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의 밤도 언젠가 끝날 수 있을까요?

흐릿한 현실 속에서 한 줄기 희망을 바라보다

 

심은신 소설가의 두 번째 단편집. 심은신의 소설 속에는 다양한 문학적 공간이 등장한다. 러시아 아무르 강과 울산의 태화강, 펭귄이 서식하는 남극기지, 고흐의 도시 아를 등 인물들은 생동감 있고 다양한 문학적 공간들 속에서 살아 숨 쉰다. 이번 소설집에 수록된 8편의 소설에는 삶과 일상 속에서 자신의 좌표를 고민하는 인물들이 등장한다. 그들의 앞에 놓인 현실은 외롭고 막막하지만, 미미한 빛으로 전해지는 한 줄기 희망이 그들의 삶과 소설을 읽는 독자들의 머리 위에 드리우고 있다.

 

 그림자 덮인 어두운 하늘,

우리의 도시는 아름답다

 

떼까마귀민우는 울산시의 아시아조류박람회 사진전 기획을 맡아 철새 사진작가 무연에게 자문을 구한다. 울산 조류의 상징인 떼까마귀에 대해 무연과 이야기를 나누어보지만, 군집공포증이 있는 민우는 떼까마귀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를 감출 수 없다. 실리만 따지는 것 같은 울산이라는 도시도, 불쾌감만 자아내는 떼까마귀도 민우에게는 벗어나고 싶은 존재들일 뿐이다. 무연은 그런 민우에게 떼까마귀의 터전인 아무르 강에 얽힌 역사적 인연과 그가 철새를 사랑하게 된 이유에 대한 이야기를 건네고, 민우는 점점 그 이야기에 빠져 든다.

봄날의 아가다극빈 가정 공부방 돌보미로 일하는 선혜는 아이들을 데리고 언양성당으로 나들이를 떠난다. 마냥 밝아 보이는 아이들 사이에서 얌전히 기도를 드리는 수인. 초등학생의 몸으로 게임중독 아버지와 오빠의 뒷바라지, 각종 집안일을 맡는 수인은 그녀를 향해 어른스럽게 웃어 보인다. 선혜는 수인을 보며 남의 생명을 살리려다 깨어나지 못하게 된 남편 창현을 떠올리며, 자신과 수인의 좌표가 어디쯤 있을지를 그려보고, 어느 새 수인은 동정 순교자 김아가다의 초상화를 바라보며 눈물을 보이는데.

 

 상처뿐인 사랑과 현실,

그곳에서 방황하는 사람들

 

고흐의 변증법정신과 의사인 유지는 한때 열렬하게 사랑을 속삭이던 남편에게 이혼을 당한다. 이혼 이후 환자들과 간호사들에게 점점 신경질적으로 변하던 유지는 신혼 여행지였던 아를로 휴가를 떠나고, 그곳에서 우울해 보이는 무명의 영화 감독 고호상과 조우한다. 고호상은 여자친구의 권유로 진로에 대해 고민하고자 고흐가 사랑한 도시인 아를로 왔다고 말하고, 유지와 고호상은 현실과 사랑의 상관관계에 대해 고흐와 그의 작품, 영화, 그리고 자기 자신을 예시로 들며 토론을 나누기 시작한다.

알비노십년 전 상담을 받았던 희주는 당시의 상담선생님에게 편지를 쓴다. 까만 피부가 고민이었던 희주에게 백색증을 앓던 학생을 언급하며 격려해준 선생님. 당시 아버지에게 가정 폭력을 당하던 희주는 아버지를 닮은 까만 피부가 싫었다고 말하며 자신의 과거사와 지금까지 살아온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유전 열성으로 이루어진 알비노가 자신과 닮았다고 말하는 희주. 희주는 자신보다 열악한 처지의 필우를 보듬으며 자신의 처지를 위로했다며, 그가 폭력을 행사해도 떠날 수 없었다고 말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을 살아가는 이유와

생존법을 물어볼 수 있을까요?

 

초롱아귀9급 행정 공무원인 정환은 적은 월급과 반복되는 업무에 회의감을 느낀다. 어느 날, 함께 공무원 시험을 준비했던 병우에게 편지 한 통을 받게 된 정환. 공무원 준비를 하며 정환에게 적지 않은 도움을 주었던 병우는 망막변성증이라는 병을 발견하여 행정직을 포기하게 된다. 이후 여러 번 새로운 창업을 시도하지만 실패로 귀결되고 만다. 그는 편지를 통해 현재 산토스에 있으며 마리아나 해구로 떠날 것이라 알려오고, 정환은 술만 마시면 마리아나 해구에 대해 떠들어대던 병우를 떠올린다.

아버지의 눈실직 후 여름이 도래한 남극으로 펭귄의 생태를 연구하러 떠난 우진. 생계는 물론 연인인 은수의 임신까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한 막막함을 안고 남극으로 왔다. 우진은 막 부화한 새끼 펭귄을 보며 드레이크 해협에서 실종된 아버지를 떠올린다. 바다보다 자식을 못 먹이는 게 더 무섭다던 아버지. 연구원인 우진은 아비 펭귄을 잃어버린 새끼 펭귄들을 지켜본다. 치열한 자연의 세계에서 아비를 잃고 살아갈 새끼들. 그때 갈매기가 수영 연습 중인 새끼 펭귄 한 마리가 낚아챈다. 우진은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그 모습을 바라보는데.

 

 더 나은 내일을 위해 어두운 하늘을 바라본다

 

인디고 블루의상 디자이너인 윤희는 가을을 겨냥한 컬렉션의 디자인에 고민한다. 새로 부임한 실장이 개인별로 차등고과를 줄 것이라 선언했기 때문이다. 코로나로 힘든 시기에 어떤 컬러의 스커트가 좋을지 고민하며 윤희는 전쟁 후 도발적인 A라인 컬렉션을 내놓았던 크리스챤 디올을 떠올린다. 윤희는 위축된 현실에 위로와 열정을 선사하는 옷을 고민하며 자신의 재능을 한탄하고 윤희의 동기인 지현은 그녀가 쓸데없는 고민을 한다 치부한다. 자신의 욕망에 충실한 지현과 대척점에 있는 윤희는 서로를 이해할 수 없다. 디자인 발표일이 밝아오고 윤희는 지금껏 고민하던 컬러와는 전혀 다른 컬러를 선보인다.

구라미본사의 전무로 몇십 년을 일에만 집중해온 남편. 남편의 노고와 바쁜 생활을 알기에 는 그를 이해하고 아이들을 키운다. 하지만 얼마 전 중요 프로젝트에 실패하고 인사개편을 당한 뒤, 남편은 자회사의 어설픈 사장 직책을 맡는다. 연봉도 적고 특별한 관리도 필요하지 않은 업무지만 는 어떻게든 정년까지 버텨야 한다 종용하고, 남편은 애써 이제야 가정에 충실할 수 있겠다 말한다. 남편은 수족관 코너에서 작은 원형 어항과 함께 관상어 3마리를 구입하고 매일 구라미를 관찰하지만, 남편의 어항에 들어온 이후 블루마블 구라미가 시름시름 앓기 시작하는데.

 

 우리가 뿌리내리고 있는 이곳,

이곳에서 시작하는 ‘둥지의 서사’

 

심은신의 소설 속에는 삶의 의미를 되돌아보는 문학적 공간이 구성되어 있다. 그 문학적 공간은 때로는 멀리 있기도 우리가 뿌리내리고 있는 바로 이 공간이 되기도 한다.

심은신의 둥지의 서사는 매우 중요한 소설적 발명이다. 이동과 이주가 빈번하고 방황과 유동이 일상화된 현실에서 해체되고 파괴되는 둥지를 새롭게 만들려는 인물의 창조가 빛난다. (…) 소설은 인물을 창조하는 작업이다. 심은신의 인물들이 우리 사회의 제유임을 안다. 더 복잡한 상호텍스트성의 역장으로 구성의 힘들을 이끌어 가리라 믿는다. 어둡고 힘든 시대의 삶이지만 사랑과 희망이 비록 미미한 빛으로 존재하더라도 소멸하지 않으리라고 생각하는 작가의 신념에 경의를 표한다. _구모룡(문학평론가)

 

이 소설집에 담겨 있는 인물들은 특별하지 않다. 사랑에 상처를 입거나, 더는 나아갈 수 없는 업에 대해 고민하거나, 부모가 된다는 무거운 마음을 안고, 고민하며 살아간다. 소설의 말미에서도 그들의 처지가 크게 달라지거나 변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 속에서 발견하는 한 줄기 희망이 있다. 외롭고 힘든 우리네 현실에도 마치 이 소설 속의 한 장면처럼, 한 줄기의 희망이 드리우는 날이 오지 않을까. 심은신의 소설을 통해 우리가 뿌리내리고 있는 이 별 볼 일 없는 공간에서도 그런 희망을 엿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 첫 문장

 

이제 곧 그들이 검은 형상을 드러낼 시간이다.

 

🌙 책 속으로 

 

p.25 그의 손가락을 따라간 시선 끝에는 이제 막 떼까마귀의 군무가 시작되고 있었다. 한 무리에 다른 무리가 섞여들고 또 다른 무리가 더해져 더 큰 공동체로 커졌다. 몇 무리로 나뉘어 종일 먹이를 구해 몰려다니다가 대숲 가까이 다시 모여든 까마귀들이 회색 공간을 자유롭게 날았다. 하늘로 치솟는가하면 아래로 내리꽂히고, 다시 바람을 타고 급하게 비상하여 바람과 함께 공간을 유영했다. 청회색 하늘을 가득 메운 일몰 군무가 촉각적 심상이 되어 피부에 연쇄반응을 일으켰다. 가늘게 뜬 눈에 차고 건조한 공기가 와서 부딪쳤다. 시린 각막으로 바라본 하늘은 어느 북국의 하늘처럼 차가웠다.

 

p.96 선생님은 온몸이 하얀 사슴, 온몸이 하얀 고라니, 온몸이 하얀 원숭이, 온몸이 하얀 참새를 보신 적 있나요? 그때 핸드폰으로 검색하고 있던 인터넷 기사는 바로 백색증을 앓는 알비노에 관한 거였어요. 눈부시게 하얀 사슴 사진에 놀라 기사를 열었던 것 같아요. 유전자 돌연변이인 알비노는 멜라닌 색소 생성이 되지 않아 발현한다고 했어요. 다른 건 모두 정상인데 효소 하나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해서 멜라닌이 만들어지지 않고 결국은 티 하나 없이 하얀 몸의 알비노가 된다는 거예요.

 

p.143 고향 항구에서 출항하는 외항선을 탔습니다. 언젠가 정환 씨에게 말했듯 육지의 끝은 바다의 시작입니다. 사람들이 새로운 꿈을 안고 떠나는 곳이죠. 솔직히 언제까지 일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막다른 골목이어서가 아니라 마지막까지 희망을 잃지 않기 위해 마리아나 해구를 찾아가는 겁니다.

 

p.179 구라미가 죽은 건 남편이 사표를 던진 날 아침이었다. 이상한 예감에 일어나 거실로 나왔을 때, 구라미는 허연 배를 뒤집은 채 수면에 떠서 역한 냄새를 풍겼다. 이른 아침 미명에 목격한 구라미는 수감 생활을 견디다 못해 목을 맨 죄수 같았다. 좁은 어항에서 살기엔 지나치게 길고 거추장스러운 수염이 수면 위 사선으로 솟아 있었다.

 

🌙 작가 소개

 

심은신

부산에서 태어나 대학에서 국문학을, 대학원에서 상담심리학을 공부했으며 중고등학교 교사로 일하고 있다. 2016년 단편 마태수난곡으로 <월간문학> 신인작품상을 수상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2017년 종교개혁 500주년과 6월 항쟁 30주년을 기념해 장편 바람기억을 출간했다. 2018년 단편집 마태수난곡을 출간했고, 한국소설가협회 신예작가로 선정돼 2018 신예작가에 단편 이마고를 상재했다. 2019년 맹목적인 인간의 욕망을 다룬 장편 버블 비너스를 출간했으며, 같은 해 단편 알비노로 경북일보문학대전에서 수상했다. 현재 한국소설가협회 및 소설 21세기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 차례

더보기

 

떼까마귀

인디고블루

고흐의 변증법

알비노

초롱아귀

아버지의 눈

구라미

봄날의 아가다

 

해설: 둥지의 서사학-구모룡(문학평론가)

작가의 말

 

 

『고흐의 변증법』

심은신 | 256| 140*205 | 978-89-6545-755-8 03810

15,000| 20211020

* 분 류 국내도서 > 소설//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심은신 소설가의 두 번째 단편집. 심은신의 소설 속에는 다양한 문학적 공간이 등장한다. 러시아 아무르 강과 울산의 태화강, 펭귄이 서식하는 남극기지, 고흐의 도시 아를 등 인물들은 생동감 있고 다양한 문학적 공간들 속에서 살아 숨 쉰다. 이번 소설집에 수록된 8편의 소설에는 삶과 일상 속에서 자신의 좌표를 고민하는 인물들이 등장한다. 그들의 앞에 놓인 현실은 외롭고 막막하지만, 미미한 빛으로 전해지는 한 줄기 희망이 그들의 삶과 소설을 읽는 독자들의 머리 위에 드리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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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속 미세한 균열이 부른 삶의 파국

서정아 소설집 ‘오후 네 시의 동물원’

- 2004년 등단 … 7년 만에 두 번째 책
- 누구나 겪는 불안 소재로 단편 8편
- 예민하고 촘촘한 글로 긴장감 부여


인생을 덮쳐오는 어마어마한 사건보다 ‘일상에 끼어드는 불안’이 어쩌면 더 무섭다. 가까운 사람도 알지 못하고 나조차 외면하고 살지만, 불안은 미세한 균열을 통해 독한 연기처럼 스며든다.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지만 또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불행을 상상하며 남몰래 밤잠을 설친다.

부산에서 활동하는 서정아 소설가의 두 번째 소설집 ‘오후 네 시의 동물원’의 단편들은 어느 순간 침입해 일상을 잠식하는 불안을 다룬다. 8편 소설 속 에피소드는 현대의 보통사람이 한 번쯤은 겪어봄직한 일들이라서 더 서늘하다. 어떤 사건과 그로 인해 일어난 심리의 변화를 관찰하는 작가의 예민하고 촘촘한 글이 긴장감을 부여한다.

표제작 ‘오후 네 시의 동물원’은 각각 아이를 데리고 재혼한 부부의 평범하지만 위태로운 심리를 들여다 본다. 중국 가오슝으로 가족여행을 왔지만 남편 상욱은 내내 시큰둥하다. 아내 도연은 이런 남편에게 마음이 상한다. 고생해서 찾아온 동물원은 시설이 시원찮고, 남편은 짜증난 기색이 역력하다. 철이 들어서 눈치를 보는 남편의 딸 은비도 애처롭고 어려서 눈치 없이 떼쓰는 자신의 아들 은호도 힘든데, 남편이 화장실에 간 사이 몸집이 큰 야생 원숭이 한마리가 남은 세 사람을 향해 천천히 다가온다.

‘어딘지도 모르고’의 진오는 새벽 출근길에 사람을 치어 사망하게 한다. 결정적인 과실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사고 합의금이 유족의 어려운 형편에 오히려 도움이 됐을 거’라고 자위하던 진오와 아내 경화는 아들 민재가 이 일로 학교에서 따돌림 당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서둘러 신도시로 이사한다. 새 아파트에서 계급 상승이라도 이룬 듯 평화롭고 풍요로운 삶을 누리려 애쓰던 어느 날 민재의 귀가가 늦어지고 진오의 휴대폰에는 발신자를 알 수 없는 전화가 걸려온다.

‘조금 언성을 높였을 뿐’이라는 단편 제목은 이미 생활에 내재된 불안과 결핍을 암시한다. 일어나지 않은 일인양 외면하던 불행을 직시하게 되는 순간, 단지 평소보다 조금 언성을 높였을 뿐이라고 생각하지만 이미 상황은 예전과 달라져 있다. 강은 아름다운 아내 진이 자랑스럽다. 얼마 전 골프장에서 자신이 친 공이 아내의 눈을 실명시키지 않았다면 더 좋았겠지만 그렇다고 지금 불행한 것은 아니다. 그러던 어느 날 진은 가사도우미를 해고하는 과정에 일어난 일로 강에게 히스테리를 부린다.

 

두 번째 소설집 ‘오후 네 시의 동물원’을 펴낸 서정아 소설가. 작가 제공


서정아 소설가는 “사람 간, 특히 가족 간에 발생하는 균열을 다루고 싶었다”고 이번 작품집을 소개했다. “어떤 계기로 인한 균열이 생겼을 때 가족간의 관계에서 (모른 척 하고 싶지만) 어쩔 수 없이 벌어지는 일들, 견디고 살려고 하지만 어느 순간 무너져 버리는 지점, 작은 일로 시작된 파국 그런 것에 관한 이야기들입니다.”

그는 2004년 25세라는 젊은 나이에 부산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했지만, 그 이후 육아 등 생활을 해내기 바빠 등단 10년 만에 2014년 소설집 ‘이상한 과일’을 내고 또 한 동안 쉬었다. 그런 그에게 이번 소설집은 작가로서 새출발 하는 계기이기도 하다. “지금까지는 개인 간의 관계에 집중해왔는데 이제 조금 더 범위를 넓혀 우리를 둘러싼 세계에 관해 쓰고 싶다”는 그는 “조금 더 시간과 힘을 내서 이른 시일 내에 장·단편으로 독자를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신귀영 기자 kys@kookje.co.kr

 

출처: 국제신문

 

알라딘: 오후 네 시의 동물원 (aladin.co.kr)

 

오후 네 시의 동물원

서정아 작가의 두 번째 소설집. 일상의 귀퉁이 한쪽이 깨진 채 오늘을 살아내는 인물들의 모순적 감정을 섬세하게 포착해낸다.

www.alad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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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님과 함께 퇴근하는

교정지 뭉치들

5월 출간 예정인

이규정 현장취재 장편소설

<사할린> 원고

신국판 1000쪽 분량

가방 한가득이다

오늘은 불금인데

내일은 주말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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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단디SJ 2017.05.02 10:0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늘은 불금이고, 내일은 주말인데" 이 부분에 밑줄을~

    • 권디자이너 2017.05.02 16:33  댓글주소  수정/삭제

      저도 가끔 일감을 집에 가져가곤 하는데 유혹이 너무 많아 쉽지 않더라구요.^^

우리는 살면서 타인의 무엇을 부러워하고 때론 탐하곤 합니다. 재능, 외모, 마음, 성격, 물건 등등. 책 속 주인공 소영도 대학 동창 미홍의 삶을 부러워합니다. 지금 나에게 만족하는 삶이 쉽지만은 않지요.

 

안지숙 소설집『내게 없는 미홍의 밝음』 출간 후 산지니 인스타에서 신간이벤트를 했는데 많은 분들이 참여해주셨어요.

 

 

 

 인스타그램 이벤트 바로가기

 

 

'내게 없는 타인의 무엇'을 댓글로 남기면 추첨해서 신간을 보내드리는 이벤트였는데  특히 많은 '소영'님들께서 댓글을 달아주셨죠.^^ 주인공과 이름이 같으면 아무래도 소설 읽을 때 감정이입이 심하게 될 것 같습니다.

 

#내게 없는 통장의 월급

#내게 없는 동료의 빙썅짓

#내게 없는 우OO 전 민정수석의 당당함
#내게 없는 타인들의 다이어트, 열공 의지
#내게 없는 칼퇴

 

월급날인데 통장에 월급이 들어오자마자 모두 사라졌다는 인친님 댓글에 빵 터졌네요. 인간관계, 월급 등 직장인들의 고충과 시국이 시국이다보니 정치인들에 대한 풍자글 등 부조리한 현실 속 '을'들의 외침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안지숙 소설집

내게 없는 미홍의 밝음

  

2005년 「바리의 세월」로 신라문학상을 받으며 문단에 등단한 안지숙 소설가의 첫 번째 소설집으로, 작가가 십여 년 동안 틈틈이 쓴 일곱 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소설 속 인물들은 문제를 해결하고 극복하기보다 문제를 끌어안고 미련스럽게 견딘다. 화려한 인생을 꿈꾸기보다 투덜거리며 현실에 순응하는 모습이 오히려 더 현실적이다. 비정규직이나 계약직, 외주업체에서 일하는 여성, 가정이나 사회에서 상처 입은 여성의 이야기로, 작가는 불안전한 세계에 사는 여성의 이야기로 현실의 리얼리티를 고스란히 책에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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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1.03 비참하고 씁쓸한 여성들의 현실 이야기 '내게 없는 미홍의 밝음' (3)

2016.12.30 부조리한 현실 속의 '을' 생존 길 찾아가는 여정-내게 없는 미홍의 밝음

2016.12.21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들의 길 찾기-『내게 없는 미홍의 밝음』(책소개)

2016.11.16 첫 번째 독자를 만난 안지숙 소설집 "내게 없는 미홍의 밝음" (4)

 

 

내게 없는 미홍의 밝음 - 10점
안지숙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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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단디SJ 2017.02.10 09:4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내게 없는 것들이 이렇게나 많다니요 +_+ ㅋㅋㅋㅋㅋㅋㅋ


여기, 여전히 소설을 꿈꾸는 소설가가 있다. 다만 살기 위해 자신을 감추어야 했던 시간들이 있었다.

상처 받는 것에 익숙해져, 그것에 무뎌지는 자신을 마주하기 두려워지던 시기였다. 세상에서 고립된 게 외려 도움이 될 수 있을 거란 생각에 우연히 글을 쓰게 되었다. 겹겹이 쌓여있던 사연들을 내놓으며 억눌렸던 정체성을 길어 올렸다. 그렇게 글쓰기는 삶의 거의 전부가 되었다.

소설가 김비는 트랜스젠더이다. 학교에서 그녀는 세상의 편견을 배웠다. 그곳에서 처음으로 자신이 ‘정상’이란 범주에 속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남들과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폭력에 희생되곤 했다. 생존을 위해선 몸가짐이나 행동, 말투를 조심해야 했다. 자신을 부정하는 것만이 사회에 내디딜 수 있는 길임을 공부했다. 그렇기에 누구보다 글이 각별할 수밖에 없었다. 글을 쓴다는 것은 자신을 배려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사람들과 직접 대면하지 않아도, 그들에게 말을 걸 수 있다는 것이 큰 용기를 주었다.

글쓰기를 전문적으로 배워본 적은 없었다. 그렇다고, 학창시절부터 글쓰기에 남다른 재능을 보인 것도 아니었다. 그 흔한 백일장에서 상을 타본 경험 한 번 없었다. 글을 배우고 싶어 처음 문을 두드린 곳은 드라마 작가 교육원이었다. 방송극은 글도 쓰고, 돈도 벌 수 있게 해 줄 거란 막연한 생각에서였다. 초반에는 독특한 소재와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에 선생이나 동기들의 관심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상급반으로 올라가자 ‘난센스’란 규정이 돌아왔다. 애초부터 대중적인 코드를 바탕으로 한 방송극은 맞지 않는 것이었다. 기성의 가치관과 적당히 타협하며,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서사의 구조는 소수의 이야기를 담고 싶어 했던 그녀와는 어울리지 않는 것이었다.

소설, 추락하는 자들의 실패한 이야기

소설을 처음 쓴 것은 성소수자 온라인 동호회 게시판에서였다. 전에 써놓았던 방송극을 소설로 풀어 낸 것이었다. 사실 소설은 다른 어느 장르보다 전문적인 글쓰기이다. 단편의 미학과 장편의 문법도 엄연히 다르다. 그럼에도 소설이 각별히 다가올 수 있었던 것은 그것이 소수를 위한 글쓰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예감했기 때문일 것이다. 소설은 세상의 지배적인 가치를 단순히 반영하지 않는다. 오히려 다수의 이데올로기를 반성적으로 되물으며, 그것의 한계를 지시한다. 소설은 추락하는 자들의 이야기다. 온갖 성공의 스토리를 들려주는 자기계발식 영웅서사들이 만연한 시대에, 소설은 세상에 감추어진 가장 보통의 실패를 담는다. 소설에 자신의 사연을 위탁한 배경에는 아마 이런 연유가 있었을 것이다.

김비의 짝지 박조건형이 김비를 그린 그림. 글의 노동은 멈출 수가 없다. kimbee.net 자료

소설에 대해 거의 알지 못할 때, 게시한 작품에 적지 않은 사람들이 호응해 주었다. 자신의 이야기를 통해 전하고자 했던 생각이 누군가의 마음에 가 닿는 환희를 알게 되었다. 그러던 중, 동호회에서 알게 된 친구가 홈페이지를 개설하자는 제안을 해왔다. 김비의 이야기를 더욱 경청하고 싶은 마음에서였을 것이다. 마침 글쓰기의 매력에 흠뻑 빠져있던 시기이기도 했다. 고심 끝에 승낙했고, 그렇게 개설된 홈페이지(www.kimbee.net)에 많은 사람들이 찾아왔다. 트랜스젠더 김비의 이야기에 세상이 응답하기 시작한 것이다.

홈페이지 개설은 그녀의 삶을 바꾸어 놓았다. 많은 사람들이 김비의 이야기에 감응했다. 그녀의 사연을 통해 자신의 상처를 보듬었다는 말을 들을 때면 잠을 이룰 수 없을 만큼 설레기도 했다. 반면 트랜스젠더에 대한 단순한 의문과 의심에서 찾아온 이도 적지 않았다. 때론 입에 담을 수도 없는 욕설이나, 성적 모욕을 당하기도 했다. 그 중에서도 그녀에게 가장 큰 상처를 준 것은 선의로 응해준 각종 인터뷰들이었다. 그 즈음 성소수자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도 상승하여, 여러 매체에서 김비를 찾곤 했다. 그녀는 트랜스젠더에 대한 편견을 바로 잡고자, 대부분의 제안을 받아주었다. 하지만 인터뷰는 진실을 전하기보단 그녀를 상업적으로 이용할 수단일 뿐이었다. 기대가 실망으로 이어지는 날들이 연속되고 있었다.

문창과로 가는 대신 독서로 창작 연마

소모되는 시간이 쌓여갈 즈음, 다시 소설을 쓰기로 마음먹었다. 잃어가던 자신을 다시 찾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그렇게 완성한 작품이 ‘플라스틱 여인’. 트랜스젠더의 사랑과 비운을 담았다. 불안한 다수가 되기보단 안정적인 경계인이 되고자 한, 어느 여인의 선택에 관한 소설이었다. 이 작품으로 별다른 기대 없이 2007년 여성동아 장편소설 공모에 응했고, 당선되었다는 믿기 힘든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등단은 김비에겐 그야말로 기적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애초 여성동아 공모는 오직 여성들만 응시할 수 있는 것이었다. 당시 만해도, 김비는 주민등록상 남자였다. 나중에 알고 보니 관계된 기자가 김비의 성정체성을 알려주었다고 한다. 그리하여 다행히 심사에 오를 수 있었고, 심사위원들은 그녀의 가능성에 내기를 걸었다. 김비에게 등단은 단순히 소설가의 지위를 공인 받았다는 의미만은 아니었다. 그보단 오히려 세상이 여성으로서의 자신을 받아주었다는 감격이 더 컸다. 등단 이후, 김비는 자신의 소설을 다시 돌아보게 되었다고 한다. 한 없이 부끄러웠고, 그리하여 소설을 공부하고 싶다는 바람이 더욱 간절해졌다.

소설을 본격적으로 공부하고자 다짐했지만, 별다른 방법을 알진 못했다. 문예창작학과 진학도 고려했었다. 하지만 주변에서 만류했다. 창작을 아카데믹하게 습득한다는 것이 김비와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생각해보니 그랬다. 문예창작학과의 존재를 감히 부정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이내 자신과는 맞지 않는다고 결론지었다. 그리하여 그저 독서에 열중했다. 여러 선생님들의 작품을 찾아 읽었다. 작가 교육원에서의 경험이 서사적인 짜임에 대한 이해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다면, 독서를 통해서는 주로 자신의 문장들을 점검할 수 있었다. 지금도 문장이 메말라 간다고 느낄 때면, 여전히 잘 써진 단편을 찾곤 한다.

김비의 짝지 박조건형이 그린 그림.

외면 당했지만 세상을 버리지 않은 소설가

등단 이후, 김비는 주로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 맺음에 관해 탐닉했다. 서로 다른 존재들이 함께하기까지의 곤경과 그를 극복해나가는 과정을 담은 것이다. 그 과정이란 동일성을 억지로 찾아내는 게 아니라,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는 여로에 가깝다. 그렇게 발표한 작품이 ‘빠쓰정류장’(2012)과 ‘붉은 등, 닫힌 문, 출구 없음’(2015)이란 장편이다.

‘빠쓰정류장’은 폐암 말기의 순옥과 직장에서 사고로 다리를 잃은 남편, 그리고 트랜스젠더 리브 간의 일시적인 동행을 그린 작품이다. 이들은 존재조차 확실치 않은 사연 많은 버스정류장을 찾아 전국을 떠돈다. 세상의 경계에 위태롭게 서있던 이들이 삶의 여러 관문들(터미널)을 통과한다는 상상력이 이채롭다. 반면 ‘붉은 등, 닫힌 문, 출구 없음’은 비상계단이라는 한정된(혹은 금지된) 공간에서 저마다의 상처를 지닌 사람들이 함께 하는 과정을 담은 미스터리다. 위아래로 끝없이 이어져 있는 계단 위에서, 살기 위해 오르거나 내려가야만 하는 군상들의 제자리걸음을 담았다. 대체로 비슷하게 살 것이 강제되면서도, 그 안에서 어떻게든 서열을 정하며 오르락내리락 하는 가엾은 사람들의 일상을 신비롭게 묘사한다.

이처럼 김비는 절망 앞에서야 비로소 자신의 곁에 있던 타자를 이해하게 된다는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세상은 그녀를 쉽게 외면하곤 했지만, 그녀는 세상을 포기하지 않은 것이다. 사실 김비는 한국문단에서도 약간은 비켜서 있다. 그녀는 마감이 없는 소설가이다. 청탁을 받은 적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래서 항상 쓸 수 있었다. 김비의 작품에 여러 출판사들이 응답하지 않았지만, 그녀는 원망하지 않는다.

다만 소설이 조금 더 다양해 질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세상이 다채로운 만큼, 소설의 여러 매력이 많은 사람들에게 전해질 수 있기만을 바랐다. 매출의 규모가 문단 내 위상과 직결되고, 대형출판사의 바깥이 문단에서의 소외로 간주되는 시대이기에, 그녀의 바람은 더욱 소중하다. 배움을 ‘사는 재미’로 알고, 소설이 삶과 다르지 않은 김비의 이야기가 각별한 이유가 여기 있다. 다만 한 뼘 만이라도 더 좋은 소설을 쓰고 싶다는 그녀, 여전히 소설을 꿈꾸는 소설가 김비의 이야기는 언제라도 당신을 기다릴 것이다.

허민 문화연구자ㆍ인문학협동조합 연구복지위원장

한국일보 | 2016-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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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등, 닫힌 문, 출구 없음 - 10점
김비 지음/산지니


Posted by 비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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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단디SJ 2016.04.26 09:2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독서로 글 쓰는 공부(?!)를 하셨다니.. 놀랍네요. 그리고 여담입니다만, '아이구~ 힘들어'하는 그림에서 집필 작업의 고단함이 느껴져요 ㅎㅎ

  2. 권디자이너 2016.04.26 17:2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포기하지 않고
    한 뼘씩 쌓아가는 과정이
    참 아름다워 보입니다.
    김비 작가님! 화이팅!

  3. BlogIcon 별과우물 2016.04.27 09:5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작가님의 짝지분이 그려주신 그림에서 애정이 느껴지네요. 따로 창작과를 가지 않고 독서를 선택하신 건 정말 좋은 선택이었던 것 같습니다. 주변에 따뜻한 조언을 해주시는 분이 많으신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