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턴일기274 [서평] 우리를 감싸는 연대의 손길, 『완월동 여자들』 우리를 감싸는 연대의 손길, 『완월동 여자들』 서평 인턴 박희빈 코로나19 사태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조되면서 부쩍 외로움이 늘었다. 지금껏 가꿨던 대인관계가 전부 희미해진 느낌이라 별안간 허무해지기도 한다. ‘연대’라는 단어만 봐도 울컥하는 건, 그래서일까? 단어에서 연상되는 단단한 기운이 나를 보듬어주는 기분이라서? 이렇게 쓰고 보니 내가 『완월동 여자들』에 끌린 게 당연해 보인다. 정확히 말하자면 ‘살아남아 사람을 살리는 여성 연대의 기록’이라는 부제목에 끌린 게. 『완월동 여자들』은 살아남아 사람을 살리는 여성인권지원센터 ‘살림’과 ‘언니’들의 삶을 기록한 책이다. 살림의 활동가들은 ‘여성들의 자매애와 친밀감을 표현하기 위해’ 성매매 당사자를 언니라 칭한다. 따라서 『완월동 여자들』에는 ‘언니’라.. 2021. 1. 7. [서평] 분단, 이산 그리고 자유,『생각하는 사람들』 분단, 이산 그리고 자유 정영선 소설가 『생각하는 사람들』 인턴 이수진 표지에 그려진 사람들은 표정이 없다. 어두운 색채, 그리고 그림자처럼 보이는 여백. 한국 전쟁 이후 분단이 만든 탈북자 이야기다. 그들은 한국에 정착한 이후 사람들의 편협한 시선을 겪어야 했다. 누군가는 탈북자를 ‘동포’라고 하지만, 일부는 ‘빨갱이’라고 부르며 손가락질을 했다. 무엇이 그들을 소외되게 만들었을까. 자유를 꿈꾸며 탈북한 사람들은 가족을 잃고 정치적, 문화적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행복하지 못했다. 그저 분단의 상처를 고스란히 남긴 채 살아야만 했다. 경계에는 투명한 벽이 있었다. 영토 뿐 아니라 사람 간의 관계가 큰 비중을 차지했다. 겉으로 표현하지 못한 마음의 소리는 커져만 갔다. 소설 속 인물들은 실제 주인공처럼, 현.. 2021. 1. 6. 암에 걸렸다고 꼭 우울해야 하나요?『유방암이지만 비키니는 입고 싶어 』 일상의 스펙트럼 03 병이나 죽음이라는 단어는 아직 나와는 멀다고 생각하며 일상을 산다. 하지만 그것은 암 선고를 받기 직전까지 작가도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이 책을 읽고 나니 그런 단어들이 언제 어떻게 다가올지, 누구에게 다가올지 알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암에 걸린다면? 내 사랑하는 가족이나 친구가 암에 걸린다면? 평소에는 해보지 않았던 많은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메운다. 동시에 이 책은 내가 암에 걸린다면 어떤 태도로 살아야 할지에 대해 좋은 지침서가 됐다. 의미 없이 연명하며 살지 말기, 풀지 못할 문제에 빠지지 말기, 몸 건강을 챙기듯 정신건강도 챙기기. 암에 걸리면 작가처럼 이겨내자며 마음속에 꼭꼭 새긴 문장들. 책을 다 읽고 천천히 다시 보니 암에 걸리지 않은 지금의 나에게도 너무나.. 2020. 12. 31. 고양이처럼 엉뚱하고 순수한 동화집,『 반려인간』 책과 담을 쌓고 사는 나에게는 오래간만에 읽어 보는 책이다. 심지어 어린이 도서는 읽은 지 더욱 오래되었다. 책을 오랜만에 읽으니 독후감도 물론 오랜만이다. 어린이 도서지만 책 읽기가 어려운 나한테는 딱 적당한 책이었다. 글씨가 크고 두껍지 않아서 부담스럽지 않게 읽을 수 있었다. 원래 어린이 도서는 이랬던가? 반려인간을 읽는 내내 어린이가 된 기분이었다. 어른이 되면서 점점 잊어버리게 된 어린 시절의 유쾌한 상상력을 일깨워주는 느낌. 이야기마다 이번에 난 또 누가 되어 있을지 예측할 수 없어서 더욱 재밌고 신났다. 나는 이 책을 통해 반려인간의 주인인 개가 되기도, 발소리를 잃어버린 소년이 되기도, 심지어는 어느 할머니의 고추 모종이 되기도 했다. 한 번도 이입해본 적 없는 대상에 이입하면서 새로운 생.. 2020. 12. 23. 해외 취업 나도 떠나 볼까? 『내가 선택한 일터, 싱가포르에서』 일상의 스펙트럼 02 요즘 같은 글로벌 시대에 실업률이 높은 우리나라에서 졸업을 앞둔 대학생이라면 해외 취업을 생각해보지 않은 사람이 없을 것이다. 심지어 나는 전공도 국제 지역학, 즉 해외와 관련된 내용을 배웠기 때문에 더욱 해외 취업에도 관심이 있다. 하지만 역시 막연하고 두려워서 꿈만 꿀 뿐 현실적으로 이루려는 계획은 세워보지 않았다. 내가 할 수 있을까? 하는 의심도 물론 있다. 이 책의 처음에 묘사되는 작가의 상황은 나랑 정말 다를 바 없다. 나와 똑같이 소심하고 걱정되고 두렵고 스펙도 대단하지 않다. 그러나 책장이 넘어갈수록 점점 꿈만 꾸던 해외 취업을 성공적으로 이룬 멋진 롤모델이 되어간다. 책을 다 읽고 나니 나 같은 사람도 할 수 있는 거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생각이 들게 하.. 2020. 12. 16. 배고플 땐 이 책을 꺼내먹어요. 『내일을 생각하는 오늘의 식탁』 일상의 스펙트럼 01 다른 사람들이 사는 이야기를 듣는 것은 언제나 흥미롭고 재미있다. 다양한 경험, 내가 모르는 지식, 나와 다른 생각 혹은 같은 생각. 어떤 것이든 궁금하고 배울 것이 많다. 그래서 영화, 드라마나 시사프로그램 등도 즐겨보는 편이다. 많은 사람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면 더욱 재미있겠지만 자리를 만들기도, 깊은 대화가 될 때까지의 어색한 시간을 견디기도 어렵다. 그래서 책은 아주 실용적인 대안이 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글을 읽는 것이 어려운 나는 그 대안에 접근하기가 어렵다. 글을 읽는 것이 힘들 뿐이지 책의 내용은 재밌다는 것을 알기에 나는 꾸준히 읽고 싶은 책을 모아둔다. 다만 모아만 둔다는 게 문제다. 엄두가 안 나서 결국 사둔 책을 친구들에게 빌려주기만 하고 재밌었.. 2020. 12. 10. 이전 1 2 3 4 5 6 ··· 4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