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독자 여러분! 편집자 진야입니다. 비가 조금씩 내리던 어느 날, 마음을 먹고 집 근처 공공도서관을 방문하기 위해 바람막이를 걸쳐 입었습니다. 아직 대출증도 만들지 않은, 그야말로 첫 방문이라 두근거렸어요. 다행히 밖으로 나오니 비가 서서히 잦아들었습니다.
제가 가기로 한 곳은 집에서 가장 가까운 공공도서관인 남구도서관입니다. 가는 길에 재미있는 풍경을 많이 접할 수 있었습니다. 비에 젖은 도로를 따라 피어 있는 대비되는 색깔의 꽃들이나, 누가 지나가든 인사를 건네는 벽화처럼요. 대부분의 공공도서관은 대중교통을 이용하더라도 어느 정도는 걸어가야 하는데(언덕에 있는 곳도 많고요..) 그럴 때마다 시선을 돌려 가며 지루함을 해소하려 노력하는 편입니다. 그리고 이 날처럼 운이 좋으면 이렇게 귀여운 것들을 만날 수도 있어요!
가벼워진 발걸음으로 걷다 보니 어느새 도착입니다. 평일 저녁 시간 이후에 방문했는데 저처럼 막 도착한 이용자들을 계속 만날 수 있었어요. 인사를 하거나 대화를 나누지는 않지만, 독서 생활에 자극을 주곤 하는 든든한 사람들입니다.
막 도착한 남구도서관의 로비입니다. 층마다 책 그림으로 둘러싸여 있다니, 유쾌한 아이디어라고 생각했습니다. ‘여기는 책과 함께하는 곳입니다’라며 알려주는 것 같기도 했어요. 기대하면서 엘리베이터 옆에 적힌 도서관 구조 설명을 읽었습니다. 인상적인 것은 ‘문학자료실’이 별도로 있단 점이었어요! 이름의 기운을 받았는지 다음에 방문해서 자리에 앉아 시와 소설만 잔뜩 보는 상상을 했어요.
도서관은 신간 코너가 두둑하게 마련되어 있어서 보기만 해도 든든했답니다. 신간만 챙겨 읽어도 이렇게 많은데, 구간 장서들까지 읽을 욕심에 신이 났어요. 산지니의 책들도 신간 코너에 자리하고 있었는데요. 『경성 브라운』, 『하근찬 전집』같은 익숙한 이름들이 반가웠어요. 대출증을 얼른 만들고 서가를 둘러보았습니다. 다문화 코너와 오디오북 코너는 다음 방문의 집중 공략 구역으로 점찍어 두었고요. 그렇게 들뜬 나머지, 기한 내에 다 읽을지도 모르면서 잡히는 책들을 빌려 왔습니다. 분야도 표지도 다양해서 마음에 듭니다.
이번에 빌려 온 책의 구절 몇 가지를 공유하고 싶습니다. 아직 다 읽지는 못했지만 얼른 문장들의 맥락을 더 알아가고 싶어요.
어른들은 컴퓨터와 스마트폰에 몰입하는 아이들에게 습관적으로 우려 섞인 질책을 건네며, 영상을 끄고 책을 읽어야 한다고 가르친다. 그런데 이러한 질책의 이면에는 사변적 형태의 개념적 사유가 완전한 지식이라고 여기고, 이미지를 열등한 것이라 간주하는 선입견이 있다. 나날이 증대하는 이미지의 영향력에 눈감고 이미지에 대해 편향된 시각을 고수하는 것은 명백히 부당하다. 활자 기호에 의존하는 순수 사유의 특권이 흔들리기 시작한 이상 우리는 이미지에 관해 다시 사유해야 한다. _『이미지란 무엇인가』, 15-16p
빈곤가족은 ‘가족 공동체’로 묶어서 바라보는 사회적 인습 속에서 두 가지 어려움을 직면한다. 그것은 자녀의 양육 책임, 그리고 부모의 노후 봉양을 개별 가족 공동체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제도적 관행이다. _『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 155p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것들에 대해 환기하고 나와 주변을 다시 점검하게 만드는 책의 힘에 대해 생각해 봅니다. 돌아가는 길의 언덕에서는 노란빛을 발견했어요. 과속방지턱이 넓게 걸쳐져 있고 중간에 아스팔트가 지나가는데, 바로 옆에 마침 노란 자전거가 세워져 있어 놓치지 않고 사진으로 담아봤답니다. 우연한 만남과 같이 읽기에 있어 도서관은 여전히 저에게 신나는 장소이자 기대되는 공간이네요. 여러분도 다가오는 주말, 도서관 나들이 어떠신가요?
▶ 도서관에서 만난 산지니 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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