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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후기79

『밤의 눈』과『병산읍지 편찬약사』- 작가 조갑상과 보도연맹 학살사건 『밤의 눈』과 『병산읍지 편찬약사』 - 작가 조갑상과 보도연맹 학살사건 조갑상 작가에게, ‘보도연맹 학살사건’은 어느덧 하나의 작품세계를 형성하는 화두가 된 듯하다. 2009년 발간된 소설집 『테하차피의 달』(산지니)에 수록된 에서 보도연맹 사건을 언급했을 때만 해도, 수록작 하나를 가지고 그가 보도연맹에 아주 깊은 관심을 표하고 있다고 말하기는 어려웠다. 그 시대를 지나온 사람이기에 더더욱, 보도연맹 사건은 마주보고 소설화하기에는 부담이 큰 소재였을 것이다. 하지만 작가는 거기에서 멈추지 않았다. 2012년 그에게 만해문학상이라는 큰 영예를 안겨 준 장편 『밤의 눈』(산지니)은 그 어려운 일을 해낸 작품이었다. 달은 밤의 눈을 하고 세상을 내려다볼 뿐이고 인간들은 아무 죄 없는 사람인 줄을 알면서도 이.. 2017. 7. 28.
세월은 가도 빚은 남는 것 - 부채(빚)에 관하여 ▲ 고시원 생활 모습 /출처=KBS 시사기획 창 내일은 뭐 먹나? 돈 없으면 꿈도 가난해진다 ‘흙흙’ 떨어지는 청년의 눈물 오늘 오천 원 짜리 밥을 먹으면, 내일은 3천 원짜리 먹어야 한다. 오죽하면 청년의 눈물은 ‘흙흙’ 떨어진다고 할까. 대학 시절 가장 고민거리는 ‘내일은 뭐 먹지?’였다. 일주일 생활비를 쪼개고 쪼개서 생활하던 나에게 밥이라도 사준다면 달려가 품에 안겨 맞이하고 싶었다. 이런 현실은 비단 나뿐만 아니라 대부분 청년이 겪는 통증이다. 아르바이트와 휴학을 반복하며 고군분투하는 대학생, 끼니 걱정하며 우여곡절 졸업하면 취직 걱정하는 청년들. 교육, 주택, 고용 등 정말 어느 하나 청년들을 따뜻하게 감싸주고 있지 않다. 이 시대의 청년으로서 이렇게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우리나라의 미래가.. 2017. 3. 20.
투덜대며 문제를 끌어안고 사는 우리-『내게 없는 미홍의 밝음』 투덜대며 문제를 끌어안고 사는 우리 내게 없는 미홍의 밝음 ▶우리 사회의 여성이 겪는 크고 작은 불편함을 소설로 풀어내다 주인공 소영은 언제 해고당할지 모르는 불안한 비정규직 여성이다. 재래시장에서 스토리텔링을 해주는 그는 평상시처럼 길 찾기 앱을 열고 골목 구석구석 거리를 검색해 본다. 정해진 길을 검색하는 건 쉽지만, 소영의 삶은 도착지 없는 골목을 지나가고 있다. ‘내게 없는 미홍의 밝음’은 우리사회의 지친 면들을 다시 끄집어낸다. 그리고 희망적인 미래를 그리기보단 그저 버티며, 그저 한 사람으로 서 있다. 다름 아닌 우리네들 삶처럼 말이다. ▲ 사진 출처 http://bbs.rigvedawiki.net/index.phpmid=issue&document_srl=23034&order_type=desc.. 2016. 12. 29.
손톱 밑 가시와 같은 존재라 불리는 이방인 이야기. '쓰엉' 매콩강에서 뱃사공으로 일하다가 한국으로 시집 온지 10년 된 베트남 여자 우엔 티 ‘쓰엉’. 쓰엉은 베트남을 벗어나면 무언가 다른 것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한국에서의 결혼생활은 시어머니, 폭행을 일삼는 남편 밑에서 숨 막히는 지옥과 다름없다. 소설의 또 다른 주인공 ‘장’과 ‘이령’. 장은 이령의 소설 집필을 위해 시골 가일리에 하얀 집을 하나 지어 생활하는데, 가정부 쓰엉은 그들에게 매우 매력적이고 아름다운 여자로 다가온다. 쓰엉이 무언가를 찾아 떠나 갈까봐 두려운 쓰엉의 남편 종태는 결국 하얀 집을 불태워버리고 만다. 출처: http://unryeong.blogspot.kr/2014/07/blog-post_9850.html 닮은 데라곤 하나도 없는 두 사람이 모두 여자라는 사실이 도무지 믿.. 2016. 12. 19.
배가 고픈 부산토박이 - 부산을 맛보다 두번째 이야기 맛집 기자 박나리·박종호 저자의 『부산을 맛보다-두 번째 이야기』. 내가 알고 있는 집이 몇이나 나올까 생각하며 펼쳤던 책을 다 읽고 덮는 순간 궁금증을 자아냈다. ‘여태 내가 먹은 부산의 맛은 뭐였지?’ 어느 순간부터 음식을 먹으러 가자하면 다들 인터넷부터 켠다. 손가락 몇 번 툭툭하면, 눈을 데구루루 굴리기도 전에 쏟아져 나오는 부산의 수많은 맛집. 그런 식으로 내가 찾아 가보았던 맛집은 부산의 맛이 아니었다. “가게에는 ‘세상에서 두 번째로 맛있는 집’이라는 현수막이 걸렸다. 오용국 대표에게 그렇게 적어둔 이유를 물었다. 자식에게 먹이려고 음식을 만드는 어머니의 마음으로 만든 음식만큼 맛있는 것은 없다. 그런 마음으로 음식을 만들지만 각자의 집에 있는 어머니보다는 못하니 두 번째라고 적었다며 웃는다.. 2016. 12. 17.
[독자서평] 감천문화마을 단디 들여다보기 :: <감천문화마을 산책> 감천문화마을 단디 들여다보기 / 임회숙 지음/ 해피북미디어 펴냄 내 페이스북 타임라인 배경은 감천문화마을 사진으로 해 두었다. 알록달록한 집들이 오밀조밀하게 쌓여있는 풍경이 예쁘다. 감천문화마을에 두 번 가 보았다. 마을을 들어서 꽤 긴 길을 걸으며 만나는 벽화나 갤러리, 공방을 둘러보고 사진 좀 찍었던 추억이 있다. 그때는 그곳을 그저 흔한 벽화마을들 가운데 하나쯤으로 여겼다. 젊은이들이 사진 찍기 좋게 잘 꾸며진 곳으로 말이다. 실제로 많은 이십대들이 셀카봉을 들고 즐기고 있었다. 을 읽기 전까지 나도 관광객의 하나로 그곳을 갔는데 책을 읽은 후, 달라졌다. "'관광객'이란 단어를 사용하지 말아 달라는 말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사람이 사는 마을을 구경해서는 안 된다. 사람이 사는 곳은 방문하는 것이다.. 2016. 9.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