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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생의 조건 안면이 있던 어느 사서로부터 청소년 인문학 강좌에 대한 제안이 들어왔다. 조금의 망설임 뒤에 바로 수락했다. 아이들과 함께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 그런 기회란 결코 흔한 것이 아니니까. 그리고 그것은, 쓰고 읽어야 하는 계기들에 나를 접속함으로써, 그 부담 속에서 쉬지 않고 공부하는 내 나름의 방법이다. 그래서 나는 번다하지만 그 많은 청탁들에 쉬이 응하곤 하는 것이다. 인문학이란 지식의 전체주의적인 통합이 아니라 개별적인 것들의 연대와 교섭이다. 그래서 첫 책으로 최재천 교수의 을 골랐다. 백양산 자락 어딘가에 있는 구포 도서관으로 가는 길은, 마치 등산을 하는 것처럼 유쾌했다. 토요일 아침 도서관 앞마당에서 담소를 나누는 사람들은 한가로워 보였고, 나도 모처럼 가벼운 마음으로 약간의 설렘까지 느끼.. 2012. 5. 28.
기억이 부르는 날에 (이용주, 2012)은 기억에 대한 영화다. 기억이 ‘환기’의 힘으로 작용할 때 그것은 ‘되살려내는 힘’이다. 그러나 기억이 ‘고착’의 힘으로 작용하면 그것은 ‘붙들어 매는 폭력’이 된다. 세속의 이해는 이 영화를 풍속의 고고학으로 향수하지만, 실로 그 향수가 바로 기억의 나쁜 사례인 것이다. 음대를 다녔지만 아나운서가 꿈이었던 여자는, 그 이루지 못한 꿈을 지체 높은 남자와의 결혼으로 보상받으려 했던 것일까? 하지만 그런 결혼이 오래가기는 힘든 법. 여자는 가까스로 두둑한 위자료를 받아내고, 이제는 ‘첫사랑’을 찾아 기원의 자리를 더듬는다. 덧없는 이상을 좆아 살아왔던 여자에게, 세속의 난삽함이란 그렇게 상처뿐이었을 것이다. 그러니 여전히 철들지 못한 여자는, 세속을 버리고 기억으로 만든 과거의 어떤 .. 2012. 5. 26.
'소통과 창조를 위한 문화포럼'이 열립니다 5월 30일 수요일 오후 6시부터 9시까지 부산대학교 앞 북스리브로 3층 공연예술센터에서 '소통과 창조를 위한 문화포럼' 이 열립니다. 부산의 청년문화, 과제와 전망 을 주제로 합니다. 여기서 청년 문화란, 단순히 청년 세대의 문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아마 패기와 상상력이 번뜩이는 문화를 뜻하는 것이겠죠? 제도 속 문화, 장치가 된 문화는 청년문화의 가능성을 수용하기 어렵습니다. 일시적인 외부의 부양으로 청년문화의 활성화를 기대한 것은 무리입니다. 문화를 생각하는 패러다임의 전환과 더불어 전반적인 혁신의 계기가 지속적으로 만들어질 때 청년문화의 활기가 문화사회, 창의사회를 견인할 것이라 믿습니다. 제도와 비제도, 틀과 자유, 내부와 외부 사이의 경계 영역을 넓혀나가는 지혜가 필요한 때입니다... 2012. 5. 23.
『지하철을 탄 개미』 를 다시 읽으며 김형률 생각하기 산지니안 여러분 안녕하세요, 전복라면입니다. 일전에 제가 포스팅한 '경남대학교의 선물'이 갱블(경남도민일보 블로그의 줄임말) 오늘의 인기글 4위까지 올라가는 기염을 토했는데, 캡처를 못 해둔 게 한입니다. '순위권'이 된 적은 난생 처음이라 기쁩니다. 이러다 조만간 파워블로거인 척 하고 다닐지도? (전 못 봤지만, 제보에 따르면 갱블 추천글에도 올라갔다고 합니다.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해서 갱블여신으로 등극하는 날이 멀지 않았네요 하하!) 오늘은 조금 무거운, 그래서 때때로 잊을 수는 있어도 결코 영영 피할 수는 없는 이야기를 몇 가지 하려고 합니다. 후쿠시마의 원전 사고나 고리 원전에 대한 불안 등 핵에 대한 경각심을 자꾸 일깨워 주는 사건들이 많은 요즘입니다. 김형률을 생각하는 사람들, 반핵부산시민대책.. 2012. 5. 23.
2012 원북원부산 선정도서 선포식에 다녀왔습니다. 산지니안 여러분 안녕하세요, 전복라면입니다. 코끼리는 하루에 200kg의 먹이를 먹고 무려100kg의 배설을 한다고 합니다. 100kg은 분명 사람이 측정한 수치일 텐데, 누군지 알 수 없는 그 사람은 온종일 코끼리의 똥을 모아 무게를 달면서 어떤 생각을 했을까 갑자기 궁금해지는 오후네요. 말이 나온 김에 동물원에 가고 싶습니다. (검색해 보니 코끼리의 똥은 섬유질이 풍부해서 펄프로 재생이 가능해, 한 태국 기업에서 그걸로 공책을 만든다는군요. 우와!) 5월 17일 오후 세 시에 부산시청 대강당에서 이 열렸습니다. 올해로 벌써 9년째입니다. 선정도서는 삼성출판사의 『할머니 의사 청진기를 놓다』 라는 책입니다. 저자 조병국 선생님이 50년이라는 세월 동안 입양아들을 치료하면서 느낀 감정과 생각들을 모았습니.. 2012. 5. 19.
한국 문화유산의 결정체, 대한민국 명찰답사 33 한국의 전통고찰은 나라의 지원으로 조성되는 경우가 많아 당대 최고의 예술성과 기술력이 함축되어 있다고 보면 된다. 조상들은 천문지리 기술과 더불어 산 자체를 하나의 생명체로 이해하는 풍수학을 도입해 명산의 기운을 최고로 함축하는 건축물을 만들었다. 불교철학과 더불어 뛰어난 예술성과 기술력이 함축된 명찰은 엄청난 재원과 기술 인력이 동원된 한국 문화유산의 결정체이다. 그러나 사찰문화재에 관한 많은 출판물들 가운데 정작 불교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 해설서는 쉽게 찾아보기 어렵다. 『대한민국 명찰답사 33』은 사찰문화재를 불교문화적인 관점에서 재해석한 책으로, 그동안 (사)파라미타를 비롯하여 조계종 중앙신도회, 조계종 포교사단 등 불교단체와 기관에서 직접 사찰을 안내하고 순례하며 체득한 저자의 경험과 지혜가 오.. 2012. 5.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