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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책 만드는 엄마의 아이 키우기

운문사의 가을

by 아니카 2009. 11. 11.
마을도서관 운영위원들하고 모처럼 가을 단풍 구경에 나섰습니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이 많은지라 운문사까지 가는 동안 차 안에서는 수다가 끊이질 않습니다. 고등학교 학창시절 연애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각자 운문사에 얽힌 추억 이야기까지... 같은 차에 탄 우리 금샘마을도서관 관장님은 "차에 탈 때부터 내릴 때까지 바깥 풍경 구경은 안 하고 수다만 떤다"고 한소리(?)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입니다.

운문사 옆에 서 있는 잘 익은 감나무



발갛게 익은 감이 주렁주렁 열려 있는 걸 보니 가을이 깊어가고 있습니다. 산에도 울긋불긋 단풍이 한창입니다. 부산에서 출발해 언양을 지나 석남사 쪽에서 고개를 넘어 청도로 들어갔습니다. 중간에 길을 잘못들어 경주쪽으로 들어갔다가 다시 돌아나왔습니다. 

예전에 석남사에서부터 가지산 정상까지 올라갔다가 밀양 얼음골쪽으로 내려온 적이 있습니다. 벌써 십여 년 전이네요. 그때 걸어올랐던 길을 차를 타고 넘어가니 기분이 묘하네요. 세상이 참 편해지긴 했으나 쭉쭉빵빵 뻗은 길을 보면 한편 마음이 불편해지기도 합니다. 석남사에서 밀양 가는 길도 예전엔 구불구불 2차선 국도였는데 지금은 고속도로보다 더 잘 뚫린 4차선 도로에 터널까지. 차도 별로 없는데 말이지요.



비구니 스님들의 절인 이곳 운문사는 언제 보아도 참 정갈한 곳입니다. 유홍준씨도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에서 이곳을 소개한 적이 있지요. 대학 때 처음 왔을 때는 그렇게 아름다운 곳인줄 몰랐는데, 나이가 들어갈 수록 이런 곳이 아름답게 느껴지네요. 봄에는 이곳 경내에 예쁜 꽃이 한가득 피어 있었는데, 가을 단풍은 또다른 느낌을 줍니다. 한겨울 눈이 내렸을 때 한번 더 와봐야겠어요.


주차장에서 절까지는 20분 정도를 걸어야 하는데 차 다니는 길 말고 이렇게 사람 다니는 길을 따로 만들어놓아 걷기에 좋았습니다. 마음껏 낙엽을 밟아볼 수 있었습니다. 맨날 아스팔트만 걸어다니는 아이들에게는 이렇게 숲속을 걸어보게 하는 것도 엄마가 해야 할 일인 것 같습니다.(휴~ 엄마는 너무 힘들어^^)


경내에 커다란 물독이 있는데 소원을 비는 곳인지 동전도 들어가 있고, 단풍잎들도 떨어져 있습니다. 아이들은 모두 거기 붙어 있습니다. 동전도 던져보고, 물에 젖은 단풍잎도 건져보고... 대웅전을 돌아가면 개울이 하나 있는데 거기 가서도 신나게 놉니다. 언제 어디서건 놀 거리를 찾아내는 아이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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