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본 사진 출처 바로가기

 

 

How to Love

 

 

<사랑>을 하는 방법이라는 게 정말 따로 있을까요?

 

내가 하고 있는 게 '진짜'사랑이 맞는지, 사랑을 '잘'하고는 있는 건지 생각해 본 적 있나요?

 

왜 한 명하고만 사랑해야 할까? 여러 명을 동시에 좋아할 수는 없나?

 

결혼을 꼭 둘이서 해야 해? 내가 사랑하고 나를 사랑해 주는 사람들과 함께 살 수 없을까?

 

한 번쯤은 진지하게 고민해 보았을 수도 있겠지만, 어쩌면 생각이 더 깊어지기도 전에

 

무언가 잘못한 것만 같은 느낌이 들어 그만두었을 지도 모릅니다.

 

지금부터 이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고

 

 여전히 답을 찾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폴리아모리'는 폴리아모리는 ‘여러’, ‘다자’를 의미하는 그리스어 ‘폴리(poly)'와 라틴어 ‘아무르(Amor)’의 합성어입니다. ‘복수(다자) 간의 사랑’으로 직역되는 이 말은 동시에 여러 명과 사랑을 하고 또 가족을 꾸리며 살아가는 ‘낯선 사랑’을 의미합니다. 우리나라에서 '폴리아모리'라는 어휘나 개념은 아직 생소하지만, 폴리아모리 성향을 가진 주인공들이 나오는 영화나 드라마는 종종 있었는데요.



 


 

 

 

 

원본 사진 출처  바로가기

 

 

드라마 '질투의 화신' 中

 

 

여주인공 '표나리'는 어쩌다 보니 3년간 짝사랑해왔던 선배 '이화신'과 완벽한 남자 '고정원'을 둘 다 좋아하게 됩니다. 둘 중 누가 더 좋은지 자신도 자신의 마음을 모르겠다고 토로합니다. 이에 두 남자의 반응은 ' 둘 다 만나 ' 였습니다. 누가 더 좋은지 헷갈린다면 둘 다 만나보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셋은 잠깐이지만 한 집에서 살기도 하고 서로에게 질투도 하면서 사랑을 이어나갑니다. 결국 표나리는 '더 좋아한다고 판단한' 이화신과 결혼하게 되지만 아주 잠깐 동안은 셋이서 함께 <사랑>한 셈이 되었습니다.

 

 

 

 

 

 

원본 사진 출처 바로가기

 

영화 '아내가 결혼했다' 中

 

 

여주인공 '인아'는 아주 매력적인 사람입니다. 귀여운 외모와 넘치는 애교, 지적인 면모까지.. 덕훈은 그런 인아에게 마음을 뺏겼고 평생 그녀만 사랑하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인아의 사정은 달랐는데요. 덕훈을 사랑하지만 덕훈'만'을 사랑하는 것은 아니며, 자신은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살고 싶다고 말합니다. <사랑>을 나누면 두 배가 되는 것이 아니냐며, 자신은 단지 남편 하나를 더 갖고 싶은 것뿐이라고 당당하게 말하는 인아와 덕훈을 갈등을 거듭합니다. 하지만 결국 덕훈은 인아의 또 다른 남편 '재경'과 자초지종을 이야기하며 서로를 이해합니다. 마지막에는 셋이서 같이 살기 위해 해외로 떠나게 됩니다. '폴리아모리' 가정이 되었다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위에서 소개한 드라마나 영화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은 어땠을까요? '이해가 되지 않는다.' , '나는 절대 그렇게 못한다.'는 다소 완곡한 비판에서부터 '미쳤다' , '말이 안 되는 걸 말이 된다고 우기고 있다'는 원색적인 비난까지 다양했습니다. 드물지만 '나도 해보고 싶다' ,  '흥미롭다'는 긍정적인 반응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이 '폴리아모리'의 방식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그것은 아마도 우리 사회는 '모노가미'식 사랑의 형태, 즉 한사람은 동시에 단 한사람만과 사랑을 해야 한다는 인식이 일반적이기 때문입니다.  동시에 여러 사람에게 마음을 주게 되면 그때부터 도덕적 결함을 지닌 존재가 됩니다. 때로는 '불륜'이나 '바람', '양다리'등의 단어로 명명되기도 합니다.

 

 

 이에 대해 폴리아모리스트들은 ‘일대일의 사랑만이 옳다고는 할 수 없다’, ‘사회적 규범이 사랑을 규정할 수 없다’, ‘사랑하는 사람의 수는 자신의 의지로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다른 사람에게 이끌리는 것은 자연스러운 본능이며, 이것을 사회적인 제도나 잣대로 억압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비독점 다자연애'라는 폴리아모리는 어쩐지 어떤 규칙도 없고, 책임도 없어 보입니다. 단순히 내 마음 가는 대로 여러 사람과 만나는 자유로운 영혼을 상징하는 말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실제로 '폴리아모리'를 실행하는 사람들에게는 매뉴얼화된 일종의 규칙이 여러 개 존재합니다. '동시에 한 사람만 사랑해야 한다는' 제약만 없을 뿐이지, '모노가미'식 사랑의 형태에서 지켜야 할 약속과 유사합니다.

 가령, 각자가 자유롭게 의견을 내고 만남의 조건을 결정한다거나, 현재의 관계를 굳건하게 하고 더 발전시키려는 의지를 갖기, 약속을 지키고 신뢰를 쌓기 등입니다. '폴리아모리'든, '모노가미'든 사랑과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서로에 대한 신뢰배려가 중요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소유하지 않는 사랑'이라는 폴리아모리의 모토는 오늘날 우리의 연애와 사랑에서 가장 화두가 되는 부분입니다. 집착이 심한 애인, 이별 통보를 한 애인을 살해한 사람, 연락이 잘되지 않는 문제 등.. 상대방을 소유하려고 하는 것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다들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막상 현실의 문제가 닥치면 마음이 생각대로 안되는 경험을 해본 적이 있을 것입니다. 바로 인간으로서 느끼는 가장 자연스러운 감정, '질투' 때문인데요.

 연인 사이에서 질투의 대상은 상대방이 관계 맺고 있는 타인, 키우는 반려동물, 가지고 있는 물건에 이르기까지 무척 다양합니다. 질투는 연인의 아주 작은 부분도 다른 대상에게 빼앗기는 게 싫은 '소유욕'의 한 모습입니다.  '모노가미'식 사랑을 하는 사람들이 '폴리아모리'를 이해할 수 없는 결정적인 지점이 바로 '질투'일 것입니다.  내 애인이 다른 사람과 데이트를 한다니.. 생각만으로도 피가 차게 식는 기분인데, 어떻게 그것을 받아들이고 긍정까지 할 수 있을까요?

 

 

질투해 본적 없다는 폴리아모리스트들도 있지만, 폴리아모리스트들 대부분은 질투를 느낀다고 합니다. 질투를 느끼면서까지 자신의 연인이 다른 사람과 만나는 것을 인정하는 일은 역설적으로 느껴집니다. 하지만 그들은 질투를 단지 긍정, 부정의 감정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의식적으로 질투를 '활용'합니다. 그들은 질투를 느끼면, '이 관계를 진심으로 바라는 걸까?' , '어떤 상황이 최선일까?'라고 스스로에게 물어보는 성찰의 시간을 가집니다. 질투를 통한 관계의 재고는 그들에게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말합니다.

 

 

합의와 평등, 배려와 동의를 추구하는 '폴리아모리'가 어쩌면 누군가에게는 '폭력'일 수도 있습니다. 서로 합의했을지라도 그 마음의 무게는 같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나의 연인을 타자와 공유하는 것이 고통스럽지만, 연인을 포기할 수 없기 때문에 연인이 추구하는 '폴리아모리'를 따를 수밖에 없는 경우도 분명 존재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다수의 사람과 관계를 갖는 폴리아모리스트는 자신이 상처 입을지도 모른다는 가능성과 상대를 상처 입힐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을 동시에 자각하고 있습니다.

 

 

<Q10>이라는 일본 드라마에서 사랑에 빠진 아들의 질문에 아버지는 이렇게 답합니다.

 엄마를 사랑한다는 건 엄마가 낳은 너희를 사랑한다는 뜻이지. 그리고 그건 엄마를 낳은 할머니, 할아버지도 사랑한다는 거야. 그리고 엄마에게 친절을 베푼 사람들도 사랑하고, 그 친절한 사람에게 친절을 베푼 사람들도 사랑해. 엄마에게 못되게 굴었던 상사도 결국 엄마의 인격을 만들어 줬으니 그 또한 사랑해야지. 그러니까 나는 엄마를 있게 해준 모든 것을 사랑한다는 거야. ”

 

 

 

어쩌면 '폴리아모리'는 나의 연인과 나의 연인을 있게 해준 모든 사람을 사랑하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것이 연인의 또 다른 애인일지라도요. 우리의 세상에 사랑의 방법은 존재하지 않고, <사랑>만이 존재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폴리아모리스트는 오늘도 이렇게 <사랑> 하고 있습니다!

 

 

 

 


 

 

 

 

 

 

폴리아모리 새로운 사랑의 가능성

 

후카미 기쿠에 글 | 곽규환 ․ 진효아 옮김 | 235쪽 | 2018년 3월 30일 출간

 

『폴리아모리』는 그 어원의 배경, 역사를 개괄하는 개념적 정의들 그리고 실제로 폴리아모리라는 사랑을 실천하는 사람들의 삶을 함께 소개하여 쉽고 정확하게 다른 사랑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해주는 ‘입문서’이다. 폴리아모리를 연구하는 사회인류학자에 의해 작성된 정연한 보고서이면서도, 다른 사랑의 방식을 통해 다양한 삶의 모습을 받아들이고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는 열린 태도를 가진 한 사람의 진솔한 고백이기도 하다. 

 

 

 


 

 

 

 

 

폴리아모리 - 10점
후카미 기쿠에 지음, 곽규환.진효아 옮김/해피북미디어

 

 

 

 

 

 

책 주문하기 >> https://goo.gl/cUJW3o

*산지니 출판사에서 직접 구매할 수 있습니다.

(10% 할인, 3권 이상 주문시 택배비 무료)



 

 

 

 

 

 

 

 

Posted by 비회원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BlogIcon 에디터날개 2019.03.26 15:4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폴리아모리의 개념을 한국 드라마와 영화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니 흥미롭네요! 재미있게 잘 읽었어요 :)

  2. BlogIcon 실버_ 2019.03.26 17:1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폴리아모리를 드라마, 노래 가사를 통해 접근한 글을 읽으니 더 친근하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
    정성 들인 포스팅 잘 읽었습니다.

책의 해와 함께하는 산지니출판사의 독서모임
‘모다 읽기’의 마지막 시간이 지난주 금요일 산지니x공간에서 있었습니다.

주제 도서는 <폴리아모리>였는데요, 다자간의 사랑을 다룬 이 도서와 함께한 독서모임은 사랑, 규범, 사회운동까지…. 다양한 이야기가 나왔답니다. 다 담을 순 없겠지만 핵심 내용만 뽑아서 여러분과 함께 나누어볼게요~!

이날 약속이라도 한 듯(모다읽기 1,2차 모임 날 모두 비가 왔답니다ㅠㅠ) 오후가 되자 갑자기 엄청난 비와 바람이 몰아쳤습니다. 그래서 참석 인원 다섯 분 중 두 분은 어쩔 수 없는 기상 상황으로 참석을 못 하셨어요.

아쉽지만 저와 참석자 두 분, 세 명이서 오순도순 <폴리아모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한 사람당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어요.

 

 

‘폴리아모리’라는 것이 무엇인지 고개를 갸우뚱하시는 분도 있으실 텐데요.
폴리아모리(Polyamory)는 여러 사람을 동시에 사랑하는 것을 말하며, 다자간(多者間) 사랑, 다자간 연애, 비독점적 다자연애 등으로도 부르기도 합니다. 폴리(Poly)는 ‘많은’이라는 뜻의 접두사이며 ‘아모리(Amory)’는 사랑이라는 뜻의 라틴어 ‘아모르(Amor)’에서 온 말이지요. 일부일처제에 얽매이지 않고 배우자 이외의 다른 애정 관계를 인정하는 것이 폴리아모리의 특징입니다.          

본격적으로 이 ‘폴리아모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 전,
참석자 분들의 간단한 자기소개가 있었습니다. 익명성 유지를 위해 별명을 사용했습니다 :)

 

스텔라
안녕하세요, 저는 산지니 플랫폼을 통해 모다 읽기를 알고 신청하게 되었어요. 지난번 <나는 나> 독서모임에 참석하기도 했구요.
시간을 내어서 책을 읽기가 어려운데, 아무래도 독서모임에 참석한다고 생각하면 의무감이 생겨서 책을 열심히 읽게 되는 것 같아요. 또 전공책 이외에 책을 읽을 기회가 되어서 좋은 것 같아요. 저에게 그런 기회를 준 ‘모다 읽기’가 마지막 시간이라니 아쉽네요.

곶감
저도 산지니 플랫폼에서 독서모임을 알게 되었어요.
‘폴리아모리’라는 생소한 개념이 궁금해서 신청하게 되었습니다.

S편집자
저는 <폴리아모리>가 독서 모임을 하기에 알맞은 도서라고 생각해서 선정하게 되었어요. 아무래도 ‘사랑’이라는 개념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생각해보기 마련이니까요. 오늘 유익한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자기소개 후 간단한 설문(?)으로 이야기의 물꼬를 텄습니다.

"너만을 바라보고 있어”라는 투의 가사. 한 사람만을 사랑하는 아름다운 주인공. 연예인들의 불미스러운 불륜 소동…… 이 세상은 일대일의 사랑만을 찬미하는 콘텐츠로 넘쳐난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익히게 된 사랑에 관한 ‘상식’
= 한 사람만을 사랑하기
= ‘올바르고’ ‘진실한’ 사랑

그러나 동시에 여러 명을 사랑한다고 해서 그 사랑이 진정한 사랑이 아니라고 단정할 수 있을까? 독자들에게 묻고 싶은 질문이 있다. 아래의 항목에 ‘예’, ‘아니요’로 솔직하게 답해주길 바란다.

① 교제 중인 상대 이외의 다른 사람을 좋아해 봤다.
② 남편이나 아내가 있지만 데이트하고 싶은 사람이 있었다.
③ 이미 파트너(연인/배우자)가 있는 사람을 좋아해 봤다.

독자들은 위 질문에 적어도 한 번은 ‘예’라고 답했을 것이다. 파트너가 있어도 다른 누군가에게 마음을 빼앗기거나, 우연히 파트너가 있는 상대를 좋아하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누군가에게 끌리게 되는 건 의지와 상관없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대체 왜 여러 사람을 좋아하는 일이 문제인건가?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몇 개의 질문을 더 던져보려 한다.

④ 사람은 ‘바람’을 피워봤다.
⑤ 사실은 ‘양다리’를 걸쳐봤다.
⑥ 사실은 ‘불륜’을 저질러봤다.

몇 명이 ‘예’라고 답했는지 모르겠지만, 그 앞의 질문에서 ‘예’라고 답한 사람보다는 수가 적을 것이다.

스텔라
반신반의로 읽게 된 <폴리아모리> 책 앞머리에 있는 이 선택지가 제 생각을 깨게 해주었어요. 단지 ‘낯선’ 개념에서 ‘가능성’을 본 건 누구나 공감 가능한 이 선택지 때문이었어요.

이 의견에 나머지 두 참석자(S편집자, 곶감) 모두 공감했답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도 이 선택지를 먼저 읽어보고 체크해보세요 :)

이후에는 자유로운 토론과 의견 나눔의 시간이 이어졌답니다.


- 폴리아모리스트의 특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조사에서 밝혀진 폴리아모리스트의 특징을 단적으로 요약하면 백인, 중산계급, 고학력이다. 이 세 가지는 종종 폴리아모리의 특징으로 언급된다. 내가 지금까지 만나온 대부분의 폴리아모리스트 역시 백인, 중산계급, 고학력자들이었다. 모임 참가자 대부분이 백인이었으며 파티에서 ‘박사’가 표기된 명함을 받은 적도 많다.”

S편집자
연령, 젠더, 인종, 계급, 학력과 같은 폴리아모리스트의 특징을 보면 백인, 고학력자, 부자가 많은 것을 볼 수 있어요. 저는 이 부분이 의아했는데 다들 어떻게 생각하세요?

스텔라
폴리아모리의 중심축을 이루는 사람들은 그 개념을 당당하게 정의내릴 수 있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해요. 북유럽에 보면 리버럴한 성문화를 가진 곳, 안정화되어 있는 곳이 많잖아요. 그런 걸 보면 성문화가 발전한다는 것은 먹고 살만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도 생각해요.
폴리아모리스트의 비율에서 볼 수 있듯이 백인 중산층들의 자신의 성문화를 당당히 드러낸 것은 자신의 우월성을 드러내는 방식이라고도 생각을 했어요.

곶감
폴리아모리의 특성은 개인의 ‘성적 지향’보다는 ‘학습된 성 개념을 탈피하자’ ‘규범을 벗어나자’라는 사회운동으로 보면 이해가 쉬울 것 같다는 생각을 해요. 하나의 사회 운동을 하려면 고학력자의 백인들이 모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 폴리아모리는 에너지가 많은 사람일까요?

스텔라
저는 그 부분과 관련해서 '질투' 부분이 생각났는데. 적당한 질투는 관계의 윤활유가 되기도 하지만 질투가 심해지면 증오가 되고 관계가 깨지는 원인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을 해요. 그게 그 사람의 감정 에너지라는 생각도 했구요.
지금 나와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도 좋지만, 다른 사람도 좋은? 그렇게 에너지가 많은 사람만이 폴리아모리 관계를 할 수 있다는 생각도 들어요. 한 사람에게 에너지를 집중하고 싶은 사람, 그 이상의 에너지를 내기 어려운 사람은 모노가미 관계가 맞다고 생각해요.

곶감
저는 반대로 생각한 게, 다른 사람보다 욕망이 둔감한, 집착, 질투가 부담스러운 사람들이 폴리아모리 관계를 맺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얽매이지 않고 살아가고 싶은 사람들이 이런 관계를 맺을 수 있지 않나 라는 생각이 들어요. A B C가 있다면 A와 취향을 공유하고, B와 정서적 교감을 맺고, C와 육체적 관계를 맺는 그런 관계로 생각을 했어요.

S편집자
그럴 수 있겠네요. 저도 스텔라 님 말처럼 전체 애정을 복제하는 의미로 생각을 했는데, 에너지를 나눈다고 생각을 하면 욕망이 없는 사람이 폴리아모리를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어요.


- 폴리패밀리는 가능할까요?

스텔라
요즘 혈연으로만 연관된 가족의 형태는 점점 사라지고 있는 추세잖아요, 그렇게 생각하면 폴리아모리적인 생각이 가족의 형태에 대한 규범을 깨는 데는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 같아요.
‘언제 결혼을 해야 한다. 자식은 몇 명 낳아야 한다.’라는 사회적 참견이 많은 세상에, 주체적인 삶을 살려면 이런 의식은 좋을 것 같아요. 혈연이지만 남보다 못한 경우가 너무 많죠. ‘자신이 하고 싶은 걸 이해받고 공감받으면서 사는 게 진짜 가족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어요.

곶감
저는 조금 회의적으로 본 점이 ‘폴리아모리라는 새로운 개념으로 일부다처제를 옹호하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어요.
또한 ‘폴리아모리 속에서 여성 남성이 동등하게 존재할 수 있을까?’라는 의심을 하게 되었구요.

스텔라
네, 그렇게도 생각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폴리아모리>의 부제처럼 폴리아모리는 새로운 사랑의 ‘가능성’ 이지 새로운 사랑을 제시하는 것은 아니니까요. (일동 웃음).
바람을 피는 이상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넘어서서 세상에는 이런 사람이 있고, 이런 사랑도 있구나 라고 ‘인정’을 하는 것이 중요하는 생각을 했어요.

 

- 폴리아모리의 확산 가능성에 대한 생각은 어떠세요?

스텔라
사실 영화를 생각하면 ‘폴리아모리’라는 개념과 우리와의 거리가 그렇게 멀지는 않다는 생각을 해요. <아내가 결혼했다> 처럼 대놓고 폴리아모리를 다루는 영화도 2008년에 나왔으니까요.

S편집자
맞아요. 저는 소설 <반짝반짝 빛나는>을 재미있게 읽었는데, 소설 속 주인공들도 그런 폴리아모리적 관계를 맺거든요. 그 소설을 읽을 때는 왠지 쿨해 보이고 ‘와~ 이런 삶이, 관계가 있구나!’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막상 일상에서 이런 일이 일어난다면…. 받아들이기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스텔라
네, 그래서 저는 불과 10~20년 전만 해도 쉬쉬되었던 동성애 코드가 드라마, 소설, 영화 할 것 없이 점점 대중문화와 사람들의 인식에 퍼졌던 것처럼 폴리아모리 개념도 점차 우리 사회에 스며들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S편집자
홍석천이 비난받았다가 예능에서 위트 있게 장난을 칠만큼 인식이 전환된 것처럼, 폴리아모리에 대한 개념도 전환될 수도 있겠네요.

스텔라
몇십 년 후에는 자식이 폴리아모리라고 주장하면 이해해줄 수 있는 사회가 될지도 몰라요.

곶감
모노가미로서 혼란스럽습니다.

S편집자
저도 그래요. 지금 심정이 딱 ‘혼란’이라는 표현이 맞을 것 같아요. (웃음)
그래도 정말 그런 사회가 올 수 있을 것 같네요.

 

앞서 모다 읽기 시간이 그랬듯이, 오늘의 소감을 정리하며 마무리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 후기

‘이해보다 인정’이라는 제 가치관이 떠올랐습니다.
아직 제가 받아들이기, 온전히 폴리아모리스트들을 이해하기 힘들지만,
‘규범을 벗어나자’는 그들의 존재를 인정하고 지지합니다.
조금 더 다양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사회가 되길. - 곶감

 


산지니 ‘모다읽기’ 덕분에 알게 된 <폴리아모리>~!
내가 사는 방식과 내가 하고 있는 사랑에 대해 새삼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나와 다른 남들을 통해 오히려 나를 볼 수 있는 이런 기회가 더 이어지면 좋으련만~!
아쉽지만 또 다른 시간의 만남을 기대해봅니다. - 스텔라

 


“이해할 수 없고, 인정할 수 없고, 존중할 수 없는 무엇들을 쉽고 편하게 부정하진 말아야지 하고 작게 읊조릴 뿐이다.” - 「역자의 말」 중
<폴리아모리>를 읽고 저도 저와 다른 모든 것을 ‘쉽고, 편하게’ 부정은 하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 S편집자

 


 

그동안 모다읽기에 참석해주시고, 관심 가져주신 분들 모두 감사드립니다.

모다읽기는 이렇게 3회차로 마감을 하게 되었지만요, 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독서모임, 또는 다른 어떤 형태로든 독자분들과 만나 뵈었으면 좋겠습니다.

모다읽기는 책의 해의 일환으로 하게 된 독서모임인데요, 얼마 남지 않은 '2018 책의 해', 모두 책 읽는 날 되시길 바라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

 

 

폴리아모리 새로운 사랑의 가능성

 

후카미 기쿠에 글 | 곽규환 ․ 진효아 옮김 | 235쪽 | 2018년 3월 30일 출간

『폴리아모리』는 그 어원의 배경, 역사를 개괄하는 개념적 정의들 그리고 실제로 폴리아모리라는 사랑을 실천하는 사람들의 삶을 함께 소개하여 쉽고 정확하게 다른 사랑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해주는 ‘입문서’이다. 폴리아모리를 연구하는 사회인류학자에 의해 작성된 정연한 보고서이면서도, 다른 사랑의 방식을 통해 다양한 삶의 모습을 받아들이고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는 열린 태도를 가진 한 사람의 진솔한 고백이기도 하다. 

 

 

폴리아모리 - 10점
후카미 기쿠에 지음, 곽규환.진효아 옮김/해피북미디어

 

Posted by 실버_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동글동글봄 2018.11.13 13:0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모다 읽기가 끝이 났네요. 참석해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실버 편집자님도 그동안 진행하느라 수고 많았어요^^

새로운 사랑의 가능성

폴리아모리


후카미 기쿠에 지음

 

 

 

▶ 폴리아모리, ‘낯선 사랑’에서 ‘다른 삶’을 보다


 폴리아모리는 ‘여러’, ‘다자’를 의미하는 그리스어 ‘폴리(poly)'와 라틴어 ‘아무르(Amor)’의 합성어로 국내에서 이제 막 소개되기 시작한 개념이다. ‘복수(다자) 간의 사랑’으로 직역되는 이 말은 동시에 여러 명과 사랑을 하고 또 가족을 꾸리며 살아가는 ‘낯선 사랑’을 의미한다. 단, 사랑에 관한 일반적인 관점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점이 핵심이다. ‘상대방을 소유하지 않는 것.’ 


 국내에서도 어원을 따라 ‘폴리아모리’로 칭해지는 이 현상은 ‘일대일의 이성애’만을 ‘평범한 사랑’으로 규정하는 것에 의문을 던지는 ‘문제적 사랑’으로 소개되기도 했다. 


 이 책은 폴리아모리의 배경과 역사를 개괄하는 개념적 정의들과 실제로 폴리아모리라는 사랑을 실천하는 사람들의 삶을 함께 소개하여 쉽고 정확하게 다른 사랑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해주는 ‘폴리아모리 입문서’이다. 사랑을 사유할 수 있는 담론들과 더불어 폴리아모리스트들과 진솔하게 소통한 경험들로 버무려진 후카미 기쿠에의 폴리아모리 입문서는 폴리아모리를 연구하는 사회인류학자에 의해 작성된 정연한 보고서이면서도, 다른 사랑의 방식을 통해 다양한 삶의 모습을 받아들이고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는 열린 태도를 가진 한 사람의 진솔한 고백이기도 하다. 

 

 

 


▶ 폴리아모리스트의 일상 속으로
 ‘후카미 기쿠에’가 인터뷰한 다양한 모습의‘글렌’들


 사회인류학을 전공한 저자 후카미 기쿠에는 타인을 사랑하고 함께 살아가면서 자연스럽게 떠올랐던 일상적인 의문―일대일의 사랑만이 옳은 사랑일까? 상대방에게 서로의 상황을 전적으로 공개하며 여러 사람을 진심으로 사랑할 수는 없을까?―을 풀기 위해 미국의 폴리아모리스트들을 찾아 현지 조사를 떠난다. 2008년 여름, 저자는 샌프란시스코 교외에서 결혼한 지 29년, 폴리아모리로 살아간 지는 8년째 접어드는 부부를 만나 풍요로운 삶의 가능성을 마주할 수 있는 질문을 품게 된다.

 

 

“이미 대략의 상황을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보니 놀라웠고 충격이었다.

이 놀라움과 충격은 곧 새로운 질문들로 바뀌었다.

왜 자기만 바라보길 바라지 않을까?

다른 사람을 사랑한다는 걸 알면서도 어떻게 관계를 유지할 수 있지?

그들은 대체 어떤 유대 관계를 갖고 있는 걸까?”


-「시작하는 말」중에서

 

 

 처음 폴리아모리스트를 만나고 돌아온 지 3년 만에 다시 떠난 2011년의 로스앤젤레스 현지 조사. 「3장 내가 폴리아모리스트가 된 이유」, 「4장 폴리아모리 입문」, 「5장 폴리아모리 윤리」, 「7장 메타모어 – 사랑하는 사람을 공유하다」 에 소개된 현장조사 에세이는 폴리아모리 동행인 ‘글렌’과의 추억담으로 가득하다. 저자는 10개월에 걸쳐 다양한 폴리아모리스트 친구들을 사귀며 그들의 모임과 파티에 동행하고 함께 식사를 하며 사소한 일상에서부터 상담과 토론에 걸친 폭넓은 소통을 이어나갔다. 뿐만 아니라 글렌과 동행하며 폴리아모리 세계에서 ‘내 연인이 사랑하는 존재’인 ‘메타모어’가 되어본 체험기를 통해 폴리아모리에 대한 ‘앎’을 ‘삶’으로 실천해나가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저자는 친구 글렌과 함께하며 폴리아모리에 대한 낯섦과 혼란스러움을 진정한 ‘이해’와 ‘소통’의 계기로 전환할 수 있었으며, 폴리아모리 친구 글렌은 또 다른 ‘글렌’들로 저자 ‘후카미 기쿠에’를 이끌어간다.

 

 

 

 

▶ 폴리아모리, 자유와 해방을 열망하는 사랑의 공동체 


 폴리아모리 세계의 이방인으로서 쉽게 던질 수 있는 호기심 어린 시선을 거두고 폴리아모리스트의 일상에 다가간 저자가 마주하게 된 모습은 무엇일까. 그것은 ‘비독점 다자 연애’ 라는 화제성의 언술이 흩뿌리기 쉬운 바람둥이, 혼외불륜과도 같은 비좁은 정의가 아닌, 사랑하는 사람들에게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웃음과 한숨’이었고 ‘기쁨과 슬픔’, ‘갈등과 불안’, ‘희망과 소망’이 뒤섞인 삶의 감각이었다. 폴리아모리 윤리(5장)에 이르면 현장 인터뷰를 통해 저자가 발견하게 된 ‘진실한 다자간의 사랑’으로서의 폴리아모리의 솔직한 모습들을 마주할 수 있다. 


 폴리아모리스트 사이에서 ‘폴리아모리’는 스스로에게 솔직하고,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으며, 보다 더 잘 살고 잘 사랑하기 위한 사랑의 방식이자 삶의 방식임이 드러난다. 저자는 폴리아모리스트가 만들어가는 사랑의 공동체를 통해 ‘안정’이라는 이름으로 타인을 구속하거나 소유하지 않고, 변화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기 위해 의식적으로 노력하고 헌신하는 의외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서로 사랑하기 위해 정서적인 연대뿐만 아니라 능동적으로 사랑의 방식을 선택하는 소통의 노력과 자기 헌신은 다자간의 사랑을 영위하는 낯설고 새로운 모습에만 방점이 찍혔을 때 흔히 간과되기 쉬운 대목이기도 하다. 저자는 자신을 포함하여 이제 막 폴리아모리와 대면하기 시작한 이들에게, 폴리아모리를 받아들이는 스스로의 태도와 폴리아모리를 정의하는 프레임을 끊임없이 점검해 볼 것을 무엇보다 강조하며 현재를 살아가는 폴리아모리의 생생한 목소리를 전해준다.

 

 

 

 

▶‘비독점 다자연애’와 ‘진실한 다자간의 사랑’사이에서 유동하는
  새로운 사랑의 가능성

 

 ‘사랑’은 공고한 관점과 시선을 흔드는 하나의 계기가 되어줄 수 있을까. 이 책은, 단일한 잣대로 성적 지향을 판별하고 그 범위에 해당하지 않는 ‘다른’ 삶들을 소외로 내모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현재의 한국 사회에서 중요한 질문을 던져줄 수 있다. ‘폴리아모리’로 명명된 새로운 사랑의 모습을 발견해 나가는 저자의 여정이 쉽지 않았던 이유는 폴리아모리스트가 다가가기 어려울 만큼 ‘낯선’ 존재였기 때문이 아니라, 그들을 만나는 매 순간이 자연스럽고 평범하게 받아들였던 ‘사랑’의 정의가 깨지는 혼란스럽고 낯선 위기의 순간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우리가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사랑’의 정의가 실은 다른 사랑을 이해하고 상상할 수 있는 가능성을 상실하는 한계로 작용할 수 있다면, 폴리아모리는 그 한계를 허물고 보다 맨눈으로 사랑을 바라볼 수 있는 계기가 되어줄 수 있을 것이다. 

 

 삶의 결만큼이나 다양한 사랑의 모습처럼 이 책에는 폴리아모리라는 낯선 사랑을 하는 다양한 삶이 생생한 목소리를 통해 전달된다. 이국의 폴리아모리스트와 친구가 되어 이리저리 흩뿌려진 그들의 일상과 사랑의 감각을 전하는 저자의 모습은 차분한 연구자의 언어와 위태로운 한 사람의 고백 사이에서 유동한다. 현상을 개괄하는 정리된 언어와 생생한 삶의 목소리를 받아 적는 정직한 떨림으로서의 이 위태로움을 마주하면 어느새 새로운 사랑의 실천자들과 자연스럽게 소통하는 저자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폴리아모리스트의 일상 속에서 대면한 ‘진실한 다자간의 사랑’이란 과연 어떤 모습일까?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사랑에 관한 질문에 화답하는 진솔한 현장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책속으로 / 밑줄긋기                                              

 

 

저자 소개

                                                        


목차        

                                                         

 

 

 

 

폴리아모리 새로운 사랑의 가능성

 

후카미 기쿠에 글 | 곽규환 ․ 진효아 옮김 | 235쪽 | 2018년 3월 30일 출간

 

『폴리아모리』는 그 어원의 배경, 역사를 개괄하는 개념적 정의들 그리고 실제로 폴리아모리라는 사랑을 실천하는 사람들의 삶을 함께 소개하여 쉽고 정확하게 다른 사랑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해주는 ‘입문서’이다. 폴리아모리를 연구하는 사회인류학자에 의해 작성된 정연한 보고서이면서도, 다른 사랑의 방식을 통해 다양한 삶의 모습을 받아들이고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는 열린 태도를 가진 한 사람의 진솔한 고백이기도 하다. 

 

 

 

 

 

폴리아모리 - 10점
후카미 기쿠에 지음, 곽규환.진효아 옮김/해피북미디어

 

 

 

 

책 주문하기 >> https://goo.gl/cUJW3o

*산지니 출판사에서 직접 구매할 수 있습니다.

(10% 할인, 3권 이상 주문시 택배비 무료)


 

Posted by 비회원

댓글을 달아 주세요

 

 

 

 

……와서 모여 함께 하나가 되자

와서 모여 함께 하나가 되자

물가 심어진 나무같이

흔들리지 않게……

 

 

안녕하세요! 인턴 우파jw입니다!

제가 저번 주 첫 출근을 하였을 때, 『2016 산지니 도서목록』을 제일 먼저 받아보았었는데요, 2016년까지 산지니 출판사에서 발행해 낸 책들이 나열되어있던 책자였답니다. 결코 적지 않은 도서 목록들을 하나하나 찬찬히 훑어보며 저는 제 나름대로 ‘어, 이거 읽어보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었던 책을 수첩에 따로 써 두었었는데, 그중에 하나가 바로 김춘복 선생님의 장편 소설 『칼춤』입니다. 그래서 『칼춤』을 읽고 서평을 써 보고 싶다고 대리님께 부탁을 드렸답니다!

 

 

 

 

김춘복 선생님의 장편 소설『칼춤』은 문예창작과를 졸업하고 소설가가 된 준규와 밀양 검무 기생 운심의 환생인 은미의 운명 같은 사랑 이야기가 담겨 있는 작품입니다. 또한, 두 남녀 간의 사랑을 통해 한국 현대사의 국면을 세밀히 묘사하고 있는데, 작가는 두 주인공의 삶을 지탱하고 있는 시대의 대립이 완화되길 바라며 장장 10여 년에 걸쳐 소설을 집필하였다고 회고하고 있습니다. 『칼춤』은 평범한 가정에서 자라 사회와 사랑을 알아가는 한 개인에 초점을 맞춘 성장소설로써, 1970년대 유신 체제를 겪던 시절부터 2000년대 초 현재까지 30여 년의 세월을 세밀하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앞의 책 설명에서 보시다시피 이 책의 배경은 우리나라 혼란의 시대라고 할 수 있는 1970년대부터 시작됩니다.

 

 

당시의 서울은 데모로 날이 밝고 데모로 날이 저물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유신체제 철폐와 자유민주주의를 회복하고자 비롯된 민주화운동의 방향은 급기야 사회주의 혁명노선으로 변질되어가고 있었다. 게다가 NL 측과 PD 측이 첨예하게 대립한 가운데 주도권을 장악하기 위한 계파 간의 각축전 또한 극에 달해 있었다. (p.226)

 

 

작가는 무거운 주제를 S대 문창과 박준규와 그의 연인 최은미라는, 개인 간의 사랑 이야기로 엮어 풀어나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매개가 되는 것이 바로 ‘밀양 검무’와 그 밀양 검무의 대가이자 창시자인 기생 ‘운심’입니다. 운심을 통해 개인과 개인을 이어주고, 더 나아가 그들과 사회상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하고 있는 것이죠. 저도 운심이라는 인물을 이 책을 통해서 알게 되었는데요, 본문에서 운심에 대한 설명을 가져와 보았습니다.

 

 

운심은 조선조 숙종~경종~영조 연간에 생존했던 밀양 출신 관기로서, 특히 검무에 능하여 선상기로 뽑혀 한양에까지 진출하였으며, 당시에 검무를 춘 한양기생의 거의 대다수가 그의 제자들이었다. (중략) 그녀가 밀양 관기로 있을 때, 마음속으로 깊이 흠모한 한 관원이 있었다. 그러나 이룰 수 없는 사랑을 한탄하며 한양으로 갔다가 나이 들어 고향에 돌아와 보니 그 관원은 이미 고향을 떠난 지 오래인지라 소식을 알 길이 없었다. 병이 들어 죽음을 기다리는 신세가 된 운심은 한평생 잊지 못하는 그 관원을 그리워한 나머지, 측근들에게 내가 죽거든 관속들이 자주 왕래하는 역원 근처 길가에 묻어 달라는 유언을 남겼다. (p.114~115)

 

 

(사진 출처: 연합뉴스)

 

 

이번에는 몸집이 보다 큰 하얀 기생나비 한 마리가 봉분 위로 나풀나풀 날아들고 있지 않은가! 좀 전의 그 녀석과는 달리, 술잔과 오징어포에다가 번갈아가며 한 차례씩 입을 대고는 날렵하게 허공으로 솟구쳐 오른다. 봉분을 종횡무진으로 넘나들면서 한자리에 정지했다가 쏜살처럼 달아나기도 하고, 달아났다가는 되돌아오고, 잠시 내려앉을 듯하다가는 갑자기 허공으로 솟구치곤 하는 기생나비의 현란한 몸짓을 따라잡으면서, 나는 마치 무덤에서 나와 칼춤을 추고 있는 운심의 혼령을 보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p.63~64)

 

 

조개가 진주를 보호하듯 나무들이 둘러싸서 보호하고 있는 터의 봉분 위를 춤추듯 날아다니는 나비 한 마리가 연상되지 않나요? 그리고 어느 순간 그 나비의 날개는 칼을 놀리는 운심의 양 팔이, 나비의 날갯짓은 운심의 칼춤으로 변해가는 모습을 상상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제가 운심, 그 하얀 기생나비, 검무를 직접 본 적이 없는데도 말이죠. 실제 운심의 묘는 쓸려 내려가 아주 약간의 형태만이 남아있다고는 합니다만, 책의 묘사가 모양이 변하기 전의 그 웅장한 모습을 생생히 보여주는 것 같아 책을 읽으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책에서는 이렇게 운심에 대한 이야기를 실어놓기도 했지만, 박종규와 최은미의 이야기, 그리고 그 당시 현실의 이야기를 날카롭게 꿰뚫고 있기도 합니다. 단연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민주화운동과 항쟁인데요. 지금의 우리를 있게 한 데에는 민주화를 위해 들고 일어나 싸우던 당시의 사람들, 대학 학생들의 희생을 빼고는 논할 수 없겠죠. 모진 고문과 압박에도 그들이 물러서지 않았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어쩌면 너무 답이 뻔히 보이는 질문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저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고 넘기는 것과 한 번 더 상기시키는 것은 그 효과가 엄밀히 다르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나는 아리고 따갑던 동공이 갑자기 뜨거워지며 씻은 듯이 개운해지는 것을 느꼈다. 처음에는 치약의 효험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눈물샘 가장 깊숙한 곳에서 솟아나는 보다 뜨거운 진짜 눈물이 최루가스에 의해 쏟아져 내리는 가짜 눈물을 말끔히 정화시켜 주고 있었던 것이다. (중략) “눈물을 씻어 주는 눈물! 생판 모르는 사람들끼리 한뜻으로 뭉쳐 엄청난 힘을 분출시키고 있다는 사실에, 나도 모르게 뜨거운 눈물이 솟구쳐 오르는 거야. 그 뜨거운 눈물이 최루가스 눈물을 말끔히 씻어내는 거 있지.” (p.192~193)

 

 

“우파와 좌파는 같은 길을 걸어가는 경쟁적 동반자이지, 결코 적대적 관계가 아닙니다. 따라서 어느 한쪽이 더 중요하고 어느 한쪽이 덜 중요한 것이 아니라 둘 다 똑같이 중요한 것입니다. 비유하자면, 수레의 두 바퀴와도 같은 것입니다.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서로 협력하여 때로는 오른쪽으로, 때로는 왼쪽으로 방향을 잡아야지, 그렇지 않고 제각기 한쪽 방향만 고집한다면 결국 그 수레는 한 발짝도 전진하지 못하고 제자리에서 맴돌 뿐입니다.” (p.266)

 

 

저는 특히 이 부분이 감명 깊었습니다. 비록 몇십 년 전 과거에 염두를 두며 쓴 말이지만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와도 전혀 무관한 말이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저는 저번 학기 중 한 수업에서 '기억'이라는 주제를 '역사'와 관련지어서 발표한 적이 있었는데요, 그때 예시로 들었던 것이 국정화 교과서였습니다. 그러면서 발표 중 했던 말이 '보수와 진보. 이런 식으로 프레임에 갇힌 채 편 가르기 할 것이 아니라 양쪽이 서로 협력하고 연구하여야 한다.'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위의 책 구절이 더욱 와닿았습니다. 즉, 이 말은 그때 당시뿐만 아니라 지금의 사람들도 새겨들어야 할 말이 아닌가 싶습니다. 어쩌면 작가는 과거의 일을 통해 현 시국의 우리에게 어떠한 메시지를 전하고자 한 것이 아니었을까요?

 

 

 

칼춤 - 10점
김춘복 지음/산지니
Posted by 비회원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BlogIcon 단디SJ 2017.08.08 16:5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 잘 읽었어요. 400여 권나 되는 산지니 도서목록 중에서 우리 우파jw 님의 눈에 쏙 들어온 책이 <칼춤>이었군요!

EDITOR'S NOTE

[출판저널이 선정한 이달의 책-편집자 기획노트]

 

" 사랑 이면에 자리한 욕망의 본질 "

 

박정선 장편소설  『가을의 유머

 

산지니 정선재 편집자

 

 

참 길었다. 지난여름은 선풍기 몇 대를 틀어도 지나갈 줄 몰랐고, 연일 성난 온도가 아스팔트를 데웠다. ‘이 여름에도 끝이 있을까?’ 하던 찰나, 지난한 여름 위로 찬바람이 불었다. 한 계절이 다른 계절로 바뀌는 것은 순간이었다. 그렇게 가을은 어느 날 갑자기 아무도 눈치 채지 못하게 슬며시 찾아왔다. 마치 소녀가 여인이 되고, 여인이 부인이 되는 것처럼.

 

『가을의 유머』의 주인공 승연은 하루하루 삶에 치여 살아오다 ‘40대’를 맞이하게 된 ‘기혼’여성이다. (그녀도 한때 꿈 많은 소녀였고, 수줍은 여인이었겠지) 나이와 결혼의 여부는 우리 사회에서 참으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어쩌면 자신의 이름보다 더. 승연 역시 마찬가지다. 사회가 달아준 그녀의 여러 이름표들 중 ‘40대’와 ‘기혼’이라는 이름은 진짜 그녀의 모습을 밖으로 꺼내지 못하게 한다. 하지만 그녀가 변하기 시작한다. 머리로 내리는 결정보다 가슴이 떨리는 방향으로 달리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게 40대 기혼여성 승연에게 설렘의 바람이 불고, 사랑의 싹이 움튼다.

 

사실 처음 이 원고와 마주했을 때는 겁이 났다. 단 한 번도 삶에서 마주하게 될 가을을 생각지 않았기 때문이다. 뜨거웠던 시간들을 뒤로하고 가라앉은 일상 속에 놓이게 될 그때, 우리는 얼마나 변해 있을까? 어쩌면 나는 아무것도 변한 것이 없는데 나를 바라보는 세상의 시선만 변해 있는 건 아닐까? 우리는 계속 사랑하며 살 수 있을까? 원고 밖으로 많은 물음들이 오갔다.

 

“떨림은 정말 그런 것이었다. 떨림은 지금까지 고장 나고 비뚤어진 나의 뼈를 다시 맞추게 만들었다.” (p.72)

 

사회적 금지 영역에 속해 있는 기혼 남녀의 사랑을 통해 한 여인의 솔직한 내면을 들여다보는 작품 『가을의 유머』. 이 소설은 남녀 간의 관계와 사랑 이면에 자리한 욕망의 본질에 집중한다. 보통의 중년 여성에게 찾아온 사랑은 자신의 모습을 찾게 했다. 그리고 그동안 감춰뒀던 욕망들이 수면 위로 떠오른다. 이는 『가을의 유머』가 불륜을 다룬 여느 드라마, 영화와 차별되는 지점이다. 저자는 “모든 게 욕망이다”라고 전하며 “지구가 존재하는 한 인간은 욕망이 낳은 이상과 동경을 찾아 헤맬 것”이라고 말한다. 사회적 규범 속에서 감추며 살아야 하지만 인간이기에 어쩔 수 없는 욕망. 그 아이러니 속에 소설 『가을의 유머』가 자리하고 있다.

 

소설 『가을의 유머』를 편집하면서 많은 것이 바뀌었다. 내가 서 있는 계절이 여름에서 가을로, 그리고 겨울로 건너갔고, 이해할 수 없을 것만 같았던 소설 속 승연에게서 나의 시간을 비춰보고 있었다. 특히 승연이 다시금 거울을 보게 되는 부분에서는 왠지 모를 연민이 느껴졌다. 누군가의 아내로, 한 아이의 엄마로 살아가며 그녀는 자신의 얼마나 많은 부분을 잊고 지낸 것일까? 그리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살고 있을까….

 

가을은 풍요로운 계절이지만 한편으론 쓸쓸한 계절이다. 그 찬란했던 녹음들이 사라지고, 길거리를 뒹구는 낙엽만이 발끝에 머문다. 아직은 잘 모르겠지만, 삶의 가을 역시도 그런 모습이 아닐까? 눈부셨던 청춘의 시간을 뒤로하고 현실을 버티며 차곡차곡 쌓아온 의무와 책임들이 명치끝에 머무는. 답답하지만 소리치기엔 남의 시선이 더 신경 쓰이는. 이 책을 읽는 동안만은 내 속에 숨어 있는 진짜 나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으면 좋겠다. 가을도 여름만큼 눈부신 계절이니까.

 

 

 

『출판저널』 2017년 2월호

「<출판저널>이 선정한 이달의 책 기획노트」에 게재되었습니다.

 

 

 

가을의 유머 - 10점
박정선 지음/산지니

 

 

책 주문하기 >> https://goo.gl/cUJW3o

*산지니 출판사에서 직접 구매할 수 있습니다.

(10% 할인, 3권 이상 주문시 택배비 무료)

Posted by 비회원

댓글을 달아 주세요

사랑이야기, 사람이야기, 목화, 그리고 문익점.

목화는 ‘사랑’의 이야기다. (작가의 말 중에서)



 

 문익점이라는 인물은 우리에게 있어 친근하지만 낯설다. 그만큼 문익점하면 목화, 목화하면 문익점이라는 이미지가 잘 떠오른다. 하지만 ‘붓통에 목화를 숨겨왔다’라는 짧은 문장의 말 외에 그를 표현하기엔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소설을 접하기 전까지만 해도 내가 원래 알던 이야기와 어떻게 다를까? (물론 알고 있는 이야기는 그다지 없지만….)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목화를 가져왔다는 그 사실만 두드러질뿐 어떻게 보급이 되었는지, 또 의복에 있어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 우리는 쉽게 눈치채지 못한다. 작가는 이러한 모순에 의문점을 품고 글을 썼다.



(출처: SBS 별에서 온 그대 천송이의 트위터) 최근에 유행했던 말이다. TV에서도 언급될 만큼 화제가 되었다. 웃기기도 하지만 슬픈 이야기.T.T


 이야기 속에서는 또 다른 서사가 등장한다. 서두 영등 할멈의 이야기, 옛 사람들의 이야기….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것, 자연 풍경 이야기, 그리고 역사 속 이야기들. 이러한 것이 목화 내에서 살아 숨 쉬며 또 다른 흥미 요소를 제공했다. 소설이 그림처럼 그려지는 부분이기도 하다. 카메라가 줌인 하듯 풍경의 모습에서 서서히 인물들에게로 초점이 맞추어진다. 책이 장편임에도 불구, 소설이 품고 있는 집중력이 대단했다.


 또한 우리에게 익숙한 고려시대 인물들을 작품 속으로 가져와 작가의 상상력을 넣어 풀어내고 있다. 익점과 정몽주의 관계, 신돈, 정도전, 이성계의 등장은 색다른 재미를 부여한다. 역사 이야기를 볼 때의 묘미가 바로 이런 것이다.


 원나라의 속국이 된 지 오래된 고려. 혼인을 통한 식민지화, 고려 왕조의 패덕함. 익점이 사는 세상은 너무나도 황폐하다. 먹을 것도 없이, 입을 것도 없이 사람들이 고통 받는 세상. 대부분의 사람들은 겨울철에도 베옷밖에 입질 못한다. (p.18) 분명 바깥에서는 ‘위대한 영웅’이 속속들이 나타나고 있는데, 백성들의 비명은 그치질 않는다. 쌍화점, 가시리 등 원래 알던 고전 시가들을 소설에 인용하여 독자에게 익숙함을 주는 것과 동시에 고려시대 혼란한 사회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궁중은 물론 절간조차도 정상적이지 않은 나라. 


 익점은 처제로 인해 솜옷에 대하여 관심을 가지게 되고, 이끌리듯 여행을 하게 된다. 그 여행의 끝에는 목화가 있었다. 소설은 원래 존재하는 이야기를 엎기보다, 우리가 더 자세히 알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것에 추가하여 ‘나 자신은 어떻게 살아야할까?’라는 물음을 제시하기도 한다. 우리한테 있어 바람결처럼 스쳐지나갔던 문익점이라는 인물이 작가에 의해 다시 태어났다.


(출처: 답사여행의 길잡이 6 - 지리산 자락, 네이버 지식백과)



 여인의 포근한 가슴에 얼굴을 문대고, 꾸밈없는 마음으로 사람을 대하는 그에게서는 인간적인 냄새가 난다. 위인이라는 틀에 박히지 않는 인물이었다. 문익점은 실로 대단한 인물이야! 라고 말하는 것보다 이게 정말로 솔직한 사람 아닌가요? 라고 귓가에 누군가가 속삭이는 느낌이 들었다. 사실 작품을 읽기 전까지 문익점에 대해 흑백의 이미지만이 존재했다면, 그러한 이미지가 이제는 색들로 넘쳐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사소한 것에 대한 누군가의 관심. 하지만 그것은 당연했다. 진정한 나라를 위한 길은 벼슬이 아니라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는 것. 익점의 이러한 사고에 의하여 작가가 익점을 통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엿볼 수 있었다. 사람에게 관심을 쏟고, 실질적인 도움과 사랑을 준 문익점을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이 더없이 따듯하다.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하고 받아들이는것에 누군가의 애정과 희생이 담겨져있었다.

 

 처음에는 아리송했던 ‘사랑'이 작품을 읽어가면서 점점 윤곽을 잡아가는 걸 보면. 위대한 영웅, 위인에 대해 작품은 답을 정해두지 않는다. 이러한 사람도 있고, 저러한 사람도 있는 것이며 남들이 말하는 ‘평범한 사람’도 있는 것. 하지만 그 평범함이 더없이 좋다. 무언가를 바라기 이전에 누군가를 향해 손을 먼저 뻗어보는 것이 어떨까, 그러한 소중함에 대하여 말하는 것 같다.





익점은 강토 전역에 목화꽃이 하얗게 피어오르는 꿈을 꾸어본다.

그리고 따뜻한 솜이불을 해서 덮은 사람들을 그려본다.

그리고 면포로 만든 옷을 입은 사람들을 그려본다. (p.190 중에서)



목화 - 10점
표성흠 지음/산지니


Posted by 비회원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BlogIcon 8월의책여행 2014.06.27 10:5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림도 아련하니 좋고, 소재도 문익점~ 신선하네요.
    내용도 재밌겠어요. 함 찾아봐야겠는데요.

  2. BlogIcon 전복라면 2014.06.27 11:3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 모카라떼 사진을 저도 봤는데 바로 목화가 떠오르더라고요ㅎㅎ 사진까지 신경 쓴 게 느껴지네요. 따뜻한 포스팅 잘 읽었어요!

  3. BlogIcon 엘뤼에르 2014.06.27 14:4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천송이의 깜찍한 모카씨 트윗이 인상깊네요.ㅎㅎ 그때 드라마에서도 나왔는데 왜 기억을 못했지^^; 포스팅이 재밌네요. 문익점하면 대나무 붓통에 목화씨를 훔쳐왔다는 역사적 사실만 인지하고 있을뿐, 친환경토마토님처럼 뭔가 소설로 읽으면 그 입체감이 색감으로 다채롭게 다가오는 것 같아요~!

    • BlogIcon 연어회 2014.06.27 14:4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저도 문익점하면 목화를 가져오신분(...)이라는 생각만 있었는데 이번 소설을 접하면서 뭔가 많은 것을 알게 된 기분이에요: ) 그가 무엇을 생각하고, 또 어떠한 마음을 지녔는지 여실히 다가오는 기분? 감사합니다 XD

  4. 온수입니까 2014.06.27 16:0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문익점을 인간적으로 그렸다는 말에 저 역시 공감합니다. 오히려 자극적인 영웅 신화가 아니라 더 좋았던 것 같습니다. 화려한 포장보다는 문익점의 일대기를 꼼꼼히 살피며 그린 작품이라 더욱더 입체감 있게 다가왔고요. 따뜻한 포스팅 잘 읽었습니다. 그림도 굿굿:)

    • BlogIcon 연어회 2014.06.29 13:5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문익점의 일대기에 녹아있는 또다른 이야기도 많이 나오는데, 그것도 굉장히 흥미로웠어요~ :) 문익점이라는 인물에 대해 다시 돌아보게 되는 작품이였습니다 감사합니다 ㅇ_</

지겨운 연애, 그리고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

 <연애의 온도>




     벚꽃이 떨어지는 토요일 하루를 하릴없이 보내고 난 저는, 누군가와의 통화가 끝나자 곧장 영화를 봐야겠다는 결심에 사로잡히고 맙니다. 어떤 영화를 보는 게 좋을까. 주중 내내 원고를 보고 타이핑 작업에 여념이 없었던 지라, 주말만큼은 책을 읽고 싶진 않았거든요.(그렇게 말은 했지만, 영화가 끝나고 또 까페에 틀어박혀 소설책 한 권을 읽기도 하였지요.) 어제 새벽부터 주르륵주르륵 내리는 봄비는 때마침 제가 영화관에 나설 때 즈음이었던 세 시를 기점으로 거짓말처럼 그쳤답니다. 영화관에 가서 문화충전 좀 하고 오라는 신의 계시였던가요. 글쎄요. 후후.


     최근 보았던 영화는 워쇼스키 남매의 <클라우드 아틀라스>, 박찬욱 감독의 <스토커>, 스티븐 스필버그의 <링컨> 정도입니다. 대중영화를 꺼려하는 건 아닌데 어쩌다 보니 제가 선택하는 영화들은 모조리 흥행에 실패하더군요. 하지만! 이번만큼은 사유를 좀 덜어낼 수 있는 발랄하고 경쾌한 영화를 봐야겠어, 라는 결심을 갖고 <연애의 온도>를 예매하곤 발권에 성공했습니다. 그리고 제 손엔 영화표 한 장이 달랑 떨어졌지요. 혼자서 영화 보러가는 데 민망하기도 하고 연인들 옆에 치이기도 싫어서 일부러 구석자리를 선택하기도 했습니다. 네...하하.


     그러나 이 영화도 만만치 않더군요. ‘사유’를 없앨 수 있는 영화란 어떤 종류의 걸까요. 사실 상업영화라고 싸잡아 비판해 온 조폭영화에도 어쩌면 한국사회의 단면이 들어있는 셈이니, 이러한 연애영화야말로 인간의 미묘한 심리를 잘 묘사하고 있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문득, 사람이 사람을 사랑한다는 의미에 대해 잠시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 연장선상에서 오늘 아침에 모바일용 이북으로 읽었던 『심리학, 아픈 사랑에 답하다』라는 책에 대해 잠시 언급하고자 합니다. <연애의 온도>도 어쩌면 이 책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셈이거든요.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 이는 나를 사랑한다는 것이다.

―어머니라는 존재가 ‘어린 나’의 생명줄이었다면 사랑하는 상대는 ‘지금의 나’의 심리적 생명줄이기 때문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상대에게 실망스러운 점이 눈에 띄는 것도, 사랑이 시들해지는 것도 결국에 그가 나의 텅 빈 곳을 온전히 채워 줄 상대가 아닌 탓이다.

―그를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안다고 가정하는 그를 사랑한다. (…)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을 보다 잘 알고 이해하려면 우리 자신이 가정하고 있는 상대에 대한 생각을 지워버려야 한다. (…) 우리가 그에 대해 생각하고 가정하는 것을 줄이면 줄일수록 그의 본 모습에 더 가까이 다가가게 된다.

-심리학, 아픈 사랑에 답하다


     이 책의 요는 이렇습니다. 사회화의 과정 속에 만나게 되는 혈육이 아닌 가장 가까운 ‘타인’인 존재가 바로 연인임을 상정하고 하는 말일 텐데요. 우리가 사랑을 하고 실패하고 또다시 이런 행위들을 반복하는 이유가 심리학적 용어와 함께 사례 중심으로 잘 표현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책을 읽고 나서 보게 된 영화 <연애의 온도>, 역시나 책과 비슷한 온도의 애잔한 느낌을 안겨 주더군요.

 

 

두렵고 무서운 롤러코스터지만, 그래도 타야겠어.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두 주인공은 롤러코스터를 타기로 합니다. 두 주인공이 스릴을 즐기는 걸 딱히 좋아하는 것도 아닌 데 말입니다. 의미는 간명했습니다. 두 주인공이 치고 박고 싸우고 서로를 환멸하며 헐뜯고 비난하는 행위 자체가 결국 모두 치졸한 행위들에 불과할지언정, 남는 것은 ‘사랑’을 했다는 진실과 그 '사랑'의 진정성에 담겨 있습니다. 그것은 모두 괴롭고 아프기 짝이 없는 일이지만, 롤러코스터와 같은 '사랑'을 겪어 보지 않았더라면 타면서 겪는 통쾌한 ‘스릴’마저도 겪을 수 없었을 테니까요. 이처럼, 대부분의 사랑은 두렵습니다. 내 행동으로 인해 그 사람의 감정에 생채기를 내면 어떠할까 전전긍긍해 하면서도, 이 영화처럼 그 배려하는 행동마저도 갈등으로 남는 거겠죠.


     벚꽃은 피었다지고, 이 비가 그치고 나면 봄날의 해사한 분홍빛 무드도 곧 사라지고 없어질지 모르는 일입니다. 그렇다고 아쉬워할 일만은 아닙니다. 곧 여름이 올테니까요. 조금 쓸쓸해질지도, 많이 아파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꽃은 매년 봄마다 핀다는 사실을 상기한다면 그닥 감상에 젖어 있을 일만도 아닌 것 같습니다. 꽃이 져서 가슴이 매우 쓰라리지만,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 그리고 연인과의 관계뿐만 아니라 다정했던 사람과 소원해지게 된다는 점―인간사 모두가 그러한 것 같습니다. 이것이 다만 필연적인 일이기 때문에 슬퍼할 일만은 아니라는 거겠죠? 여튼 저는 영화 <연애의 온도>를 보고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직 4월인데 비가 그치고 나니 봄도 끝나 버린 것 같아 마음이 뒤숭숭하네요. 그래도 삶은 계속되고, 우리는 또 사람을 만납니다. 사랑을 합니다.


 그럼, 모두들 좋은 주말되세요 :-D


심리학, 아픈 사랑에 답하다 - 10점
이규환 지음/왕의서재


Posted by 비회원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BlogIcon 해찬솔 2013.04.07 23:5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래도 삶은 계속되고, 우리는 또 사람을 만납니다. 사랑을 합니다.>
    막내 녀석ㅇ 자정이 다되어 가도록 숙제를 안해 부부가 함께 봐주고 있습니다... 그래도 막내를 사랑해야겠지요.

    • BlogIcon 엘뤼에르 2013.04.08 08:5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하핫, 해찬솔의 아드님이 마치 아니카 편집장님의 아드님을 보는 것 같아서 묘한 느낌을 감출 수 없네요. ㅎㅎ 그럼요, 롤러코스터 같은 인생- 기분 나쁠 때도 있고 희노애락이 공존하지만 우리는 사람을 사랑해야죠:) 아드님 귀엽겠네요 ㅎㅎ

    • 전복라면 2013.04.09 08:34  댓글주소  수정/삭제

      힘내세요 솔님...만약 자식이 사춘기가 되어 혹시라도 '아빠가 나한테 해준 게 뭐 있어!' 하고 대들면 이 댓글을 잘 저장해두셨다가 보여주시면서 '내가 너 숙제 해준다고 밤이 새도록 잠도 못 잤다!' 라고 응수를...

  2. BlogIcon 온수입니까 2013.04.09 09:2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앗 저도 보고 싶네요. <건축학개론>이후 참 오랜만에 만나는 멜로 한국영화^^ 보고 나면 정말 뜨끈해질 것 같아요.

    • BlogIcon 엘뤼에르 2013.04.09 10:4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온수님! 저는 외려 <건축학개론>보다 이 영화가 더 좋았어요 ㅎㅎ <건축학개론>은 잘 만든 영화고, 이 영화는 생각하게끔, 곱씹게끔 만들죠. <건축학개론>은 추억의 상념에 빠지게 하는 반면, <연애의 온도>는 현실의 단면을 그대로 드러내서 저는 오히려 더 재밌었어요.

      이게 진짜니까요 ㅎㅎ



3월 25일(금) 백년어서원에서 21번째 산지니 저자만남 행사가 있었습니다.
매달 넷째주 목요일 저녁 7시에 열리는 자리입니다. 이번 달에는 금요일 6시로 옮겨 행사를 열게 되었는데요,
대전 국립문화재연구소에 근무하시는 저자 윤일이 선생님께서는 오후에 반차를 내시고 일찌감치 내려오셨네요.


윤일이 선생님께서는 부산에서 나고 자라고 부산대학교에서 건축공학과 박사학위를 받으셨으며, 동명대학교 교수를 거쳐 현재는 국립문화재연구소 건축문화재연구실에서 선임연구원으로 재직하고 계십니다.

이번에 저희 출판사에서 출간한 <한국의 사랑채>는 박사학위 논문을 바탕으로 한 책이랍니다. 일반인들이 쉽게 읽을 수 있도록 글을 많이 고쳐 내놓았답니다. 하지만 저자에게 만족이란 없는 법, 다음에는 더 읽기 편한 글을 써보이겠노라 의지를 표명하시네요. 그간 책이 나오고 나서 신문에 크게 보도가 되니 여기저기 전화 오는 데도 많고, 강연 요청도 많이 들어온다고 하십니다.

<한국의 사랑채> 책소개 바로가기



오늘 저자와의 만남은  선생님께서 책 내용을 일목요연하게 요약해주셔서 마치 마치 강연을 듣는 듣한 분위기였습니다. 책 편집을 맡은 저로서는 책이 완성되어 나올 때까지 원고를 서너 번은 읽어보았지만 이렇게 요점만 정리해서 화면과 함께 설명해주시기 머리에 쏙 들어옵니다.



위의 평면도와 사진은 경북 봉화군 유곡에 있는 안동권씨 종가입니다. 조선시대 대표적인 사대부 가문인 안동 권씨 종가는 저렇게 사당과 제례공간을 따로 두어 대규모의 사당영력을 고수하였답니다. 바로 종가의 위상을 드높이고자 함이었지요. 또한 외부 손님들과 교류하고 풍류를 즐기기 위해 집 안 너럭바위 위에 정자까지 지었다네요.


경상도, 전라도, 경기충청도, 강원도 등 지역별로 사랑채의 특징이 달랐으며, 사대부가, 부농층, 향반층의 사랑채가 다 달랐습니다. 사랑채의 쓰임은 크게 생활공간으로서의 역할, 의례공간으로서의 역할, 접객공간으로서의 역할을 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모든 역할을 다 해야 하는 사랑채를 무한정 넓고 크게 지을 수도 없는데, 우리 조상들은 어떤 지혜로 이를 어떻게 극복했을까요. 답은... 책을 보시면 나옵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질문을 주고받다 보니 시간이 어느새 훌쩍 지나갑니다.
참, 국제신문 조봉권 기자님께서 오늘 행사를 취재하셨는에, 기사는 언제쯤 내주시려나...
와주신 분들 모두 감사드립니다.


한국의 사랑채 - 10점
윤일이 지음/산지니



다음 산지니 저자만남은 4월 28일(목) <나는 시의회로 출근한다>를 가지고 김영희 저자를 모십니다.

나는 시의회로 출근한다 - 10점
김영희 지음/산지니









Posted by 아니카

댓글을 달아 주세요


우리 집 막내는 초 1인데 한번씩 기발한 이야기나 생각도 못한 말을 하여 나를 재미있게 해줍니다. 그런데 이 엄마란 사람이 기억력이 '금붕어 기억력'이라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 해줘야지 하고 열심히 외워도 막상 할려고 하면 잘 생각이 나지 않습니다. 잘 생각이 나면 기발한 이야기가 아니겠지요.

어제도 집에 가니 필살기 애교를 막 날리며 날 반겨줍니다. 여전히 책상 위에는 오늘 학교 갔다와서 하루 종일 그리고 만든 그림과 만화, 작품들이 널려 있습니다. 우리 막내 취미는 국어, 산수 공부 절대 '노'입니다. 조금 공부하자 하면 "재미없어" 하며 쌩 가버립니다.

혼자서 풍선말을 넣어 만화책도 만들고 그림도 그리고(주로 공주풍 인형이지만.. ) 한참 좋아할 나이지만 주로 책도 공주풍 책만 봅니다. 이것저것 오리고 붙여 하여튼 뭔가를 만들어 놓습니다.  오늘은 뭘 만들었나 보니 지 딴에는 시를 하나 적어 그림책을 만들어 놓았습니다.

시라고 할 수는 없지만 고슴도치도 지 자식은 이쁘다고 내 딴에는 웃겨서 혹시 또 잊어버리기 전에 옮겨봅니다. ㅎㅎ

엄마 방귀 까르르 고양이 방귀
아빠 방귀 연필방귀 쓱싹쓱싹
내 방귀 거품방귀 보글보글

옆에서 같이 읽던 우리 아들(중1) " 난 이 집 식구도 아이가.흥"
ㅎㅎ

Posted by 비회원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바람 2010.09.03 10:2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방귀모양이 모두 다르네요.
    소리와 냄새만 있는 방귀를 그림으로 잘 표현한 것 같습니다.^^

  2. 소나기 2010.09.03 23:3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풋~ 그러게요, 오빠 방귀는 왜 안그렸을까요? 4각으로 오빠 거도 해주지...

    • 마루니 2010.09.04 09:35  댓글주소  수정/삭제

      원래 삼각 종이로 있던데 그려서 빠진 것 같네요.^^
      둘이는 툭닥툭닥거리면서도 잘 논답니다. 어제는 큰놈 "얼굴은 에스라인, 몸매는 브이라인, 엄마는 큰 B라인, 아빠는 작은 b라인~아주 죽여줘요~" 하며 노래를 부르니 듣고 있던 막내 나는 나는 하며 종용하니 큰놈 "세은이는 똥배라인~" 하며 놀리며 가더라고요. 또 한바탕 웃엇답니다.

  3. BlogIcon 낭만인생 2010.09.04 17:4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이들의 생각이 참 기발하네요.
    어른들의 시각과는 전혀다른 참신한 아이디어가 넘치네요.

    • 마루니 2010.09.06 14:02  댓글주소  수정/삭제

      네, 정말 그런 것 같아요.^^
      아이들 머리 속에는 아직 세상의 틀이 완전히 찍혀 있지는 않으니까 그렇겠죠.


 

양말을 빨아 널어두고
이틀 만에 걷었는데 걷다가 보니
아, 글쎄
웬 풀벌레인지 세상에
겨울 내내 지낼 자기 집을 양말 위에다
지어놓았지 뭡니까
참 생각 없는 벌레입니다
하기야 벌레가 양말 따위를 알 리가 없겠지요
양말이 뭔지 알았다 하더라도
워낙 집짓기가 급해서 이것저것 돌볼 틈이 없었겠지요
다음날 아침 출근길에
양말을 신으려고 무심코 벌레집을 떼어내려다가
작은 집 속에서 깊이 잠든
벌레의 겨울잠이 다칠까 염려되어
나는 내년 봄까지
그 양말을 벽에 고이 걸어두기로 했습니다


작은 풀벌레는 양말을 생명의 근원으로 삼고 있습니다. 그 양말 속의 작은 풀벌레를 떼어내는 순간, 그 벌레는 집(생명)을 잃고 말 것입니다. 그러나 화자는 그 작은 풀벌레가 생명을 영위할 수 있도록 지금 당장 신어야 할 양말을 내년 봄에 신을 것이라고 미룹니다. 이 순간, 그 작은 풀벌레는 생명을 얻게 되죠. 이런 생태학적 상상력은 작은 생명에 대한 사랑과 감응, 더 나아가 나의 생명과도 소통하고 있다는 각성으로부터 출발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양말’이라는 흔한 소재를 끌어왔지만, 그 일상적 소재는 생명의 신비로움을 발견하는 깨달음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양말 속의 생명을 살리기 위한 화자의 작은 노력에서 놀라운 생명 존중사상이 느껴지지 않나요.

위 시는 이동순 시인의 「양말」이라는 시인데요.
시인은 언덕에서 불어오는 한 점의 바람에서도 생명의 신비를 발견하고, 양말 속에 감추어진 작은 벌레 하나에서도 존재의 의미를 발견하여 시로 형상화합니다. 이동순의 시에서 생명에 대한 인식은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데요. 이러한 건강한 생명의식은 등단작부터 최근의 시에까지 이어지고 있으며, 여러 시에서 다양한 진폭으로 확대 변주되어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동순의 시는 근원적으로는 노장사상과 그 맥락을 같이하면서 동양적 형이상학의 세계를 보여주고 있는데요. 이동순의 시에서 노장사상은 자연을 넘어서 우주적 상상력과 결합하면서 새로운 생명의 발견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변하는 것은 변하는 것대로, 변하지 않는 것은 변하지 않는 것대로 받아들이면서 자연과 순응해가는 것이죠. 그는 자연을 관조하고 즐기는 대상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그 자연의 일부로 감응하면서 더불어 살아가는 생명의 공간으로 보고 있는 것입니다. 자연과 감응하고, 그 자연의 질서 속에서 참된 진리에 도달하는 길, 그것이 이동순의 서정시가 지향하는 시적 세계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올해 등단 37년째를 맞이하고 있는 이동순 시인은 지금도 꾸준히 왕성하게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데요. 그동안 시집만 『개밥풀』 『물의 노래』 『지금 그리운 사람은』 『철조망 조국』 『그 바보들은 더욱 바보가 되어간다』 『꿈에 오신 그대』 『봄의 설법』 『가시연꽃』 『기차는 달린다』 『아름다운 순간』 『마음의 사막』 『미스 사이공』 『발견의 기쁨』 등 13권을 발간하였습니다.

이 13권의 시집에 공통적으로 흐르고 있는 이동순 시인의 시세계를 한 권으로 만나볼 수 있는 시선집이 이번에 저희 출판사에서 출간되었습니다. 
최영철 시인, 김경복 평론가, 황선열 평론가가 그동안 발간된 이 13권의 시집에서 오랜 고심 끝에 100편을 선정해서 담았는데요. 이동순 시정신의 본령을 담아내는 작업인 만큼 시 선정 작업에 심혈을 기울였다고 합니다.
이동순 시인의 시세계가 응축된 시선집 『숲의 정신』과 함께 자연과 하나 됨을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요.

숲의 정신 - 10점
이동순 지음, 최영철.김경복.황선열 엮음/산지니


 

Posted by 비회원

댓글을 달아 주세요

축하해주세요.^^

부산광역시교육청과 부산일보가 공동주최하고 22개 공공도서관이 주관하는 <원북원부산> 후보도서로 우리 출판사 출간도서인 『빛』이 선정되었다는 소식이네요.

<원북원부산>은 부산시민의 독서생활화를 위해 펼치고 있는 ‘범시민 독서생활화 운동’ 사업의 일환인데요, 부산을 대표할 한 권의 책을 시민투표를 통해 뽑는답니다.

1~2월 각계각층 독서관련 전문가들이 추천한 도서 200여 종 중에서 교수님, 사서선생님, 문학가 등으로 구성된 운영위원회에서 엄정한 심사를 거쳐 최종 10종의 후보도서를 선정하여 시민투표를 통해 최종 한 권의 책을 뽑는데요. 올해 그 후보도서로 김곰치 소설가의 『빛』이 선정되었다는 소식이네요.

작년에도 저희 출판사에서 출간한 『부산을 쓴다』가 후보도서로 선정되었는데 안타깝게도(우리 입장에서^^) 신경숙 소설가의 『엄마를 부탁해』(창비)가 선정되어 아쉬움을 금치 못 했는데요. 올해 다시 한번 기대를 해봅니다.

투표기간은 2010년 3월 2일(화)부터 3월 21일(일)까지 20일간이며, 투표 방법은 부산광역시교육청, 22개 공공도서관, 서점 등에서 온라인·오프라인으로 동시에 진행됩니다.

올해는 선정된 책의 내용을 주제로 북 토크쇼 등 다양한 독서프로그램을 진행해 시민과 함께하는 진일보한 독서운동을 펼쳐나갈 계획이라고 합니다. 많은 투표참여로 정말 부산을 대표할 만한 책이 선정되면 좋겠죠.^^



그러면 『빛』은 어떤 책인가. 소설가 김곰치가 첫 장편소설 『엄마와 함께 칼국수』를 낸 이후 9년 만에 엉덩이로 쓴 두 번째 장편소설입니다.

예수라는 존재가 어떤 종교적 상징으로 있는지, 아니 상징으로 머물지 않고 사람들의 머릿속에 들어앉아 우리들 일상 속에서 어떻게 암약하는지를 구체적으로 그려내고 있는 소설인데요. 기독교적 지식의 나열이 아니라 남녀의 시시콜콜한 연애 과정을 펄펄 살아 뛰는 현실의 언어로 그려 예수라는 인물에 과도하게 인입되어 있는 신비화, 신격화를 묵은 빨래를 세탁하듯이 빨아버리고 있는 책이죠.

김곰치 소설가가 쉼표 하나 토씨 하나 고민하며 써내려간 작품입니다.

『빛』책소개 자세히 보기

 


 

Posted by 비회원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바람 2010.03.03 14:0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와! 축하합니다. 이번엔 꼭 부산의 원북으로 뽑히길 기대해볼께요...

  2. BlogIcon 마루니 2010.03.03 17:1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감사합니다.^^ 많은 홍보와 투표 참여 꼭 부탁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