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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일기900

나를 부르는 숲 - 애팔레치아 트레일 여행기 한 중년남의 애팔레치아 트레일 3360km 여행기 애팔래치아 트레일은 미국 동부의 14개 주를 관통하며 남과 북을 연결하는 아주 긴(3360km) 등산로이다. 우리나라로 치면 백두대간(1400km)에 해당하는 애팔래치아 트레일은 1500m 넘는 봉우리가 무려 350개나 줄줄이 이어지고, 종주하는 데 반년(사람마다 편차가 있지만 보통 5개월 이상)이나 걸리며 야생곰의 습격이나 예상치 못한 기후 변화, 추위 등의 위험으로 가득 차 있는 길이다. 저자가 애팔래치아 트레일 종주를 결심한 계기는 두 가지. 등산로가 집 근처를 지나간다는 게 첫번째 이유고 두번째는 갈수록 심각해지는 지구온난화 때문이다. 50년 안에 지구 온도가 4도 상승하면 미국의 숲은 사막화 현상으로 사바나(대초원)가 된다. 숲의 나무가 모두 사.. 2010. 2. 10.
서울 강남구에서 온 공문 강남구청 세무과에서 우편물이 한 통 왔습니다. 강남구청에서 산지니 출판사에 무슨 볼 일? 의아해하며 봉투를 열어보니 책을 기증해달라는 당당한 내용의 협조 공문이었습니다. 책을 기증하면 기부금 영수증을 발행해주겠다는군요. 취지는 참 좋아 보였습니다. 이란 제목이었습니다. 사장님은 공문을 보시곤 겉으로 허허 헛웃음을 웃으셨지만 속으로는 '누구 염장지르나'하며 뿔이 난듯 보였습니다. 출판업계 불황이라는 보도를 작년 한해 귀에 딱지 앉도록 들어왔는데, 기부금영수증이 필요할 만큼 수익을 많이 낸 출판사가 얼마나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물론 베스트셀러를 내거나 책을 마구 만들고 마구마구 팔아 매출이 쑥 오른 출판사들도 몇 있겠지요. 하지만 대부분은 아니라고 봅니다. 특히 저희처럼 작은 출판사들은요. 정말 좋은 일을 .. 2010. 2. 3.
주말에 무슨 책을 볼까? - 문창과 학생이 추천한 책들 오늘부터 새로운 인턴 학생 근화씨가 출근하였답니다. 학교에 일이 있어 일찍 퇴근하는 근화씨에게 “그럼 내일 봐요.” 하고 무심코 인사말을 던졌는데, “월요일에 뵐게요~”라는 답이 돌아옵니다. 아차차, 오늘이 금요일이었군요. 날이 가는 줄도 모르고 삽니다. 금요일은 저의 블로그 포스팅 당번날인데, 깜빡하였네요. 뭘 올려야 하나 고민하다가, 아까 점심시간에 근화씨랑 책 이야기를 나누었던 것이 떠올랐습니다. 장은진의 , 장정일의 , 진은영의 , 미셸 투르니에의 를 최근에 인상 깊게 읽었다는군요. 주말에 무슨 책을 볼까? 고민하시는 분들, 문창과 학생의 안목을 따라봄이 어떠실는지요? 참, 지난주에 가현 학생이 김중혁의「C1+y=:[8]:」라는 단편이 참 괜찮더라는 귀뜸을 해주었던 것도 생각나네요. 제목이 무척 .. 2010. 1. 29.
인턴학생 가현씨를 보내며... 1월 한달간 산지니에는 식구가 한 명 늘었습니다. 바로 인턴학생으로 열심히 일한 가현씬데요, 동아대학교 문예창작과 졸업반으로 오늘이 출판사에서 일하는 마지막 날입니다. 서울에 있는 몇몇 출판사에 원서를 넣어놨다고 하네요. 20대 취업이 하늘의 별따기만큼이나 어렵다고 하는 요즈음, 대학이라는 울타리를 벗어나 이제 '경제활동인구'라는 이름표를 달게 될 가현씨에게 출판사 식구들이 응원의 메세지를 남겼습니다. “자기, 이것 좀 해 주세요.” 뚝딱뚝딱, 쓱~ 어느새 “다 했는데요.” 일의 정확도는 두말하면 잔소리. 서울의 어느 눈 밝은 출판사가 가현씨를 데려가려나.^^ 짧은 한 달이지만 앳된 목소리로 활력소가 되어준 가현씨 얼른 후딱 취직되기를 바랄게요.ㅎㅎ - 경 제가 오늘 블로그에도 글을 썼지만, 딱 20년 .. 2010. 1. 28.
김미혜 소설가 별세 얼마 전 김미혜 소설가의 갑작스러운 별세가 주위 사람들을 안타깝게 했습니다. 오랜 투병생활 끝에 지난 16일 향년 52세로 짧은 생애를 마감했다는 소식을 신문 지면을 통해서 봤는데요. 재작년 저희 출판사에서 나온 『부산을 쓴다』라는 책에도 선생님 작품이 실려 있는 인연이 있어 돌아가셨다는 소식이 쉽게 믿기지 않았습니다. 책에 넣을 저자 사진이 환하게 웃는 모습이라 ‘참 예쁘시게 웃으시는 분이구나’ 했었는데 이런 아픔이 있는 줄은 몰랐네요. 명랑한 성격의 고인은 오로지 소설밖에 모르는 타고난 예인이었다고 합니다. ‘현상은 마음의 그림자이므로 현상을 바꾸려면 마음을 바꾸면 된다’라는 각성을 늘 마음에 품고 다녔다고 하는데요. 그래서인지 아프시면서도 그렇게 환하게 웃으실 수 있었는가 봅니다. 고인은 부산 출생.. 2010. 1. 26.
책과 함께 10년, 하무리 12명의 남자들이 한달에 한번 모입니다. 이들의 평균연령은 60세가 넘습니다. 대체 이 어르신들이 왜 모이는 걸까요? 등산? 골프? 낚시? 친목모임? 먹자계? 매번 모이는 장소는 다르지만 꼭 지참해야 할 물건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책입니다. 지정된 한 권의 책을 한달동안 열심히 읽은 후 한날 한시에 모입니다. 물론 모여서 맛난 것도 드시고 술도 몇잔들 하시겠지요. 하지만 이 모임의 주인공은 책입니다. 독서모임의 이름은 ‘하무리’구요. 바로 책이라는 기특한 물건이 1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나이 지긋한 어르신 12명을 이어주는 끈이 돼왔던 겁니다. 그간 하무리 독서모임에서 읽은 책만해도 100여권이 넘는데 정치, 경제, 사회, 문학 등 분야도 다양합니다. 편식하지 않고 골고루 읽으신 거지요. 모임의 구.. 2010. 1.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