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영화 나아갈 길 <3> 부산형 IP를 찾아라
부산표 원작 IP(지적재산권) 키우려면 영상 제작사 체계적 지원을
- 지역 출판사·영상 제작사 협업땐
- 고용 창출·경제 활성화 효과 기대
- 市, 웹툰 공모때 2차판권 가져야
- 2년 활동 등 제작 지원 조건 필요
- 지역 언론사 콘텐츠 적극 활용을
- 본지 다큐멘터리 2편 성공 모델
포털이나 국내외 OTT가 대규모 투자를 통해 영화·드라마 등 각종 영상물 제작에 나서면서 IP(Intellectual Property Right·지적재산권) 확보전이 뜨겁다. 그러나 부산에서는 활용할 만한 IP는 품귀 현상을 겪고 있다. 국제신문은 최근 2주간 부산 작가들이 부산시 지원을 받아 만든 웹툰으로 부산 영상 제작사가 제작할 방안을 살폈지만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
부산의 웹툰 작가가 웹툰 포털로 작품을 연재하면 포털은 2차 판권(영상물 제작 등) 우선협상권을 가지려 한다. 이때 ‘을’의 입장인 작가는 포털 요구를 거부하기 어렵다. 작가는 포털 연재로 매출을 올리는데 포털은 연재 결정권을 갖기 때문이다. 부산 영상 제작사가 부산 웹툰 작가의 작품으로 영화나 드라마를 만들고 싶다면 2차 판권 협상을 포털과 해야 하고 비싼 판권료를 내거나 그쪽에서 거부하면 제작할 수 없다.
부산의 원작 IP(문학 웹툰 등)가 부산에서 제작돼 고용 창출을 비롯한 산업화로 이어지려면 무엇보다 부산 제작사에 대한 집중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부산의 영상 제작사가 일부 성과(국제신문 지난 12일 자 6면 보도)를 내고 있음에도 인력 유출, 체계적 지원 부족 등으로 영세한 실정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제작사가 시장에서 제작 능력을 제대로 갖췄다는 신뢰를 줘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국제신문은 부산 영상 제작사가 활용할 수 있는 부산형 IP를 찾아봤다.
■ 부산 출판사 IP에 주목
기자는 최근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 아시아콘텐츠&필름마켓 E-IP 행사에서 부산지역 출판사 산지니의 활약을 살폈다. E-IP마켓은 사전 심사를 하기 때문에 산지니의 이번 출품작은 1차 검증을 받은 작품이다. 산지니는 이번 행사에 임정연 작가의 소설 ‘혜수, 해수. 1: 영혼 포식자’를 내놨다. 여고생 선무당 혜수와 앳된 저승사자 해수가 무당과 신장으로 연결돼 어려움을 함께 헤쳐나가는 과정을 그렸다. 강수걸 산지니 대표는 24일 “가벼운 내용이어서 드라마로 제작되는 것이 적합할 것으로 봤다. 실제 제작으로 이어지고 이 드라마가 인기를 끌어 책이 더 팔리도록 하는 게 목표”라며 “드라마로 제대로 만든다면 제작사 본사가 어디에 있든지 상관없다”면서 부산 제작사와의 협업 가능성을 열어놨다.
부산 출판사의 출판물을 부산 영상 제작사가 영상화한다면 ▷지역 영화 인력의 고용 창출 ▷지역 제작사의 역량 강화 ▷제작·배급 과정에서의 지역 경제 활성화 등의 효과가 있다. 영상물이 인기를 끈다면 지역 관광 산업에도 도움이 된다. 부산 출판사와 영상 제작사 협업이 이뤄지려면 부산영상위원회, 부산정보산업진흥원 등의 초기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이를 기반으로 투자를 받을 수 있다면 성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더욱 커진다. 이번 E-IP마켓에는 산지니 외에도 지역 출판사 인디페이퍼(정명섭 작가의 소설 ‘손탁 빈관’)도 참여했다.
■ 부산 브랜드 웹툰도 활용
부산 브랜드 웹툰이란 부산을 홍보하기 위해 시, 부산정보산업진흥원이 작가에게 웹툰 제작을 의뢰하고 이후 부산 홍보에 활용하는 작품이다. 브랜드 웹툰은 시 홈페이지 및 SNS, 웹툰 포털에 실린다. 스토리를 갖춘 일부 브랜드 웹툰은 10분 안팎의 ‘숏폼’ 영상물로 제작할 수 있다. 현재 공모 내용을 보면 저작권과 2차 판권을 웹툰 작가가 갖기 때문에 작가가 거부하면 영상 제작이 어렵다. 향후 공모에서는 ‘2차 판권을 시가 갖고 영상물로 제작할 수 있다’고 명시하면 부산 영상 제작사의 영상화 작업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브랜드 웹툰의 영상화 과정에서 부산 영상 제작사에 실제로 도움이 되려면 ▷제작사 법인과 대표가 2년 이상 부산에 주소지를 두되 ▷최근 2년간 부산 창작 활동 내역을 증명하도록 하면 지원금 때문에 설립되는 페이퍼컴퍼니 출현을 막을 수 있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송민승 부산영화영상제작협의회 대표는 “신생 제작사는 첫 작품에 못 들어가는 경우도 많은데 첫 작품을 할 수 있다면 포트폴리오가 된다. 공모할 때 기성 제작사 한 편, 신생 제작사 한 편 정도 지원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 언론사를 활용하라
부산영상위원회가 2019년 ‘부산 지역미디어 네트워킹을 활용한 스토리콘텐츠 제작사업’을 추진한 적이 있는데 이를 재추진하는 방안도 고려할 만하다. 언론사에 숨겨진 IP를 활용하면 언론사-제작사 역량 강화의 유의미한 결과를 낳는다. 먼저 지역 일간지에 누적된 신춘문예 및 기사 IP를 활용한다. 부산영상위는 공모 사업을 진행하고 선정된 작품을 부산-롯데창조영화펀드 기술보증기금 부산은행 제작비 지원으로 영상물(장·단편 영화 다큐멘터리 드라마)로 만들자는 것이다.
만들어진 작품은 지역 방송국에서 상영하면 제작자나 감독에게 피드백이 이뤄지고 이는 제작사 역량 강화로 이어진다. 이상진 KNN 디지털제작본부장은 “당시 김휘 부산영상위원회 위원장과 논의했었고 충분히 가치가 있다고 봤다. 지역 발전을 위한다면 충분히 상의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말했다.
이 방안은 현재 일부 실현되고 있다. 국제신문에서는 기사 IP를 활용해 두 편의 다큐멘터리(10월의 이름들, 청년 졸업 에세이)를 제작한 바 있다. 지역 언론사는 회사 IP를 활용해 멀티미디어 시대에 적응하고 영향력을 확대하며 사회 공헌을 한다는 측면에서, 지역 언론사와 협업하는 영상 제작사는 역량 축적과 영향력 확대 측면에서 긍정적인 효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국제신문의 다큐멘터리 두 편 제작에는 지역 제작사 ‘바림’이 참여했다. 김명재 바림 이사는 “다큐멘터리는 발품을 팔아서 진행한다. 우리는 촬영·편집·보정을 잘할 수 있지만 섭외 부분에서 신문사 역량이 실제로 많이 도움이 됐다”며 “공동 제작이었기 때문에 홍보를 많이 해주지 않을까 기대했고 실제로 후속 기사가 많았다”고 말했다.
정옥재 이승륜 기자
※이 기획은 지역신문발전위원회 기획취재지원사업으로 작성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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