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소설을 읽는다는 것의 의미 《장미화분》




이 시대를 살아가면서 소설을 읽는다는 것에 무슨 함의가 담겨 있을까. 과연 소설이 킬링타임용이 아닌, 한 독자에게 있어 어떤 가치와 의미를 전달할 수 있는 책 본연의 기능을 충실하고는 있는 걸까. 편집자로 일하면서 소설 원고를 받을 때마다 늘 드는 생각이었다. 소설의 주요한 가치는 ‘재미’에 있음을 부정하지 않지만 재밌는 원고를 나름 출판하였음에도 사실 독자들은 소설보다는 에세이나 다른 교양도서에 관심 있는 게 통계에서도 드러난 사실이니까. 그렇게 문학작품에 과연 어떤 가치가 있는가에 대해 회의가 들 무렵, 『장미화분』 원고를 접하고 천천히 읽어 내려갔다.


캄보디아에서 맨몸으로 시집와 고난의 한국생활을 겪는 이주여성의 삶이 담긴 표제작 「장미화분」은 그 무렵의 나의 고민과 맞닿아 있었다. 그래서인지 담당편집자로서 초고를 읽으며 소설의 재미를 따지기 전에 이 원고의 가치를 찾기부터 바빴던 것 같다. 김현 작가가 보여주려 하는 바는 실로 뚜렷했다. ‘이주여성’, ‘노인’, ‘제주 해녀’, ‘5·18 가해자’ 등 사회의 어두운 속살을 과감히 드러냄으로써 우리 사회의 단면을 인문서가 아닌 문학으로 ‘받아들이게끔’ 한다는 사실을 말이다. 문학이 갖는 의미란 이러한 사회상을 비추어내는 그 본연의 사실에 있다는 것을 배운 셈이다.


실제로도 김현 작가는 자신이 체험하지 않은 타인의 삶을 그려내기 위해 취재의 방식으로 다가섰다.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이주여성이나 노인 문제, 해녀의 목소리들이 제각기 다름에도 우리의 ‘아픈 이웃’이라는 어떤 한 목소리로 나올 수 있었던 구심점에는 김현 작가의 부단한 노력이 담겨 있었다. 그렇게 편집자로서 주인공의 삶을 전해 듣기 위해 이주여성을 직접 만났을 소설가의 삶을 짐작해보았다. 소설을 집필하면서 사람을 만나고 또 그 사람의 인생과 그 사람 주변의 모습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성찰했을 소설가의 또 다른 삶을 상상하게 된다.


「장미화분」 속 캄보디아 이주여성만이 아니다. 김현 작가는 작품 「연장」 속에 등장하는 가야금의 이야기를 보다 진실하게 전하기 위해 가야금을 만드는 장인과 교류하며 많은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고 한다. 그러니 이 소설집 속 개개인의 목소리는 각 개인이기도 하지만, 어찌 보면 소설의 이름을 가장한 우리 사회의 한 모습이라 봐도 무방한 것이다.


누구나 한 번쯤 소설을 읽을 때의 그 먹먹한 감정을 겪어보았으리라 짐작한다. 소설을 편집하며 출간하기까지 이 소설집에 방점을 두었던 것은 소설의 ‘현재성’에 대한 가치이다. 김현 작가는 그런 점에서 이 사회를 예리하게 관찰하여 소설 속에 지금 ‘현재’를 담아낸 관찰자적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지금 소설을 읽는다는 것은 바로,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타인에 대한 애정 어린 관심이 아닐까. 소설을 읽으며 이주여성에 대해 주위를 환기하는 것처럼, 우리 또한 삶을 살아가는 동안 주위의 시선을 타인에게 돌린다면 우리는 좀 더 건강한 사회를 살아나갈 수 있을 것이다. 사회과학 도서 『88만원 세대』 속 도입부가 장 폴 뒤부아의 『프랑스적인 삶』의 인용으로 이루어진 것처럼, 훗날 사회적 문제를 환기시킬 때 소설이란 장르가 가장 강력한 상징으로 작용할 수 있는 그날을 기대해본다.


양아름 산지니 편집부

**출판저널 2월호 <편집자 출간기>에 게재되었습니다.




장미화분 - 10점
김현 지음/산지니


Posted by 비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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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깊어지고 추위에 바람도 깊어지는 어제 저녁.





정신분석적 발달이론의 통합 최종 교정과 표지파일 확인을 위해 

번역자 박영숙 선생님과 장대식 선생님께서 출판사를 방문하셨다.

교정 확인을 위해 작가 선생님들이 출판사를 방문하다 보면 

긴 대화를 나누지 않아도 조금씩 정이 든다. 

선생님께서 출판사 문을 열고 들어오시는데 마음속으로는 얼마나 반가웠던지….


정신분석적 발달이론의 통합은 정신분석을 공부하는 학생들과 연구자, 선생님들 사이에서 오랫동안 교재로 사용되었지만, 400쪽 가까이 되는 두꺼운 분량의 이 원서를 누구도 번역하지 못했다.


2년 전, 지금처럼 밤도 깊고 바람도 깊어지는 저녁.

선생님들은 텔레비전에 배우들이 상을 받는 연말 시상식을 보면서

우리도 한번 한 해를 마무리하는 무언가를 해보는 게 어떨까 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날 저녁. 이 책을 번역하기로 마음먹으셨단다.


그러나 번역에서 책이 나오기까지 이맘 때였으니 꼬박 2년이 걸렸다. 

몇 번을 읽고 수정하고 읽고 수정하며 퇴고하는 긴 시간을 회상하시면서

그날의 다짐이 이렇게까지 긴 시간이 걸릴 줄 몰랐다고 선생님들은 수줍게 웃으셨다.



원서를 한글로 번역한 원고가 1차,2차,3차 교정을 보기까지 원고의 양




바쁜 일상 속에서 시간을 쪼개어 매일 책을 번역하는 그 밤을 상상하니,

선생님들은 힘들어도 함께 해나가는 즐거움과 

한국어로 번역되는 보람을 느꼈으리라. 


마지막 최종원교를 보면서

선생님들은 아이처럼 좋아하면서 작게 탄성을 지르셨다.




최종원고를 보시면서 환하게 웃으시는 박영숙 선생님



‘와, 이제 그럴듯해졌네요.’

(선생님, 아니에요, 아주 훌륭합니다)


긴 여정이 끝나고 이제 곧 책을 발간할 예정입니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상이 아니라

한 해를 시작하는 상이 있다면


선생님들께 꼭 드리고 싶습니다.


아직 제작 기간이 남았지만

선생님, 책 발간을 축하합니다.



최종원고를 확인하시는 장대식 선생님과 박영숙 선생님



이제 국립중앙도서관에 책을 납품하고 (후대를 위한 기록)

보도자료를 쓰고 책을 언론사에 홍보하고 (책을 홍보하고 알리는 방법) 

서점에 유통하는 (독자를 만나는 과정) 나머지 마무리 시간은 저에게 맡겨주세요.  


그동안 고생하셨으니 당분간 출간할 이 책만 상상하시면 됩니다. 

이제 정신분석을 공부하는 사람들에게 이 책이 좋은 동반자가 되길 바라며.



긴 여정이었지만,

선생님들과 함께 책을 만들어 갈 수 있어 저 역시 아주 기뻤습니다.






Posted by 동글동글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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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아니카 2013.01.26 21:5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연예대상을 보시면서 이런 생산적인 일을 계획하시다니 깜놀. 마지막까지 무사히 책이 나와야 할 텐데...

  2. BlogIcon 온수입니까 2013.01.28 10:1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네- 정말 멋진 것 같아요. 마지막까지 책이 무사히 나오길 저도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오늘도 어김없이, 서점에 한 권 책을 보낼 게 있어 택배 아저씨의 전화번호를 찾느라 주소록을 뒤지다 최문정 선생님과 작업했던 몇 달 전의 포스트잇을 발견하고 웃어버렸네요:-D


보통 교정지를 주고받으면서 간단한 서신을 주고 받는 게 통상적인데 선생님께서는 직접 손으로 포스트잇으로 적어주셔서 아직까지 잘 간직해 두고 있답니다. 아직까지도 이 포스트잇만 보면 기분이 참 좋아지더라고요.


'이거라도 드시면서 하세요^^'


여기서 '이거'란 약과였어요. 교정지와 함께 딸려온 과자에 저는 헤벌쭉하며 맛있게 얌얌 먹었던 기억이 새록새록하네요.


12월 말에는 최문정 선생님께서 그만두신 실업센터 송년회도 다녀왔어요.


이 사진은 그날의 풍경입니다.


부산실업극복센터 2012년 송년의 밤 행사 사진


원고 속에서만 만나던 등장인물들을 실제로 만나보고, 또 에피소드에 등장했던 나오던 사물들을 실제로 보는 시간들은 그야말로 유쾌한 시간이었어요.



"같이 해서 행복합니다." 꼭지에 실렸던 바로 그 메모지예요^^ 책을 읽으셨다면 이해하실 수 있는 장면입니다.


"같이 해서 행복합니다." 꼭지에 실렸던  바로 그 메모지예요^^

 책을 읽으셨다면 이해하실 수 있는 장면입니다.


작년 한 해도 이렇게 또 가고, 또 2013년 새해가 다가왔네요.

올해는 『짬짜미, 공모, 사바사바』의 저자 최문정 선생님처럼 저도 '나눔'의 가치를 실현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소망을 가져봅니다.


산지니 독자 여러분.

모두 즐거운 한 해 되세요.~♥



최문정 선생님 블로그>>

http://pang79.tistory.com/



짬짜미, 공모, 사바사바 - 10점
최문정 글.그림/산지니


Posted by 비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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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회의 324호(2012. 7. 20일자)에 『시내버스 타고 길과 사람 100배 즐기기』의 출판사 서평이 실렸습니다. 이에 블로그에도 함께 소개하오니 편안한 마음으로 읽어주시길 바랍니다^^;



 자가용 자동차가 없는 내가 애용하는 교통수단은 지하철이다. 노선도만 보면 어디든지 갈 수 있을 것만 같은 편리함 때문에 지하철을 오르내리지만, 사실 깜깜한 지하 속에서 잘 알지도 모르는 사람들과 멀뚱하게 시선을 주고받는 어색함이란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런데다 노선도만 봤을 때는 금방 도착할 것 같더니, 환승하면서 기다리는 시간을 더하면 지하철이 결코 빠른 것만도 아님을 새삼 깨닫는다. 그래서인지 최근에는 자주 가게 되는 장소에 대해 미리 차편을 알아봐서 버스를 타려 노력하고 있다. 버스 타기의 백미는 아무래도 경치 구경에 있으니, 일부러 지하철을 타 그 구경거리를 놓치기엔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인 김훤주 경남도민일보 기자가 떠난 여행지는 ‘경상남도’다. 『시내버스 타고 길과 사람 100배 즐기기』는 경남도민일보 기획기사 연재물을 엮어 책으로 재구성한 것인데, 원고는 기사 원문이 아닌 블로그 글과 사진으로 받았다. 편집을 하면서 블로그 특유의 구어체와 함께, 시집을 발간하기도 했던 저자의 문학적 수사어구들을 그대로 살리고자 노력했다. 그렇게 연재순으로 받은 원고를 계절별로 분류해서 재구성해 보았는데, 어떤 여행 ‘정보’를 준다는 의미보다 저자가 떠난 여행의 흐름을 따라가며 독자가 그 안에 담겨있는 계절의 변화를 함께 읽어내고 함께 여행에 동참하는 느낌을 갖길 바랐다.


 책을 출간하자 휴가철이 본격적으로 다가오면서 다양한 여행서적들도 함께 쏟아져 나왔다. 그중에서 특히 이 책은 최근 유행처럼 불고 있는 걷기 여행 서적과 맥을 함께 하고 있다. 그러나 똑같이 걷는 여행이더라도 ‘시내 버스’를 타고 여행지로 떠난다는 것이 이 책이 가지고 있는 차별화 지점이다. 어차피 그렇고 그런 여행 서적이 또 나왔거니, 하며 치부해버리기엔 이 책이 갖고 있는 메시지가 나름의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시내버스 타기는 환경에 좋고 걷기는 건강에 좋습니다. 이에 더해, 드는 비용도 적으니 일석삼조라 하겠습니다. 자가용 자동차를 ‘지참’하지 않는 보람은 이밖에도 여럿 있습니다. 알맞추 걸은 뒤 상쾌한 정도에 따라 술을 마시고 취해도 되고, 원래 출발한 데로 돌아가지 않아도 됩니다. 자가용이 없으면 이렇게 매이지 않으니 그만큼 더 자유롭습니다.”


 사실, 저자인 김훤주 기자는 전작 『습지와 인간』으로도 산지니와 꽤 인연이 깊다. 전작이 기존의 환경 서적이 다루지 않은 습지 속 ‘인간과 역사’, ‘지역’ 이야기를 다루었다면 이 책 또한 여행을 하면서 만나게 되는 ‘사람 이야기’와 경상남도라는 ‘지역’을 다루고 있다. 많은 이들이 여행을 떠나기 위해서만 여행책을 읽는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무작정 가방 하나만 메고 떠날, 훗날의 여행을 예비하기 위해서 『시내버스 타고 길과 사람 100배 즐기기』는 한 번쯤 읽어볼 만한 꽤 괜찮은 여행 지침서가 될 것이다.


산지니 출판사 편집부 양아름


시내버스 타고 길과 사람 100배 즐기기 - 10점
김훤주 지음, 경남도민일보 엮음/산지니

Posted by 비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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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전복라면 2012.07.27 08:4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전 잡지로 이미 읽었지요ㅋㅋㅋ 인쇄매체에서 우리 책과 엘편집자의 이름을 보았을 때의 그감격이란!!!