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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난 책은 바꿔 읽어요 집 근처에 있는 금정도서관에서는 해마다 도서교환전을 한다. 나한테 필요 없는 책이 다른 사람한테는 필요하기도 한 법이다. 한 번 읽고 다시는 들춰보지 않는 책은 말 그대로 장식일 뿐이다. 아이가 어릴 때 보던 책, 이제는 다 자라서 필요가 없는 책. 이런 책들을 내가 필요한 책으로 바꿔올 수 있다. 날짜를 손꼽아 기다렸다가 행사장을 찾았다. 우선 출간연도를 기준으로 A급도서, B급도서, C급도서로 나뉜다. 신간은 A급이고, 오래된 책은 C급이다. 10년 이상된 책은 아예 대상이 아니다. 규정을 잘 몰라 오래된 책을 들고 갖다가 몇 권은 그대로 들고 왔다. 그래도 건진 책도 많다.  필리파 피어스의 는 내가 너무나 좋아하는 책이다. 기발한 상상력으로 소심한 아이을 위로해주는 이 책을 몇 년 전 도서관에.. 2009. 9. 28.
구글이 산지니에게 보낸 화해 신청서 지난 4월, 세계 최대 인터넷 검색 업체 구글에서 출판사로 한 통의 메일이 왔다. 이라는 제목의 저작권 화해 통지문이었다. 구글이 산지니에게 화해 신청을 하다니.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귀하가 본 통지문을 받으시게 된 것은 저희 기록에 귀하가 도서 발행자로 나와있기 때문입니다. 미국에서 가지는 귀하의 권리 및 귀하가 발행하는 도서의 저자들의 권리는 Google이 도서 및 기타 문헌들을 스캐닝하는 것과 관련하여 미국에서 진행 중인 집단소송상의 화해로 인해 영향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구글이 미국 도서관에서 스캔해 정보를 제공하고 있는 책들에 대하여 한국 출판사와 저자들에게 저작권 화해를 신청하는 내용이었다. 뉴스를 통해 구글이 미국 도서관 책을 스캔해서 데이터베이스를 만들고 있다는 소식은 들.. 2009. 9. 23.
엄지족들의 나라 교무실의 시계가 12번을 울려 자정을 알리자 글라스비즈 속 엄지학교가 문을 엽니다. 엄지학교는 바로 땅 속 생명들이 다니는 학교입니다. 지렁이, 콩벌레, 땅강아지 등등 온갖 땅 속 생명들이 모여서 뛰어놀고 공부하는 학교인 것입니다. 엄지학교가 처음부터 이렇게 한밤중에 문을 열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땅 속 세계 엄지족들이 자정이 되어서야 학교 문을 열 수밖에 없게 된 것은 바로 인간 때문입니다. 인간 이외의 다른 생명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개발과 환경 파괴를 일삼는 인간들 때문에 엄지족들은 인간이 잠자고 있는 한밤중에 활동할 수밖에 없게 되었으며 엄지학교는 위기에 처하게 되었습니다. 좌충우돌 중학교 새내기 교사 쯔모. 교실 악동들한테 시달리다가 첫 여름방학을 맞이했는데, 문제아 진수가 글라스비즈를 선물로 .. 2009. 9. 18.
맨눈이 최고, 대활자본이 효자! 얼마 전 책 정리를 하다가, 할아버지가 쓰시던 옥편을 발견했다. 누런색 크라프트 용지로 거풀이 씌어진 옥편은 참 곱게 낡아 있었다. 식민지 시대에 건너온 물건인 듯, 한자-한글이 아닌 한자-일본어 사전이라는 것도 새삼 신기했다. 옥편을 잠깐 쓸어보노라니, 어린 시절 기억 한 자락이 떠올랐다. 할아버지는 내가 해야 할 커다란 임무가 있다는 듯이 한 번씩 부르시곤 했는데, 달려가 보면 한자 책과 메모지가 펼쳐져 있곤 했다. 내가 해야 할 일은, 깨알같이 작고 복잡한 한자를 크고 시원시원하게 ‘그려 드리는(!)’일이었다. 부수도 획순도 모르던 꼬맹이였던 데다, 인쇄 상태도 조악한지라 그것은 마치 커다란 임무처럼 여겨졌다. 때로는 “할아버지, 글자가 너무 복잡해서 못 그리겠어!” 하고 도망간 적도 있었는데, 그.. 2009. 9. 16.
히로시마에서 온 편지 몇일 전 히로시마에서 산지니출판사 메일로 편지 한 통이 배달되었습니다. 그동안 일본 번역서는 여러권을 냈지만 우리 책이 일본에 소개된 적은 한 번도 없었기에, 혹 일본 출판사에서 출간을 제안하는 메일이라도 보낸 걸까, 아니면 일본 책값은 무지 비싸던데 혹 대량주문이라도, 갖가지 생각을 하면서 편지를 읽어보았습니다. 군데군데 맞춤법이 틀린 부분도 있지만 교정을 하지 않고 편지 내용을 그대로 소개합니다. 서툰 한국어 편지가 부산의 한 출판사를 응원하는 이 분의 마음을 더 잘 표현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입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일본의 히로시마에 사는 여성입니다. 작년 책을 읽고, 부산의 "부산포"라는 식당에 대해 알게되었습니다. 작가와 화가가 모이는 지적 술집으로 소개되기도했습니다. 그 것을 계기로.. 2009. 9. 15.
전재산을 불우한 어린이들에게 기부한 동화작가 여름 휴가에 북부경북 일대를 둘렀다. 첫 목적지는 안동의 도산서원. 중앙고속도로를 타고 가다 남안동 톨게이트로 들어가 5분쯤 달렸을까. 뭐라고 뭐라고 쓰인 갈색 표지판이 휘익 지나갔다. 갈색은 문화유적지임을 표시하는 도로 표지판인데... 뭐였지? 우리의 첫 목적지는 도산서원이었지만... 좀 늦게 가면 어떠리. 원래 여행의 묘미는 이런 계획하지 않은 의외의 만남에 있다. 차를 돌려 과 이 있는 조탑동으로 향했다. 마을 어귀를 들어서 5분쯤 가니 멀리 서있는 5층전탑이 한눈에 들어왔다. 예전에는 탑 주변이 사과과수원이어서 가까이 들어가지 못하고 멀리서만 구경할 수 있었다고 한다. 지금 사과밭은 없어지고 관람객을 위한 배려인지 주변을 연꽃밭으로 꾸며 놓았다. 아직 출입금지 울타리 같은 것도 없어 탑 가까이 가.. 2009. 9.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