원








북양어장 가는 길

최희철 지음/해피북미디어·1만3000원


그 많던 명태는 다 어디로 간 걸까? 1980년대까지 알래스카와 가까운 북태평양어장 곧 북양어장에서 명태 자원은 엄청났다. 잡힌 명태를 기다리는 건 ‘할복’이었다. 수놈은 그대로 버리고, 암놈은 배를 갈라 명란만 빼낸 뒤 버렸다. 명란 가격이 워낙 좋아서 그렇게 해도 수산회사는 이윤을 남겼다. 물론 ‘지속 가능한 어업’은 아니었다. 요즘 근해에선 명태 씨가 말랐다고 하니.

1986~1990년 북양어장에서 항해사로 일했던 최희철(53) 시인이 당시를 기록했다. 천파만파 일렁이는 바다 위에 쓴 청춘의 기록은 다시 미시사로 세공됐다. 부산항을 출항한 배는 일본 혼슈와 홋카이도 사이의 쓰가루 해협, 오츠크 해를 지나 북양어장으로 향했다. 그 길은 세속의 질긴 끈을 놓고 먼 산문으로 향하는 출가의 길처럼 아득했다. 수심 3000m 공해 어장에 도착하면 거대한 트롤어선은 대기권을 벗어난 듯 기침을 해댔다. 그러곤 아침을 향해 그물을 던졌다.

원양어업을 기획한 건 국가와 자본이었다. 하지만 원양어업의 주인공은 바다처럼 살았던 선원, 어획대상이었던 물고기, 생명 없는 기계로 생각했던 트롤어선과 어구들, 출렁이던 바다의 흔적으로서 바람과 어둠과 눈보라와 안개였다. 최 시인이 “몸의 기억을 살려” 쓴 이 책은 21개의 에피소드를 엮었다.

한겨레ㅣ손준현 기자ㅣ2014-12-04

원문읽기: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667632.html


북양어장 가는 길 - 10점
최희철 지음/해피북미디어


Posted by 비회원


북양어장 가는 길


- 미시적微視的 사건으로서의 

1986~1990년 북태평양어장




▶ 북태평양어장의 항해사였던 시인, 바다살이의 비늘들을 들추다


청년 시절 미국 알래스카와 가까운 북태평양어장에서 항해사로 근무했던 최희철 시인의 바다살이에 대한 수필집. 혹한의 공해空海에서 원양어업에 종사했던 시인은 바다를 삶의 터전으로 삼았던 이로서 바다와 그곳의 역동적인 생명들에 대해 서술한다. 저자가 “몸의 기억을 되살려” 집필하였다는 이 책은 학술서, 기행문, 순수문학으로 나뉘는 기존의 어업관련 서적 사이에서 당사자의 기록으로서의 가치를 지닌다.

거대한 북태평양어장에서의 4년이라는 짧지 않은 기간을 ‘미시적 사건’으로 다룬다는 것은 바다살이의 “낡은 비늘들 속에서 어린 비늘들의 꿈틀대는 ‘운동성’을 목격하는 것”이라 저자는 말한다. 수산업 종사자에게는 동료의 눈으로 바다를 다시 바라보는 계기를 제공하고, 해양산업 연구자나 바다에 대한 꿈을 품고 있는 독자들에게는 바다살이의 고충과 즐거움을 생생하게 전하는 책이다.


저자분이 보내주신 그때 그 곳에서의 모습. 갑판 위에 바닷물이 얼어있는 것이 보인다.


▶ 공해는 텅 빈 바다가 아니고, 선원은 단순한 ‘바다 사나이’가 아니다


흔히 ‘바다’를 떠올릴 때 탁 트인 망망대해를 상상하기 마련이지만, 지은이가 그리는 북태평양어장은 나름의 질서가 촘촘히 짜여 있는 곳이다. 항해사로서 저자는 야간조업 중에는 다른 배에 달린 불빛의 위치나 숫자만으로 배의 종류나 이름까지 파악해야 했고, 국제어장의 다른 어선들과 보이스 통신으로 소통하며 배의 예망코스를 정했다. 어군을 찾고 무사히 투망하는 것도 어렵지만, 그물을 끌고 다니다 다른 어선의 것과 그물이 엉키는 사고를 겪기도 한다. 자신의 예망코스를 절대 변경하지 않으려는 북양어장의 ‘무법자’ 폴란드 어선, 힘 좋은 ‘독고다이’ 일본어선, 그리고 심지어 같은 회사 배와도 엉켜서 일어난 3연속 그물 사고에 대한 에피소드는 어선 간의 보이스 통신 대화도 포함되어 있어 특히 흥미진진하다.

명란 철이 되면 하루 16시간 노동도 감내해야 했던 선원들이지만 그들의 삶에서 고기잡이가 전부인 것은 아니다. 휴식시간에 계산기로 수입을 거듭 계산해보며 미래를 꿈꾸기도 하고 다른 선원들과의 놀이 겸 경쟁으로, 육지에서 자신을 기다리는 이들을 위한 기념품으로 작은 모형 배를 만들기도 한다. 이 밖에도 저자는 선원들 간의 우정과 갈등을 묘사하며 터프한 ‘바다사나이’라는 선원의 단편적 이미지를 넘어서서 보다 심층적으로 그들의 삶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한다.



▶ 배의 ‘태풍-되기’, 인간이 운명을 긍정하는 방법


어군 탐지의 정확성을 높인 소나, 특수 그물 등 과학적 장비의 발달로 고기잡이가 이전보다 수월해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바다는 인간에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대양에서 눈보라와 파도를 만날 때 배가 앞으로 나아가는 방법 중 하나는 엔진을 최소한으로 쓰며 어느 정도 파도에 몸을 맡기는 것이다. 저자는 이를 배의 ‘태풍-되기’라고 부르며, 두려움에 상황을 탈출하려 하기보다 이렇게 “운명에 몸을 던지”기를 권유한다. 운명을 긍정하는 일은 운명에 굴복하는 것이 아니라는 중요한 메시지를 저자는 바다에서 발견한다.


▶ 시인 특유의 감수성으로 바다의 삶의 결들을 포착한다


인이 살아낸 바다에는 잡어雜魚와 우주가 공존한다. 명태를 잡다 보면 돈이 되지 않는 잡어도 그물에 걸리는데, 미처 버려지지 않고 어창 안에 “뒹구”는 잡어를 먹은 일을 회고한다. “슬픔은 모두 왜 그렇게/차갑고, 딱딱한지…//잡어를 먹는 놈들은/모두 잡놈들이다.” 하지만 ‘잡놈’의 바다 위 생활을 그는 “오랜 우주여행”에 빗대기도 한다. 그에게 바다란 고된 노동의 현장일 뿐만 아니라 “빛의 산란과 함께 내가, 아니 우리가 그동안 어획해왔던 온갖 생명들, 명태, 가자미, 대구, 도미, 갈치, 문어, 갑오징어 그리고 버려졌던 몸뚱이와 영혼으로서의 잡어(雜魚)들, 바다와 섬들, 그런 것들이 한바탕 어울려 (...) 무한하게 열려 있는 우주”이다. 그래서 저자는 북태평양이 그립다고 말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생명은 자기 방식대로 주변을 물들여나가면서 극한의 자유를 획득하려” 한다고 말하는 저자 스스로가 자유를 찾아나간 방식을 이 책에서 읽어낼 수 있을 것이다.


글쓴이 : 최희철

1961년 부산에서 출생하여 부산수산대학(현 부경대) 어업학과를 졸업하였다. 1984년부터 약 7년간 원양어선 및 상선 항해사로 근무한 바 있다. 1982년 향파문학상, 2005년 인터넷문학상 시 부문에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으며 2013년 부산일보 해양문학상을 수상하였다. 2011년 시집 『영화처럼』을 발간하였으며 현재는 문학동인 ‘잡어’에서 활동 중이다.


북양어장 가는 길

미시적微視的 사건으로서의 1986~1990년 북태평양어장

최희철 지음 | 수필 | 신국판 | 197쪽 | 13,000원
2014년 11월 25일 출간 | 978-89-98079-06-2 03810

청년 시절 미국 알래스카와 가까운 북태평양어장에서 항해사로 근무했던 최희철 시인은 "몸의 기억을 되살려" 이 책을 집필했다. 혹한의 공해空海에서 원양어업에 종사했던 시인은 바다를 삶의 터전으로 삼았던 이로서 바다와 그곳의 역동적인 생명들에 대해 서술한다. “생명은 자기 방식대로 주변을 물들여나가면서 극한의 자유를 획득하려” 한다고 말하는 저자 스스로가 자유를 찾아나간 방식을 이 책에서 읽어낼 수 있을 것이다.


차례

더보기



북양어장 가는 길 - 10점
최희철 지음/해피북미디어


Posted by 비회원


더위에 노릇노릇 지쳐가고 있을 때쯤

『숲에서 행복한 아이들의 저자 

최현숙 원장님이 산지니를 깜짝 방문하셨습니다.

알록달록 달콤한 케이크도 사오셨구요. 

더위에 지친 사무실에 활기찬 에너지로 생기도 불어넣어 주셨습니다.





책 발간 축하드려요:)



"미끄럼만 타야 하는 미끄럼틀, 매달리기만 해야 하는 철봉처럼 미

리 쓰임새를 정해주고 거기에 맞는 행동만 하도록 하는 그런 딱딱하

고 삭막한 곳이 아닌, 스스로 상상하고 다른 사람과 함께하지 않으

면 안 되는 숲은 어쩌면 아이들에게는 조금은 낯설고 불편할지도 모

릅니다. 하지만 이런 다양하고 규정되지 않은 환경이야말로 아이들

의 가능성을 일깨우는 데 가장 좋은 공간일 것입니다."


숲에서 행복한 아이들 중에서





Posted by 동글동글봄

지난 토요일 <대천마을, 사진을 꺼내들다> 출판기념회와 사진 전시회에 다녀왔습니다.

 

 

지금은 신도시 개발로 아파트 세상이 되었지만 대천마을은 오래된 마을의 역사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대천마을에 터를 잡고 누구보다도 마을 가꾸기에 열심인 <맨발동무도서관>이 이번에 또 의미 있는 일을 또 벌였네요. 바로 사진으로 보는 마을의 역사를 책으로 만들어낸 것이죠.

이 책이 출판되기까지는 맨발동무도서관 사진 아카이브팀의 노력이 컸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숨은 주역은 바로 마을 사람들이었습니다.

앨범 속에 간직해온 오래된 사진을 꺼내주신 마을 사람들은 누구보다 이 프로젝트에 애정을 가지고 생업을 뒤로 미룬 채 도움을 주셨습니다. 그러면서 앨범 속에 묻혀버릴 기억과 사진을 꺼내 빛을 보게 해준 데 대해 오히려 감사를 표하시면서 이렇게 낭송까지 해주시네요.

 

 

이 책을 편집하면서 가장 감탄한 부분이 몇십 년 동안 일기를 써 오신 윤희수 할아버님이었습니다. 매일 매일 소소한 일상들을 기록해오신 윤 할아버님께서는 직접 일기장을 보니 그림 실력도 보통이 아니십니다. 그때 당시 제대로 된 필기도구도 없었을 텐데 빨강과 파랑, 검은 색만으로도 얼마나 아기자기하게 일기장을 꾸미셨는지 모릅니다.

 

1962년 10월 17일 일기장에는 이렇게 적혀 있습니다.

단기 4295년 양력 10월 17일(음력 9월 19일) 수요일 맑음
뒷밭에 마늘 파종한다. 어머니 매부 댁에서 귀가한다.
은어 50원어치 사서 국을 끓여먹고 저녁은 은어 찐쌀죽을 끓여먹는다.

1959년 태풍이 온 날은 또 이렇게 적어두셨습니다.

단기 4292년 양력 9월 17일(음력 8월 15일) 목요일 폭풍우
태풍14호 매석. 재작년에 칠석물, 작년에 태풍2호, 금년에 태풍14호. 정말 못살겠다.
간밤부터 오던 폭우가 아침부터 세어지더니 제사를 모시고 나니까 천변의 집들은 제사를 못 지내고 살림을 옮긴다고 야단법석이다. 정오를 조금 넘으니 숙지막하여 동리를 돌아보니 피해는 작년, 재작년과 마찬가지다. 연연히 이런 피해가 닥쳐오니 정말 못살겠다. 공창부락에는 사람이 죽었니 어떠니 하는 소문이 난다.

 

이번 전시회는 12월 1일까지 열립니다. 사진으로 보는 대천마을, 꼭 대천마을 사람이 아니더라고 우리네 삶의 흔적을 돌아볼 수 있는 전시회랍니다. 자인갤러리는 화명초등학교에서 대천교를 건너면 바로 있습니다.

 

 

 

대천마을, 사진을 꺼내 들다 - 10점
맨발동무도서관 엮음/해피북미디어
Posted by 아니카

해피북미디어 예술문화총서 02


김지용 희곡집 『그 섬에서의 생존방식』이 출간되었습니다. 『그 섬에서의 생존방식』은 오랫동안 연출가와 극작가 활동을 해오며 문학성과 연극성을 겸비한 김지용의 첫 번째 희곡집입니다. 600페이지가 넘는 두톰한 두께는 꾸준히 창작활동을 해온 작가의 성실한 결과물이기도 합니다. 이번 희곡집에는 창작희곡집(1부)과 공연대본집(2부)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시나리오로도 읽기에도 희곡집으로도 읽기에도 좋습니다.  


김지용의 『그 섬에서의 생존방식』.



● 문학성과 연극성을 동시에 지닌 김지용의 첫 번째 희곡집

작가가 처음부터 공연을 전제로 하지 않고 문학으로서 읽기만을 위한 희곡을 이른바 ‘레제 드라마’라고 한다. 대표적인 작품으로 괴테의 「파우스트」, 하우프트만의 「조용한 종」 등이 있다. 그러나 희곡이 연극으로 일단 공연이 되면 다시 연극성의 차원에서 평가를 받게 된다. 이처럼 희곡은 태생적으로 문학성과 연극성의 이중적 특징을 지니지만 동시에 가지기도 어렵다.


『그 섬에서의 생존방식』은 오랫동안 연출가와 극작가 활동을 함께 해오며 문학성과 연극성을 겸비한 김지용의 첫 번째 희곡집이다. 상징과 우화를 통해 우리 시대 다양한 현실 문제를 은유적으로 풀었고, 희곡 그대로 무대에 올리기보다 연극적 놀이로 쉽게 풀어 관객에게 다가간다.


김지용은 대학 시절부터 연극을 시작했으며 2002년 제1회 부산대학연극제에서 「페스트」로 대상과 연출상을 수상하였고, 2005년 제23회 부산연극제에서 「PLAY」로 희곡상을 수상하면서 극작가로 데뷔했다. 이후 각종 대회에서 희곡상과 연출상을 꾸준히 받으며 극작가와 연출가의 실력을 인정받았다. 이번 희곡집은 창작희곡집(1부)과 공연대본집(2부)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작가가 펼쳐놓은 희곡작품들은 때로는 웃음으로 때로는 진중하게 다양한 삶의 단면들을 성찰적인 자세로 조명하고 있다.



김지용의 희곡은 어떤 때는 시적인 상징과 비유로, 또 어느 때는 우화와 풍자로 다양한 방법론적 프리즘을 통해 투사하고 있다. _김문홍(극작평론가)


김지용의 주제의식은 비극적 인식의 차원에서만 머물지 않는다. 그의 작품들이 모두 그러하듯이 주인공은 지금 여기의 우리가 나아가야 할 진정어린 소망을 피력한다. _정봉석(동아대학교 교수, 연극평론가)



● 현실의 문제를 풍자와 상징으로 은유하며 비판적 자세 제시


김지용의 희곡은 상징과 우화의 기법을 통해 현실에 대한 다양한 문제를 은유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은유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금 우리 앞에 놓인 현실 문제를 헤쳐가기 위한 비판적 자세를 제시한다.


표제작 「그 섬에서의 생존방식」은 오크와 트롤이라는 이름의 부부가 일상의 사소한 갈등 속에 살아가는 섬에 모험가가 등장하면서 위기가 발생하는 이야기다. 자본주의로 상징되는 모험가는 인류로 상징되는 오크와 트롤의 욕망을 부추겨 결국 그들의 삶의 터전인 섬을 장악한다. 부부 오크와 트롤은 모험가의 술수에 농락당하고 이 과정이 희화적으로 전개된다. 이처럼 작가가 희곡에서 희화화한 현실 문제는 인간의 운명을 결정하는 지배이데올로기가 신에서 돈으로 변화한 지금의 세계관을 비판하고 있다.


「메타」는 연극을 만드는 사람들에 대한 과정을 극으로 풀어낸 작품으로 극중 ‘작가’의 모호한 대사와 연출로 연극 단원들은 극을 이해하기 어려워지고 연출가는 작가에게 대본을 수정해줄 것을 요구한다. 그러나 이를 거부하자 연출가는 ‘작가’의 허락을 구하지 않고 대본을 고치게 된다. 이는 극작가이자 연출가인 김지용의 세계관이 집약적으로 드러나는 부분이기도 하다. 배우는 연출가의 꼭두각시가 아니듯이 대중들도 특정한 지도자 또는 지배이데올로기에 의해 좌우되는 존재가 아니라고 자신의 작품들을 통해 말하고자 한다.





트롤   : 우리는 하루도 빠짐없이 당신에게 물고기를 주고 있어요.

모험가: 그건 정당한 계약에 의해서죠. 당신들과 나 사이의 그 무엇보다도 정당한              계약 말입니다.

트롤   : 맞아요. 틀림없는 사실이죠.

모험가: 그런데 무엇이 궁금하단 말씀이신지...

트롤   : 제 의문은 바로 이거예요. 우리 부부는 당신에게 매일 고기를 주고 있지만              왜 계속 당신에게 빚을 지고 있는 걸까요?

오크   : 그래, 맞아. 우린 이 낚시터를 한 번도 떠나지 않고 열심히 낚시질을 했단              말이야. 더 이상 뭐 어떻게 하란 말이야?

모험가: 어리석은 말씀들을 하시는군요. 좋습니다. 그럼 이 낚싯대들을 다시               돌려 받도록 하지요.(오크 와 트롤이 가진 낚싯대를 가져가려 한다)

트롤   : (모험가를 말리며) 아니, 우리 말은 그게 아니고...

모험가: 우리의 거래는 양측의 동의 아래 성립된 것 아닙니까? 그런데 이제 와서              이렇게 생트집을 잡으면 무척이나 곤란합니다.

트롤   : 그건 그렇지만 우린 정말로 살기가 힘들어요. 내야 하는 물고기 수를 조금

             만 더 줄여주세요. _「그 섬에서의 생존방식」 중에서



 고대 비극의 신화적 상상력을 현대적으로 재구성



“아리스토텔레스는 『시학 Poetica 』에서 희곡(drama)이 모방하는 신화적 이야기인 미토스(mythos)를 극의 구성 요소들 중에서 가장 중요한 성분으로 인정하였다. 미토스를 통해 인간의 보편적인 본질을 규명할 수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 신화적 상상력이란 이와 같이 인간의 보편성을 담보하는 미토스를 구성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_해설(2) 중에서



『그 섬에서의 생존방식』에서 김지용은 신화를 바탕으로 한 고대 비극들을 자신만의 작품세계로 이끌었다. 현대의 흐름에 맞게 재구성한 작품들은 인간의 운명비극에서 나아가 현 체제 속에 놓인 사회적 비극과 인간의 운명을 그린다.

「페드르」는 원래 에우리피데스의 고대 비극 「히폴리투스」를 라신이 개작한 작품의 제목이다. 이에 김지용은 페드르의 사랑을 거부한 히폴리투스가 부친인 테세우스 왕에게 아테네를 빼앗겼던 아리시 공주에게 청혼을 하는 것으로 극의 모티브를 변경한다. 극은 다시 현대적으로 개연성을 부여함으로써 라신에서 한발 더 나아간 재구성을 보인다.

「오레스테이아」에서는 아이스킬로스의 원작처럼 아버지가 딸을 죽이고, 아내가 남편을 죽이는 1부 ‘아가멤논’, 아들이 어머니를 죽이는 2부 ‘제주를 바치는 여인들’의 줄거리는 거의 그대로 따르고 있다. 그러나 복수의 여신들에게 쫓기던 오레스테스가 아폴론의 변호와 아테나의 극적인 판결로 구원받는 3부 ‘자비의 여신들’에 이르러 고대의 비극을 현대적인 극으로 재구성한다.

아이스킬로스의 원작처럼 오레스테스가 아폴론 신의 변론과 아테네 신의 극적인 표결에 의해서 구원을 받는 방식이 아니라, 화해와 용서를 추구하는 오레스테스의 진정성과, 정의를 요구하는 시민들의 궐기에 의해 메넬라오스의 정권욕을 굴복시키는 것으로 결말을 맺었다. 이처럼 고대의 결정론적 운명비극을 성격비극으로 전환시키고, 나아가 사회비극적 수준으로 주제를 부각시켜 시대 흐름을 반영하였다.



● 글쓴이 : 김지용

1977년 부산에서 태어나고 성장했다. 대학 시절 극예술연구회에서 연극을 처음 접했고, 졸업 후 <W.C 부산진역>으로 연극연출가가 되었으며, 2005년 부산연극제에 <PLAY>를 쓰고 연출하여 극작가로 데뷔했다. <극단 바다와 문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에 몸담았다가 지금은 <프로젝트팀 이틀>의 대표로 있다. 지금도 여전히 극작과 연출 사이에서 방랑 중이다.






『그 섬에서의 생존방식


해피북미디어

김지용 지음
희곡 | 신국판 (223*152mm) | 
632쪽 | 28,000원

2013년 11월 20일 출간 | ISBN :  978-89-98079-01-7 04810


오랫동안 연출가와 극작가 활동을 함께 해오며 문학성과 연극성을 겸비한 김지용의 첫 번째 희곡집이다. 상징과 우화를 통해 우리 시대 다양한 현실 문제를 은유적으로 풀었고, 희곡 그대로 무대에 올리기보다 연극적 놀이로 쉽게 풀어 관객에게 다가간다.






차례



온라인 서점에서도 구매 가능합니다


그 섬에서의 생존방식 - 10점
김지용 지음/해피북미디어










Posted by 동글동글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