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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 것 서재라는 곳은, 문 열고 들어와서 사람 만나는 데죠. 어쨌든 책이 사람들인 거니까요. 그래서 손에 잡히면 ‘아, 오늘은 이분하고 한 번 이야기를 해보자’하는, 그런 곳입니다. 책은 덮어놓으면 무생물이지만 펼치는 순간에 생물이 되고. 또 교감까지 하면 친구가 됩니다. 덮어놓으면 작가분도 주무시고, 펼치면 작가분도 깨셔야 하고. - 네이버 '지식인의 서재'에서 교보문고에 들어섰을 때, 방송인 김제동이 말하는 서재의 의미에 대하여 다시 한 번 동감했습니다. 저 역시 항상 서점에 발을 내딛으면, 그 공간에서 실재하고 있는 독자들을 비롯하여 책에 내재하고 있는 저자, 편집자 등등의 수많은 사람들이 웅성대는 소리에 귀가 멀어버릴 지경이니까요. 하지만 그것이 듣기 싫은 소리인가 하면 그건 또 아닙니다. 가까이 다가가.. 2010. 1. 12.
책과 함께 10년, 하무리 12명의 남자들이 한달에 한번 모입니다. 이들의 평균연령은 60세가 넘습니다. 대체 이 어르신들이 왜 모이는 걸까요? 등산? 골프? 낚시? 친목모임? 먹자계? 매번 모이는 장소는 다르지만 꼭 지참해야 할 물건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책입니다. 지정된 한 권의 책을 한달동안 열심히 읽은 후 한날 한시에 모입니다. 물론 모여서 맛난 것도 드시고 술도 몇잔들 하시겠지요. 하지만 이 모임의 주인공은 책입니다. 독서모임의 이름은 ‘하무리’구요. 바로 책이라는 기특한 물건이 1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나이 지긋한 어르신 12명을 이어주는 끈이 돼왔던 겁니다. 그간 하무리 독서모임에서 읽은 책만해도 100여권이 넘는데 정치, 경제, 사회, 문학 등 분야도 다양합니다. 편식하지 않고 골고루 읽으신 거지요. 모임의 구.. 2010. 1. 7.
여기 한 테러리스트가 있다 한 번쯤 테러리스트를 꿈꾸어본 적 없으신가요? 여기 한 테러리스트가 있습니다. 공개적으로 "나! 테러리스트"라고 외치는 분. 바로 희곡작가이자 연출가인 정경환 선생입니다. (인상은 별로 테러리스트 같지 않습니다.^^) 정경환 선생은 1993년 창단 이후 고집스럽게 창작극만을 공연하면서 지금까지 힘들게, 어렵게 극단을 이끌어오고 계시는 부산의 연극인입니다. 그가 직접 대본을 쓰고 연출한 작품들을 모은 희곡집『나! 테러리스트』를 얼마 전 저희 출판사에서 출간을 했더랬지요. 그리고 오늘은 그 책으로 북카페 에서 독자들을 만났습니다. 『나! 테러리스트』에는 모두 여섯 편의 희곡이 실려 있습니다. 「나의 정원」, 「달궁맨션 405호 러브스토리」, 「아름다운 이곳에 살리라」, 「나! 테러리스트」, 「태몽」, 「난난.. 2009. 12. 31.
반값으로 책 사보기 - 북리펀드 책을 살때는 2~3일내에 다 먹어치워야지 하는 심정으로 구매하지만, 막상 손안에 책이 들어오면 언제라도 읽을 수 있다는 안도감에, 몇 장 넘기다가 책꽂이에 꽂아두고 먼지만 폴폴 쌓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행이 완독을 했다 하더라도 책꽂이 한켠에서 몇년씩 묵히기 일쑵니다. 묵은지도 아닌데 말이지요. 어쨌건 한번 읽은 책을 두번 세번 다시 읽기는 참 힘이 듭니다. 책으로 흘러 넘치는 책꽂이가 부담스럽거나 요즘 책값이 너무 비싸서 못사보겠네 하시는 분들, 북리펀드에 참여해보심 어떨까요. 책이 필요한 곳에 내가 읽은 책을 선물도 하고, 책값도 돌려받는 참 착한 프로그램입니다. 북리펀드는 매월 네티즌의 투표로 선정된 40권의 책 중에서 구입한 책을 읽고 지정된 곳에 반납하면 네이버가 책값의 절반을 돌려주는 사회공.. 2009. 12. 29.
시를 사랑한 혁명가-『체 게바라의 홀쭉한 배낭』을 읽고 1967년 10월 9일, 볼리비아에 있는 작은 학교에서 체 게바라가 죽었다. 미국 CIA의 사주를 받은 볼리비아 정부군에 의해 처형을 당한 것이다. 학교 교실 한쪽 구석에는 체 게바라의 홀쭉한 배낭이 놓여 있었는데, 오랫동안 아무것도 먹지 못한 짐승의 위장처럼 배낭은 형편없이 쪼그라들어 있었다. 그리고 그 볼품없는 배낭 속에서는 필름, 지도, 무전기 등과 함께 두 권의 비망록과 녹색의 노트 한 권이 나왔다. 두 권의 비망록은 훗날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된 였는데, 나머지 한 권의 녹색 스프링 노트에는 무엇이 들어 있었을까? 체 게바라의 녹색 노트는 오랫동안 베일에 싸여 있었는데 최근에서야 그 안에는 체 게바라가 직접 옮겨 적은 69편의 시가 들어 있음이 밝혀졌다. 는 중남미 시인이자 남미 전문가인 구광렬.. 2009. 12. 27.
크고 작은 빈틈들을 생각합니다. 2009년도가 채 열흘도 남지 않았습니다. 서면 뒷골목은 여느 때보다 고기 굽는 연기로 자욱합니다. 올해가 가기 전에 꼭 봐야 할 얼굴들을 보느라 그럴 테지요. 영광독서토론회가 열린 서점 앞도 북적거립니다. 올해가 가기 전에 꼭 봐야 할 책 한 권을 꼽는다면 어떤 책을 고르게 될까요? 우리 안의 크고 작은 ‘빈틈’을 채워줄 한 권의 책이 절실해지는 때입니다. 영광도서 앞에서 책을 고르고 있는 부산 시민들 제138회 독서토론회의 대상도서였던 은 한 해를 마무리하며 읽기 좋은, 우리 안의 ‘빈틈’을 떠올리게 만드는 소설입니다. ‘아내를 두고’라는 소설을 보면, 다음과 같은 문장이 나옵니다. “나름대로 단단하게 쌓았다고 믿는 삶의 제방을 언제든 무너뜨릴 수도 있는 크고 작은 빈틈을 눈여겨보지 않고, 그간 살아.. 2009. 12.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