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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사이 대화에 성공하려면 집을 나가라 여성학자 오한숙희가 늘 강조하는 말이 있다. 부부 사이에 닫힌 대화의 문을 열려면 우선 대화의 현장부터 바꾸라고. 늘 쓰던 가구, 늘 쓰던 이불, 늘 산더미 같은 일들이 기다리는 집안에서 “우리 이야기 좀 하지”하고 대화를 시작하면 백발백중 대화가 어긋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환경이 의식을 지배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녀는 강력히 권고한다. 하다못해 뒷산에라도 오르면서 말문을 트라고. 하지만 환경만 바꾼다고 부부간의 대화가 성공하는 건 아니다. 이제는 상대방 눈치 볼 일도, 배려할 마음도 생기지 않는 권태기. 오랫동안 대화다운 대화를 못 나눴던 터라 되려 두터워진 벽만 실감하는 경우가 많다. 여행길이나 식당에서 의견이 갈리면 지난 일까지 이자를 붙여서 외려 골이 깊어지고 만다. 내가 아는 전업주부 H는.. 2010. 2. 27.
“지구가 살만 합디까?” 지난 2월 23일 의 저자 윤유빈 씨가 부산의 독자들을 만나기 위해 인천에서 버스를 타고 내려왔습니다. 여행 좋아하고, 호기심 많은 독자들이 질문을 멈추지 않았고, 윤유빈 씨의 유머러스한 대답으로 분위기는 내내 훈훈했습니다. 그중 몇 편의 질문과 답을 소개합니다. “한 나라에서도 오래 머무를 수 있고, 또 한 번에 지구 한 바퀴를 돌 수도 있습니다. 조금씩 끊어서 가는 여행에 비해 세계 일주의 장점이 있다면?” -> 일장일단이 있는 것 같지만, 세계일주의 장점은 ‘한 호흡’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다는 점인 것 같아요. 가령 남미에서 ‘이들은 왜 이렇게 못살까?’ 하고 품었던 의문이 대영박물관의 약탈된 문화재를 보면서 풀리는 식이지요. 반면에 ‘여행’이 ‘일상’이 되어버리는 만큼, 뭘 봐도 쉽게 감흥이 .. 2010. 2. 26.
뒤바뀐 페이지 저자 : "오후에 책을 받았는데 너무 잘 나왔습니다. 표지 색감도 좋고 아주 마음에 듭니다. 감사합니다." 출판사 직원 : "네. 마음에 드신다니 정말 다행입니다. 그럼..."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다음을 기약하며 통화를 끝냈다. 휴~ 또 제작 한 건을 무사히 마쳤구나. 그런데 몇일 뒤에 걸려온 한 통의 전화. 무슨 일일까. 왠지 불길한 느낌이 들었다.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당황한 저자의 목소리. 저자 : "지금 책 들고 계시면 146쪽 한번 펴보시겠어요? 출판사 직원 : "네. 잠깐만요. 혹시 책에 무슨 문제라도..." 저자 : "146쪽 다음 몇 쪽이지요?" 출판사 직원 : "146쪽 다음이 헉! 149쪽이 나오네요. 우찌 이런일이..." 페이지가 뒤바뀌다니. 제본사고였다. 정합이 잘못된 것이다. .. 2010. 2. 26.
1년도 못 쓴 소니 카메라 핸드폰 전화가 울렸습니다. 못 보던 번호입니다. 지역번호 054. 대구 쪽인가요? 대구에서 전화 올 일 없는데... 생각하면서 전화를 받았습니다. "여보세요?" "고객님, 소니 A/S 센터입니다. 며칠 전 하이마트 통해 카메라 수리 맡기셨죠? "네. 그런데요?" "그런데 수리비가 좀 많이 나올 것 같습니다. 전원 자체가 안 들어오는데, 전원을 들어오게 하는 메인 부품 교환 비용만 22만원 정도가 들구요, 전원이 들어오더라도 액정 등 그 외는 다시 점검해봐야 합니다. 수리를 계속 진행할까요?" 눈 앞이 하애지는 느낌. 거금 35만원 주고 산 카메라가 1년도 안 되어서 저리 되다니... 그날의 악몽이 다시 재현되는 느낌이었습니다. 얼마 전 포스팅에서도 밝힌 바 있지만 악몽의 그날은 바로 막내 녀석 이빨 부러.. 2010. 2. 24.
졸업을 축하하며 빛나는 졸업장을 타신 언니께 꽃다발을 한 아름 선사합니다. 물려받은 책으로 공부를 하며 우리들은 언니 뒤를 따르렵니다. 잘 있거라 아우들아 정든 교실아 선생님 저희들은 물러갑니다. 부지런히 더 배우고 얼른 자라서 새 나라의 새 일꾼이 되겠습니다. 앞에서 끌어주고 뒤에서 밀며 우리나라 짊어지고 나갈 우리들 냇물이 바다에서 서로 만나듯 우리들도 이다음에 다시 만나세. 저희들 졸업할 때 참 열심히 많이도 불렀던 노래입니다. 요즘은 안 부르는 학교도 있는 것 같더라고요. 2월은 졸업시즌이라 여기저기 졸업식을 많이 보게 되는데요. 저도 지난 토요일 우리 아들 초등학교 졸업식에 다녀왔습니다. 졸업한다고 옷도 한 벌 사주고 꽃다발도 미리 준비하고 졸업은 아들이 하는데 내가 더 바쁜 것 같습니다. 요즘은 웬만한 학교는.. 2010. 2. 23.
1만원짜리 박수근(?) “내가 홍제동 대양서점에서 아무개 도록을 만 원에 샀는데 그게 정가가 10만 원이더라구.” 내가 아무런 말이 없자 직설적으로 나온다. “정가 10만 원짜리를 만 원에 샀으니 여기 박수근 도록은 정가가 5만 원이니까 만 원에 주면 되겠구먼.” 손님에게 얼굴 찡그리기 싫어서 그저 웃으면서 대답했다. “어르신 죄송합니다만, 그 가격에는 팔 수가 없습니다.” 군말을 안 하고 담담하게 그렇게 말하자 손님은 대화를 오래 끌지 않고 그냥 갔다. 물론 책을 살 때는 가격 흥정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책의 가치를 모르고 그저 모든 책을 종이 뭉치처럼 본다면 책을 소유할 자격이 없는 사람이다. 책은 숨 쉬는 생명이고 하나하나가 모두 귀하다. 책은 사람 아래 있지 않다. 사람들은 그걸 잘 모른다. 책과 그 안에 들어앉은 글.. 2010. 2.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