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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후기81

잃어버린 물건으로 맘 상한 사람을 위한 책 나는 지난해 여름까지 난초 두 분을 정성스레, 정말 정성을 다해 길렀었다. 3년 전 거처를 지금의 다래헌으로 옮겨왔을 때 어떤 스님이 우리 방으로 보내 준 것이다. 혼자 사는 거처라 살아 있는 생물이라고는 나하고 그애들뿐이었다. 그애들을 위해 관계 서적을 구해다 읽었고, 그애들의 건강을 위해 하이포넥스인가 하는 비료를 구해 오기도 했었다. 여름철이면 서늘한 그늘을 찾아 자리를 옮겨 주어야 했고, 겨울에는 그 애들을 위해 실내 온도를 내리곤 했다. (중략) 아차! 이때서야 문득 생각이 난 것이다. 난초를 뜰에 내놓은 채 온 것이다. 모처럼 보인 찬란한 햇볕이 돌연 원망스러워졌다. 뜨거운 햇볕에 늘어져 있을 난초잎이 눈에 아른거려 더 지체할 수가 없었다. 허둥지둥 그 길로 돌아왔다. 아니나다를까. 잎은 축 .. 2010. 4. 8.
단행본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는 잡지 잡지 많이들 받아보시죠. 시사지, 문예지, 패션지, 종합지 등 잡지도 아주 다양한데요. 잡지는 단행본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는 것 같아요. 지식을 깊이 있게 체계화하는 데에는 물론 단행본이 낫지만 일상과 관련된 중요한 시사성 정보를 얻거나 여러 작가의 따끈따끈한 새 작품을 만나보는 것은 잡지가 빠르죠. 올해부터는 저희 출판사도 라는 문예지를 발간하는 데 동참하게 되었는데요. 는 부산작가회의 회원들을 중심으로 만들어지는 문예지로서 지역에서 활동하는 뛰어난 작가들을 찾아내고, 그 작가의 작품을 실음으로써 부산문학의 지형도를 새롭게 그리고 있는 계간지랍니다. 이번 2010년 봄호가 벌써 통권38호로 10년의 역사를 자랑한답니다. 잡지를 발간하는 순간 손해라는 것은 다 아는 사실인데요. 그래서 보통 잡지의 생명.. 2010. 3. 31.
정보의 바다에서 살아남는 법, 컨셉력 키우기 네트워크 사회에서 가장 필요한 능력은 무엇일까? 도야마 시게히코는 『망각의 힘』에서 많은 지식을 습득해 기억하기보다 망각하는 기술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음식의 과다 섭취는 소화 불량을 불러온다. 몸에 가장 좋은 것은 적당한 공복 상태다. 경쾌한 공복 상태를 만들기 위해서는 먹은 것을 소화시켜 몸에 꼭 필요한 에너지는 남기고 나머지는 모두 배설해야 한다. 도야마는 “망각은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배설 작용”이라고 말한다. 다양한 지식을 무조건 많이 습득해 저장할 것이 아니라 꼭 필요한 것만 남겨 놓고 대부분은 잊어버리는 ‘선택지적 망각’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인간은 이미 지식의 저장과 보관에 컴퓨터를 활용하고 있다. 언제나 궁금한 것이 있을 때마다 컴퓨터나 휴대전화를 활용해 바로 확인하면 된다. 컴퓨터는 선.. 2010. 3. 6.
부부사이 대화에 성공하려면 집을 나가라 여성학자 오한숙희가 늘 강조하는 말이 있다. 부부 사이에 닫힌 대화의 문을 열려면 우선 대화의 현장부터 바꾸라고. 늘 쓰던 가구, 늘 쓰던 이불, 늘 산더미 같은 일들이 기다리는 집안에서 “우리 이야기 좀 하지”하고 대화를 시작하면 백발백중 대화가 어긋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환경이 의식을 지배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녀는 강력히 권고한다. 하다못해 뒷산에라도 오르면서 말문을 트라고. 하지만 환경만 바꾼다고 부부간의 대화가 성공하는 건 아니다. 이제는 상대방 눈치 볼 일도, 배려할 마음도 생기지 않는 권태기. 오랫동안 대화다운 대화를 못 나눴던 터라 되려 두터워진 벽만 실감하는 경우가 많다. 여행길이나 식당에서 의견이 갈리면 지난 일까지 이자를 붙여서 외려 골이 깊어지고 만다. 내가 아는 전업주부 H는.. 2010. 2. 27.
1만원짜리 박수근(?) “내가 홍제동 대양서점에서 아무개 도록을 만 원에 샀는데 그게 정가가 10만 원이더라구.” 내가 아무런 말이 없자 직설적으로 나온다. “정가 10만 원짜리를 만 원에 샀으니 여기 박수근 도록은 정가가 5만 원이니까 만 원에 주면 되겠구먼.” 손님에게 얼굴 찡그리기 싫어서 그저 웃으면서 대답했다. “어르신 죄송합니다만, 그 가격에는 팔 수가 없습니다.” 군말을 안 하고 담담하게 그렇게 말하자 손님은 대화를 오래 끌지 않고 그냥 갔다. 물론 책을 살 때는 가격 흥정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책의 가치를 모르고 그저 모든 책을 종이 뭉치처럼 본다면 책을 소유할 자격이 없는 사람이다. 책은 숨 쉬는 생명이고 하나하나가 모두 귀하다. 책은 사람 아래 있지 않다. 사람들은 그걸 잘 모른다. 책과 그 안에 들어앉은 글.. 2010. 2. 23.
바로 이 순간, 그대만의 공간을 에 저희 출판사 편집부원의 글이 실렸네요.^^ 어려서는 내게 공간만이 필요한 줄 알았다. 그러나 이제 공간보다 시간이다. 나만의 시간. 나 혼자 내 맘대로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는 시간. 공간은커녕 그 시간 하나 얻기가 너무나 힘들었다. 왜? 나는 무엇보다 아이들 땜에. 어려서는 시간은 내게 얼마든지 주어졌고 돈은 그 필요성이 생기지 않았고, 어쩌면 돈이란 걸 아예 몰랐고 다만 내 공간, 내 방만이 필요했었다. 그러나 이제 내게는 방도 방이지만 돈이 필요하다. 아무리 혼자만의 공간이 주어진다 한들, 그곳이 도시의 뒷골목에 있는 소위 말하는 쪽방이라면 나는 그 공간 자체가 서러워서 배기지 못하리라. 더 이상 설움 타지 않으려면 돈이, 그리고 시간이 필요하다. 그렇게 되어버렸다. 공간만이 필요하던 .. 2010. 2.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