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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눈이 최고, 대활자본이 효자! 얼마 전 책 정리를 하다가, 할아버지가 쓰시던 옥편을 발견했다. 누런색 크라프트 용지로 거풀이 씌어진 옥편은 참 곱게 낡아 있었다. 식민지 시대에 건너온 물건인 듯, 한자-한글이 아닌 한자-일본어 사전이라는 것도 새삼 신기했다. 옥편을 잠깐 쓸어보노라니, 어린 시절 기억 한 자락이 떠올랐다. 할아버지는 내가 해야 할 커다란 임무가 있다는 듯이 한 번씩 부르시곤 했는데, 달려가 보면 한자 책과 메모지가 펼쳐져 있곤 했다. 내가 해야 할 일은, 깨알같이 작고 복잡한 한자를 크고 시원시원하게 ‘그려 드리는(!)’일이었다. 부수도 획순도 모르던 꼬맹이였던 데다, 인쇄 상태도 조악한지라 그것은 마치 커다란 임무처럼 여겨졌다. 때로는 “할아버지, 글자가 너무 복잡해서 못 그리겠어!” 하고 도망간 적도 있었는데, 그.. 2009. 9. 16.
히로시마에서 온 편지 몇일 전 히로시마에서 산지니출판사 메일로 편지 한 통이 배달되었습니다. 그동안 일본 번역서는 여러권을 냈지만 우리 책이 일본에 소개된 적은 한 번도 없었기에, 혹 일본 출판사에서 출간을 제안하는 메일이라도 보낸 걸까, 아니면 일본 책값은 무지 비싸던데 혹 대량주문이라도, 갖가지 생각을 하면서 편지를 읽어보았습니다. 군데군데 맞춤법이 틀린 부분도 있지만 교정을 하지 않고 편지 내용을 그대로 소개합니다. 서툰 한국어 편지가 부산의 한 출판사를 응원하는 이 분의 마음을 더 잘 표현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입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일본의 히로시마에 사는 여성입니다. 작년 책을 읽고, 부산의 "부산포"라는 식당에 대해 알게되었습니다. 작가와 화가가 모이는 지적 술집으로 소개되기도했습니다. 그 것을 계기로.. 2009. 9. 15.
전재산을 불우한 어린이들에게 기부한 동화작가 여름 휴가에 북부경북 일대를 둘렀다. 첫 목적지는 안동의 도산서원. 중앙고속도로를 타고 가다 남안동 톨게이트로 들어가 5분쯤 달렸을까. 뭐라고 뭐라고 쓰인 갈색 표지판이 휘익 지나갔다. 갈색은 문화유적지임을 표시하는 도로 표지판인데... 뭐였지? 우리의 첫 목적지는 도산서원이었지만... 좀 늦게 가면 어떠리. 원래 여행의 묘미는 이런 계획하지 않은 의외의 만남에 있다. 차를 돌려 과 이 있는 조탑동으로 향했다. 마을 어귀를 들어서 5분쯤 가니 멀리 서있는 5층전탑이 한눈에 들어왔다. 예전에는 탑 주변이 사과과수원이어서 가까이 들어가지 못하고 멀리서만 구경할 수 있었다고 한다. 지금 사과밭은 없어지고 관람객을 위한 배려인지 주변을 연꽃밭으로 꾸며 놓았다. 아직 출입금지 울타리 같은 것도 없어 탑 가까이 가.. 2009. 9. 9.
축하해주세요! 청소년 권장도서로 뽑힌 『입국자들』 월요일 아침마다 전 직원이 모여 회의를 한다. 출판사의 전반적인 상황에 대해 전 직원이 같이 공유를 하고 새로운 아이디어가 있으면 같이 나누기 위해서 오전 약 2시간 정도 이야기를 나눈다. 이번 주도 어김없이 각 편집자마다 편집하고 있는 원고의 진척 정도, 출간의뢰 들어온 원고 검토(출간할 건지 말 건지, 어떻게 보완할 것인지 등)에 대한 의견, 서점 출고사항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오늘 따라 유난히 전화가 자주 와 흐름이 자주 끊겼는데(혹시 주문 전화일지 몰라 안 받는 것은 생각할 수 없음) 백 번 끊겨도 좋은 전화 한 통. 한국출판문화진흥재단에서 2/4분기 올해의 청소년도서에 하종오 선생님의 『입국자들』이 선정되었다는 전화였다. 회의는 필요하기는 하지만 지겨운 것 또한 사실. 모두들 뻑뻑.. 2009. 9. 7.
"내가 만일 대한민국 대통령이라면..." 내가 대통령이라면 용산 참사 현장에 가서 유가족 앞에 아무 말 없이 무릎을 꿇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의 손을 잡고 진심으로 위로하고 사죄할 것이다. 대통령으로서 그 아픔, 그 고통을 미처 느끼지 못했다는 것을. 그리고 사죄를 하러 너무 늦게 온 것을. 나아가 앞으로는 철거민 사태가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모든 국민이 나름의 삶의 공간을 알콩달콩 꾸미고 살 수 있도록 모든 방책을 강구할 것이다. 내가 대통령이라면 쌍용차 현장을 직접 방문할 것이다. 전 직원을 정규직화하고 노동시간 단축과 일자리 나누기를 실시할 것이다. 중·장기적으로 자동차 생산을 줄이고 자전거를 생산할 것이다. 이것이 성공적이라면 이 모델을 모든 기업으로 확산할 것이다. ☞ "내가 만일 대한민국 대통령이라면..."[르몽드 디플로마티크 .. 2009. 9. 4.
영도다리 아래서 바라보는 부산항 - 임성원 를 쓴 임성원 저자를 북카페 백년어서원에서 만났습니다. 서울 사람들이 촌이라 부르는 지역 부산에서 출판을 하고 있는 산지니와 과거의 화려했던 명성이 점점 퇴색해가는 원도심 중구의 40계단 옆에 자리한 백년어서원이 함께하는 자리였습니다. 저녁 6시 55분. 시작 5분전입니다. 아무도 안오면 어쩌지 걱정했는데 아담한 까페 덕분에 안이 꽉 찼습니다. 카메라가 허접해 모두 앵글에 담지는 못했지만 왼쪽, 앞쪽에 앉아계신 카메라에 안잡히신 분들 모두 모두 감사합니다. 저자와의 만남은 부담없는 자리입니다. 책을 읽고 오면 할 얘기가 많아서 좋고, 안 읽고 온대도 그 누구도 구박하지 않는 자리입니다. 이런저런 얘기를 듣고 나누다 마음이 동하면 아주 착하고 부담없는 할인가로 오늘의 책을 구매할 수도 있구요. 커피값 5,.. 2009. 8.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