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인들은 말을 잘한다고 합니다. 인도정치가 크리슈나 메논(Krishna Menon)은 장장 9시간 동안 쉬지 않고 연설을 한 적이 있습니다. 장장 9시간이라니!! 허걱! UN 공식기록에서도 가장 긴 연설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인도로 유학을 가거나 인도에서 사업을 하는 사람들은 인도인들의 달변에 

혀를 내두른다고 합니다. 한국인은 말보다 행동이죠. 말만 앞서는 사람을 싫어하는 게 우리네 정서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인도에 유학을 간 학생들은 인도 학생들에 비해서 불리한 상황에 처하기 쉽습니다. 한국학생은 자신이 알고 있는 바를 50%정도밖에 표현하지 않는다면 인도학생은 실제 가지고 있는 지식보다 훨씬 더 많이 알고 있는 것처럼 부풀린다고 합니다. 산지니에서 나온 『인도인과 인도문화』, 『내가 만난 인도인』의 저자 김도영 교수의 실제 경험담입니다. 유학시절 우리나라에서 하듯이 수업시간에 별 발언도 하지 않고 앉아 있다가 성적이 형편없이 나왔답니다. 그래서 그 다음부터는 적극적으로 발언하고 토론했다고 하더군요.

  인도인들이 말을 잘한다는 의미는 말을 많이 한다, 논리적으로 한다, 말이 막히지 않는다, 잘못을 인정하는 법이 없다, 기억을 잘한다, 장황하게 늘어놓는다 등등을 의미합니다. 오죽하면 인도인들을 일컬어 ‘눈은 쉽게 감을 수 있지만 귀와 입은 막기가 어렵다’고 하겠습니까?

  그런데 인도인들이 이렇게 말을 잘하는 데는 역사, 문화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제가 요즘 『인도인의 논리학』이라는 원고를 보고 있는데요, 일본 사람이 쓴 책을 번역한 것입니다. 근데 여기 보면 인도인들이 토론을 좋아하고 토론에 뛰어난 이유가 나옵니다.

인도에서는 오래전부터 철학이 발달하고 뛰어난 철학자도 많았습니다. 철학 가운데도 특히 논리학 분야가 발달했는데, 학자들 사이의 혹은 스승과 제자 사이의 논쟁은 일상적인 것이었으며, 목숨을 건 토론대회가 열리곤 했는데 이 토론대회는 아직도 인도 학교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열리고 있다고 합니다.

인도논리학에 인식론의 전통과 문답법의 전통이라는 두 개의 흐름이 있다는 것을 지적했지만, 인도에 있어서 문답법의 전통은 제사를 지낼 때 청중 앞에서 상금을 걸고 행해졌던 토론에 그 기원을 두고 있다. 그것은 토론 대론자의 위신과 명성이 걸린 논쟁이며 패배하면 상대에게 제자의 예를 올리는 것이 요구되며, 자신이 답했던 능력을 벗어나 질문하는 것과 후에 드러난 것처럼 ‘정수리가 파열한다’는 것으로 된 목숨을 건 것이었다.

<인도인의 논리학> 원고 가운데...

그런데 이 토론에서 이기는 방법이 있습니다.
인도의 고전 『차라카상히타(Carakasamhitā)』에는 ‘문답을 위한 매뉴얼(Manual)’까지 나와 있습니다. 거기 보면 이런 대목이 있더군요.

1. 청중이 상대에게 가담하고 있다면 어떠한 상대와도 논쟁하지 않는다.

2. 청중이 상대에게 가담하고 있지 않은 경우 청중이 어리석다면 자신보다 열등한 상대와 논쟁하여 논파한다. 자신보다 우등한 상대와는 논쟁하지 않는다.

3. 청중이 상대에게 가담하고 있지 않은 경우 청중이 현명하다면 청중이 자신에 호의적인 경우는 자신보다 열등한 상대·대등한 상대와 논쟁하고 논파한다.

4. 청중이 중립적인 경우는 자신보다 우등한 상대와는 논쟁하지 않는다.

5. 청중이 중립적인 경우는 자신보다 열등한 상대와 논쟁하고 논파한다.

  어떠한 경우라도 자신에게 적대적인 청중 앞에서는 논쟁을 하지 말아야 하며, 어리석은 청중 앞에서는 열등한 상대를 논파하고, 우등한 상대와는 논쟁하지 말아야 합니다. 상대방이 나도다 우등한지 역량을 알아보는 지표로서 ①학습한 지식, ②전문적 지식, ③기억력, ④언어의 의미를 이해하는 직관, ⑤표현능력, 거기에다 ⑥바로 화를 내지 않는 것, ⑦당당해야 할 것, ⑧주의력 등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인도인들은 이런 모든 상황을 종합해서 토론하고 말하는 것이 몸에 배어 있는 것 같습니다. 단순하게 내 말의 옳고 그름을 떠나 주위에 듣는 사람이 내편인지 아닌지, 상대방이 똑똑한지 허술한지 판단해서 말을 합니다. 그 밖에도 『차라카상히타』에는 “ 논쟁에 있어서도 도리는 지켜야 한다”, “청중을 자기편으로 만들어라”는 말이 있습니다.

 


Posted by 산지니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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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병만이 2009.05.12 16:5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목숨을 건 토론이라...섬뜩하면서도 흥미롭네요.^^
    한때 말을 잘 못한다는 생각에 '화술, 스피치' 광고를 유심히 보고 다닌 적이 있었는데, 말을 잘 한다는 게 단순히 자신감의 문제가 아니로군요....토론이란 '고도로 계산된 지적 작업'라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됩니다. 글 잘 보고 갑니다~

    • 산지니 2009.05.13 23:56  댓글주소  수정/삭제

      맞습니다. 고대 인도에서는 어떻게 하면 토론에 지는 것인가에 대한 규칙도 있었다는군요.

  2. 지나가다 2009.05.12 19:0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초등 6학년 때 수업시간에 발표를 무지 잘하던 친구가 생각납니다. 선생님의 질문에 손을 번쩍번쩍 들어 자신의 생각을 용기있게 말하던 그 친구가 무지 부러웠는데. 저는 선생님이 행여 발표를 시킬까봐 눈을 내리깔고 있기 바빴거든요. 사람이 성장하는데 그 사회의 가치관이나 문화적 환경이 큰 영향을 주는 것 같습니다. 초중고 12년 정규 교육을 받으면서 토론 수업이나, 논리적으로 토론하는 법을 배워본 기억이 별로 없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