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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후기86

현대 자본주의 사회의 계급에 대한 진지한 토론 :: 에릭 올린 라이트 『계급 이해하기』 EDITOR'S NOTE [출판저널이 선정한 이달의 책-편집자 기획노트] " 현대 자본주의 사회의 계급에 대한 진지한 토론" 에릭 올린 라이트 『계급 이해하기』 산지니 정선재 편집자 21세기, ‘계급’이란 개념은 아직 유효한가? 오늘날 계급은 표면적으로 드러나진 않지만, 우리 사회의 여러 곳에서 마주할 수 있다. 한때 인터넷상에서는 부모의 자산과 사회적 지위에 따라 계급을 금, 은, 동, 흙으로 나눈 수저론이 화제를 모았다. 우스갯소리에서 시작한 이 수저론은 아무리 노력해도 계층 간의 이동이 힘든 우리나라의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준 뼈 있는 농담이자 자본주의 현실을 겨낭한 웃픈(웃기고, 슬픈) 유머였다. 계급, 한편에서는 이 개념은 죽었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현재 자본주의에서 계급은 여전히 유효하고, 논.. 2017. 3. 9.
지방에 자율권, 시민에게 참여권 -『지역사회와 민주주의를 말하다』서평 지방에 자율권, 시민에게 참여권 『지역사회와 민주주의를 말하다』 언론학자 부길만 선생의 책을 읽고... 지역 문화 발전의 구심체가 되는 지역 언론은 시민들을 대신해 세밀한 관찰자 역할을 한다. 언론학자 부길만 선생의 신간 『지역사회와 민주주의를 말하다』를 통해 그의 주장을 찬찬히 살펴보자 “지역 언론은 지역 주민들의 삶에 깊숙이 다가가 건강, 교육, 생활정보, 경제활동, 복지 등의 문제에 세심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특히 장애우, 극빈자, 독거노인, 소년소녀가장 등 불우 이웃을 위한 복지 정책이 활성화되도록 방안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_『지역사회와 민주주의를 말하다』_18쪽 중에서 정책이 만들어지고 조례안이 발의된다. 그러나 어떤 정책이라도 행정상 구멍이 생기게 마련이다. 이에 지역 언론은 시민들.. 2017. 3. 6.
사랑 이면에 자리한 욕망의 본질 :: 박정선 장편소설『가을의 유머』 EDITOR'S NOTE [출판저널이 선정한 이달의 책-편집자 기획노트] " 사랑 이면에 자리한 욕망의 본질 " 박정선 장편소설 『가을의 유머』 산지니 정선재 편집자 참 길었다. 지난여름은 선풍기 몇 대를 틀어도 지나갈 줄 몰랐고, 연일 성난 온도가 아스팔트를 데웠다. ‘이 여름에도 끝이 있을까?’ 하던 찰나, 지난한 여름 위로 찬바람이 불었다. 한 계절이 다른 계절로 바뀌는 것은 순간이었다. 그렇게 가을은 어느 날 갑자기 아무도 눈치 채지 못하게 슬며시 찾아왔다. 마치 소녀가 여인이 되고, 여인이 부인이 되는 것처럼. 『가을의 유머』의 주인공 승연은 하루하루 삶에 치여 살아오다 ‘40대’를 맞이하게 된 ‘기혼’여성이다. (그녀도 한때 꿈 많은 소녀였고, 수줍은 여인이었겠지) 나이와 결혼의 여부는 우리 .. 2017. 2. 17.
쓰엉을 둘러싼 어긋난 사랑과 욕망, 희망 / 서성란 소설집 『쓰엉』 EDITOR'S NOTE [출판저널이 선정한 이달의 책-편집자 기획노트] 흑갈색 눈동자와 검은 피부의 베트남 여인 쓰엉 쓰엉을 둘러싼 어긋난 사랑과 욕망, 희망 서성란 소설집 『쓰엉』 산지니 윤은미 편집자 디자이너의 고심이 깊어졌다. 늘 그렇지만, 소설 표지는 디자이너나 편집자 모두에게 어려운 숙제다. 원고 작업을 하면서 나 역시 어떤 표지가 좋을지 고심해봤지만 답은 쓰엉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흑갈색 눈동자와 검은 피부의 베트남 여인 쓰엉. 이 매력적인 여인이 소설을 읽는 내내 눈앞에 아른거렸기 때문이다. 결국 디자이너에게 베트남 여인이 표지에 등장했으면 좋겠다고 했고, 디자이너는 베트남 여인 스무 명의 사진을 모아 그리는 열정을 보이며 마침내 쓰엉을 그렸다. 그렇게 탄생한 쓰엉이 지금의 표지 그림이다... 2017. 1. 13.
삶과 죽음에 대해 가볍지만 심도 깊게 그려낸 작품 -『올가의 장례식날 생긴 일』 모니카 마론 지음/정인모 옮김 현대 독일문단을 대표하는 작가 모니카 마론 환상과 현실을 오가며 삶과 죽음을 성찰하다 삶과 죽음에 대해 가볍지만 심도 깊게 그려낸 작품 『올가의 장례식날 생긴 일』 모니카 마론 지음/정인모 옮김 겨울이 오기 때문일까. 유난히도 부고 연락이 자주 온다. 대부분 부모의 부고 소식이지만 가끔은 평소 알고 지낸 사람의 갑작스러운 부고 소식에 충격과 슬픔에 빠지기도 한다. 그 친구와 함께했던 시간을 떠올리며 못내 연락하지 못했던 그동안의 시간이 야속하게 느껴진다. 한편으로는 내 주변에 병마와 싸우는 사람도, 갑작스럽게 세상과 이별한 사람도 없음에 감사한다. 아이러니하게 죽음은 평범했던 삶의 의미를 다시 깨닫게 한다. 『올가의 장례식날 생긴 일』에서 주인공 ‘루트’ 역시 갑작스럽게 ‘올가’의 사망 소식을 듣게 된다.. 2016. 12. 20.
우리 시대의 민낯을 마주하다 :: 오영이 소설 『독일산 삼중바닥 프라이팬』 [출판저널이 선정한 이달의 책-편집자 기획노트] 우리 시대의 민낯을 마주하다 오영이 소설집 『독일산 삼중바닥 프라이팬』 산지니 정선재 편집자 영화나 드라마는 편집이라는 과정이 있다. 극 중 주인공이 고난과 역경을 마주한 시간들은 편집을 통해 ‘몇 년 뒤’라는 자막과 함께 빠르게 흘러가버리고, 이내 성공과 기쁨의 시간과 마주하게 된다. 우리네 삶에도 이러한 편집이 가능하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의 삶은 두 시간짜리 영화가 될 수 없다. 기쁨의 시간을 걸어가는 만큼 슬픔의 시간도 오롯이 우리가 걸어가야 할 몫이다. 오영이 소설집 『독일산 삼중바닥 프라이팬』의 소설들은 영화로 치자면 편집되거나 빠르게 지나갈 법한 고단한 삶의 이야기들로 이뤄졌다. 마치 ‘이게 진짜 우리 시대의 민낯이야’.. 2016. 9.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