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철 시인의 열 번째 시집 금정산을 보냈다가 출간되었습니다.


산지니로서는 야심차게 준비한 산지니시인선의 첫 권으로  

최영철 시인이 그 첫 번째 문을 열었습니다. 







문이 없었을 때는 아무 일 없었다

문이 없었을 때는 열고 닫고 잠그고 부수고

몰래 넘어갈 일 없었다

모두 문이요 모두 안이요 모두 밖이었으니

들어오시오 나가시오 들어오지 마시오 나가지 마시오

문이 없었을 때는 이런 말도 없었다

(…)

모두 문이 아니고 모두 안이 아니고 모두

밖이 아니게 되었을 때 어디가 어딘지 몰라

다들 기웃거리게 되었을 때

참 이상하게도 문이 너무 많이 생기고 나서

긴 파국은 시작되었다 _「문이 생기고 난 뒤」 부분 




이번 시집에는 세월호에 관한 시 뿐만 아니라 지금의 혼란을 반영한 시들이 많습니다. 

시인은 지금의 혼란과 어둠을 직면하는 시편들로 우리가 지켜야 할 세계가 무엇인지 시로서 다시 한 번 당부합니다. 그리고 그 당부는 삶의 희망으로 전해집니다.


강인하지만 아름다운 시편들로 다시 우리 곁에 돌아온 최영철 시인.

반갑습니다.


이제 막 나온 따끈따근한 시집입니다.

지금의 이 온도가 시집을 읽는 독자에게도 뜨겁게 전해졌으면 합니다.


그럼 신간소개와 편집자 일기로 이야기 이어갈게요. 

금정산을 보냈다많이 사랑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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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버크하우스 2014.08.29 10:4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잘 보고 가요. 좋은 하루 되세요. ^^

  2. BlogIcon 아니카 2014.08.29 14:5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시가 사라져가는 요즘인데...
    공선옥 작가의 <꽃 같은 시절> 주인공 영희씨는 "시는 다 좋아요" 라고 말하지요.
    시골마을 할머니들의 아픔을 외면하지 못하는 영희씨의 예쁜 마음을 보면서
    시를 좋아하는 사람이라서 그런가, 하는 생각을 했더랬습니다.


더위에 노릇노릇 지쳐가고 있을 때쯤

『숲에서 행복한 아이들의 저자 

최현숙 원장님이 산지니를 깜짝 방문하셨습니다.

알록달록 달콤한 케이크도 사오셨구요. 

더위에 지친 사무실에 활기찬 에너지로 생기도 불어넣어 주셨습니다.





책 발간 축하드려요:)



"미끄럼만 타야 하는 미끄럼틀, 매달리기만 해야 하는 철봉처럼 미

리 쓰임새를 정해주고 거기에 맞는 행동만 하도록 하는 그런 딱딱하

고 삭막한 곳이 아닌, 스스로 상상하고 다른 사람과 함께하지 않으

면 안 되는 숲은 어쩌면 아이들에게는 조금은 낯설고 불편할지도 모

릅니다. 하지만 이런 다양하고 규정되지 않은 환경이야말로 아이들

의 가능성을 일깨우는 데 가장 좋은 공간일 것입니다."


숲에서 행복한 아이들 중에서





Posted by 동글동글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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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엘뤼에르 2014.07.28 17:4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최현숙 작가 선생님 사진이 너무 좋아보여요ㅎㅎ 출간 축하드려요:)

  2. BlogIcon 윤블리블리 2014.07.29 09:3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이들 표정이 정말 즐거워 보여요ㅎㅎ
    작가님 출간축하드려요^^

  3. BlogIcon ymi0192 2014.08.01 02:0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시골 할머니댁에 텃밭체험이 생각납니다
    가지 오이 고추 상추~~숲에서 텃밭에서 살아가는
    책속아이들이 정말 행복해 보입니다^^~
    도시에서 숲에 가기 힘들고 주위에 텃밭이 없는
    제게는 나이들어 가고 싶은 전원생활을 꿈꾸게
    합니다^^~♡고구마캐고 감자캐서 먹고 매실쥬스
    마시며 친구와 숲산책을 할 꿈을 갖습니다

  4. BlogIcon 김수정 2014.08.21 10:4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작가님 축하드립니다

  5. 송하지킴이 2015.07.07 10:0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먼 훗날 이 아이들 기억속에 멋진 추억으로 남겠지요.
    더 많은 일들에도 충분히 열정적인 당신을 응원합니다.~ 그리고 그 길 같이가요~

  6. BlogIcon 노명환 2016.01.17 13:3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숲에서 흙을 밟고 새소리들으며
    자연물을 학습재료로 활용하는 모습
    사계절 텃밭을 가꾸고 직접 음식을 하는 모습이
    참 귀엽습니다

  7. BlogIcon 조선미 2016.01.18 13:4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딱딱한 도심이 아닌 온몸으로 오감을 느낄수 있는 공간이 부러워요
    아이들 눈높이에 맞춘 활동들이 멋져요

  8. BlogIcon 정상주 2016.01.21 17:0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숲에서 노는 아이들을보니 너무너무 부러웠습니다 사진자료가 첨부되어있어 내용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많이되는거같아요ᆢ

『천 개의 권력과 일상』편집후기



안녕하세요. 온수 편집자입니다:)

화려한 액션이 펼쳐지는 편집후기는 아닙니다. 

늘 그런 게 없다고 생각해서 편집후기를 미뤘지요.


그러나 생각해보면 담당 편집자인 저에게는 특별했지요.

오랜만에 들뢰즈와 푸코 두 철학자의 사유를

맛본 즐거운 시간이었거든요.


야외극장에서 상영되는 단편영화 같은 느낌으로

『천 개의 권력과 일상』을 편집하면서 

느꼈던 소소한 이야기를 독자분들과 나누고자 합니다.







저자의 이력이 특이했습니다


투고 원고로 시작한 이 원고는 저자의 이력과 원고를 면밀히 검토하는 것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저자의 이름도 특이했지요. 사공일. 필명이 아닐까 했지만 본명입니다. 이때 제가 찾아본 이력은 이러했습니다.


1. 다니던 회사를 그만둔 후 다시 공부를 시작한 점

2. 대학 다닐 때 연극반을 한 점


어떻게 보면 평범하고 어떻게 보면 특이한 이 이력을 보고 저는 저자를 만나게 되면 꼭 물어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산지니 내부에서 면밀한 검토와 열렬한 토의 끝에 이 원고를 책으로 출간하기로 했고 드디어 저자와 미팅 날이 잡혔습니다. 

사실 이 두 가지보다 더 궁금했던 건 들뢰즈였습니다. 저자의 이력에는 논문 이외에도 『들뢰즈와 창조성의 정치학』, 역서로 『들뢰즈와 음악, 회화, 그리고 일반예술』과 『일상의 악덕』으로 온통 들뢰즈에 관한 연구였습니다.





들뢰즈의 매력에 대해 저도 좀 엿듣고 싶었지요


첫 미팅을 한 날, 원고에 대해 또다시 면밀한(?) 대화를 나누면서 저는 살며시 저자에게 이력을 물었습니다. 그러자 대학 때 연극반에 푹 빠지게 되었고 이후 연극이론을 공부하다 들뢰즈를 우연히 알게 되었다고, 이후 들뢰즈 연구를 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렇게 퍼즐이 착착 맞춰지는구나! 했습니다.


이야기를 듣고 저는 저자에게 이런 이야기를 서문에 써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책을 읽을 때 저자가 어떤 계기로 이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되었는지 서술되어 있으면 그 책을 읽는데 몰입도가 훨씬 좋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저자에 대한 충성도도 높아졌고요.


물론 그런 의미도 있지만 저자에게도 그러했듯 들뢰즈가 독자에게도 흥미로운 존재로 다가가길 원했습니다. 그렇게 탄생한 게 이 책의 프롤로그입니다. 다소 어려운 부탁이었지만 흔쾌히 집필해 주신 선생님께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제가 좀 거창하게 썼네요. 독자분도 재밌게 읽어 주세요. 하하


+ 프롤로그 9쪽

"회사 생활 동안 무의식 속에 잠재되어 있던 연극에 대한 생각이 한 번씩 표출되다가 실행에 옮기게 된 것은 2년 차에 가까워지던 때였다. 정확히 21개월 된 후 회사를 그만두고 대학원에 입학해 영문학 희곡비평에 대한 공부를 시작했다. 대학원을 입학한 후 비평이론을 공부하면서 들뢰즈를 처음으로 조우했다. 2000년 당시 국내에는 들뢰즈에 대한 연구가 초기 단계라서 한글로 된 다양한 책이 없었기에, 들뢰즈 이론이 상당히 난해했다. 


하지만 들뢰즈 이론은 지적 호기심에 목말라 있던 나의 텅 빈 머리를 조금씩 채워주는 역할을 하면서, 세상을 차이와 생성의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게 해주었다. 들뢰즈와의 만남은 대학 연극반이 20대의 삶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것처럼 나에게 또 다른 하나의 중대한 사건이었다. 그와 의 만남은 나의 인생에서 새로운 의미가 생성된 사건이자, 인생의 변곡점이었다."



한겨레신문에 기사가 났을 때 첫 문장이 이러했습니다. 


"복잡하기로 이름난 현대철학자 들뢰즈와 푸코의 이론을 대중적으로 쉽게 설명하며 일상의 권력을 분석했다." 한겨레신문 2014년 7월 14일자 학술. 지성 새책


사실 저 역시 이 책을 편집하기 전에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들뢰즈와 푸코는 어렵다. 심지어 들뢰즈와 푸코는 내 취향이 아니다. 그러나 이 책을 편집하면서 이런 생각은 깨끗이 없어졌습니다. 오히려 들뢰즈와 푸코는 내 취향이야, 라고 생각을 바꾸게 되었습니다.


물론 알기 쉽다고 해서 책장이 술술 넘어간다고 할 수 없습니다. 나름 철학 이론을 설명한 책이니까요. 그러나 저자가 영화나 드라마를 예로 들면서 알기 쉽게 설명하려고 노력했고, 다소 어려운 이론은 다음 장에서 다시 한 번 정리해서 서술하기도 합니다. 


그렇게 어려운 구간과 쉬운 구간을 반복해서 읽다 보면 

어느새 읽기에 탄력이 붙으며 두 철학가의 매력에 빠진답니다.


무엇보다 권력이 특정한 계층의 소유물이 아니라 우리 일상 곳곳에 편재되어 있다는 점에서 권력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이후 제 생활에도 소소한 변화가 있었는데요. 철학 책을 다시 읽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생각의 변화도 있었지요.


조금 더 주체적으로!

조금 더 능동적으로!


이 책이 가져온 소소한 변화가

독자분들에게도 전해졌으면 합니다.



▲ 책 소개가 궁금하시면 사진을 클릭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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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연어회 2014.07.25 11:4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필명인가요..? 라고 편집자님께 조심스럽게 물어본적이..^-^;
    차연과 되기를 공부하면서 들뢰즈가 마냥 어렵게 느껴졌는데 말이죠,
    들뢰즈가 '취향'으로 변하다니, 그 매력이 어떤지 정말 궁금하네요!

 

 

『반대물의 복합체』
20세기 법학과 정신과학에서 카를 슈미트의 위상

헬무트 크바리치 외 지음 | 김효전 편역
인문 | 신국판 양장 | 552쪽 | 38,000원
2014년 6월 13일 출간 | ISBN :
978-89-6545-254-6 93300

독일 슈파이어 행정대학원에서 열린 카를 슈미트 세미나에서 발표된 논문 모음집. 카를 슈미트의 정치신학, 정치사상, 헌법사상 세 가지 관점에서 논문 11편을 골라 번역하고 카를 슈미트 연보와 저작목록, 관련 인명록, 저작과 서평, 참고문헌과 색인을 더한 카를 슈미트 백과사전이다.

 

 

 

 

 

 

 

 

 

 

 

 

 

 

 

 

카를 슈미트는 누구인가?
기획회의 372호 출판사 서평

 

번역 초고를 받고 포털사이트 검색창에 ‘칼 슈미트’를 입력해 보았더니 진짜 칼이 나왔다. 철자는 다르지만 우리말로 하면 영락없이 똑같은 칼 슈미트다. 물론 『반대물의 복합체』는 주방용품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책이며, Carl Schmitt는 독일 사람이므로 카를 슈미트라고 표기한다.


20세기에 독일 법률가가 집필한 글 중 가장 주목받은 글을 발표한 저자이며, 자신의 전문영역을 넘어선 호응과 반발을 불러일으키는 학자이며, 비슷한 영향력을 지닌 다른 독일 법률가를 찾을 수 없는 법률가인 동시에 나치스의 어용학자라는 오명을 지닌 학자 카를 슈미트. 계파를 막론하여 인용과 연구가 거듭된 그의 사상은 한국에서는 유신 헌법의 배경으로도 작용했다.


원래 ‘반대물의 복합체’는 카를 슈미트가 가톨릭 교회를 설명하면서 언급한 단어이다. 하지만 “나치스 체제를 지지” 함과 동시에 그에 견줄 만한 다른 독일 법률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뛰어난 학문적 업적을 남긴 그를 설명하기에, 그 다양성과 모순성을 한마디로 요약하기에 이보다 더 적절한 단어가 있을까.


『반대물의 복합체』는 위에서 인용한 모든 수식어로 설명 (불)가능한 정치학자이자 법학자인 카를 슈미트가 세상을 떠난 뒤 독일 슈파이어 행정대학원에서 개최된 특별 세미나를 정리한 책이다. 그동안 카를 슈미트 저작 대다수를 소개하며 국내 카를 슈미트 연구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다진 역자 김효전 교수는 본문에 연보와 저작목록, 저작과 서평 소개, 참고문헌과 색인, 100여 쪽에 달하는 인명록을 더해 카를 슈미트 백과사전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는 방대한 저서를 완성했다.


<20세기 법학과 정신과학에서 카를 슈미트의 위상>이라는 대주제 아래 1986년 개최된 이 세미나는 각국의 국법학자, 정치학자, 사회학자, 역사학자 등 60여 명이 참가하였고 한국인으로는 갈봉근 교수가 참가하여 「한국의 헌법생활에 미친 카를 슈미트의 영향」이라는 글을 투고하였다. 세미나에서 발표하고 토론한 사람들은 대다수가 슈미트의 제자나 관련 인사, 친척이다. 따라서 이 세미나는 슈미트를 탐구·해명하고 사죄하거나 단죄하려고 하기보다는 학문적인 성격을 강하게 띠지만 슈미트의 정치신학, 정치적인 것의 개념, 구체적 질서사고, 결단의 개념, 헌법제정권력 등 헌법학과 정치학에서 종래 많이 논의되었던 중심테마에 초점을 맞추어 슈미트의 사상이 현대에 미친 영향을 확인하려고 하였다.

그리하여 카를 슈미트가 오늘날에도 여전히 그러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지, 있다면 어떻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혹은 골동품 같은 관심만을 끌고 있는지 묻는다. 편집자는 아직 칼 한 자루를 발견했을 따름이지만 독자들은 이토록 치열한 물음과 답, 비판과 연구 속에서 자기만의 카를 슈미트를 발견하시기를 바란다.

 

 

 

반대물의 복합체 - 10점
헬무트 크바리치 외 지음, 김효전 옮김/산지니


Posted by 비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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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엘뤼에르 2014.07.23 09:3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한국인 학자가 바라본 '칼 슈미트' 논문이 기대가 되요. 갈봉근 교수님의 논문을 먼저 읽어봐야겠네요,ㅎㅎ


『유토피아라는 물음』

   <해석과판단> 비평공동체 지음






* 이 글은 <출판저널> 5월 호에 실린 편집자 출간기입니다.



아직 회사 책상에 앉아보기도 전에 그러니까 내가 가장 먼저 출근한 곳은 회사가 아닌 비평공동체 <해석과 판단>의 포럼이 열리는 자리였다. 입사를 코앞에 둔 나는 긴장도 됐지만 아 포럼이라니, 이거야말로 출판사 편집자다운 일이구나 하며 은근히 좋아했다. 물론 지금은 그런 마음이 점점 옅어지고 있는 것 같지만……. 그날 포럼은 <해석과 판단> 멤버들이 정해진 주제에 따라 각자 공부한 내용을 발제하고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듣는 자리였다. 공부 주제는 하나였지만, 각자 발표한 내용은 모두 달랐다. 그들은 모두 젊었고 그때는 여름이었고, 그래서일까, 나는 조금 뜨거워진 듯했다.

그때의 인연으로, 나는 줄곧 <해석과 판단>을 담당해 왔다. 비평공동체라는 수식을 붙이듯, <해석과 판단>은 학교도 전공도 서로 다른 젊은 비평가들이 해마다 하나의 주제를 정하고, 정기적으로 만나 공부하며 교류하는 모임이다. 그리고 한 해 동안 각자 공부한 결과물을 책으로 묶어 낸다.

<해석과 판단>이 2006년에 결성된 이후 우리 출판사와는 지금 소개할『유토피아라는 물음』까지 총 일곱 권의 비평집을 발간했다. 그중 나는 지난해 발간한 『공존과 충돌』까지 두 권의 책을 그들과 함께했다. 담당 편집자라는 말에는 사실 많은 의미가 들어 있는 것 같다. 늘 그렇듯, 편집자는 책을 만드는 동안 작가의 원고 사정뿐만 아니라, 작가의 사정도 고려해야 하니까 말이다. 이번 비평집도 그렇듯, 서로 다른 멤버들의 원고를 잘 묶는 일도 큰일이었지만, 무엇보다 큰일은 각자의 사정이었다. 멤버들은 대부분 대학에서 시간 강사를 하는 젊은 비평가들이다. 대학에 인문학과가 통폐합되면서 그나마 시간 강사의 자리도 불안한 시대가 되었다. 마감 날짜에 맞춰 조금씩 업그레이드되는 각자의 사정을 듣고 있으면 지역에서 젊은 비평가로 살아가는 게 쉽지 않음을 느낀다. 그러나 각자 다른 사정 속에서 함께 공부한다는 게 얼마나 멋진 일인지, 그들은 알 것이다. 소설조차도 잘 팔리지 않는 시대, 비평은 어떤 자리에 있어야 할까, 그들은 그 질문을 놓지 않고 있다.

이번 비평집에서 그들은 지금 우리 사회에서 유토피아에 대한 다양한 개념을 논의하고 유토피아에 대해 말한다는 것이 추상적이고 모호한 것이 아니라 활발하게 표출해야 된다고 말한다. 멤버들은 책 표지에 문이 닫힌 지금의 사진을 실어 달라고 했다. 그리고 책 뒤표지 역시 문 사진을 실어 달라고 했다. 굳게 닫힌 문을 열고 다시 나오자는 의미로.

이번 책에는 멤버들의 수만큼, 소설, 영화, 사회 등 다양한 분야에 비평이 담겨 있다. 그들이 펼쳐내는 비평의 다양성이 우리가 조금 더 다양한 삶의 주제로 살아갈 수 있는 표출이 되기를, 나는 독자들에게도 이 책에 담긴 그들의 표출이 미약하게라도 전해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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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소개 


윤여일의『상황적 사고』

불 끄고 생각 좀 해볼까



    중국에 가 있는 저자 윤여일 선생에게서 메일이 왔다. 중국에서 체류하는 기간이 예정보다 길어졌고 사쿠라이 다이조 씨에게도 책을 전달하고 싶으니 중국에 『상황적 사고』를 보내줄 수 없냐고. 저자는 책 작업 마지막까지 한국에 있었고 제작에 들어갔을 때 중국에 갔기 때문에 책을 받아볼 수 없었다. 원고가 오가는 동안 일찌감치 중국에 간다고 말했지만 나는 이 상황이 마치 소설의 발단처럼 느껴졌다.

저가 윤여일이 말한 사쿠라이 다이조는 텐트연극을 하는 극작가이자 배우다. 단 한 편의 연극을 공연하기 위해 한 장소에 텐트를 세우고 한 차례의 공연이 끝나면 텐트를 걷고 떠난다. 서울 광화문에서는 3·11후쿠시마 원전사고가 일어난 지 1년 후에 팔레스타인, 광주 그리고 후쿠시마에 관한 연극을 했다. 저자는 이번 책에 사쿠라이와 텐트연극에 대해 아주 흥미롭게 썼다.

이처럼 이 책은 꼭 이명박 정부를 비판한 글만 모은 건 아니다. 그는 지난 5년 동안 주어진 자신의 상황 속에서 쓴 글들을 묶었고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의 사상은 가능한지 묻고 있다. 그렇다면 그가 말하는 사상이란 무엇일까.

우리는 주어진 상황 속에서 익숙하게 사고하고 행동한다. 이러한 사고는 주체적인 자신의 사고가 아닌 타인에게 주입되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에 저자는 말한다. 이러한 상황일수록 자신의 사상의 가능성을 찾고 개성을 회복하길 원한다고. 그건 우리가 어제보다 조금 더 나은 세상에 함께 살기 위한 당연한 노력이다. 무력한 현실 정치에서 올바르게 살아가기 위한 자신의 삶의 무기. 저자는 그것을 사상이라 말한다.

   그렇다면 내 삶의 무기는 무엇일까. 나 역시 조심스럽게 사유의 시간이라고 말하고 싶다. 잠자기 전 불 꺼진 방에서 오늘 하루를 생각하는 시간, 오늘의 반성과 내일의 희망, 이 시간이 없었다면 나는 내 인생이 비루하다고 비관했을 것이다. 그러나 한동안은 밤에도 컴퓨터를 끄지 않고 시간에 쫓겨 겨우 잠들 때가 많았다. 나는 이 책이 가지는 매력이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천천히 지금 자신에게 주어진 상황과 자신을 똑바로 바라보게 하는 힘, 어느새 바쁜 일상 속에 사라진 사유의 시간을 되찾게 하는 동력.

저자에게 한 통의 메일이 더 왔다. 멀리까지 책을 보내줘서 고맙다며 사쿠라이의 텐트 연극 사진을 보내왔다. 자신의 신념대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땀과 열정. 매일 똑같은 근육만 쓰는 내 근육이 부끄러워졌다. 드디어 소설의 발단이 시작된 걸까.

나는 이 책을 읽는 사람들에게, 여러분도 짐작하셨겠지만 이 책은 밤 같은 책이에요, 그러나 저자와 사유의 시간을 가지며 그 밤을 잘 걸어 나간다면, 지금의 무기력한 현실에서 우리만의 무기가 생기지 않을까요, 라고 말하고 싶다. 그렇게 자신만의 발단을 이 책에서 시작했으면 좋겠다.                                           

윤은미 산지니 편집부















위에 글은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에서 발행하는『기획회의』350호의 출판사 서평 코너에 실린 내용입니다. 『상황적 사고』에 대한 편집자 서평을 써달라는 청탁을 받고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보도자료 형식에서 벗어나 편집자가 편집하면서 겪었던 에피소드나 일화, 개인적인 서평 등을 진솔하게 쓰는 코너입니다. 글에도 나오고 블로그에도 공개하려고 했던 사진이기에 이렇게 공유합니다. 다만 저자가 사쿠라이 다이조 선생 외에 얼굴 공개는 자제해달라고 부탁하셨기에 그때의 상황을 전하고자 합니다. 아쉽게도 눈물과 땀이 범벅된 배우들의 얼굴과 뜨거운 텐트 안에 연극은 저 혼자 봐야겠네요. 사진도 글처럼 아주 멋지게 찍으셨네요. 사진은 지난 6월 30일부터 7월 8일까지 저자 윤여일의 텐트연극 기록입니다. 



상황적 사고 - 10점
윤여일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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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권 디자이너 2013.08.27 18:0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책을 읽으며 텐트 연극의 공간인 텐트가 어찌 생겼을까 궁금했는데.
    생각보다 크네요. 바닥에 모래가 깔려 있는 게 특이하네요.

    • BlogIcon 온수입니까 2013.08.28 09:34  댓글주소  수정/삭제

      네..저도 직접 사진을 보니까 더 신기하네요. 텐트 안에서 연극을 한다는 게 낯설면서도 아늑한 느낌이 들어요. 한국에도 온다면 꼭 보고 싶네요. 왜 저자 선생님이 보고 싶어 하셨는지 이제야 제대로 알 것 같아요ㅎㅎ

  2. 전복라면 2013.08.28 12:2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사진을 아주 잘 찍으신 것 같아요. 무슨 연극인지 저도 궁금하네요.

지금, 소설을 읽는다는 것의 의미 《장미화분》




이 시대를 살아가면서 소설을 읽는다는 것에 무슨 함의가 담겨 있을까. 과연 소설이 킬링타임용이 아닌, 한 독자에게 있어 어떤 가치와 의미를 전달할 수 있는 책 본연의 기능을 충실하고는 있는 걸까. 편집자로 일하면서 소설 원고를 받을 때마다 늘 드는 생각이었다. 소설의 주요한 가치는 ‘재미’에 있음을 부정하지 않지만 재밌는 원고를 나름 출판하였음에도 사실 독자들은 소설보다는 에세이나 다른 교양도서에 관심 있는 게 통계에서도 드러난 사실이니까. 그렇게 문학작품에 과연 어떤 가치가 있는가에 대해 회의가 들 무렵, 『장미화분』 원고를 접하고 천천히 읽어 내려갔다.


캄보디아에서 맨몸으로 시집와 고난의 한국생활을 겪는 이주여성의 삶이 담긴 표제작 「장미화분」은 그 무렵의 나의 고민과 맞닿아 있었다. 그래서인지 담당편집자로서 초고를 읽으며 소설의 재미를 따지기 전에 이 원고의 가치를 찾기부터 바빴던 것 같다. 김현 작가가 보여주려 하는 바는 실로 뚜렷했다. ‘이주여성’, ‘노인’, ‘제주 해녀’, ‘5·18 가해자’ 등 사회의 어두운 속살을 과감히 드러냄으로써 우리 사회의 단면을 인문서가 아닌 문학으로 ‘받아들이게끔’ 한다는 사실을 말이다. 문학이 갖는 의미란 이러한 사회상을 비추어내는 그 본연의 사실에 있다는 것을 배운 셈이다.


실제로도 김현 작가는 자신이 체험하지 않은 타인의 삶을 그려내기 위해 취재의 방식으로 다가섰다.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이주여성이나 노인 문제, 해녀의 목소리들이 제각기 다름에도 우리의 ‘아픈 이웃’이라는 어떤 한 목소리로 나올 수 있었던 구심점에는 김현 작가의 부단한 노력이 담겨 있었다. 그렇게 편집자로서 주인공의 삶을 전해 듣기 위해 이주여성을 직접 만났을 소설가의 삶을 짐작해보았다. 소설을 집필하면서 사람을 만나고 또 그 사람의 인생과 그 사람 주변의 모습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성찰했을 소설가의 또 다른 삶을 상상하게 된다.


「장미화분」 속 캄보디아 이주여성만이 아니다. 김현 작가는 작품 「연장」 속에 등장하는 가야금의 이야기를 보다 진실하게 전하기 위해 가야금을 만드는 장인과 교류하며 많은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고 한다. 그러니 이 소설집 속 개개인의 목소리는 각 개인이기도 하지만, 어찌 보면 소설의 이름을 가장한 우리 사회의 한 모습이라 봐도 무방한 것이다.


누구나 한 번쯤 소설을 읽을 때의 그 먹먹한 감정을 겪어보았으리라 짐작한다. 소설을 편집하며 출간하기까지 이 소설집에 방점을 두었던 것은 소설의 ‘현재성’에 대한 가치이다. 김현 작가는 그런 점에서 이 사회를 예리하게 관찰하여 소설 속에 지금 ‘현재’를 담아낸 관찰자적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지금 소설을 읽는다는 것은 바로,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타인에 대한 애정 어린 관심이 아닐까. 소설을 읽으며 이주여성에 대해 주위를 환기하는 것처럼, 우리 또한 삶을 살아가는 동안 주위의 시선을 타인에게 돌린다면 우리는 좀 더 건강한 사회를 살아나갈 수 있을 것이다. 사회과학 도서 『88만원 세대』 속 도입부가 장 폴 뒤부아의 『프랑스적인 삶』의 인용으로 이루어진 것처럼, 훗날 사회적 문제를 환기시킬 때 소설이란 장르가 가장 강력한 상징으로 작용할 수 있는 그날을 기대해본다.


양아름 산지니 편집부

**출판저널 2월호 <편집자 출간기>에 게재되었습니다.




장미화분 - 10점
김현 지음/산지니


Posted by 비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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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깊어지고 추위에 바람도 깊어지는 어제 저녁.





정신분석적 발달이론의 통합 최종 교정과 표지파일 확인을 위해 

번역자 박영숙 선생님과 장대식 선생님께서 출판사를 방문하셨다.

교정 확인을 위해 작가 선생님들이 출판사를 방문하다 보면 

긴 대화를 나누지 않아도 조금씩 정이 든다. 

선생님께서 출판사 문을 열고 들어오시는데 마음속으로는 얼마나 반가웠던지….


정신분석적 발달이론의 통합은 정신분석을 공부하는 학생들과 연구자, 선생님들 사이에서 오랫동안 교재로 사용되었지만, 400쪽 가까이 되는 두꺼운 분량의 이 원서를 누구도 번역하지 못했다.


2년 전, 지금처럼 밤도 깊고 바람도 깊어지는 저녁.

선생님들은 텔레비전에 배우들이 상을 받는 연말 시상식을 보면서

우리도 한번 한 해를 마무리하는 무언가를 해보는 게 어떨까 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날 저녁. 이 책을 번역하기로 마음먹으셨단다.


그러나 번역에서 책이 나오기까지 이맘 때였으니 꼬박 2년이 걸렸다. 

몇 번을 읽고 수정하고 읽고 수정하며 퇴고하는 긴 시간을 회상하시면서

그날의 다짐이 이렇게까지 긴 시간이 걸릴 줄 몰랐다고 선생님들은 수줍게 웃으셨다.



원서를 한글로 번역한 원고가 1차,2차,3차 교정을 보기까지 원고의 양




바쁜 일상 속에서 시간을 쪼개어 매일 책을 번역하는 그 밤을 상상하니,

선생님들은 힘들어도 함께 해나가는 즐거움과 

한국어로 번역되는 보람을 느꼈으리라. 


마지막 최종원교를 보면서

선생님들은 아이처럼 좋아하면서 작게 탄성을 지르셨다.




최종원고를 보시면서 환하게 웃으시는 박영숙 선생님



‘와, 이제 그럴듯해졌네요.’

(선생님, 아니에요, 아주 훌륭합니다)


긴 여정이 끝나고 이제 곧 책을 발간할 예정입니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상이 아니라

한 해를 시작하는 상이 있다면


선생님들께 꼭 드리고 싶습니다.


아직 제작 기간이 남았지만

선생님, 책 발간을 축하합니다.



최종원고를 확인하시는 장대식 선생님과 박영숙 선생님



이제 국립중앙도서관에 책을 납품하고 (후대를 위한 기록)

보도자료를 쓰고 책을 언론사에 홍보하고 (책을 홍보하고 알리는 방법) 

서점에 유통하는 (독자를 만나는 과정) 나머지 마무리 시간은 저에게 맡겨주세요.  


그동안 고생하셨으니 당분간 출간할 이 책만 상상하시면 됩니다. 

이제 정신분석을 공부하는 사람들에게 이 책이 좋은 동반자가 되길 바라며.



긴 여정이었지만,

선생님들과 함께 책을 만들어 갈 수 있어 저 역시 아주 기뻤습니다.






Posted by 동글동글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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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아니카 2013.01.26 21:5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연예대상을 보시면서 이런 생산적인 일을 계획하시다니 깜놀. 마지막까지 무사히 책이 나와야 할 텐데...

  2. BlogIcon 온수입니까 2013.01.28 10:1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네- 정말 멋진 것 같아요. 마지막까지 책이 무사히 나오길 저도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오늘도 어김없이, 서점에 한 권 책을 보낼 게 있어 택배 아저씨의 전화번호를 찾느라 주소록을 뒤지다 최문정 선생님과 작업했던 몇 달 전의 포스트잇을 발견하고 웃어버렸네요:-D


보통 교정지를 주고받으면서 간단한 서신을 주고 받는 게 통상적인데 선생님께서는 직접 손으로 포스트잇으로 적어주셔서 아직까지 잘 간직해 두고 있답니다. 아직까지도 이 포스트잇만 보면 기분이 참 좋아지더라고요.


'이거라도 드시면서 하세요^^'


여기서 '이거'란 약과였어요. 교정지와 함께 딸려온 과자에 저는 헤벌쭉하며 맛있게 얌얌 먹었던 기억이 새록새록하네요.


12월 말에는 최문정 선생님께서 그만두신 실업센터 송년회도 다녀왔어요.


이 사진은 그날의 풍경입니다.


부산실업극복센터 2012년 송년의 밤 행사 사진


원고 속에서만 만나던 등장인물들을 실제로 만나보고, 또 에피소드에 등장했던 나오던 사물들을 실제로 보는 시간들은 그야말로 유쾌한 시간이었어요.



"같이 해서 행복합니다." 꼭지에 실렸던 바로 그 메모지예요^^ 책을 읽으셨다면 이해하실 수 있는 장면입니다.


"같이 해서 행복합니다." 꼭지에 실렸던  바로 그 메모지예요^^

 책을 읽으셨다면 이해하실 수 있는 장면입니다.


작년 한 해도 이렇게 또 가고, 또 2013년 새해가 다가왔네요.

올해는 『짬짜미, 공모, 사바사바』의 저자 최문정 선생님처럼 저도 '나눔'의 가치를 실현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소망을 가져봅니다.


산지니 독자 여러분.

모두 즐거운 한 해 되세요.~♥



최문정 선생님 블로그>>

http://pang79.tistory.com/



짬짜미, 공모, 사바사바 - 10점
최문정 글.그림/산지니


Posted by 비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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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회의 324호(2012. 7. 20일자)에 『시내버스 타고 길과 사람 100배 즐기기』의 출판사 서평이 실렸습니다. 이에 블로그에도 함께 소개하오니 편안한 마음으로 읽어주시길 바랍니다^^;



 자가용 자동차가 없는 내가 애용하는 교통수단은 지하철이다. 노선도만 보면 어디든지 갈 수 있을 것만 같은 편리함 때문에 지하철을 오르내리지만, 사실 깜깜한 지하 속에서 잘 알지도 모르는 사람들과 멀뚱하게 시선을 주고받는 어색함이란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런데다 노선도만 봤을 때는 금방 도착할 것 같더니, 환승하면서 기다리는 시간을 더하면 지하철이 결코 빠른 것만도 아님을 새삼 깨닫는다. 그래서인지 최근에는 자주 가게 되는 장소에 대해 미리 차편을 알아봐서 버스를 타려 노력하고 있다. 버스 타기의 백미는 아무래도 경치 구경에 있으니, 일부러 지하철을 타 그 구경거리를 놓치기엔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인 김훤주 경남도민일보 기자가 떠난 여행지는 ‘경상남도’다. 『시내버스 타고 길과 사람 100배 즐기기』는 경남도민일보 기획기사 연재물을 엮어 책으로 재구성한 것인데, 원고는 기사 원문이 아닌 블로그 글과 사진으로 받았다. 편집을 하면서 블로그 특유의 구어체와 함께, 시집을 발간하기도 했던 저자의 문학적 수사어구들을 그대로 살리고자 노력했다. 그렇게 연재순으로 받은 원고를 계절별로 분류해서 재구성해 보았는데, 어떤 여행 ‘정보’를 준다는 의미보다 저자가 떠난 여행의 흐름을 따라가며 독자가 그 안에 담겨있는 계절의 변화를 함께 읽어내고 함께 여행에 동참하는 느낌을 갖길 바랐다.


 책을 출간하자 휴가철이 본격적으로 다가오면서 다양한 여행서적들도 함께 쏟아져 나왔다. 그중에서 특히 이 책은 최근 유행처럼 불고 있는 걷기 여행 서적과 맥을 함께 하고 있다. 그러나 똑같이 걷는 여행이더라도 ‘시내 버스’를 타고 여행지로 떠난다는 것이 이 책이 가지고 있는 차별화 지점이다. 어차피 그렇고 그런 여행 서적이 또 나왔거니, 하며 치부해버리기엔 이 책이 갖고 있는 메시지가 나름의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시내버스 타기는 환경에 좋고 걷기는 건강에 좋습니다. 이에 더해, 드는 비용도 적으니 일석삼조라 하겠습니다. 자가용 자동차를 ‘지참’하지 않는 보람은 이밖에도 여럿 있습니다. 알맞추 걸은 뒤 상쾌한 정도에 따라 술을 마시고 취해도 되고, 원래 출발한 데로 돌아가지 않아도 됩니다. 자가용이 없으면 이렇게 매이지 않으니 그만큼 더 자유롭습니다.”


 사실, 저자인 김훤주 기자는 전작 『습지와 인간』으로도 산지니와 꽤 인연이 깊다. 전작이 기존의 환경 서적이 다루지 않은 습지 속 ‘인간과 역사’, ‘지역’ 이야기를 다루었다면 이 책 또한 여행을 하면서 만나게 되는 ‘사람 이야기’와 경상남도라는 ‘지역’을 다루고 있다. 많은 이들이 여행을 떠나기 위해서만 여행책을 읽는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무작정 가방 하나만 메고 떠날, 훗날의 여행을 예비하기 위해서 『시내버스 타고 길과 사람 100배 즐기기』는 한 번쯤 읽어볼 만한 꽤 괜찮은 여행 지침서가 될 것이다.


산지니 출판사 편집부 양아름


시내버스 타고 길과 사람 100배 즐기기 - 10점
김훤주 지음, 경남도민일보 엮음/산지니

Posted by 비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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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전복라면 2012.07.27 08:4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전 잡지로 이미 읽었지요ㅋㅋㅋ 인쇄매체에서 우리 책과 엘편집자의 이름을 보았을 때의 그감격이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