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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다! 봄이다. 아주 따뜻한 봄이다. 아니 초여름 같다. 벌써 혈기가 넘치는 젊은이 몇몇은 반팔을 입고 돌아다닌다. 여기 저기 연둣빛 새싹이 올라오고 꽃비가 흩날린다. 나도 덩달아 봄처녀가 된 것 같다. 너도나도 봄을 느끼기 위해 산으로 들로 바다로 나간다. 왠지 나가고 싶고 나가야 될 것 같다. 나도 지난주에 금정산에 다녀왔다. 우리 두 꼬맹이와 낭군님. 나 이렇게 넷이서 조촐한 가족 산행을 했다. 동문에서 북문까지 4킬로미터. 왕복 8킬로미터를 걸었다. 북문에 도착하면 석빙고를 사주마 하고 꼬드기면서. 설마 4월에 석빙고 장사를 할리 없다고 굳게 믿으며 뻥을 쳤다. 그런데 망루를 넘어서니 석빙고 아줌마가 떡하니 있었다. 약속을 안 지킬 수도 없고, 에이 거기다가 가격까지 1,000원으로 올라 있었다. 나도 .. 2009. 4. 15.
<백년어>서원에 다녀왔습니다. 부산일보 임성원 기자가 쓴 는 한 권의 ‘부산문화지도’로 읽어도 손색 없는 책이다. 특히 제2장 ‘부산, 공간의 미학’에서는 남포동, 광복동, 동광동, 대청동, 보수동, 중앙동 등 원도심을 거쳐 서면, 광안리, 해운대, 온천천, 금정산 부근에 이르기까지 부산 곳곳의 문화 공간을 소개하고 있다. 어떤 곳에서는 쓸쓸한 퇴락의 기미가 읽히고, 또 어떤 곳에서는 활발한 부활의 징조가 읽히기도 한다. 그중에서 ‘중앙동’은 옛 영화와 정취를 잃은 쪽에 해당한다. 40계단 근처는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문학 동네’였다. 부산작가회의, 부산시인협회가 자리하고 있었고, 인쇄 골목을 끼고 출판사들이 몰려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학단체는 모두 서면 등지로 떠났고, 출판사들도 , 등 몇몇에 불과하다. 사람들이 .. 2009. 4. 8.
건너 뛰며 읽을 권리 프랑스 작가 다니엘 페낙은 이라는 책에서 자유롭게 책을 읽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1. 책을 읽지 않을 권리 2. 건너뛰며 읽을 권리 3. 책을 끝까지 읽지 않을 권리 4. 책을 다시 읽을 권리 5. 아무 책이나 읽을 권리 6. 보바리즘을 누릴 권리 7. 아무 데서나 읽을 권리 8. 군데군데 골라 읽을 권리 9. 소리 내서 읽을 권리 10. 읽고 나서 아무 말도 하지 않을 권리 사람이 책을 읽는다는 건 가장 개인적인 행위이고, 그 누구도 그 즐거움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것은 지극히 당연합니다. 9년째 뜻 맞는 사람들과 어린이책을 같이 읽어오고 있는 저로서는 우리 아이들의 책읽기 현실이 그러지 못함에 대해 매우 가슴이 아픕니다.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이러저러한 독서교육의 모습이.. 2009. 4. 2.
[일기] 마지막 교정지 디자이너가 매킨토시 편집을 마친 마지막 교정지를 책상 위에 올려두었다. 내일이면 출력실에 데이터를 넘겨야 한다. 그런데 글자가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오늘 안으로 다 봐주세요." 편집자의 독촉이다. 다시 교정지로 눈을 돌린다. 마지막 교정지라 더욱 집중력이 필요하다. 오타라도 나지 않았는지, 잘못된 글귀는 없는지, 책이 나오는 순간까지 마음을 졸이게 된다. 지난번에는 바코드를 빼먹고 인쇄하는 바람에 부랴부랴 스티커를 제작하느라 진땀을 흘리기도 했다. 오늘 안에 모두 봐야 한다고 생각하니 머리가 더 아프다. 혈압 때문인가? "140에 100. 운동 안 하니까 안 내려가지." 아침마다 혈압을 재주는 아내가 오늘 아침에 핀잔하듯 던진 말이다. 몇 달 전 고혈압 진단을 받은 후 아내는 바로 헬스 이용권을 .. 2009. 4. 1.
[일기] 직원 닦달하는 일은 내 몫 제본소에서 전화가 왔다. "내일 제본이 끝날 예정입니다." 신간 제작이 완료돼 창고에 들어간단다. 이제 보도자료를 만들어 배포하는 일이 남았다. "보도자료 다 만들었어요?" "……." "아직도 안 끝내고 있으면 어떡합니까?" 직원들을 닦달하는 건 늘 내 몫이다. 엄청나게 쏟아져 나오는 신간들 속에서 그나마 우리 책이 주목받으려면 관건은 보도자료. 하지만 매번 만족스럽게 써지는 것은 아니다. 오늘도 그런 경우다. 화요일까지는 기자들에게 책과 자료가 도착해야 하는데 마음이 급하다. 시간도 없는데 오늘따라 프린터까지 웬 말썽이람? 이놈의 프린터는 급할 때면 늘 이 모양이다. "빨리 좀 와주세요. 꼭이요." 바쁘다는 애프터서비스 기사를 급하게 불러 프린터를 고치고, 겨우 자료를 만들어 택배기사에게 연락을 하니 .. 2009. 3. 30.
너무나 문학적이신 교수님 “밤에 돌아댕기지 말고, 이쁜 여자 꼬신다고 따라가지 마소.” -그럼 안 이쁘지만 젊은 여자가 오라면 가도 되나? -『미완의 아름다움』 181p 따끈따끈 며칠 전에 나온 『미완의 아름다움』에 나오는 내용이다. 나이 드신 분이 하는 말이 아니라 이십대 신혼들이 하는 말 같지 않은가.ㅎㅎ 이 글을 쓰신 분은 부산대 독어교육과에 재직 중이신 교수님이시다. 교수님이라면 보통 점잖고 무게만 잡을 것 같은데 이상금 교수님(이 글의 저자)은 문학적이고 이웃집 아저씨 같은 분이시다. 『미완의 아름다움』은 교수님이 20여 년간 틈틈이 써온 글을 정리한 산문집인데 가벼운 신변잡기가 아닌 전문성이 묻어나는 산문집이다. 누구나 한 번쯤은 빠져봤을 것 같은 헤르만 헤세의 소설세계도 들여다볼 수 있고, 요즘 우리 사회의 심각한 .. 2009. 3.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